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0화
* * *
“그, 그 그림자 속 너, So sweet dream, 흐흥.”
오후 연습과 자기 PR 촬영을 무난하게 끝낸 김주안은 경연곡을 흥얼거리며 프로폴리스를 입에 들이붓고 있었다.
“주안아, 지금도 좋은데, 여기서 턴을, 이렇게…”
“네, 네! 알 거 같아요! 네! 저 잘할 수 있어요!”
자기가 잡은 AG 순혈 연습생인 손재하와 같은 팀이 된 것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방청객에게 선보이는 무대가 1군 남자 아이돌, 레오폴드의 데뷔 후 첫 1위 곡인 ‘그림자(SHADOW)’.
시선을 못 끌래야 못 끌 수가 없는, 서바이벌에 출연한 연습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늘 있었던 자기 PR 촬영은 또 어떻고?
“연습생 여러분께 주어진 시간은 딱 1분! 1분동안, 자신의 매력을 한껏 어필해 주시면 됩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촬영이라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SNS 업로드용으로 외운 댄스 챌린지와 성대모사 덕분에 꽤 괜찮게 촬영을 마친 김주안이었다.
‘손재하가 거기서 갑자기 지화성이랑 같이 노래랑 랩을 할 줄은 몰랐지만, 뭐. 그 둘뿐이지. 다른 놈들은 그냥 그랬어.’
김주안 생각에 자기보다 괜찮았던 사람들은 AG 순혈 연습생들뿐이었다.
사실 당시 제작진들은 기타 치는 영국인 로건이라든가, 무반주 애니메이션 오프닝 메들리를 부른 료타 등, 다른 연습생들에게 더 큰 호응을 해 줬지만 말이다.
‘아, 이대로면 존나 데뷔는 무난하게 가능할지도? 손재하랑 좀 뭐 있어 보이는 척 서사만 만들면 될 듯.’
어제 원곡자들에게 ‘김주안 연습생의 아크로바틱 부분은 특히 유연하다’라는 응원까지 들어서인가. 김주안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아이돌 되면, 꼭 개비싼 집 사서 유명한 사람들 불러 놓고 파티해야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엄청 으스대야지.’
그가 그렇게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그때.
“야. 주안아.”
“…엥?”
누군가가 휴게실 문을 열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김주안은 잠시 상황 파악을 위해 미간을 찌푸리다가, 아! 하고 박 터지는 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일그러뜨렸다.
…김춘용.
그래. 지금 김주안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딱 하나 있다면, 바로 김춘용이었다.
“아, 그럼 저는 막춤 하나 땡기겠습니다!”
자기 PR 시간, 김춘용은 자기가 춘 걸 ‘막춤’이라고 했지만, 김주안은 보자마자 그게 어떤 춤인지 알았다.
김춘용이 퀸스에 있는 동안, 늘 홀로 연습하던 브레이킹.
아무도 피드백을 주지 않아도, 하다 못 해 녹화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 연습하던 그거.
분명 자기한테 특별한 춤일 텐데. 존나 열심히 연습한 걸텐데.
…그걸 그냥 막춤이라고 부르고, 1분 남짓한 자기 PR 영상에서 춰 버린다고? 그것도 완벽하게?
물론, 김춘용이야 그냥 연습생 때 오래 연습한 춤이 기억에 남아서 췄던 거고, 중간에 있는 이상한 공룡 흉내가 PR에 적합해서 고른 거였지만.
그러나 그런 내막을 모르면서, 은연중에 그 춤이 ‘완벽했다’라고 인정해 버린 김주안은 입술을 한 번 꽉 깨물고는 김춘용을 향해 씨근덕거렸다.
“너 나랑 친해? 미친. 왜 친한 적하고 난리야.”
“…난 그냥 네 이름 부르기만 했는데, 왜 대뜸 욕을 해. 너 그거 카메라 오디오에 잡히면 어쩌려고 그래?”
“지금 휴게실 카메라 메모리 간다고 빠졌거든? 내가 너한테 자음 모음 섞어서 뭔 욕을 해도 아무 일도 안 생겨.”
“너도 진짜…”
김주안의 상스러운 욕설에 질린 표정을 한 김춘용은, 한숨을 푹 내쉬고 뒷목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래. 기왕 지금 찍는 카메라도 없는 거. 터놓고 말할게.”
너 제발….
“그 입 좀 조심해.”
“…뭐?”
“네가 막말해서 스스로 패가망신하는 건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야. 그건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근데 그걸로 우리 팀에 피해 주지 말라고. 당장 경연이 코 앞이잖아. 이런 건 선을 좀 지켜 줬으면 좋겠다.”
“아아… 난 또. 무슨 개소리를 하나 했네.”
김춘용의 말에 당당한 햄스터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인 김주안은, 돌연 환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너, 장시우가 중간 평가 바닥에 처박은 거 말하는 거냐? 거참, 걔 멘탈 약한 걸 왜 나한테 탓하는지….”
“너―”
김춘용의 으르렁거림에, 양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든 김주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끊어 냈다.
“야, 나도 걔 사정은 삼촌한테 대충 들어서 알아. 근데 그거 처음에는 의도한 거 아니었거든? 난 진짜 그냥 신기해서 그랬던 거야. 이런 기회 아니면 장시원 선배님 싸인 받아 달라고 누구한테 얘기해 보겠냐고. 근데, 너 그거 아냐?”
김주안의 깜찍한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거 때문에 지금 걔가 경연 망치면 오히려 나야 고맙지.”
“…….”
“걔가 내 바로 윗 순위잖아. 뭐, 기본 등수긴 해도, 충분히 방송에도 영향이 있겠지. 생각해 보니까 나 상황 파악 쩔었다, 진짜. 이것도 하늘이 준 운이겠지?”
“…너 지금 그게 할 말이냐? 남 피해 주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네 운이라고?”
“어쩌라고. 사실 너도 같은 마음이잖아. 근데 다른 사람도 챙기는 척, 사람 좋은 척. 꼴같잖아서 원. 씨발, 연예계라는 게 결국은 각자도생인데. 내가 그런 걸 왜 신경 써야 해?”
김주안은 문을 등지고 김춘용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왜. 네가 잡은 줄은 장시우였어? 근데 그게 망해서 나한테 따지는 거냐?”
“…….”
“아깝네, 내가 잡은 줄은 손재하거든. 멘탈이 종잇장보다 얇고 다방면으로 애매한 장시우랑은 달라. 내가 손재하 그 인간한테 꼬리를 얼마나 쳐 둔 줄 아냐? 별 같지도 않은 형 소리 해 대면서 쌓은 유대가 너랑은 수준이 다르다고.”
“하, 하하. 너 진짜… 최악이다. 그 형이 너 이런 애인 건 알아?”
“알 게 뭐야, 씨발. 잘난 척 좀 하지 말라고. 진짜 짜증 나니까. 내가 너 진작 기권하고 나가라고 그랬지? 네가 AG 순혈인 손재하한테 미운털 박히면 어떨 거 같아? 감당돼?”
과연, 카메라가 없는 곳 선 김주안의 말은 더 거칠었다.
비웃고 비꼬는 건 기본에, 자신이 같이 데뷔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손재하의 이름을 서슴없이 파는 것까지.
지금 휴게실에는 카메라가 없었고. 김주안이 상대하고 있는 건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김춘용이었으니 말이다.
김춘용은 그런 김주안을 싸늘한 눈빛으로 훑으며 벌어진 입을 천천히 다물었다.
지금 자기 감정에 너무 과하게 취해 있는 김주안은, 꽤 많은 것을 놓치고 만다.
자신이 굳이 휴게실에 와서까지 프로폴리스를 먹는 건 이곳에 자주 등장하는 손재하 때문이고.
아까 김춘용이 들어오며 일부러 휴게실 유리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 둘이 중요한 얘기 중이야?”
“―!”
두 쌍의 눈이 동시에 휴게실 문 쪽으로 향했다.
“어… 어어….”
그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김주안은 입을 벙긋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연습하다가 목말라서 왔는데, 음. 좀 심각해 보이네.”
땀에 젖었음에도 찰랑거리는 연한 갈색머리, 그리고 약간은 난처해 보이는 표정. 손에 들린 AG 회사 물통.
김주안이 억지로 제 목에서 목소리를 짜내 중얼거렸다.
“재… 재하 형.”
김춘용은 그런 김주안을 한 번 보고는, 손재하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안녕하세요.”
“으응. 안녕. 춘용아.”
김춘용과 김주안. 둘의 묘한 대치를 가만히 바라보던 손재하는 자기 뺨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말했다.
“지금 내가 물 떠서 가면… 좀 이상하겠지?”
“아뇨! 저는 상관없는데, 주안이는, 글쎄요.”
“아아….”
손재하의 눈길이 김주안에게로 닿았다.
옅은 색깔의 동공은 여전히 선량해 보였지만, 잘 보면 어딘가 싸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너희 얘기 길어지는 거면 그냥 이따가 다시 올게. 어, 음. 그리고….”
김주안은 어깨를 벌벌 떨며 그런 손재하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애썼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지금 여기, 카메라 없다고 너무 심한 말 하지는 마.”
“…….”
“…잘못하면 복도 카메라에는 잡힐 수도 있으니까.”
터엉―
손재하가 그대로 휴게실 밖으로 나가 버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김주안은 자기 입을 틀어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김주안의 머리에 끔찍한 가정이 들어찼다.
…들었을까?
“아냐. 주, 중간에 들어와서 못 들었을…”
내가 잡은 줄이 저 형인데.
아직 서바이벌도 한참 남았는데.
당장 다가오는 경연은 같은 팀으로 무대에 서야 하는데!
“씨, 씨발. 이게 무슨… 아냐. 못 들었어. 절대로, 절대로 못 들었어…”
그런 김주안의 덜덜 떨리는 말에, 김춘용은 석연찮은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안쓰러워하는 얼굴이 역력했다.
그러나.
“못 들었을 리가 있냐, 김주안.”
이어 나온 목소리에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 차가운 반응에, 퍼뜩 정신이 든 김주안이 김춘용에게 달려들었다.
“너, 너! 다 알고 그런 거지! 이 개X끼가―”
“왜 이래? 이것 좀 놔, 인마.”
그러나 한참 나는 피지컬 차이에 오히려 김주안이 매달린 꼴이었다. 김춘용은 그런 김주안이 쥔 자신의 멱살을 거칠게 풀어내며 그를 툭 밀어냈다.
“아직 휴게실 문 다 안 닫혔어. 누가 또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나직하게 말하는 김춘용의 입꼬리가 호쾌하게 올라갔다. 그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는 그의 양아치 같은 겉모습과 퍽 잘 어울렸다.
그러니까, 진짜 엄청 못 돼 보였다는 거.
신기하게도, 꼭 이런 곳에서 김춘용의 악성 멤버 짬이 나왔다.
“기억 안 나? 내가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얘기해 줬는데.”
아이돌 지망생이라는 놈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양손으로 김주안을 다시금 뒤로 훅 밀어낸 김춘용은 그에게 윽박지르듯 속삭였다.
“내 탓 좀 그만 해. 내가 욕해 달라고 너한테 빌었냐? 이거, 네가 스스로 벌린 일이야. 넌 뭐만 하면 내 탓 하는 경향이 있더라.”
“씨바알…”
멘탈이 완전히 나간 김주안은 비틀거리다가 휴게실 테이블 귀퉁이를 잡았다.
그 모습을 그대로 눈에 담은 김춘용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머리를 털었다.
“혹시 알아? 네가 가서 사과하면 재하 형이 받아줄지도.”
실제로, 재하 형은 김주안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분명 받아줄 거다.
같이 살던 내가 술에 취해 자기 멱살을 잡고 난리를 쳐도 어르고 달래던 천사가 손재하니까.
뒤에서 자기 이름 팔면서 으스댄 정도야, 뭐.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는 말을 아주 다정하고 길게 풀어서 얘기하고는 어깨를 두드려 주겠지.
김춘용이 지금 하는 소리가, 단순히 김주안의 속을 뒤집어 놓을 요량의 말은 아니라는 거였다.
“개소리를 하고 있어, 미친놈이…”
그러나 김춘용은 테이블을 쥔 김주안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애초에 그럴 성격이었다면, 이전에 갑질 논란이 터진 후에 연예계로 돌아왔을 거다.
그러나 김주안은 그대로 심해에 가라앉았다.
“내가 사과를 왜 해! 이게 내 잘못이야? 난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거라고! 근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대체!”
그 코디에게 사과하고 싶지 않아서. 이건 모두 자길 시기한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해서.
김춘용은 전부 알면서 부러 다른 사람의 눈에 띌 수도 있는 휴게실에서 김주안에게 시비를 건 거였다.
이건 애초에―
“씨, 씹… 망할 새끼….”
김주안이 이길 수 없는 경쟁이었다.
김춘용은 김주안이 아까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 밀며 쾌활하게 말했다.
“앞으로 입 관리 안 하면 이런 우연이 아니라 진짜 뭐 되는 수가 있어, 너.”
잘리기 싫으면 잘해라.
“무대는 제대로 해야지.”
쾅―
휴게실에는 끔찍한 표정의 김주안과, 그가 들고 있던 프로폴리스 병만이 테이블을 나뒹굴었다.
데구루루…
테이블 끝에서 끝으로 구르던 병은 곧 바닥에 떨어지며 흉측한 파열음과 함께 깨졌다.
…김춘용의 말대로.
곧 경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