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53화
이건 내 계획과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었다.
원래는 내가 2위권 안에 든 걸 확인한 후, 도 사장님 쪽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하는 게 계획이었는데….
“로건이 한국에 와서 만났다는 플랫메이트 ‘춘용 형’이 그쪽이냐고 물었어요.”
“Jesus. 잠깐이면 된다고 그랬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러기예요?”
“갑자기 자리를 뜬 건 너란다, 로건.”
대뜸 이런 상황이라고?
대체 뭔데, 이게.
나는 절박한 표정의 로건과, 내게 말을 건 여성을 번갈아 보다가 떨떠름한 얼굴로 질문에 답했다.
“제 이름이 김춘용… 은 맞는데요.”
“그렇군요. 저는 앨리사예요. 앨리사 리.”
내 대답에 그녀는 우아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향해 제 손을 내밀었다.
“로건의 엄마예요.”
“아아, 네… 네?”
“로건이 대화하다 말고 갑자기 자리를 뜨길래. 제가 따라와 봤어요. 만나서 반갑네요.”
영어 악센트가 섞여 물 흘러가듯 부드러운 한국말을 듣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나는, 벌어지려는 입에 힘을 빡 주며 눈동자를 굴렸다.
자기 부모님과의 이야기 중에 뛰쳐나온 거구나, 로건이.
…이 리트리버 자식!
대뜸 리버풀에서 한국으로의 출국을 결정할 정도의 녀석이라 그런가. 행동력이 보통 남다른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연유 때문인지, 로건의 어머니는 무언가 잔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고.
“로건 리. 이제 네가 왜 여기로 왔는지 알겠구나. 또 자기 일에 관해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남을 통해서 회피하려고? 안 좋은 버릇이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No. 그런 의도가 아니라, 아니.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리고 얘기한 적 없어요!”
“그럼 그런 의도가 아니면 뭐지? 설명할 수 있니?”
제 어머니의 조근조근하지만 날카로운 말에, 로건은 입을 일자로 꾸욱 다물며 눈을 차게 식혔다.
그건 내가 로건에게서 자기 부모님과 관련된 말을 들을 때 종종 봤던 눈빛이었다.
“…왜 내가 하려고 하는 모든 일을 막는 거예요? 난 그냥, 한 번만. 한 번이면 된다고 했는데. 그냥, 그 계약서에 사인 한 번만 하면 될 일이었다고요.”
“세상에. 조용히 하렴. …이 복도에 사람이 많은 게 보이지 않는 거니?”
척 봐도 모자로 보이는 남녀가 별안간 언성을 높이자, 복도를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로 몰렸다.
“어어, 무슨 일입니까? 으응?”
“야, 야. 카메라 내려.”
나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와 음료수를 사러 갔던 료타는 물론, 백스테이지를 촬영하다 말고 황급히 카메라를 철수시키는 [타겟팅 스타> 제작진들이라든가.
더 나아가서는.
“…….”
어딘가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이쪽으로 시선을 꽂은 류웨이까지도.
아니, 자세히 보니 어딘가 조금 웃고 있는 거 같기도 했다.
지금 뒷배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알고 있으니.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 게 즐겁겠지.
무대에서는 내가 자기를 이겼지만, 여기서만큼은 자기가 이길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
“허….”
나는 순간 터지는 헛웃음을 억지로 참아 내며 이마를 짚었다.
어쨌든,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보아하니 함께 부모님을 설득하다가도 잘 안 돼서 여기까지 온 거 같은데, 그런 마당에 또 각을 세운다고?
그렇게 하면 하차를 안 할 수 있나?
‘이 바보야… 아니, 애가 천재는 맞는데. 천재는!’
아직 무대에서의 열기가 다 식지도 않은 와중에 벌어진 일에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나는 할 말을 찾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이제 막 우리 댄스 포지션 팀의 공연이 끝났으니, 약 10분가량의 휴식 시간이 끝나면 바로 랩 포지션 연습생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Sorry,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이전에 로건이 이 대화 후 뒤늦게 무대에 올라서 무대를 완전히 말아먹었으니까, 이번에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또 그런 식이죠. 당신들은 항상, 내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로건.”
“헉, 춘용 형. 그, I can explain. 제가 형한테 도와 달라고 한 건, 다른 게 아니라….”
“너, 같은 포지션 애들이랑 마지막으로 안 맞춰 봐도 되겠어? 이제 곧 무대 올라가야 하잖아.”
일단 이 상황에서 얘를 빼내는 게 먼저다.
“…What?”
“일단 가. 화성이랑 가오옌이 아까 너 없어져서 찾는다고 노래를 부르더라, 아주.”
나는 당황하는 로건의 등을 마구 떠밀어 랩 포지션 연습생들의 대기실에 집어넣었다.
“Wait, 근데 지금 갑자기 가면, 어어!”
“인마. 가, 일단!”
그러곤, 내 앞에서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이 광경을 바라보는 로건의 어머니에게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로건이 무대에 올라가야 해서요. 그전에 연습이라도 좀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올라가도 달라질 건 없을 텐데요. 로건은―.”
“제가!”
나는 황급히 그녀의 말을 끊어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
로건 어머니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게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 사람들이 널려 있는 복도에 ‘로건은 무대와 관계없이 하차할 겁니다’ 같은 말이 울려 퍼지게 할 순 없으니까.
쉬운 게 하나도 없네, 진짜.
“제가 뭐, 로건 무대 끝나기 전까지 말동무 좀 해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그냥 기다리시긴 좀 심심하실 거 같아서.”
내가 속사포처럼 쏟아 낸 문장을 가만히 들은 로건의 어머니는 잠깐 입을 벌렸다 닫기를 반복했다.
그러곤.
“…어차피 로건이 대화 중에 뛰쳐나온 이유가 그쪽이니, 그렇게 하죠.”
무사히 내가 바라던 답을 뱉었다.
나는 뒷목을 축축하게 적신 땀을 가볍게 훔쳐 내면서 쾌활한 척 목소리를 냈다.
“…빈 사무실이 하나 있을 텐데, 잠깐 사용할 수 있을지 여쭤 볼게요.”
어쩌면 이번의 대화로.
무언가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 * *
뻘줌한 얼굴의 스탭이 제공한 대기실에 앉은 한 남녀.
그중 여성 쪽인 로건의 어머니, 앨리사의 눈이 김춘용을 향했다.
방금 무대에서 내려와 땀을 채 식히지도 못한 연습생은, 딱히 로건보다 엄청나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그렇다고 대단히 어른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비즈니스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에는 면역이 없어 보여.’
차트를 보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골라 내는 것에 익숙한 그녀에게서 김춘용은 아직 ‘가치 없는 것’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까 로건이 AG 기획사 사장 앞에서 했던 말이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한 번만이라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할 순 없어요? 어떻게 한국에서 만난 Flatmate 형보다 더 나한테 매정할 수가 있어요?”
‘…대체 이 학생에게서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철없는 자기 아들의 면면을 떠올린 그녀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고맙다는 말을 먼저 꺼낼게요.”
“어… 네?”
“부모에게 반항하겠다고, 리버풀에서 서울까지 가출한 아이를 정말 곁에서 정말 열심히 챙겨 줬다고 들었어요.”
“아, 그거야 별거 아닌….”
“다행히도,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 애는 이제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다시 리버풀로 돌아갈 테니까.”
“커흡.”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본론에 김춘용이 쿨럭거렸다.
‘무슨 본론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그런 김춘용에게 제 앞에 있던 물병을 슥 내민 앨리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놀랐겠죠. 갑자기 잘 지내던 플랫메이트가 가출한 아이고, 경연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간다니.”
그녀가 말한 문장 중 김춘용이 몰랐던 부분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놀란 가슴이 쉬이 진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죠. 지금 이렇게 어머님과 대화하는 것도, 제가 생각해 본 적 있는 일은 아니라서요.”
“그러니 아마 로건이 대화를 하다 말고 김춘용 군을 찾아 내려온 까닭은… 저와 제 남편을 설득하는 데에 도움을 얻고 싶어서였을 거예요.”
단정하게 정리한 손톱 끝으로 그들이 앉은 테이블을 툭, 툭, 두드린 앨리사가 천천히 되뇌었다.
“…저와 남편은, 이미 이 프로그램의 소속사 사장님에게 많은 제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로건을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은 거예요.”
“…….”
“그러니까 그 애를 도와서 저를 설득하겠다, 그런 생각은 그만둬요. 이쯤하면 이해할 거라 생각합니다.”
앨리사는 몸을 살짝 뒤로 물리며 팔짱을 꼈다.
월가가 주무대인 증권가 집안의 외동아들이. 갑자기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를 하겠다 선언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리고 그 과정을 모두 제껴 놓더라도, 대뜸 가출부터 감행한 태도는 용납할 수 없었다.
‘어머님이 잘 챙겨 주시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로건과 한통속으로 우리를 속이실 줄은 몰랐어.’
제 상냥한 시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린 앨리사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는 낮게 말했다.
“로건이… 저희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그쪽에게 좀 했다고 들었어요.”
“…네. 우연찮게 좀, 들었죠. 해외를 자주 돌아다니신다고.”
그 ‘우연찮게’에는 김춘용의 의도가 99퍼센트쯤 들어 있었지만, 김춘용을 그저 로건 또래의 어린애로 보는 앨리사가 그걸 알 턱은 없었다.
“맞아요. 그러다 보니 로건의 양육은 저희 부부의 손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어요.”
“그럼, 로건의 의사는―.”
“강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 애의 장래를 위해서,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초래한 태도 때문에서라도 어쩔 수가 없네요.”
“허….”
장래를 위해서.
그 문장을 뱉는 로건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제 어머니의 얼굴을 비춰본 김춘용의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글쎄요… 로건이 원하는 대로 하면 장래에는 도움이 안 되는 건가요?”
김춘용의 말에 앨리사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어려.’
아까도 느꼈지만, 김춘용은 그저 로건의 또래에 불과했다.
어려도 한참 어린 영혼. 부나방처럼 한순간의 달콤함에 취해서 뭐가 뭔지 제대로 사리분별도 못하는 젊음.
‘그러니 이런 오디션 환경이 기이하다는 걸 못 느끼는 것도 당연해. 이래서야….’
그리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자기가 생각한 바를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확실히 말해야겠네요. 저희가 어느 정도 제안을 들었음에도 그걸 거절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지요.”
“뭐, 대체 어느 정도 제안을 하셨길래…?”
이건 상황과 별개로도 궁금한 내용이었다.
‘그’ 도재찬 사장님이니까.
게다가 지금은 소속사 내 신 이사님과의 알력 싸움도 걸려 있는 일이다.
아마 그런 부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보통 수를 쓰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물병에 든 물을 한 번에 들이켠 앨리사는 정확한 발음으로,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설령 이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더라도 3년 내의 데뷔를 보장할 거라더군요. 로건에게는 그에 걸맞은 포텐셜이 있다고 하면서요.”
‘미친….’
앨리사가 뱉은 충격적인 말에, 김춘용은 벌어지려는 입에 힘을 주며 눈동자를 마구 굴렸다.
지금 이미 [타겟팅 스타>로 보이 그룹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AG 순혈도 아닌 가계약 연습생에게 전속 계약과 데뷔 보장을 외치다니?
조금만 생각해 봐도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조건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도재찬 사장이 로건을 잡기 위해 친 배수의 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설득이 안 됐다고?
김춘용의 머릿속 의문에 답하듯, 앨리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아.
“그 애는 자기에게 주어졌던 일들을 전부 해결한 후에 도전해야 마땅했어요.”
그냥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김춘용 군 부모님께서도 이런 상황이면, 굉장히 놀라지 않으실까요? 저는 제 아이가 걱정돼요. 충동적으로 이런 환경에 몸을 던진 상태라는 게요.”
그리고 그녀의 그 말에, 김춘용의 입이 가볍게 벌어졌다.
걱정, 걱정이라.
가족들을 잃기 전 김춘용 역시 많은 걱정을 들어왔었다.
너 그래서 데뷔는 하겠냐.
연습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연습생이면 얼굴 관리에 신경 좀 써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면서도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냐, 등등등.
처음에는 듣기 싫었지만, 악성 멤버라는 명성을 얻고 나서는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잔소리들.
그렇지만….
“…죄송하지만요.”
“…?”
“저는 이런 걸로 부모님께서 반대하신 적이 없어서요.”
저도 모르게 나온 김춘용의 말에 앨리사의 두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슨 의미죠?”
“아니, 없는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제가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말린 적 없으세요.”
…그래서 계속한 거고요.
김춘용이 꾸역꾸역 악성 멤버 자리를 지켜가며 아이돌 생활을 지속한 데에는 그런 배경도 있었다.
“오빠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그걸 우리가 말리는 것도 좀 그렇지?”
“뭐, 그거 하다가 안 되면 군대 다녀와서 아빠 가게 일이라도 배우면 되고… 해 봐, 한 번.”
“어머, 엄마야 네가 한다면 응원하겠지만… 힘들까봐 걱정돼서 그러지!”
“엄마, 내가 나중에 공시 공부 한 번 시키지 뭐. 걱정 마.”
그들은 김춘용이 아이돌을 하겠다는 사실 자체에는 단 한 번도 반대를 보낸 적이 없었다.
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모든 것들. 그리고 그걸 실제로 해 냄으로써 잃은 가족.
‘근데, 그걸 힘들다는 이유로 내팽개칠 순 없잖아.’
이렇게 돌아와서 제대로 속죄할 수 있기 전, 그 자해에 가까운 매일이 김춘용에게는 가족에게 빚을 갚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더 늘어났고, 김춘용의 업보도 쌓이고 쌓여 최악의 악성 멤버가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말이다.
“물론 상황적으로 로건이랑 제가 차이가 좀 있긴 하죠. 그렇지만, 이런 반대가 따를 걸 알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도 사실이고요.”
어느 정도는 김춘용의 목적에 따르고 있다지만, 사실인 말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로건의 어머니와 대화를 하게 되니 더 명확해졌다.
본인의 의지가 아닌 상황에서, 또다시 기회를 박탈당하면….
정말로 가족 관계를 돌이킬 수 없어지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신 이사님이랑 부모님의 손에 붙들려 돌아간 것 때문에 영국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던 거 같은데.’
“허. 지금 그게 대체….”
앨리사는 김춘용의 말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잠깐, 이거 좀 괜찮은 상황이야.’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김춘용은, 감정에 치우쳐 가족 이야기한 것과 별개로 떠올리고 있던 말들을 쏟아 냈다.
‘아니 근데 들어보세요, 이 스킬이 EX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써먹을 수는 있다, 이 말이야.’
“[타겟팅 스타>로 로건의 데뷔가 확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프로그램을 완주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어차피, 지금 다니고 있던 학교도 휴학 비슷하게 한 거 같던데.”
“―그건 제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는데요.”
“저도 설득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하는 말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굳이 로건이 저를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아무 말도 안 할 순 없으니까요.”
“…….”
그녀는 김춘용의 말에 잠깐 말문이 막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로건은 저들과의 대화가 더 진행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자, 바로 이 눈앞에 있는 연습생을 찾으러 나섰다.
보호자이자 부모인 그들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말이다.
이가 시사하는 점은 적지가 않았다.
“…….”
그녀는 잠시간 숨을 고르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제 휴대폰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 안에는 도재찬이 그녀에게 제안한 ‘다음 AG 프로젝트에 로건을 필히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계약서의 전자 서류가 들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에게 있어서, 휴대폰 안의 계약서가 유혹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잘하나요?”
“…네?”
“로건이 대중들의 눈에 보이기에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하나요?”
“…걔가 좀 남다르긴 한데, 어.”
대기실에 달린 시계에 흘깃 시선을 준 김춘용이 말 끝을 흐리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럼 김춘용 군이, 좀 같이 봐 줬으면 하는데.”
“네? 제가요?”
앨리사는 김춘용의 황당해하는 대답에도 두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딱히, 그녀가 앞에 있는 김춘용의 말에 크게 설득이 된 건 아니었다. 앞서 얘기했듯, 그녀에게 김춘용은 로건 또래의 어린애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나.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에 투자하고, 그것의 가치를 더욱이 드높이는 것.
그건 그녀가 그녀의 남편과 함께, 제일 잘하는 것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