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3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34화
내가 본래 알고 있던 류웨이는, 팬들 사이에서 ‘북경 얼음 요정’ 소리를 들으며, 자기가 맡은 포지션에서 뛰어난 능력치를 보여 주는 재능 멤버로 적당히 인기몰이를 하던 녀석이었다.
메인 댄서 포지션인 만큼 보증되어 있는 춤 실력, 그리고 정말 얼음처럼 똑소리 날 것 같은 시원시원한 외모.
[시베리아얼음바람 @FNASPOJA2294아ㅆㅂ 렉쓰레기만 없으면 우리 류류♡ 댄브 분량 더 늘 텐데 존나 빡치네 무도움민폐충렉쓰레기 진심 탈퇴 언제함? 죽어 죽어 ㅆㅂ]
…게다가, 악성 멤버인 나의 무대 태도는 류웨이 팬들이 류웨이를 향한 사랑을 더 불태우게끔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고.
어쨌든, 류웨이는 탈퇴 전까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영업 포인트가 ‘북경 얼음 요정 입만 열면 웅냐냐 강아지임’일 정도로 살짝은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곤 했는데….
“시간 낭비하게 하기는.”
한국말 완전 잘하잖아?
나는 내가 알던 류웨이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걸 느끼며, 둘의 대화에 조금 더 집중했다.
“그래. 좋다. 지금부터 네가 하려는 말을 듣겠다, 류웨이. 역시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해야 하지, 암.”
가오옌의 호방한 발언에, 손가락 끝을 탁탁 튀기며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보인 류웨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오옌. 나는 이 프로그램으로, 이 나라에서 데뷔를 해야 한다.”
“무슨 헛소리냐? 나도 해야 한다, 이 멍청아.”
“아니, 너는 ‘하고 싶다’ 쪽이겠지. 나는 해야 하는 거다. 내 데뷔에 엮인 사람이 좀 많아서.”
류웨이의 말이 비상계단을 작게 울렸다. 비장하기도 하고, 담담하기도 한 그 목소리에는 많은 의도가 담겨 있었다.
“… 내 뒤를 봐주는 녀석이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그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신, 중화인인 네게 괜찮은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한다.”
“쓸데없이 영화 따라 하지 말고 본론만 말해라, 류웨이.”
“필요한 순간에, 연습생 두 녀석의 이미지를 좀 망쳐 줬으면 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네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알려주지. 대상은,”
너희 방에 있는 로건 리와…
김춘용.
“…끄흡.”
몰래 듣는다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긴장해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갑자기 내 이름이 튀어나오다니?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가오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얼떨떨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춘용 형과 로건? 이미지를 망친다고? 류웨이, 지금 이게 무슨 소리다?”
“그들 주변인 중 나를 도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깎아 줄 사람이 필요해. 내 안정적인 데뷔를 위해서. 리밍쉔은 그 녀석들과 같은 방이 아니니까. 네가 적격이지.”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미 무대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안정적인 데뷔권인 류웨이가, 가오옌에게 음흉한 견제를 제안한다고? 같은 연습생에게?
무엇보다.
…재, 뒷배도 이미 충분하잖아?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이 장소에 오로지 자신과 가오옌만 있다고 생각한 류웨이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물론 아무 조건 없이 해 달라는 소리는 아니다. 네가 이 서바이벌 이후에 데뷔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어. 게다가 우리 부모님께서, 홍콩에 있는 네 가족들의 사업을 도와줄 수도 있겠지. 이 정도면 괜찮은 조건 아닌가?”
“네 도움 없이도 난 데뷔할 수 있다, 류웨이!”
류웨이의 말에 화가 잔뜩 난 가오옌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럼 너희 가족은?”
그 앞에 선 류웨이는 여전히 차가웠고.
둘의 대화는 마치 얼음과 불이 맞닿은 것만 같았다.
“너희 가족. 계속 중국 땅을 밟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글쎄, 주 계좌가 동결된 건 많이 힘들 텐데. 아무리 풍족한 사업가 집안이라고 해도 말이다.”
“비겁하게 우리 가족을 가지고 협박하는 거냐?”
“말했잖아. 협박이 아냐. 제안이지.”
로봇처럼 딱딱 떨어지는 발음의 한국어로 대답한 류웨이가 비릿하게 읊조렸다.
“굳이 수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네게 먼저 얘기를 꺼낸 이유는… 네가 중화인이고, 이전에 우리가 안면이 있었다는 걸 높게 샀다는 점. 그걸 알아주면 좋겠네.”
“류웨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다? 너는 이미 잘하고 있다! 네 실력을 무대에서 잘 보여주기만 한다면 될 텐데, 왜?”
“…이건 그냥 발판이니까.”
발판.
류웨이 입에서 나온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어떤 기억에 이를 악물었다.
[‘탈퇴 발표’ 애로우즈의 류웨이.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건강상의 문제다’] [지병으로 한국 떠난 류웨이, 본토에서 다시 날아오르나? 중국 로맨스 드라마 ‘복숭아꽃 아래’ 남자 주인공 발탁!] [中 스타 류웨이, 인터뷰 논란…….’한국이 품기에 나는 너무 큰 존재였다’]빠득, 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다행히도 가오옌의 어처구니없어 하는 목소리가 더 커서 그들에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다?”
“이 나라에서의 데뷔는, 단지 중국으로의 금의환향을 위한 발판이라고 했어. 발판이 낮으면 좋지 않지.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생각이거든.”
그가 하는 말의 뜻은 따지고 들 것도 없이 명확했다. 애로우즈 멤버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던 와중, 탈퇴 후 중국으로 간 류웨이는.
…애초에 데뷔도 하기 전부터 팀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벽을 짚은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매슥거리는 속에 구역질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절대 수락하지 않을 거다. 이 나쁜 놈. 로건과 춘용 형은 나의 친구다. 그리고 사업 투자? 그런 더러운 돈 없이도 우리 가족들은 사업을 잘한다, 痴線(씨발)! 이건 서바이벌이다. 정정당당하게 자기 실력으로 데뷔를 해야 해!”
“…你的回答我听清楚了,香港人。(…네 대답은 잘 들었어, 홍콩인).”
가오옌의 호쾌한 거절, 그리고 류웨이의 작아지는 중국어를 들으며, 나는 빠르게 비상 계단에서 벗어나 아까 캐리어를 세워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 짐 주변을 서성이고 있던 메인 작가, 이현정이 서있었다.
“어머, 김춘용 연습생. 이거 그쪽 짐인가요? 계속 여기 있길래, 수거할까 했는데…”
“아! 제, 제 거예요. 네. 집으로 가지고 가려고요.”
“…얼굴이 창백한데, 괜찮아요? 무슨 일 있나?”
계속해서 카메라 너머로 나를 지켜보던 사람이라 그런가. 얼굴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는 이현정의 가벼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말을 골랐다.
말할까? 류웨이가 지금, 다른 연습생을 이용해서 나를 떨어뜨리려고 한다고?
그렇지만 류웨이는 그냥 연습생에 불과한데? 그걸 내가 어떻게 증명하지?
게다가 말했는데, [타겟팅 스타> 제작진과 류웨이의 뒷배가 이미 말을 맞춰 둔 상태라면?
이미 온갖 경우의 수가 바다를 이루고, 몇 번 입을 벙긋거리던 나는….
“…체해서 그런가 봐요! 오늘 무대 때문에 너무 긴장을 했나, 하하.”
일단은 입을 다무는 걸 택했다.
“그래요? 1층 106호 연습실 옆에 의무실 있어요. 거기 가면 소화제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틀 있다가 뵐게요, 작가님!”
“뭘요. 푹 쉬고 와요. 첫방 재밌게 보고요. 저희도 연습생들 잘 보여 주려고 열심히 편집했으니까.”
이현정과 대화를 마친 나는 캐리어를 끌고 건물 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왔다.
류웨이, 애로우즈. 탈퇴, 악성 멤버인 나. 새롭게 데뷔할 애로우즈.
여러 단어가 한 곳에 섞여 뒤죽박죽되었다. 그러곤 곧 하나의 문장이 되어 뇌리에 처박혔다.
내가, 그리고 애로우즈가 역사상 최고의 케이팝 아이돌이 되려면.
…후에 자기 나라로 튈 계획 만만인 류웨이를 어떻게든 해야 한다.
* * *
“후우….”
오랜만에 마주한 본가 침대와 베개라 그런가. 몸은 최근 들어 가장 편안했지만, 두 눈은 추라도 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어제 2차 경연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류웨이의 그런 폭탄 같은 발언을 듣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잤거든.
잠이 오겠냐고.
내 구 멤버가 데뷔도 전부터 작정하고 [타겟팅 스타> 중국으로 나를 거라고 선언하는데!
게다가 명백히 나를 견제하고 있다는 늬앙스를 띄는 말까지 했지, 그 녀석.
이전에도 그랬는지, 아니면 전과 달리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내가 신경이 쓰여서 그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발치에 떨어진 이불을 주섬주섬 주워 올리며 어제 귀갓길에 엑스와 나눴던 대화를 되짚어 봤다.
– 김춘용: 야 엑스
– 김춘용: 뭐 하나만 물어보자
– X: ㅇㅇ? 뭔데? 헐 뭔진 모르겠지만 쫌 신나는데 >[
– 김춘용: 으 귀척 ㅡㅡ
– X: 내 캐릭터성 지적하지 말고 앞에 한 말이나 이어서 하셈
– 김춘용: ;;
– 김춘용: 하여튼
– 김춘용: 너랑 나랑 했던 계약 조건의 ‘역사상 케이팝 아이돌’이 되는 거 말이야
– 김춘용: …혹시 멤버가 달라져도 괜찮아?
나는 굉장히 긴장하며 보낸 메시지였지만, 엑스에게서 답은 매우 빠르게 도착했다.
– X: 엥? 멤버가 바뀌어도 되냐고?
– X: 당근이지! 계약 조건은 네가 역사상 최고의 케이팝 아이돌이 되는 거니까 ㅇㅇ 멤버 교체쯤이야 ㅋ
– X: 대신 니가 [타겟팅 스타>로 데뷔를 못 하는 건 안 됨!
– X: 기억하지? 현재 목표에 적혀 있었자나 ㅋㅋ 타겟팅 스타 최종 6인 @.@
멤버가 바뀌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나는 이번 서바이벌의 최종 6인으로 꼭 데뷔해야 한다.
이게 엑스가 내세운 조건이었다.
나는 그 답장을 보며, 류웨이가 꺼냈던 말과 역사상 최고의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조건을 되새겼다.
류웨이와 함께 데뷔하게 된다면, 초반 반응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류웨이의 실력은 이미 보증되어있고, 글로벌 팬덤의 힘은 적지 않은 것이니까.
그렇지만, 멤버 한 명이 불미스러운 이유로 떠난 팀이 케이팝 역사상 최고의 아이돌이 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니 ‘류웨이와 함께 재데뷔’라는 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마찬가지라는 소리.
너도 똑같이 팀을 망쳤으면서 감히 누가 누굴 거르냐고, 그렇게 따지면 네 속죄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비난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그 비난을 받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이번에 내 역할이었으니까.
그런 결심과 함께 밤을 새우며 떠올린 생각은 두 개.
류웨이를 [타겟팅 스타>에서 탈락시키는 것과, 류웨이 대신 데뷔할 다른 멤버에 관한 것.
“류웨이를 탈락시킨다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당장 하기에 조금 까다로울 뿐.
아마 술자리로 인맥을 확실히 쌓아 둔 상태인 악성 멤버 시절이라면 좀 더 유효하게 먹히겠지만, 어떻게 방법을 강구할 순 있었다.
“그건 좀 찬찬히 준비를 하는 걸로 하고….”
지금 그보다 급한 두 번째는, 류웨이 말고 애로우즈에 합류시킬 다른 연습생이었다.
아마 내가 어떻게든 류웨이를 해결하고 나면, 지금 나보다 순위가 좋은 ‘그 녀석’이 함께 데뷔를 하는 게 옳았다.
나와 함께 지금 류웨이의 음흉한 견제를 받고 있는 존재.
아마 하차가 아니었다면, 나 대신 애로우즈로 데뷔했을 게 확실한 영국인.
“좋은 시간 보내고 와요, Bro!”
“…로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 로건은 1년 뒤, 당시 영국에서 제일 핫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해, 거기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며 차트 점령에 성공한다.
그러니까, 보통 보통 대단한 녀석이 아니란 거지.
게다가 이전 애로우즈 멤버들에게는 없는 프로듀싱 능력.
이건 분명 ‘역사상 최고의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엑스와의 계약 조건을 이루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한국을 넘어서 해외 시장을 노리려면, ‘작사 작곡이 가능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했으니까.
이렇게만 생각하면 로건이 딱이고, 지금 나의 도움이 별로 없어도 애로우즈로 데뷔가 가능할 것만 같지만.
문제가 있다면….
“…근데 얘는 곧 있으면 하차하잖아.”
로건의 하차.
“아, 잘 나가다가 꼭!”
나는 침대를 마구 뒹굴며 이불을 발로 뻥뻥 찼다. 뭐가 잘되는가 싶다가도 이렇게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차를 막아야 하나? 근데 그게 막으려고 하면 막히고?
류웨이가 했던 말의 늬앙스를 보면, 이전에 있었던 로건의 하차에 녀석의 입김이 닿았던 것이 확실한데.
“…그래도 뭘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려나.”
일단, 그렇게 되면 로건이 다음 경연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타겟팅 스타>를 떠나니까, 그 전에 그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관건이 될 텐데….
“어떻게 알아내지?”
거기다가, 그 과정에서 내가 완전 잘못 짚게 된다면? 이게 전부 다, 실패하고….
긴급 체포를 당했던 당시로 돌아가게 된다면.
“야, 김춘용! 너 첫방 안 봐? 엄마 아빠가 너 좋아하는 과자도 사 놨는데. 버르장머리 없게 어른이 움직이게 하고 있어, 이게.”
“어, 어?!”
집에 온 보람도 없이 내가 땅을 파려고 하는 순간, 내 방문을 예고없이 쾅 열어젖힌 누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 우울함을 마구 닦아 냈다.
나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안, 갈게! 근데 과자 뭐 사 놨는데?”
“니가 와서 직접 봐, 싸가지 없는 게. 진짜 등짝 개때리고 싶네.”
“아, 아야. 아파!”
그래.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서바이벌을 계속 진행하면서 생각해 봐야 할 일이고, 지금은….
…첫방 속 내 모습을 확인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