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20화
아이돌에게 대중의 시선이란 어떤 걸 의미하는가.
이걸 아이돌 역사상 최악의 악성 멤버 소리를 들은 내 입을 빌어 말하자면.
[슈팅 렉스 @Shooting_REX(사진) (사진)
2X0924 뮤데 출근길 렉스♡
렉스야 오늘도 파이팅! 약간 말라 보여서 걱정이야 ㅠ] [⎿렉쓰레기양심있으면탈퇴해 @GEQOIUEPQET
ㄷㄷ 렉쓰레기가 탈퇴를 해도 응원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역시 병크멤 순덕은 달라도 다르네용 ㅋㅋ ㅅㅂ 렉쓰레기 술 때문에 살 늘어진 것도 마른 거라고 실드 치는 어머님 수준 ㅠ]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없으면 아이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노선이 틀어지는 순간 돌이킬 수도 없다. 나를 향했던 무수한 악플 세례가 그 예시가 되어 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차피 우리 진짜 반응은 방송 시작하고 나서부터니까, 울지 마. 료타.”
“끄으으윽… 춘용 아니키….”
“아니키 아니라 형이래도.”
“크흡, 발, 발음이가 어렵습니다….”
나는 숙소 침대에 처박혀서 엉엉 눈물을 쏟고 있는 료타의 등짝을 퍽퍽 두들겨 주며 료타가 진정할 수 있을 법한 말들을 골라 꺼냈다.
“지금 낮은 등수여도 괜찮아. 진짜 등수는 다음 경연 때부터니까, 생각해 봐. 이제부턴 올라갈 일만 남은 거야. 어? 뚝 해, 뚝.”
“맞다, 료타. 나를 봐라. 이 기세라면 마지막 경연에서는 1위와 함께 데뷔만이 기다리고 있다.”
이전에 16위로 장렬하게 떨어지고 인플루언서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가오옌이 내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료타. 우리 모두 료타가 잘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늘 love yourself 해야 해요.”
“라부… 사랑이요?”
“맞아요. Love yourself, 료타!”
“그래. 스스로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다, 료타.”
“료타!”
“료타!”
“가오옌, 로건! 라부입니다!”
나는 다국적 룸메이트들끼리 서로 끌어안고 사랑을 외치는 걸 살짝 식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슬쩍 화장실로 몸을 옮겼다.
방 안 곳곳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곳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탁―
화장실 문이 닫히고, 나는 주머니 속에서 뜨끈뜨끈한 휴대폰을 꺼내 알림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돌발 미션 성공!첫 경연에서 팀 순위 1위를 달성한 걸 축하드립니다! (팡파레) (팡파레) 이 경험을 발판으로, 앞으로 한 걸음씩 더 나아가 봅시다!
미션 보상: 스킬 선택권 (F) ▷ 스킬 선택하기!]
먼저, 나는 미션 성공을 알리고 있는 알림창 밑에 있는 보상란을 먼저 눌러 보았다. 준다는데 굳이 그걸 가만히 방치하는 것도 성격에 안 맞았다.
당장 이전에 [댄스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해> 스킬로 덕을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가 또 정신 빼놓고 살 때 휴대폰 게임을 좀 좋아했거든.
곧 화면에 조악한 선물 박스 형태가 떠오르고, 부르르 떨리더니 혼자서 리본이 풀렸다. 그러곤 은빛 이펙트가 상자 뚜껑 밖으로 쏟아졌다.
[스킬 선택 ▷○ 보컬 ○ 랩 ○ 춤 ○ 외모 ○ 매력]
이전의 문장형 스킬들과 달리, 이번에는 짧은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칸이 하나 떠올랐다. 그를 본 순간,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관련된 스킬을 얻는 거란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다음 경연에 처음으로 방청객이 오니까….”
이게 중요하겠네.
한 차례 심사숙고 끝에 내가 한 가지를 골라내 스킬창이 뜨기도 전에, 이제껏 밀려 있던 엑스의 메시지가 와르르 쏟아졌다.
– X: 야야 이제 5분 있다가 예고편 나오는 거 맞지?
– X: 대박 ㅋㅋㅋㅋㅋ 김춘용의 아이돌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구낭 >[
– X: 지금까지는 그냥? 예민하고 좀 모자란 계약자 같았는데? 예고편 나가면 좀 달라 보이겠죵?
– X: 이번에는 악플 안 받을 자신 좀 잇냐? 그래도 이전보다는 적게 받겠지?
“푸우우웁. 컥, 커헉….”
– 춘용 형? 괜찮다? 속이 많이 안 좋은가?
“어! 어어. 괜찮아. 괜찮아. 별거 아니야.”
엑스의 말 같지도 않은 메시지에 나는 나도 모르게 뿜고 말았다. 이전보다는 적게 받지 않겠냐고? 악플을?
나는 밖에서 나를 걱정하는 룸메이트들을 얼른 안심시키고, 허탈하게 웃으며 엑스에게 답장했다.
– 김춘용: 내가 지금 서바이벌 무대 하다가 드러눕고 더는 못하겠다고 데굴데굴 굴러도 이전만큼은 욕 안 먹는다;;
시대를 풍미한 악성 멤버를 뭘로 보고.
이전에 내가 저질렀던 만행을 떠올리자면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수도 없었다.
열애설, 술, 멤버와의 불화, 소속사와의 불화, 예능국 피디랑 틀어져서 우리 팀 아예 예능 못 들어가게 만들기, 무대 하다가 토하기, 술 취한 채로 방송국 앞에서 엎어져 있기.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긴급 체포까지.
…전부 다 후회하는 것들이지만.
“김춘용 미친놈아 대체 왜 그랬냐 진짜….”
내가 또 한 번 죄책감에 머리를 감싸쥐고 인상을 찌푸릴 때즈음.
드디어 [타겟팅 스타>의 1차 예고편이 세상에 풀려났다.
* * *
학교가 막 끝나고 시끌벅적한 학원가, 그중에서도 미대 입시 준비반 학생들이 드글거리는 미술 학원.
“나리야, 이거 봤어?”
김춘용의 동생, 김나리는 그곳에 앉아 자기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친구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아, 이따가 집 가기 전에 떡볶이 먹어야지. 어묵 튀김 추가해서 2인분으로. 아냐. 좀 부족하려나. 튀김도 추가해야 양이 맞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 나리의 친구, 최서윤은 나리의 미술 팔토시를 마구 잡아당기며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야. 김나리. 이것 좀 보라니까. 제발! 나 소원. 한 번만 봐.”
“아니, 뭔데 계속 그래?”
“전에 아이돌 서바이벌 한다고 기사 떴던 거 있잖아. 방금 예고편 나옴.”
“아…?”
김나리는 서윤이 자신에게 들이미는 영상이 자신의 오빠, 김춘용이 나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예고편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디 한 번 봐 봐.”
“에, 너 접때 AG 비공 연생 얼굴도 그냥 그렇다고 하더니, 어째 이건 또 순순히 본다? 솔직히 말해 봐. 너 좀 관심 있지.”
‘아니, 원래는 관심 없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가족이 나오다 보니….’
나리는 굳이 여기에 우리 오빠가 나와, 라는 말을 꺼내는 대신 그저 자기 친구의 팔짱을 척 끼고 화면에 머리 박는 걸 택했다.
손 크기의 휴대폰 한가운데에는 이번 [타겟팅 스타>의 MC인 최가온이 나오고 있었다.
“왜 연습생들이 안 나오고 최가온이 먼저 나와?”
“일단 이런 핫한 애가 나온다고 눈도장 찍어 놔야 다른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여다 보니까?”
“으응….”
솔로 가수 최가온은 김보미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였다.
어린 나이에 솔로로 성공한 소년가장이라나, 뭐라나.
‘잘생기긴 했네. 그러니까 언니가 좋아하겠지.’
화면 속 최가온은 뭔가 석궁 같은 걸 손에 들고는, 화면 너머의 시청자를 향해 탕 쏘아 올렸다.
– “데뷔라는 꿈을 향해, 쏴라!”
최가온의 나레이션과 함께, [타겟팅 스타>라는 로고가 떠올랐다.
“야, 최서윤. 이거 쫌 촌스러운데. 원래 이래?”
“나중 되면 별별 사람들이 다 이거 보고 눈물을 질질 흘리니까, 지금 많이 뭐라고 해 둬.”
둘이 그렇게 휴대폰 하나를 붙잡고 떠드는 사이, 제작진이 영혼을 갈아 만든 모션그래픽 속 자막이 흘러나왔다.
– 아 스타 슈터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 ☆★ 남자 아이돌 ★☆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
– 저희가 바로 누굽니까
– 화제성 빼면 시체 뮤직 데이즈
– 우리 엄선된 ♡연습생들♡ 얼굴부터 확인하고 가실까요
– 그럼 즉!시! 스타트▷ GO GO//
정신없는 자막 이후로 연습생들의 얼굴이 스르륵 스쳐 지나갔다. 한 사람당 0.2초도 할애하지 않은 듯했다.
“뭐, 뭐야? 이렇게 해서 어떻게 보라고?”
“괜찮아. 이따가 다 보는 방법이 있어.”
이런 연출에 익숙하지 않은 김나리가 기막혀하는 사이, 영상은 계속해서 빠르게 진행됐다.
– “세. 상. 에. 잘 못 보셨다고요?”
– “그럼 역시? 이미 본 분들의 소감부터? 들어 봐야겠죠?”
그러자 멘토석에 앉아 있는 문윤하가 나타나며 심드렁한 얼굴로 얘기했다.
– “별로야. 내 취향 아닌데요? 그 코가, 코가 맘에 안 들….”
– …잠시 화면 조정이 있겠습니다 (^0^;;)//
이번에는 어처구니없다는 말을 할 새도 없었다. 다시 화면이 한 번 지지직거리고, 이후에 나지혁과 민시영이 진지한 얼굴로 심사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 “역시 AG다. 연습생들 수준이 달라도 다르다.”
– “흠잡을 곳이 없어요. 굳이 지적하자면 발음 정도. 뭐, 그건 차차 나아질 테니까.”
그리고 어떤 연습생의 웃는 하관이나, 살짝 눈웃음 짓는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 “…….”
– (진다솔 심사위원님은 지금 감탄하시는 중입니다.)
– “…….”
– (진다솔 심사위원님은 지금 약간 언짢은 상태이십니다.)
무표정으로 일관 중인 진다솔이 나타났으며, 미친 듯이 연습 중인 연습생들의 발을 줌인한 컷이 나타났다.
– 지. 금. 도 발가락 지문 닳도록 연습 중인 우리 스타둥이들…… (눈물) (눈물)
–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곧 공개될 1화! 안 볼 수가 없겠죠?”
“아니 얼굴을 보여 주고 응원하라 마라 하라니까, 이 자식들 미친 거 아냐?”
– 그렇지만 ㅠ 아직 1화 편집 준비가 덜 된 관계로 ㅠ
– ♡ 2차 예고편 ♡과 함께 우리 스타둥이들의 ♡ 오리지널 곡 영상 ♡으로 곧 만나요!
그렇게 정신없는 자막과 함께 영상이 끝난 듯했으나, 갑자기 문윤하 컷이 하나 더 등장했다.
– “이름이 좀 촌스럽지 않나?”
– ;;; 진짜 끝!
폭풍처럼 지나간 영상에 김나리는 입을 벌리고 지금 자신이 본 게 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뭔 1화를 보라고 한 거 같은데….
‘마지막에 이름 촌스럽다고 한 건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 오빠 같고….’
나리가 그렇게 고뇌하는 사이, 서윤은 벌써 빠르게 휴대폰으로 커뮤니티를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나리에게 지금은 얼굴을 다 못 봐도 괜찮다, 라고 한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어차피.
[오늘 뜬 AG 서바이벌 주요 연습생들 정리글] [이번 AG 남돌 서바이벌 1차 예고편 47.5초남 외모 수준.jpg] [눈웃음만 나왔던 애 누군지 찾았음 퀸스 데뷔조 탈락멤]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사진) (사진)
전설의 47.5초남 ♡손재하♡를 영업합니다 황무지인 지금이 적기입니다] [시우하다 @singsingull_ll11
우리 시우 드디어 공개됐구나 ㅠ 누나가 늘 응원 중인 거 잊지 말고, 꼭 데뷔하자♡]
“하하…….”
인터넷 망령들이 공개되자마자 싹 정리해서 올려 주니까.
서윤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자기 휴대폰을 여전히 당황 중인 나리의 손에 쥐여 줬다.
“이것만 보면 된단다, 중생아.”
“어어?”
“빨리 봐. 이제 5분 있으면 주임 쌤 들어오셔. 오늘 우리 소묘하던 거 감평한댔어.”
나리는 서윤의 독촉에 재빨리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아이돌에는 별 관심도 없고, 단지 자기 오빠가 나온다고 해서 예고편을 좀 봤을 뿐인데.
‘이렇게 순식간에 휩쓸리다니. 집 갈 때 꼭 떡볶이 사야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두 눈동자는 빠르게 게시글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 오늘 뜬 AG 서바이벌 주요 연습생들 정리글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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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쓰는 본인은 뮤데에서 제작한 아이돌 서바이벌은 전부 본 사람임.
그러니 지금까지 다른 서바이벌 예고편을 연관 지어서 밀멤과 가망멤, 그리고 들러리들을 체크해 보겠음.]
글쓴이 ㅇㅇ의 말은 시작부터 신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