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1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19화
여섯 명의 연습생들이 빠르게 위치를 잡았다.
그러자 푸른색과 노란색을 주로 사용한 조명이 번갈아 번쩍이며 무대 위 연습생들을 비췄다.
의상은 빳빳한 하얀 티셔츠에 등에 크게 다트판이 그려진 검정색 야구 점퍼, 그리고 살짝 광택이 도는 가죽바지. 조명에 날아가지 않게 진하게 고정된 메이크업.
연습생들끼리 합을 맞추는 첫 무대답게 심플하지만 개인별로 벨트나 반다나, 작게는 손목에 두른 손수건 등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이었다.
직접 비주얼 디렉팅을 본 문윤하의 걸작이랄까.
그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모습을 볼 때까지만 해도, 민시영은 그저 예리한 눈으로 무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무대다? 꼼수나 부릴 줄 아는 애가 말은 청산유수야.’
스스로가 아무리 노력해도 민시영은 김춘용을 고운 눈길로 볼 수가 없었다.
딱히 특출나지 않은 연습생이 주 피디 눈에 잘 든 걸로만 좋은 현장 반응을 끌어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컬 봐 줄 때도 그냥 그랬지. 음색은 좋았지만… 특별하지는 않았어.’
아주 어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해 온 민시영은 노력과 재능의 영역을 신봉했다.
단지 잠깐 카메라 이슈를 부르는 것보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해 왔느냐, 어떻게 재능을 선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순서가 어떻게 되든 재하네 팀이 이길 거야. 재하가 제일 잘하니까.’
이번 팀별 순위는 직접적으로 데뷔와 연관되기 시작하는 다음 무대와는 큰 상관이 없었지만, 선공개 될 퍼포먼스 비디오의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베네핏이 주어졌다.
그런 것과 방송 이미지까지 고려하면,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관건.
‘화성이가 좀 마음에 걸리네. 애초에 비슷한 등수별로 제일 못하는 애들만 골라서 데리고 무대하는 건데, 무대 위치에서까지 손해를 보다니… 그래도 MVP는 받겠지. 음.’
민시영, 그녀가 아무리 공정하고 싶어도, 아주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연습생들이 아픈 손가락인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지화성의 팀에는 저 문제의 연습생도 있지 않은가.
민시영이 스스로의 편견에 빠져 무대를 보기도 전에 지화성네 팀을 평가하고 있는 사이.
Brrrrrr―
그녀가 체크를 해 주며 500번은 넘게 들은 오토바이 배기음이 크게 울렸다.
무대의 시작이었다.
– 빛나는 도시, 시끄러운 사람들
그렇지만 여기에는 오직 너와 나
You & I
도입을 여는 건 서브 래퍼 포지션인 가오옌.
인풋이 거의 없고 아이돌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시피 해서, 민시영이 녹음 당시 디렉팅을 할 때 아주 애를 먹었던 연습생이었다.
춤도 못 춰, 노래도 못해, 랩은 국어책.
민시영도 지화성에게 민폐만 되지 마라, 하는 마음으로 거의 자포자기했었는데….
‘…일주일 만에 뭐가 늘긴 늘었네?’
확실히, 이전 등수 평가 때 지적한 것보다는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일단, 박자 하나 제대로 못 맞추던 수준에서 정박에 랩을 시작하고, 동작을 맞추고 있지 않은가.
민시영은 놀란 마음을 감추고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가오옌은 제일 낮은 18위였다. 원래 바닥에 있을수록 느는 속도가 빠른 법이다.
‘무대에 서 있다 보면 갈수록 힘이 빠져. 진짜 평가는 뒤쪽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그러나 3분 남짓한 무대가 계속되면 될수록.
민시영의 생각은 계속해서 부정당했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나지혁이 그녀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팀, 시영 씨가 디렉 볼 때도….”
이렇게 잘했어요?
민시영은 나지혁의 질문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팀이 원래도 이렇게 잘했냐고?
– 날 향하는 총구
내겐 그저 쏟아지는 박수
이미 준비됐지 Ready to Shoot
내 곁의 너와 Fever time
두려움은 우릴 키울 뿐
지금 랩을 하는 지화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잘했었다.
디렉팅을 보는 동안 살짝 헤매는 낌새가 있긴 했지만, 자신이 계속해서 보아 온 어거스트의 순혈 연습생 아닌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나지혁이 말하는 건 지화성이 아님을 민시영은 알고 있었다.
– This one way ticket
데려다 줄게 하나뿐인 목표로
함께라는 걸 알고 있어
저 너머의 히치하이커 우릴 보지
프로듀싱 능력과 노래 실력은 월등해도, 최하위인 가오옌과 함께 춤에 대한 기본기는 단 하나도 없던 로건도.
– 터질 듯 뛰는 심장 소리
나도 너와 같지
You & I 처음이니까
그렇지만 내디뎌 발걸음을
사람의 눈을 끄는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민시영이 혹독하게 등수 평가를 내렸던 김주안도….
– 세상에 나를 겨눠
모두의 심장을 조준할 때야
Aiming, Aiming
지켜봐 누가 쏘는지
Aiming, Aiming
Aimed at your Heart
노래는 잘하지만 솔직히 단체 아이돌 안무는 안 되지 않을까, 싶었던 서빈도!
‘무대를… 제대로 하고 있잖아?’
물론, 지금 지화성의 팀은 자잘한 실수도 몇 가지 있고, 간간이 동선을 뒤늦게 따라가는 팀원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들 환하게 웃으며, ‘너와 함께 이 세상을 노리고 나를 보여 준다’라는 가사에 맞춰 노래하는 그들은 꼭….
만일, 이 ‘Aiming’이라는 곡에 주인이 있다면 이 팀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민시영은 이런 생각을 한 스스로에게 놀라 입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냐, 그냥 이게 첫 무대라서 그런 거야. 민시영, 정신 차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걸 뒤집어 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댄스 브레이크 부분이 등장하고, 김춘용이 가장 앞으로 나왔다.
땀에 젖어 몸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머리카락, 어디 하나 구부러짐 없는 꼿꼿한 손끝.
이 팀에서 가장 잘하는 연습생이라고 심사위원들이 믿고 있는 지화성이 빛을 바라게 만드는 표정 연기.
마지막에, 화끈하게 턴을 돌며 제 손목에 감겨 있던 손수건을 풀어 던져 버리는 쇼맨십.
“…아.”
지금껏 그저 가만히 앉아 있거나 고민하는 낯이었던 진다솔이 팔짱을 풀고 작은 목소리로 감탄할 정도로.
그에게 최하점을 줬던 민시영이 김춘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
그리고 한가운데에 선 김춘용이 특유의 허스키하고 독특한 음색으로 마지막 코러스를 이끌었다.
– 세상에 우리를 겨눠
그들의 심장을 조준할 때야
Aiming, Aiming
지켜봐 누가 쏘는지
Aiming, Aiming
그건 분명.
우리야.
그들의 무대가 끝나는 순간.
짝짝짝….
“좋네요. 잘하는데? 의상이랑 아주 딱 어울려.”
다른 사람도 아닌 문윤하가 박수를 쳤다.
어떤 점수를 받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 * *
무대 옆으로 빠져 헉헉거리던 멤버들은 저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상대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리기 위해 안달이었다.
“우리 진짜 이번에 완전 잘했어요. 솔직히 연습할 때보다 더. 내 말 맞죠?”
“화성의 말이 옳다. 오늘의 가오옌은 안무를 틀리지 않았어. 무대 체질임이 틀림없다.”
“Wow, 저 아직, 아직도 떨려요. So nervous. 아니, 신나요! 재밌었어요.”
“나, 나도. 원래 무대에 서면 더 못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좀 달랐어.”
“…뭐어. 나쁘지는 않았네.”
이제는 죽이 척척 맞는 동갑내기들과 서빈, 심지어는 김주안까지도 말이다.
나 역시 떨리는 무릎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렇게 맨정신에 다른 사람들과 합을 맞춰서 무대를 올린 게 얼마만인지 감도 안 왔다. 이전의 나는 술을 마셔도, 안 마셔도 늘 취해 있었으니까.
…그때도 조금만 정신을 차렸다면,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겠지?
내가 악성 멤버 시절 올랐던 여러 무대들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 사이, 다른 팀들의 무대도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请多多关照(잘 부탁드립니다).”
류웨이 팀의 무대는 우리와 달리 실수랄 것이 없었다.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쓰는 가창, 댄스 브레이크 센터, 류웨이를 중심으로 한 딱딱 각 잡힌 군무.
그렇지만 모든 무대의 가운데에 서 있는 류웨이는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거의 로봇 같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지난 모든 연습이 그의 주도로 이루어지다 보니, 다른 연습생들도 영향을 받은 감이 없지 않은 듯했다.
“좋았어요. 좋았는데….”
“표정 연기가 더 다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합은, 잘 맞았어요.”
“뭐, 수동적이더라도 예쁜 건 예쁜 거니까요. 근데 왜 자꾸 중국어로만 말하는지 모르겠네. 못 알아들으니까 한국말로 해요.”
“…….”
어쨌든, 꽤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바로 재하 형 팀의 무대.
이건 솔직히….
“손재하 연습생. 뭐가 문제였던 거죠?”
안타까운 표정의 민시영이 이런 말을 꺼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고 봐야 했다.
“그게….”
처음 시작할 때는 평이한 듯 보였다.
애초에 재하 형이 팀원을 뽑을 때 낮은 등수의 연습생이라도 다 연습생 경험이 있거나 기본기가 있는 사람으로만 팀을 꾸렸기 때문이었다.
그중 약간의 예외가 있다면 유찬 형의 경우인데, 유찬 형은 다른 연습생들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노래를 잘했으니 그의 선택에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일은 댄스 브레이크 부분에서 터졌다.
“어, 어엇…? 이게 아닌,”
‘그냥 똑같은 걸 해서는 다른 팀과 다를 바가 없지 않냐’라고 계속해서 우겨 오던 팀의 댄스 브레이크 센터 멤버가, 갑자기 브레이킹을 시전하는 바람에 단체로 크게 삐그덕거린 것이다.
“윽….”
무슨 일이 있어도 초연하게 미소를 유지하던 재하 형도 그 순간만큼은 표정이 일그러졌었다.
무대에서 표정을 찡그리는 것만큼 좋지 않은 신호가 또 있을까?
“그….”
충격받은 진다솔이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그에게서 마이크를 가져온 문윤하가 톡, 쏘아 댔다.
“왜 연습도 아니고 무대에서 개인 행동을 해요, 보기 싫게. 민폐야, 그거. 팀워크 본다고 그랬는데, 듣지도 않고… 또 뒤에 팀원들은 그걸 왜 받쳐 주지도 못해요? 연습 하루 이틀 한 거 아니잖아요.”
재하 형네 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게다가 우리 팀과 류웨이 팀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후였기 때문에, 후폭풍은 컸다.
그 싸함의 정점을 찍었을 때는, 모든 연습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 전광판에 뜬 결과지를 확인했을 때였다.
[1위: 팀 지화성 / MVP: 지화성2위: 팀 류웨이 / MVP: 류웨이
3위: 팀 손재하 / MVP: 손재하]
예상했다면 했고, 의외라면 의외의 결과였다.
예상한 부분은, 뭐. AG 순혈 연습생들이 전부 다 MVP를 가져갔다는 부분이고…
못한 부분은.
“얘들아, 그래도 수고했어. 너희가 열심히 하려고 한 거 알아.”
…재하 형네 팀이 3위를 했다는 것.
“흐으윽….”
“울지 마, 료타. 이번은 그냥 기본 등수인걸. 응.”
재하 형은 이번 무대로 안 그래도 낮은 등수가 더 떨어지는 것이 확실시 되어 눈물을 터뜨리는 료타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는 본인의 표정도 좋지는 않았다.
최상위권을 여전히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번 무대로 인해서 전체 순위 1위에서 3위로 떨어졌으니 말이다.
한 번 떨어지면 계속해서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럴 만도 하지.
물론 재하 형은 안정적으로 데뷔할 것이 예견되어 있지만… 어쨌든.
“어, 팀원들의 도움으로 1위를 하게 되었는데요. … 다음 무대부터는 방청객들을 모시고 하게 되니, 더 열심히, 좋은 모습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네, 지화성 연습생. 축하드립니다!”
“…….”
자신이 믿고 따르는 형의 불운 때문일까.
오늘의 활약으로 전체 순위 1위에 올라서게 된 지화성 역시 인터뷰를 하며 썩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 얼굴이었다.
좋은 무대를 했지만 누군가는 웃지 못하고, 별로인 무대를 했지만 누군가는 올라가고.
이게 서바이벌이었다.
내가 올라가기 위해서 누군가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건 그런 거였다.
* * *
그러나 무대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들어온 지화성이 내게 제일 먼저 한 말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춘용 형이 MVP를 받았어야 했는데요.”
…표정이 안 좋았던 게 재하 형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었어?
“어어….”
나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뻐끔거렸다. 대기실 여기저기에 널린 카메라 때문에 더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지화성이 하고 싶었던 말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렇게 소속사 빨로 MVP를 받는 게 아니라, 내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받고 싶었다.’
헛생각을 하고 있네, 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린 나는 그런 지화성을 달래거나 슬픈 표정을 짓는 대신, 그 녀석의 목에 팔을 걸며 쾌활한 목소리로 크게 얘기했다.
“야! 뭘 또 그렇게 띄워 주고 그래. 너 지금 너 잘했다고 뻐기냐? 어? 형 놀려?”
“아니, 이 형이 또 무슨, 저는 맞는 말을 한―.”
“얘들아, 지화성 또 괜히 멋있는 척한다. 와서 괴롭혀!”
“알았다! 독재자가 된 스탈린에게 또 다른 혁명 맛을!”
“Okay. 맡겨만 줘요.”
“으아아악!”
로건과 가오옌이 달려들어 지화성을 간지럽히고, 간지럼에 약한 지화성이 발버둥 치는 사이, 나는 녀석의 귀를 잡아당기며 작게 속삭였다.
“괜한 소리 하지 마. 이게 맞는 거니까. 죄책감 갖지도 말고, 그냥 이따가 재하 형한테 가 보기나 해.”
“―!”
내 말에 지화성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아예 한 적이 없다는 듯, 지화성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일에 동참했다.
“아학, 잠깐! 잠깐만! 춘용 형! 아악!”
“이름 부르면 봐 줄 줄 알고!”
서바이벌.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고.
뭐, 맞는 말이었다. 결국 이전의 나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데뷔를 했으니.
그렇지만 이제 고작 두 무대, 그것도 하나는 장기 자랑 같은 걸 했을 뿐이었다. 벌써부터 쳐져서 우울해하기에는 이르단 말이지.
무엇보다도, 아이돌 지망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 선배의 평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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