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52화
* * *
그렇게 김춘용이 류웨이와의 신경전을 이어 나가기 위해 무대에 선 와중.
그를 카메라에 남기기 위해 방청객석에 서 있는 늘봄미르는….
‘곡이 크루셜 보이라니. 이건 좀 걱정인데.’
약간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유 없는 불안은 아니었다.
크루셜 보이라는 곡명을 들은 다른 방청객들 역시 목소리를 낮추고 저들끼리 수군거리거나, 빠르게 sns에 [ㅁㅊ ㅌㄱㅌㅅㅌ 댄스 포지션 팀 노래 역시 크루셜 보이임 ㅋㅋ X됐네~] 같은 글을 올리기 바빴으니까.
‘크루셜 보이’가 어떤 곡인가.
레이디스완의 실패 이후 [AG 밑천 다 털렸다], [아이돌 시장이 X로 보임??] 같은 말들로 매도당하던 어거스트 엔터테인먼트를, 다시금 궤도에 오를 수 있게 해 준 최가온의 데뷔곡.
그해 신인상을 당당히 석권하고, 수많은 댄스팀이 커버 영상을 올리게 만든 그 노래의 명성은.
“크루셜 보이 안무 연습만 1년 가까이 한 거 같아요. 어후,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죠! 하하. 신인의 패기라고 해야 하나….”
…하나하나 메인 댄스 브레이크 수준인 안무 요소들에서 왔다.
[[500만뷰!> 노래도 춤도 갓♪벽♬ 신인 시절 최가온의 풋풋한 ‘크루셜 보이’] [돌아온 ‘매드니스 보이’ 최가온, ‘춤을 못 춰서 안 춘 게 아니거든요’]지금이야 무대 위에서 춤보다 자기 보컬 실력을 뽐내는 것에 집중하지만, 데뷔 초에는 무시무시한 안무 소화 능력으로 바이럴을 타던 게 바로 최가온 아닌가.
그런 원곡자마저 혀를 내두르는 난이도의 곡, 크루셜 보이.
아이러니하게도 댄스 주력 연습생에게, 그 곡으로 무대를 한다는 건 득보다는 실이 큰 상황이었다.
늘봄미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카메라를 잡은 손에 힘을 단단히 줬다.
‘춘용아, 물론 나는 널 믿어. 그러니까 평타만 치자. 평타만. 나머지는 누나가 알아서 피의 실드를 칠 테니까…!’
와아아아!!
뮤직데이즈 공개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들어 본 적 있는 노래가 천천히 흘러나오고, 이제 [타겟팅 스타>의 화제성만큼이나 커진 함성이 터져 나왔다.
늘봄미르가 자기 카메라 위에 덮은 AG물산회사의 가디건이 떨어지지 않게 한 번 더 두르는 건 덤이었다.
– 여기 있는 Everything is shining
빛나는 게 다 금은 아니야
알잖아 우리는
Crucial, 어쩌면 Diamond
솔로 가수인 최가온의 곡을 6명이 커버하는 만큼, 무대 구성도 약간 달라졌다.
1절에서 3명이 먼저 등장하고, 2절에 다른 셋이 이어서 등장하고.
시작은 이채혁과 츠바사, 그리고 류웨이.
– 널 웃게 만들 Dance, Music, Stage
그렇지만 그걸론 부족해
지금 당장 불러봐 Another Something
중요한 게 뭔지 모를 리 없어
“어어, 생각보다 괜… 찮은데요? 게다가 류웨이는 엄청 잘하고….”
AG물산회사가 떨떠름하게 속삭인 것처럼, 객관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최가온의 신인 시절을 연상시키는 의상에 더불어, 크고 유연한 동작들까지.
그렇지만 문제는.
“…그래도 최가온이 MC보다 말고 난입해 주면 안 되나?”
바로 곁에 원곡자가 존재한다는 점.
아무리 연습생들이 열심히 연습을 했어도, 바로 옆에 원곡자의 얼굴이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그의 무대를 떠올리기가 더 쉽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난이도가 높기로 소문난 곡인데, 비교 대상이 대놓고 옆에 있다?
“가온아아!! 네가 대신 춰 주라!!”
“아. 류웨이 말고 다른 애들은 그냥 백댄서 같은데?”
다른 이들의 응원이나 함성에 가려져 제대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는 그런 의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음, 잘하긴 하는데….”
“네, 약간… 무슨 느낌인지 아시죠. 뭔가 좀 부족한 느낌? 가온이가 있어서 그런가.”
무대 앞에 앉아 있는 나지혁이나 민시영이 흘깃흘깃 최가온을 쳐다보기도 했고 말이다.
무대 반대쪽에 서 있는 최가온도 퍽 난감한 얼굴이었다.
‘아, 이래서 그때 일부러 NG 냈던 건데! 혹시라도 바꿔 줄까 싶어서!’
3차 경연 곡 발표 당시 최가온이 진짜로 놀랐던 이유는, 처음에 [타겟팅 스타>의 MC 자리를 수락하며 제작진에게 부탁했던 말이 지켜지지 않아서였다.
“아니, 분명 제 곡은 빼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갑자기 이렇게 되면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 건….”
“…저희도 의도한 게 아니에요, 가온 씨.”
“네에? 지금 제작진분들이 의도한 게 아니면, 누가 의도를 했다는 말씀이세요?!”
“모르시는 거예요?”
“아니, 무슨….”
“…하긴. 시영 씨도 자세히 모르는데, 가온 씨가 알고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요.”
최가온은 드물게 얼굴에 쓴웃음을 띄우며 댄스 포지션 연습생들이 춤을 추고 있는 무대로 얼굴을 돌렸다.
거기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센터에 서 있었다.
– Poppin’ 터져 나오는 폭죽
그 아래 춤추는 나와 너는
Special, 아니 더 나아가서는
Crucial, Crucial
우린 좀 특별한 Crucial Boy&Girl
제일 빛나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크루셜 보이’의 가장 인상적인 안무를 추고 있는 류웨이.
최가온도 류웨이의 춤이 뛰어나다는 사실에 이견이 있지는 않았다.
실력 지상주의를 외치는 AG에서 부족한 연습생을 미는 일이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이유는, 이 모든 상황이, 의도적으로 저 연습생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일까.
‘크루셜 보이’ 무대를 위해 1년 가까이 연습한 최가온은 류웨이의 동작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건 그냥 이번에 곡을 받아서 처음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 게 아니라고.
…저 연습생을 위해서, 곡이 바뀌게 된 거라고.
실력파 가수 명가라는 AG의 명성에 보탬이 된 것에 자부심이 있는 최가온은 이런 현 소속사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겟어. 근데 아무리 미는 연습생이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할 건 또 뭐야.’
최가온은 큐시트를 잡은 손에 힘을 꾹 줬다.
이건 거의 다른 연습생들을 들러리로 만들다시피 하는 모습 아닌가.
이대로라면, 류웨이가 댄스 포지션의 1위를 차지하고 음악 방송에 나가게 될 것은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변수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령.
그와 비등할 정도로 춤을 추는 연습생이라든가 말이다.
그렇게 ‘크루셜 보이’의 1절 하이라이트 직후.
“…앗.”
최가온은 류웨이의 뒤쪽에서 등장하는 연습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 Everything you think is right
금이라고 다 빛나진 않지
2절의 도입과 함께 등장한 세 명의 연습생.
1절을 시작한 다른 셋과 달리 조금 더 자유로운 의상과 함께 무대 가운데로 나온 그들은 어째선지 얼굴 한가득 웃음이 가득한 상태였다.
– 보이잖아 나는
Crucial, 어쩌면 Glitter
그리고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감미롭지만 톡톡 튀는 최가온의 보컬, 그리고 신스팝 특유의 신디음에 맞춰 어깨를 움직이고 있는.
– 나와 함께 Dance, Music, Stage
분명히 이거라면 완벽하지
…김춘용.
최가온은 자기가 평소 신경 써서 취하는 포인트 안무의 손끝을 그대로 재연하는 김춘용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니, 잘하는 건 알았는데. 무슨 경연곡 안무 디테일을 저렇게까지 땄대?’
앞선 류웨이와의 대화, 그리고 요 며칠 꾸준히 김춘용을 괴롭히던 일들이 어쩌면 끝날지도 모를 날의 무대라서 그런가.
빠르게 스탭을 밟는 김춘용에게서는 평소에 곱절쯤 되는 독기가 보일 지경이었다.
자기 곡이 다른 연습생들이 비웃음당하는 요소로 사용되는 건 아닌지, 단지 누군가의 데뷔로의 직행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최가온의 얼굴이 서서히 밝아졌다.
‘이거라면, 진짜 제대로 무대가 될지도…!’
그리고, 그건 소속사 선배인 최가온에게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우, 우와아….”
친구의 최애가 뒤에 나올 무대에 함부로 ‘류웨이가 주인공 같지 않나요?’ 같은 말을 할 수 없어 가만히 있던 AG물산회사의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헙, 맞다. 늘봄님. 춘, 춘용이요!”
“찍고 있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늘봄미르의 손과 눈은 이미 김춘용의 동선을 따라서 다급하게 따라붙는 중이었다.
류웨이가 오랜 시간 해 온 연습으로 안무의 디테일을 쌓았다면, 김춘용에게는 자기가 8년간 쌓은 무대 경험이 있었다.
술 때문에 울렁이는 속을 감추고, 환하게 미소 짓는 방법.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자기가 센터가 아닌 상황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 Peep-bo 한 번 더 One Two
계속하자 우리끼리 Beer Pong
어떻게 해야 무대를 남들 눈에 각인시킬 수 있는지 아는, 경력직 연습생.
늘봄미르는 료타의 머리 위로 V를 그려 보이며 케미스트리는 물론, 눈치보지 않고 정말 경연을 하고 있는 김춘용을 보며 속으로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거지, 미친!’
그러나 김춘용의 그 무대를 보는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약간의 아쉬움이 존재하긴 했다.
앞서 연습생들이 3명씩 1절과 2절을 구성한 것처럼, ‘크루셜 보이‘는 기본적으로 솔로 가수인 최가온 위주의 곡.
– Poppin’ 터져 나오는 폭죽
그 아래 춤추는 나와 너는
Special, 아니 더 나아가서는
Crucial, Crucial
우린 좀 특별한 Crucial Boy&Girl
그러니 이렇게 여섯이서 함께 등장하는 부분은, 어딘가 사람들의 아쉬움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었다.
‘약간, 안무를 더 바꿔서 페어 안무 같은 거 해 줬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아냐, 어쨌든 춘용이가 잘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늘봄미르가 스스로를 세뇌하다시피 위로하고 있던 그때.
“…어?”
최가온의 화려한 댄스 브레이크가 등장하며, 원래 관객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했어야 할 안무에.
– Poppin’ 터져 나오는 폭죽
그 아래 춤추는 나와 너는
Special, 아니 더 나아가서는
Crucial, Crucial
김춘용이 턴을 돌며 류웨이와 등을 맞댔다.
그러곤 안무의 좌우를 반전시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저거 원래 안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거울을 가져다 놓은 것처럼 한 치의 오차 없는 안무.
더불어, ‘Boy’ 부분에서는 등 뒤의 류웨이를 엄지로 가리키고, ‘Girl’ 부분에서는 관객석을 향해 웃어 보이고.
– 우린 좀 특별한 Crucial Boy&Girl
곁에 있던 류웨이도 살짝 늦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면서.
– 난 좀 특별한 Crucial Boy
…완벽한 페어 안무가 완성됐다.
어쭙잖게 춤을 추고, 애매하게 부끄러워 했더라면 마가 꼈을 테지만.
김춘용과 류웨이, 두 사람의 움직임이 워낙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그저 사전에 공개된 클립과 더불어 ‘둘이 정말 열심히 연습했구나’ 같은 인상을 줄 뿐이었다.
‘미쳤…! 댄서즈 이거 진짜야! 오늘부터 풀투자다, 미친!”
그러나 속으로 냅다 비명을 내지르는 늘봄미르는 전혀 몰랐다.
그 페어 안무는, 사실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라는 걸 말이다.
사실, 김춘용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는 말이 더 맞았다.
이건, 최가온의 콘서트에 간 적이 있었던 김춘용이 ‘크루셜 보이‘로 마무리됐던 앵콜 무대의 무대 사고에서 떠올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선, 배님 잘하시네에….”
“매니저 형, 또 렉스 형한테 맥주 줬어요? 아, 진짜!”
사전에 말하지 않은 페어 안무, 쌍방으로 독보적인.
김춘용은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옆에 자리한 류웨이와 눈이 마주쳤다.
“…….”
방금 막 격한 춤을 춰서 잔뜩 상기됐지만,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무감해진 얼굴.
그러나 그 두 눈은, 짜증으로 너저분하게 젖어 있었다.
김춘용은 그 얼굴에다 대고 씩 미소 지으며 입 모양으로 중얼거렸다.
‘류웨이.’
다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아?
“…그건 아니지.”
아니, 무대뿐인가.
이 뒤에 있을 일들도, 류웨이의 바람대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었다.
[1위 김춘용2위 류웨이
3위 츠바사
…]
“지금까지 댄스 포지션 팀의 ‘크루셜 보이’ 무대였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기뻐하는 최가온의 마무리와 함께 쏟아지는 함성 뒤로, 류웨이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 * *
류웨이와의 무대 위 신경전에서 그렇게 무사히 승리했음에도, 김춘용에게 쉴 틈 같은 건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내려가 볼.”
“…형, 춘용 형!”
어딘가 급박한 얼굴로 달려온 로건이, 땀으로 흠뻑 젖은 김춘용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로건? 너 무슨, 대화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아니, 지금이면 리허설하러 가야―.”
“맞아요, 춘용 형. 그러니까 Help me.”
“뭐? 잠깐, 너….”
“…형이 도와줬으면 해요. 그러니까, Oh, god….”
그리고 그런 로건의 뒤로, 방송국 복도에 존재하기에는 상당히 이질적인, 우아한 중년의 여성이 걸어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쪽이 로건이 그렇게 말하던 ‘춘용 형’인가요?”
…절대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