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1)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1화
* * *
사전 녹화 명단 체크 시간에 맞춰 상암에 도착한 진성 AG 팬. SNS 닉네임 ‘AG물산회사’는 죽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두드렸다.
“하, 진짜….”
‘팀장 미친새끼. 왜 퇴근하기 2시간 전에 아침 8시 마감인 일을 줘!?’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으니, 전달 사항은 조금만 일찍 알려 달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덕분에 그녀는 11시까지의 야근 러쉬 후에, 집에서 대충 씻기만 하고 방송국 앞으로 헐레벌떡 뛰어와야만 했다.
혹사당한 온몸이 ‘주인님 이러다 진짜 뒤져요’하고 소리를 질러 댔다.
‘나도 알아. 이러다 진짜 단명하는 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오늘은….’
이를 악문 그녀의 눈에 저 멀리 방송 관계자가 들고 있는 팻말의 문구가 들어왔다.
그래.
‘이런 얼굴이 AG 지하실에서 연습 중이라고? 미친 거 아냐!?’
AG에서 망해 버린 아이돌, 레이디 스완의 팬이었던 그녀가 사진 한 장 보자마자 ‘이 애를 데뷔시켜야 한다’라고 하늘에서 점지받은 연습생, 손재하.
오늘은 그 손재하가 출연하는 [타겟팅 스타>의 첫 방청날이었다.
‘진짜 여러모로 개고생이었다.’
[꿈을 위해 힘내고 있을 우리 어거스트 연습생 친구들을 너무 만나 보고 싶네요 ‘-’ #꿈을향해쏴라_Targeting_stats_방청신청] [데뷔라는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는 연습생들을 가까이서 직접 보고 싶습니다! #꿈을향해쏴라_Targeting_stats_방청신청] [아놔그냥좀가게해 달라고 ㅁㅊ놈들아 진짜지랄오져 #꿈을향해쏴라_Targeting_stats_방청신청]방청 추첨 하나 당첨되어 보겠다고 그녀가 만든 sns 가계정만 34개. 그리고 작성한 위튜브 댓글은 정확히 210개.
서바이벌 아이돌 광인들과 그 자웅을 겨루며 다투던 나날들.
– [Web 발신] 뮤직데이즈 아이돌 서바이벌 ‘타겟팅 스타’ 방청 당첨 안내
“야아아아아아악! 나 당첨이드아아악!”
“옆집 민원 들어와, 미친 기집애야! 소리 좀 지르지 마!”
당첨 메일이 도착하고 그녀가 질렀던 비명은 가히 80데시벨은 거뜬히 찍었을 거다. 룸메이트가 시끄럽다고 등짝을 얼마나 후려쳤는지 셀 수도 없었다.
“아, 아. [타겟팅 스타> 방청객 여러분, 이동하실게요!”
그녀는 얼른 방청 인원 체크 줄의 제일 뒤에 합류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야근 후 대기표를 늦게 받아 앞줄에는 서지 못했지만, 애초에 방청 인원이 많지 않으니 그녀의 손재하를 무사히 눈에 담기에는 거뜬할 터였다.
‘그리고, 내가 SNS에서 들은 정보가 맞다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팻말을 든 제작진을 졸졸 쫓아 움직이고,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에 발걸음을 멈춘 곳은.
[타겟팅 스타 출연 연습생 하이터치회]‘그래, 미친! 이거지!’
방청객들 입장 전, 출연 연습생들과의 가벼운 하이터치회.
말이 하이터치회지, 연습생들의 얼굴을 코앞에서 보며 직접적으로 간단한 소통을 할 수 있게끔 마련한 자리.
낮에 있던 제작발표회에서 심사위원들과 도재찬만 얼굴을 비춘 이유가 이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는데, 그게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헉, 대박.”
“어떡해. 저기 금발이 지화성 맞죠? 와, 미친….”
“주안아! 주안아, 누나야!”
방청객들의 웅성거림이 급격히 커진 가운데, AG물산회사는 빠르게 제일 앞 순서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물 빠진 검은 눈동자, 새하얀 피부.
금방이라도 초록이 가득한 숲속에서 가만히 눈을 뜰 것 같은, 부드럽고 단정한 인상의 연습생.
손재하.
‘미, 미친. 진짜 살아서 움직이는 재하다….’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손재하만 보였다.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생긴 얼굴은 차치하고, AG 남자 연습생 에이스 소리를 들으며 그가 고생했던 일을 AG 순덕인 그녀는 알음알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하지? 계속 응원하겠다고? 이번에 [타겟팅 스타>로 꼭 데뷔하면 좋겠다고 해야 하나? 내가 너 무대 서는 것만 계속 기다렸다고 얘기하면 너무 부담스러워하는 거 아니야? 와 씨, 미치겠네 진짜!’
“순서대로 인사하고 들어가실게요! 밀지 마세요!”
앞에 선 사람들부터 순서대로 연습생들과 하이터치를 진행하고, 각자 지금 떠오르는 말, 혹은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했던 말을 속사포처럼 뱉어 내기 시작했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연습생들이 듣는 말은 거의 청혼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시우야. 누나가 지금까지 너 공개됐을 때부터 계속 응원해 왔어. 진짜 데뷔하자!”
“원협 오빠. 우리 이번에는 진짜 잘될 거예요. …꼭. 오빠가 어디 있든 언제나 응원할게요.”
“류웨이. 이거! 이거! 중국어로 적었어요! 나중에 꼭 읽어 봐요!”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각자 자기가 인사하고 싶었던 연습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연습생들에게는 형식적인 말만 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었다.
“여, 열심히 하는 료타 되겠습니다아….”
“지화성입니다. 오늘 무대 재밌게 봐 주세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눈치 빠른 연습생들은 빠르게 자기 PR을 했고, 종종 그런 분위기에 넘어가는 방청객들도 몇 명 보였다.
“지화성 쟤 귀엽다. 키도 크고, 금발도 좋고….”
“저는 로건이 좋았어요. 포쉬(posh) 쓰는 거 진짜 잘 어울리네요.”
‘그래도 내 마음속에는 재하뿐이야. 물론, 재하랑 5명이 같이 데뷔하지만… 대충 AG 순혈 애들이랑 같이하는 거면 뭐가 됐든 상관없어!’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은 AG물산회사의 순서가 돌아오고, 그녀는 그렇게 기다리던 손재하와 독대를 하게 되었다.
“상암까지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손재하예요.”
“커헉….”
‘진짜 존나. 목소리까지 개잘생겼다!’
AG물산회사는 사정없이 얼굴로 공격을 해 오는 손재하에 정신이 혼미해져 잠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기억하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일단 제일 처음으로 할 말은….’
“재, 재하야. 너는….”
“네?”
“내가 본 남자들 중에 제일 잘생겼어.”
한 번 물꼬를 트니 거침이 없었다.
“아이돌, 연습생, 배우 전부 통틀어서 네가 제일 잘생겼어. 그렇게 생겼으면 그냥 길바닥에 드러누워서 숨만 쉬고 있어도 데뷔할 텐데 AG 기대주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에서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더 좋아. 네가 데뷔 못하면 ‘타겟팅 스타’ 사기라고 방송 공정위에 신고할 생각이야. 넌, 넌 진짜….”
AG 진성 팬인 내가 잡은.
“최고의 연습생이야….”
“…….”
AG물산회사의 벼락같은 고백에 두 눈을 끔뻑거리며 놀란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던 손재하는, 이내 사르르 녹는 솜사탕 같은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손재하는 AG물산회사가 여태 내밀고 있던 손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대며 진지하게 말했다.
“꼭, 데뷔할게요.”
이렇게 응원해 주셨으니까요.
“…….”
AG물산회사 머리 위로 두 명의 아기 천사가 날아다니며 나팔을 불어 댔다.
넌 이제 손재하 아니면 안 된다.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미친, 미친 미친 재하야!’
그녀는 그 이후 연습생들과 어떻게 하이파이브를 했으며, 무슨 대화를 했는지 떠올릴 수도 없었다.
그만큼 임팩트가 큰 첫 하이터치였으니까.
‘하, 이따 재하 무대 볼 때는 괜찮을지 몰라. 심장 터져서 119 불러야 할지도….’
“어어, 열심히 해. 응원할게.”
그리고 그런 그녀가 마지막 연습생에게 건성으로 인사하고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누나.”
“…어?”
그 연습생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마지막 자리에 서 있던, 유독 뾰족뾰족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양아치 미남상의 연습생.
“있죠, 이렇게 그냥 지나가기에는 제 이름이 좀 신기한데, 한 번 듣고 가실래요?”
“어, 어어… 그, 그럴까?”
면대면으로 거는 말에 약한 그녀는, 앞에 먼저 들어간 사람들을 한 번, 그리고 자신을 잡은 연습생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연습생이 미소 짓자, 눈매처럼 뾰족한 송곳니가 돋보였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자기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잘생긴 표정을 지으며 본인을 소개했다.
“저는.”
팀 결정 게임, 경찰과 도둑 최종 4인 베네핏으로 하이터치회 가장 마지막 자리를 우선 선점한…
“김춘용이에요.”
“푸, 푸훕!”
방심하고 있던 AG물산회사의 입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사람 이름 듣고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춘용!?
‘얘가 그 이름 촌스럽다던 걔구나!’
“아, 미안! 미안해! 비웃은 게 아니라―”
“아니에요. 제가 먼저 제 이름 신기하다고 얘기했는걸요.”
김춘용은 그런 그녀에게 유쾌하게 웃으며 눈웃음쳤다.
“그래도.”
이제 저 못 잊으실 거 같죠?
이름이 촌스럽고 양아치처럼 생긴 아이돌 연습생, 김춘용.
손재하만을 품고 있던 AG물산회사의 머릿속에 새로운 연습생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 * *
“네! 지금까지 선배인 레이디 스완을 멋지게 커버한 ‘캘린더’ 팀이었습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신나는 댄스곡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도 못해 봤는데요. 이야, 도입부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지금도 흥얼거리게 되네요.”
이전 중간 평가 무대는 스케줄 상의 문제로 미처 보지 못한 최가온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자기 이마를 훔쳤다.
[타겟팅 스타>의 오리지널 곡 Aiming의 단체 무대 이후로, 꽤 그의 생각보다 더 수준 높은 경연이 펼쳐지고 있었다.‘개인 연습생이나 다른 소속사에서 온 애들이 너무 많아서, 이거 괜찮을까 싶었는데….’
특히, 방금 무대를 마친 ‘캘린더’ 팀.
– 네가 다시 가까워질 날을 기다려
월요일, 그리고 화요일
일요일까지도 괜찮아
원곡인 ‘캘린더’는 모종의 이유로 멀리 떨어진 상대방을 기다리며 캘린더의 날짜를 하나씩 지워 가고 있다는, 레이디 스완 멤버들의 보컬을 살린 부드러운 R&B 발라드곡이었다.
그러나 이 팀은 곡의 화자를 멀리 떨어진 ‘상대방’으로 바꾸면서, 네게 돌아갈 날이 너무 기대된다는 가사로 바꾼 것이다.
– 네게 다시 곧 돌아갈 날을 헤아려
Monday, and Tuesday.
색연필로 그리는 매일
하이틴 분위기의 가벼운 교복. 느슨하게 묶은 넥타이와 스프레이로 꾸민 베레모 같은 소품들은 통통 튀는 키보드 음과 끝내주게 잘 어울렸다.
– 지워지는 날짜들
눈이 내리고 꽃 피는 봄이 다시 오면
내 곁에 있을 너를 떠올려
이렇게 절절하고 안타까운 가사가.
– 날아가는 일력들
눈이 녹으면 꽃 피는 봄이 오니까
내 품에 널 안고 We’re Flyin’
…완벽한 커플링 곡으로 재탄생하다니.
“우, 우와아….”
완전히 망해 버린 레이디 스완의 노래를 들고 왔다는 생각에 예능 보는 맛으로 기다리던 방청객들의 입이 벌어지는 건 물론.
“끄, 끄으읍… 우, 우리 백조들!”
오늘, 특별 멘토로 나온 도재찬이 눈물 한 방울을 뚝 흘린 걸 모든 방향에 있던 카메라가 전부 찍어 댔으니. 화제가 될 건 확실했다.
‘그 영국애가 편곡에 작사에 전부 힘을 썼다고 그랬지. 진짜 물건이네. 여기서 떨어져도, 사장님이 죽어도 계약을 하려고 하겠어.’
게다가 앞선 레오폴드를 커버한 ‘그림자’ 팀이 상대적으로 큰 변화 없이 원곡 그대로 무대를 하던 중, 댄스 브레이크 부분에서 김주안 연습생이 안무를 거의 통으로 날려먹는 바람에 더 비교되었다.
중간 평가 때는 꽤 잘했다고 들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내가 이런, 잘못, 아니… 흐윽…”
무대 아래로 내려가 창백한 얼굴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중얼거리는 김주안은, 누가 봐도 멘탈이 터진 모습이었다.
‘뭐, 그런 사정은 내 알 바 아니고. 어쨌든… 전체 1위는 확실히 캘린더 팀이겠네.’
이런 멋진 무대가 두 번째 순서라는 점에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최가온은, 앞에서 [빨리 진행]이라고 아우성치는 프롬프터를 보며 얼른 큐시트 속 다음 대사를 읊었다.
“이제 두 팀만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대4 대결팀 중 먼저 등장할 팀은― 세상에! AG의 자랑! AG의 역사인 솔로가수, 민시영 선배님의 ‘저 파도 너머의 우리’를 커버한 팀입니다!”
‘저 파도 너머의 우리’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이니, 아마 연습생답게 상큼한 마린룩과 함께 등장하겠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강한 남자 이미지의 2OCD 팀과 대비되는 효과를 누리면서, 직관적인 비교를 어렵게 만드니까.
‘씁, 그래도 레이디 스완 팀보다 더 낫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여기 이미지가 워낙 세련돼서….’
그러나 최가온의 그런 예상은.
“…어?”
어두운 무대 위로 우르르 나와 자리를 잡는 4명의 연습생들에 의해 아주 쉽게 깨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