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6)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6화
* * *
10분 가량의 광고가 끝나고 [타겟팅 스타>의 2화 방영이 시작된 지 20분 무렵.
치킨 배달을 사서 맡았던 김춘용이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아니 너 이 자식 무슨 치킨을 닭 잡아서 만들어 온… 뭐야?”
김보미는 제 동생을 향해 사정없이 갈구는 말을 던지려다가, 어딘가 파리하기까지 한 김춘용의 얼굴에 말을 멈췄다.
“김춘용. 너 꼬라지가 왜 그래?”
“뭐가….”
“아니, 누구한테 안 보이는 곳 한 대 맞기라도 한 얼굴인데? 완전 크리티컬당했는데? 엄마. 이거 얼굴 좀 봐봐. 그치.”
“으응? 그러게. 춘용이 얼굴이 안 좋네. 밖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냐! 지,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오랜만에 집 주변 오니까 좋아서 그래.”
“아무리 봐도 구란데 저거….”
김춘용은 애써 미소를 지어 가족들을 안심시키고는 포장해온 치킨을 테이블에 정리했다.
치킨을 사기 전, 산 후. 오며 가며 확인한 1화의 네티즌 반응.
[ㄷㄷ 어떻게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김춘용? ㄷㄷ 어떻게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김춘용?] [⎿이 이름으로 당당하게 나온 용기에 한 표를 보낸다…] [그래도 웃는 모습은 ㄱㅊ다 아님? 글캐 나쁘진 않은데] [⎿인상이 저렇게 날카로운데 안 웃으면 큰일임 ㅁㅊ ㅋㅋ]뭐, 이것 말고 욕도 있고, 더 좋은 말도 있었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나쁘진 않았지.’
김춘용은 닭목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악성 멤버 당시에 보고 들었던 욕과 악플이 너무 많아서인가.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았다. 도움이 될 것도 많았고 말이다.
악플이라면 [렉쓰레기 빨리 탈퇴해서 가드레일이 머리 박았으면 좋겠다]나, [이 개양아치 같이 생긴 새끼 분명 아직 있던 학폭 안 터진 거임] 정도는 되어야 기억에 남지.
그렇지만, 그런 멘탈을 겸비한 김춘용이 얼굴에 수심을 드리운 이유가 있었으니.
“그… 있잖아.”
“뭐야, 가위바위보 안 해?”
“일단 뇌물로 받고, 나 질문 하나만 들어주라.”
결국 김춘용은 슬쩍 닭다리를 하나씩 건네 주고는 가족들에게 결국 ‘그’ 이야기를 묻고 말았다.
“뭔데. 뭐길래 이렇게 아부를 처해. 짧고 굵게 말해라.”
“이런 걸 준다고 구라칠 생각 없어, 난.”
“그러니까, 내가 계속 생각해 봤는데….”
김춘용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어딘가 걱정되고,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게 표정으로도 전해졌다.
덩달아 약간 진지해진 가족들은 그런 김춘용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대체, 뭐길래 저런 상태인 건데?
제 얼굴을 손으로 몇 번 문지르고, 한숨을 2번 내 쉰 김춘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이 진짜….”
그렇게 촌스러운가?
그 문장에 그 이름을 지어준 당사자, 세 남매의 부모가 얼어붙고, 김보미와 김나리가 입을 틀어막았다.
“커흐읍….”
웃음을 참기 위해서였다.
“난 너무 좋거든? 근데 왜 다들 촌스럽다고 그러지? 춘식, 용팔. 이런 선상에 있을 이름은 아니지 않나? 진짜 솔직히 얘기해 주라….”
김춘용이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그를 향한 비아냥이나, 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제목: 타겟팅 스타 이거 ㅁㅊ 쩌네ㅋㅋ내용: 아니 우연히 동생 보는 거 뒤에서 보는데 무슨 연습생 이름이 춘용? 이라는데? 김춘용? 개촌스러워서 죽어도 못 잊어버릴 거 같음] [⎿아 ㅆㅂ 어떻게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춘용 ㅋㅋ]
예고편에도, 첫방에도 따라다니는 김춘용의 이름을 향한 뜨거운 반응.
생각도 못한 방향으로 나온 반응에, 대놓고 제목이 [지금 가오옌 이름이 중요함? ‘김춘용’이 있는데?]인 글은 눌러 보지도 못 했다.
‘엑스와의 계약과 관련된 것도 아니고, 류웨이나 로건 일도 아니고. 이런 걸 신경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 봤는데.’
닭날개를 입에 밀어 넣으며 김춘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이름이 춘용인 게 뭐가 어떤데….”
푸흡-
“아, 진짜 콜라 마시는 데 웃기지 말라고!”
“김나리 너 지금 내 이름이 웃기다고 얘기한 거야?!”
“피해 의식 쩐다, 진짜!”
그렇게 김춘용이 가족들에게 여러 고민들을 풀어놓으며 자신을 향한 이야기와 연습생들의 반응을 차차 살피는 사이.
뮤직데이즈의 한 사무실에서도 [타겟팅 스타>에 관한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었다.
* * *
이현정은 무표정을 고수하며 그녀 앞에 있는 거대한 화면을 면밀히 살폈다.
거기에는 장시우가 첫 등수 무대를 마친 후 짧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 “앞으로도, 좋은 무대 많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아….”
개인 인터뷰실 조명이 살짝 어두워서일까. 장시우의 눈물점이 돋보이지 않았다.
그걸 빠르게 체크해 ‘개인 인터뷰실 조명 조절’이라고 코멘트를 쓰는 이현정의 얼굴에 쓴 웃음이 드리워졌다.
“…개같은 인간.”
“그래도 첫방인데, 우리 애들한테 관심이 좀 가게 해 줘야죠.”
“네? 벌써 거의 다 편집이 끝났는데….”
“우리가 보통 사이인가? 서로 좋자는 건데.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요. 편집 그게 뭐라고. 나는 우리 원석들을 제공했잖아.”
첫방 방영 일주일 전에 갑자기 떨어진 도재찬의 부탁 아닌 부탁 때문에 편집팀이 얼마나 갈려 나갔던가.
“얘들아. 지금부터 AG 순혈 애들 부분 전부 다 다시 편집한다.”
“작가님, 차라리 죽여주세요!”
그리하여 제작진은 AG 연습생들의 분량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때려 넣었다. 그래야 도재찬 사장이 만족할 테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는 AG를 향한 시위이기도 했다.
AG 연습생들을 위한 넘치는 분량이, 오히려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번 보라고.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저희 47.5초남이 이렇게나 무대를 잘합니다 여러분ㅠㅠㅠㅠㅠ #손재하 #데뷔해] [ㅇㅇ @DANFOAKDFJ
와솔직히son재하는인정; 걍얼굴마담인줄알았는데노래도잘하고춤도잘추네] [깜고킬러 @BLACK_catneeeero
ㅇㅋ 오늘부터 애기고영시우♡한테 인생 베팅 즉시 on 카메라 장만한다] [제목: 지화성 개미쳤다
글쓴이: ㅇㅇ
조회수: 3059 (HOT!)
직접 믹싱을 하는데 무려 거기에 자작랩까지 할 수 있는 19살 금발남? 이 남자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 ㅆㅂ…
얘들아 기억해 주라 [타겟팅 스타> 금발 고딩 지 화 성] [⎿난 솔직히 안진우 얼굴이 더 취향인뎁;;] [⎿(작성자) 아 엄마 폰으로는 지화성 뽑고 니 폰으로는 안진우 뽑으면 되잖아 ㅡㅡ]
“어휴. 귀엽네, 귀여워.”
이것만 봐서는 도재찬의 의도대로였다. 그러나 이현정은 이게 반응의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휴대폰 왼쪽 상단을 향했다.
예고편만 올렸을 때는 굳이 들어가지 않았던, 회원 전용 게시판.
글 3개 이상, 그리고 댓글 20개 이상을 달아 등급 업을 마친 뮤직데이즈 계정으로 캡처 금지가 걸린 게시판으로 들어가자, 숨겨진 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AG 순혈들 서사팔이 너무 심한 거 아님? 좀 역해 ;; 뭔 지들끼리만 벌써 똘똘 뭉쳤대] [⎿내 말이… 뭐 강한 돌만 살아남는다고 그랬었나? 근데 다른 돌들은 볼 시간도 없는데요 ㅋㅋㅋㅋ] [⎿ㄹㅇ 아니 타기획사랑 개인 연습생들 너무 홀대하는 거 아님?? 난 이렇게 되니까 오히려 다른 연습생들 응원하고 싶음] [아니 일단 기본적으로 타연생들이랑 비교해서 글캐 잘하나? 난 모르겠음 ㅋ 걍 AG 특수지]커뮤니티뿐만이 아니었다. 좀 더 쉽게 익명의 탈을 쓸 수 있는 SNS에서는 더 신랄한 글이 쏟아졌다.
#타겟팅스타 #AG연습생 억지 서사팔이 사지 않습니다 소비하지 않습니다 응원하지 않습니다 AG 불매합니다] [너죽고나죽고 @killlllkillll
An지누 덧니 뭐임? 사진이랑 너무 다른데? 저런 애가 AG 순혈 ㅋㅋㅋㅋ 수준 나오죠?] [⎿ㅁㅊ놈 인신공격 오져 ㅋㅋㅋㅋㅋ] [⎿아 이게 서바이벌 보는 묘미라고 ㅋㅋㅋㅋㅋ]
“하하….”
이현정은 약간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가기를 눌렀다.
제작진 측에서는 미리 다 예상했던 글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보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벌써 두 달이나 보아 온 연습생들을 향한 비판도 아닌, 비난이었으니까.
…고작해야 그들을 5분 내지는 10분 본 사람들이 쓴.
‘그래도 봐야 돼. 우리는 사람들 반응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안 보잖아? 도태되는 거야!’
이런 것도 결국 방송을 향한 바이럴이 되고, 시청률이 된다.
주철영이 그녀에게 알려준 사실이었다.
‘뭐. 어쨌든 분량이 없는 것보다 많은 게 좋은 건 사실이야.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 없어. 그 애들도 이게 좋기야 하겠지.’
그녀는 피곤한 두 눈을 부릅, 뜨며 다른 연습생들을 향한 반응도 침착하게 살폈다.
[영국남자좋아합니다 @logaaaanUKUK(동영상) (재생수 27K)
나 얘 때문에 계정 새로 파서 왔다… 한국 남돌 서바이벌에서 기타 메고 자작곡 부르는 영국남자 어떤데 ㅁㅊ 근데 분량 개짧아 ㅆㅂ 거지 같은 방송국 새끼들] [아니 성원협이 ㄹㅇ 개힘든 연생 생활을 보냈네… 데뷔조 두 번 잘리고 서바이벌? 나 같으면 그냥 울면서 공시쳤다 넌 진짜 뭘해도 된다 원협아] [⎿이런 애를 더 길게 보여줘야 했는데 ㅠㅠ]
AG 연습생들보다 힘을 뺀 편집을 받은 연습생들의 평가는 확실히 담백한 편이었다. 서사에 집중하기보다는 무대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줬으니까.
[ㅇㅇ @DNAAPEJFK(동영상) (재생수 5.4K)
아 ㅆㅂ 동생 때문에 남돌 서바 새로 하는 거 보는데 이새키 ㅈㄴ 웃김 ㅠㅠ 반주도 춤도 준비 안 했는데 개당당하다… 요즘 아이돌 지망생 나는 진짜 모르겠다] [⎿어떻게 이름도 가오옌 ㅠㅠ]
주로 외국인 연습생들, 혹은 경력이 짧은 연습생들을 위주로 전개되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거의 다 웃음을 동반해 SNS 반응을 얻으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약간 더 컬트적인 반응을 끌어낸 연습생이 있었으니.
[제목: 지금 가오옌 이름이 중요함? ‘김춘용’이 있는데?글쓴이: 어쩔저쩔
조회수: 67224
(사진) (사진)
아이돌 연습생 이름이 김춘용? 진짜 개킹받는다 ㅁㅊ
글고 민시영한테 쿠사리 뒤지게 먹음… 얘 앞길이 앞으로 암담한 듯ㅋㅋㅋㅋㅋ 손재하처럼 개잘생긴 것도 아니고 좀 양아치상이라서 ㅠ 호불호 싸악 갈리죠? 스슈 언니들 얼굴만 보고 벌써 패러 가고 있죠?]
주 피디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김춘용. 이현정은 그의 이름에 집중하며 게시글을 읽어내렸다.
‘피디님께서 그렇게 기대를 하신 것치고는 안 좋은 말뿐인 거 같은데….’
그러나 해당 글의 댓글을 확인하자, 이현정은 제 피곤한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치고는 진다솔이 좋아서 죽을라 그러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좋았음…] [⎿(작성자) 그니까 나 솔직히 재능충 좋아해서 마음에 듦… 글고 저런 양아치상 좀 수요상 ㅋㅋ] [⎿민시영이 저렇게 평가한 것도 사실상 바이럴 아냐? 오히려 민시영한테 욕 먹은 연습생이라고 다 기억할 듯 ㅋㅋㅋㅋ] [ㅈㄴ 동의함 이름이 김춘용인데 민시영한테 털리기까지 했대 근데 진다솔에게는 뜨거운 구애를 받는대 [ 스타성 미.쳤.다]‘…그렇게 안 좋지도 않네?’
[춘며들다… @springdardar아니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서 계정팜 ㅁㅊ 김춘용이 뭔데 내가 왜 쟤를 자꾸 보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입덕을 외치고 있는 글부터 해서.
[늘봄미르 @NBML__0000#타겟팅스타 #김춘용 #용용이
(동영상)
진다솔 댄서님께 칭찬받아서 놀란 볼매 춘용이 보고 가세요 ♡]
…벌써부터 치열한 영업 전쟁을 펼치고 있는 ‘순덕’ 계정까지.
물론 AG 연습생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완전히 납작하게 깔려 있는 반응과는 아예 달랐다.
그러니까, 마치 주 피디가 했던….
“이 작가. 스타는 원래 까와 빠 둘 다 미치게 만드는 거야!”
그 말처럼.
‘김춘용 연습생이 정말 이런 식으로 반응이 오다니…. 이래서 피디님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미다스 손 듣는 건가?’
이현정의 스크롤이 천천히 멎었다.
연습생들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익명의 대화 부분이었다.
“…이대로라면 진짜 뮤데 서바이벌 중에 [타겟팅 스타>가 시청률 제일 높게 나오겠는데?”
현정은 자기 앞으로 떨어질 장기 휴가를 떠올리며 피곤한 낯으로 실실 웃어댔다.
어느새 연습생들을 향한 신랄한 반응은 잊은 채로였다.
‘보라카이로 갈까, 아니면 세부… 어쨌든 부디 한국말이 안 들리는 곳으로 가야겠어.’
“꽤 괜찮게 뽑혔네, 1화. 시청률이 괜찮아, 응?”
“아, 피디님.”
어느새 현정의 뒤로 불쑥 다가온 주철영 역시 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역시, 편집을 이런 식으로 해 줘야 반응이 온다니까. 처음부터 애들 싸우게 시키고, 그런 거 해 봤자 소용이 없어.”
“그런가요?”
“그래. 일단은 사랑하게 만든 다음에 싸우게 해야지. 우리 계획대로 2화부터 슬슬 보여주면 돼. 2화에 갈등 요소 싹 밀어넣은 게 잘한 거야.”
제 턱을 연신 쓰다듬던 주철영은 문뜩 무언가 생각난 표정으로 현정에게 말했다.
“…아직 AG 측에서 전화 온 거 없지? 뭐, 도재찬 사장이라든가. 그쪽 신인 개발팀 사람이라든가.”
“아마 다 생방 모니터링 중이라 끝나고야 올 거 같아요. 게다가, AG 애들 분량은 꽤 챙겨 뒀으니까 꼬장도 안 피울 거 같고.”
“그건 좀 다행이네. 이제 1화 올라가서 그런가, 슬슬 쫄리는데….”
주 피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정의 손에 들려 있던 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두 쌍의 시선이 거기에 박히고, 주철영와 이현정 둘 다 난감한 얼굴을 했다.
“…이런 망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AG 신기호 이사]호랑이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