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5)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5화
* * *
“아들. 너는 네가 나오는 프로그램인데 어떻게 제일 늦게 나오니?”
“아, 아니. 좀 피곤해서 그랬지… 시작했어?”
“아직, 와서 앉아. 과자도 좀 먹고.”
나는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어깨를 몇 번 주물러 주고는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았다.
누나는 등받이에, 엄마랑 아빠는 소파 아래에.
그리고 막내인 김나리가 세 명이 앉을 소파에 상전처럼 길게 드러누우면, 우리 가족이 거실에 모이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하….”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막 돌아왔을 때는 코 앞에 닥친 촬영 때문에 연습하느라고 이러고 있을 시간도 없었으니까.
“뭘 좋다고 웃어, 못생긴 게.”
“진심 개공감. 두 번 공감.”
“하하. 그래라.”
그래. 우리 엄마 딸들이 이렇게 숨 쉬듯이 나를 놀리는 것도 괜찮았다.
“어쭈. 웃어? 농담 같냐? 너 지금 자다 깨서 진짜 개못생겼어. 이런 게 어떻게 아이돌을 할까 싶어. 우리나라 아이돌 산업 미래가 걱정된다.”
“…….”
“내 말이. 내가 친구들이랑 같이 연습생들 프로필 봤거든? 농담 아니고 오빠가 제일 못생김. 아이돌 연습생이 아니라 걍 양아치.”
“…….”
“그니까. 눈꼬리가 쭉 찢어져서 말이야. 우리 반에 김춘용 같은 학생 있었으면 한숨부터 나왔다, 진짜.”
앞에서 했던 말 취소.
…내가 돌아와서 올린 외모 스탯이 얼만데 못생겼다는 거야?
퍽퍽-
“나 안 못생겼거든? 둘 다 장난해?”
내가 울분을 터뜨리며 소파 팔걸이를 퍽퍽 때리자, 누나와 김나리가 깜짝 놀란 척을 하며 나를 놀리는 것에 더 열중했다.
“오, 화낸다. 화낸다.”
“화내니까 진심 양아치 그 자체. 오. 아주 누나 한 대 치겠다?”
“우리 셋 다 엄마 아빠 똑같거든? 내 얼굴 욕하는 건 자기 얼굴에 욕하는 거거든?”
“뭐래. 우리가 너랑 같아? 나리야. 때리자.”
“오키. 언니가 팔 잡아.”
“얘들아, 제발 조용히 티비 좀 보자! 그리고 춘용이 오랜만에 보는데 왜 이렇게 괴롭혀!”
둘은 엄마에게 등짝을 한 대 씩 맞고 나서야 나를 놀리는 걸 멈췄다.
‘엄마 짱.’
나는 둘 몰래 엄마에게 엄지 손가락을 척 올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타겟팅 스타> 촬영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내가 이렇게 휘둘리지 않았는데. 가족들이라 그런가.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어쩔 수 없이 자꾸만 가족들 앞에서는 약해졌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익숙해지면 예전처럼 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너무도 꿈만 같아서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딱 적절한 시점에 촬영 내내 지겹도록 들어온 [타겟팅 스타>의 오리지널곡, ‘Aiming’이 티비에서 흘러나오고.
“어, 시작한다.”
-“데뷔라는 꿈을 향해, 쏴라!”
이제는 익숙한 얼굴의 MC 최가온이 등장하며, [타겟팅 스타>의 첫 방송이 시작됐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느물느물하게 풀린 표정을 다시 굳히며 침착하게 화면을 살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자그마한 글씨가 박혀 있었다.
[타겟팅 스타> 첫 방송 기념 150분 특별 편성! [타겟팅 스타>의 첫 방송은 1화와 2화가 연속으로 방영된다.연습생들의 등수 평가를 하루 안에 전부 공개함으로써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는데, 이게 모든 연습생의 분량이 같다는 뜻은 또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확인해야 하는 건 두 개.
내 분량과 등장 지점은 어디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편집이 되었는가.
아이돌 생활 7년 차. 그리고 방송국이 기피하는 악성 멤버로서 그 연수를 대부분 채운 나다.
“아… 통편집이잖아. 이럴 거면 대체 왜 오라고 부른 거야? 그냥 숙소에서 술 마시게 내버려 두지….”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편집, 혹은 아예 가시화를 하지 않는 편집. 혹은 평이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편집. 전부 다 겪어 봤다 이 말이다.
그리고, 그 비교군이 되는 예시는.
– “안녕하세요, 연습생 손재하입니다.”
역시 AG 순혈들이겠지.
재하 형, 지화성, 장시우, 안진우와 같은 한국인 AG 연습생들이 어거스트 지하 연습실에서 함께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 “서바이벌이라니, 너무 무섭고 겁도 나지만… 이게 아니면 안 돼요, 저는. 진짜 이걸로 데뷔해야 돼.”
– “우리, 진짜 열심히 해서 다 같이 데뷔하자. 셋 하면 파이팅이야. 하나, 둘―”
– “파이팅!”
– “아, 너무 빨랐잖아!”
넷이서 도란도란 [타겟팅 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연습생들’ 같은 자막이 붙고, 등수 평가 무대로 이어지면서 컷.
“어우. 잘됐으면 좋겠네, 쟤들은….”
“그러게. 재하? 손재하. 잘생겼다, 쟤.”
굳이 휴대폰을 들어서 SNS와 커뮤니티를 살필 것도 없이, 우리 가족들의 말만 들어도 그들을 향한 반응을 살필 수 있었다.
“진짜, 개귀엽다….”
나는 화면 속에서 수줍게 웃는 시우를 보며 중얼거리는 김나리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는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원래도 잘생기고 귀여운 연습생들한테 편집으로 힘을 팍팍 실어 넣으니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지.
밀어줄 연습생들을 어떤 식으로 보여 주는지 확인했으니까, 중요한 건 이제 내가 어떻게 나왔느냐인데.
“씁….”
“뭐야, 김춘용. 긴장하냐? 꼴에?”
“누나 진짜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나….”
“걔네가 너냐? 니 앞가림이나 잘해라.”
진짜 저 입, 입.
나는 누나를 향해 아주 크게 한숨을 내쉰 후, 내가 앉은 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내 이전 순서를 기억해 보았다.
이제 진우까지 나왔으니까, AG 글로벌 연습생들 나오고, 한 10번째쯤이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는 어떠려나.
그래도 제작진 반응이 나쁘진 않았으니까. 한 8번째쯤이지 않을까?
내가 내 순서가 언제쯤일지 예상하느라 잠깐 시선을 다른 곳에 둔 그때, 별안간 누나가 내 어깨를 잡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어? 야, 김춘용! 너다!”
“어, 어? 뭐라고?”
“저거저거. 뒷모습부터 껄렁한 게 딱 넌데?”
“…에?”
진짜였다.
발만 비추고 있는 카메라 앵글 속 익숙한 스니커즈, 몸에 걸친 까만 블루종과 약간 달라붙는 진까지.
– “안녕하세요, 봄 춘! 용 용! 김춘용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왜 이렇게 빨리 나오지?
AG 한국인 연습생들 바로 다음이 나라니?
– “아, 이름이 너무 촌스러운가요? 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화면 속 나는 약간 쑥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이름이 촌스럽다’라는 문윤하의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유도리 있게 넘기고 있었다.
아니, 게다가 문윤하가 어그로 끄는 저 부분, 편집할 줄 알았는데 그대로 넣었잖아?
“하, 하하….”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나를 보는 내내 자꾸만 헛웃음이 흘렀다.
내가 전파를 타는 모습이야, 10번이고 100번이고 봐서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덜컥 다가온 앳된 내 모습이 좀 당혹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푸하하학!”
나는 화면에다 손가락질을 하며 마구 웃어 대는 누나와 나리의 팔을 한 번씩 밀며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애썼다.
“웃지 마! 웃지 말라고!”
이전에는 이틀 휴가 때 집에 안 오고 숙소에 있어서 몰랐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내 벌건 얼굴과 화면 속 잘 꾸며진 모습을 번갈아 보던 가족들은 아주 포복절도를 해댔다.
“아니, 넌 그럼 안 웃기겠냐? 내 동생이 저기 나가서 저렇게 안 어울리는 아양을 떨고 있는데? 아, 개웃겨. ‘제 이름이 촌스러운가요?’ 이러고 있네!”
“내 말이. 와, 헤어에, 얼굴에. 풀메 하고 간 거 봐. 오빠 니가 신부냐? 신부 화장을 했네, 아주.”
“그럼 맨얼굴로 나가냐? 너 그랬으면 나 못생겼다고, 쪽팔린다고 할 거잖아!”
“어우, 크흡. 우리, 우리 아들 잘생겼지….”
“아빠! 아빠도 그러기예요!”
버럭거리는 내 목소리에 여자 형제들은 물론, 부모님마저 입을 막고 웃음을 참아댔다.
나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마구 문지르며 애써 그 모습을 못 본 척했다.
그래, 괜히 열내지 말자. 모니터링은 중요한 거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니까. 저 인간들도 쭉 보면 익숙해지겠지.
게다가, 내 착각인가 싶어서 방송분을 계속 주의 깊게 봤는데, 착각이 아니었다.
[김춘용 연습생의 독특한 무대에 술렁이는 장내!>내 분량이… 괜찮다.
– “우리 크루… 들어오면, 좋겠어요.”
–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요. 그래도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수줍어하는 김춘용 연습생… 설마하니 그린라이트?>일단 진다솔과 꽤 괜찮은 케미를 보여준 것 하며. 문윤하에게서 이름으로 꼬투리 잡히는 건 소소한 유머 포인트처럼 보였고, 민시영 선배님께 한 소리를 듣는 것도 뭐, 이 정도면 과하지 않았다.
– “…저는 이 무대에 점수를 줄 수 없어요. 최하점을 드릴 겁니다.”
– “…나는, 100점 줄 건데.”
– “어어….”
[상반된 평가에 당황하는 김춘용 연습생…!> [두 심사위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오히려 내게 흥미를 보이는 진다솔과 민시영 선배님의 미묘한 기류에 더 집중을 해서, 나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같은 모습이었다.
‘그’ 주철영이 나를 좋게 본 건가? 이렇게까지 해 줄 정도로?
이전에는 내가 4차 경연에서 제대로 두각을 드러내기 전까지 거의 수납되다시피 했는데.
“쓰읍….”
어쨌든 좋은 일이었다. 방송 초장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시청자들 기억에도 잘 남을 테고 말이다.
덕분에 나는 다른 연습생들이 어떻게 방송에 나왔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 “방유찬 연습생 목소리는 정말… 보석 같네요. 근데 잘 부르기까지 해. 흔하지 않아요, 이런 경우는.”
– “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춤을 못 춰서요! 노래라도 잘 해야 하지 않나 싶고, 그렇네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 방유찬 연습생의 멋진 모습!> [그래도 춤 연습은 더 해야할 듯?!>화면 속 유찬 형의 모습은 내가 이전에 봤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직 제대로 관리받지 않아 풋풋한 모습. 깎지 않은 원석 그 자체.
“엄마는 저 친구가 너무 마음에 드네. 응? 애가 참해. 근데 막 참한 것보다도….”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의 드물게 수줍은 목소리에 아빠가 두 눈을 치뜨고, 나는 그 둘 사이에 슥 내려앉으며 엄마를 향해 소곤거렸다.
“엄마. 나 저 형이랑 친해. 나중에 집에 데리고 올게. 밥이라도 같이 먹자.”
“어머! 고기 구워야겠다, 얘.”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어.
우리 집은 여자들이 꽉 잡고 있는 집이라고.
이후로 나온 연습생은 외국인 연습생 위주. 일본에서 온 츠바사와 료타, 그리고….
– “Thank you!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할게요!”
류웨이의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 1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환하게 웃으며 심사위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로건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살짝 놀랐다.
나 때문에 편집 순서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로건이 이렇게까지 좋은 순서를 받다니.
아니, 어쩌면 원래 이렇게 받았어야 했는데, 그때는 못 받은 건가.
집으로 오기 직전, 류웨이와 가오옌의 대화를 들은 후라서일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로건이 눈에 밟혔다.
‘저런 애가 다음 경연 후에 하차를 한단 말이지.’
일단은, 더 대화를 해 보든, 뒤를 파 보든 해야 할 거 같지만….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슬쩍 티비 위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쾌활한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 한 화 더 남았는데. 뭐 다른 거 먹으면서 볼까? 치킨?”
“어어, 아이돌 연습생이 막 치킨 먹네? 체중 관리 안 하냐?”
“나 먹어도 안 찌는 타입이라 괜찮아.”
“진짜 한 대 치고 싶다.”
“먹을 거지? 그럼 내가 나가서 포장해 올게. 포장하면 이천 원 할인해 주더라.”
“그래. 니 돈으로 사와라.”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현관 밖으로 나온 나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빠르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뿅!
– X: 야 너 반응 보게??
– X: 내가 너 방송 보는 동안 먼저 확인해 봤는데
– X: 이거 예고편 때랑은 차원이 다른데?? 보면 안 될 거 가튼데?? 내 생각에는 비추비추 >_[
그런 내 생각을 어떻게 안 건지, 엑스에게서 만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나는 센서가 오락가락하는 아파트 복도에 털썩 주저앉으며 느리게 답장을 보냈다.
– 김춘용: 아이돌 짬이 있지 이런 걸로는 멘탈 안 나간다 ㅋㅋ
그래. 이제 막 1화 방송이 끝난 지금.
완전히 팬덤화가 되기 전, 가장 날것의 방송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이걸 제대로 보고 확인해야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방송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 선택권은 없다.
“…뭐. 무대에서 토한 날보다야 더 하겠어. 첫 방송인데.”
목울대를 한 번 울렁이고, 나는 커뮤니티 제일 상단에 있는 게시글 [타겟팅 스타 ㅅㅂ 이거 쩌네ㅋㅋ]을 눌렀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