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54화
* * *
자기 사무실 안에 앉아 있는 신기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무서운 얼굴과 함께 늘 들고 다니는 총 모양 라이터로 부러 험악한 이미지를 만들어, 어렵게 돌아가는 일을 쉽게 만드는 신기호.
그런 그가 진심으로 화났을 때는….
오로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뿐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집어던질 걸 찾던 신기호는, 곧 책상 위에 있던 모든 걸 이미 부순 후라는 걸 깨닫고 자기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빌어먹을.”
그가 세운 계획대로라면, 지금 이 시간쯤 로건 리의 자진 하차 안내문이 [타겟팅 스타> 공식 사이트에 게시되었어야 했다.
연습생 개인 사정으로 인해, 더는 프로그램 출연이 어렵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는 도재찬 사장과 주철영 피디가 같잖은 동맹 놀음을 한다 해도 변함없을 사실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탈락을 하더라도, 차후 로건의 데뷔를 확실히 보장하는 계약… 말씀이시군요.”
“예. 로건의 포텐이라면 지금 사내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차기 그룹을 노려 볼 만한….”
“잠시만요.”
“아, 네! 말씀하시죠.”
“네. 솔직히, 그건 저희한테 아무런 메리트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
“이미 이 회사에서 내놓은 프로젝트 하나가 좋지 못한 결과를 낸 걸 확인했습니다. …레이디 스완이라고 했었나요?”
“레, 레이디 스완은….”
로건의 양친은, 도재찬이 제안한 로건 위주의 프로젝트에 전혀 공감하지 못 했으니까.
게다가 레이디 스완의 이름이 나오자 도재찬은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워했고, 이는 증권가에서 이름을 떨치는 집안의 부부에게는 허점으로 보일 뿐이었다.
애초에 그걸 예상했기 때문에 신기호가 그들을 한국으로 부른 것이기도 했다.
“이미 확고하게 마음을 정하신 것 같으니, 쓸데없이 말씀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군요.”
“신 이사!”
“도 사장님. 현실적으로 보셔야죠. 지금 우리한테는 돌아가겠다는 가계약 연습생을 붙잡을 명분이 없단 말입니다. 더해서, 로건의 보호자분들께 보여 드릴 실적도 없고요.”
“……,”
“로건의 하차 안내문은 이미 작성을 마쳤습니다. 딱, 적절하게 오늘이면 3차 경연이 끝나니… 귀국에도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정말 그랬다.
신기호는 그들이 원한다면 로건이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권마저도 흔쾌히 사비로 지출할 의사가 있는 상태였다.
로건이 [타겟팅 스타>에서 빠지게 된다면, 신기호는 앞으로 중국 투자자들과 부딪힐 걱정 없이 여유롭게 류웨이의 데뷔만 밀어주면 될 텐데, 그 정도 지출쯤이야.
“Wow. 제가 당사자인데도, 저를 쏙 빼놓고 말씀들 하시네요. 대단해요.”
“…로건 리. 앉아. 이게 무슨 무례한 태도니?”
“두 분은 항상 그런 식이죠.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로건!”
게다가, 로건은 자신의 의사가 완전히 배제된 상황을 견디지 못 해 뛰쳐나가기까지 했다.
곧 다가올 무대에 앞서 그런 감정적 동요라니.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로건은 무대를 망칠 게 뻔했고,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신기호에게 반기를 든 주철영도 어쩔 수 없이 로건의 분량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계획대로 완벽한 상황이었다.
결국 모든 게 신기호가 의도한 대로 될 것만 같았다.
처음 단계에서 무언가 조금 틀어지기는 했지만, 결국은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하던 그때.
“…제가 가서 데리고 오죠. 그 후에 마저 이야기 나누도록 합시다.”
또 다시 생겨난 변수.
별거 아닐 일이라고 생각했다.
로건의 어머니. 그녀가 방송국을 돌아다닌다고 해도 방문객 명찰을 달고 있는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로건은 제 분에 못 이겨 약간 씩씩거리다가 신기호가 미리 말을 전달해 놓은 스텝에게 붙들려 무대로 올라갈 테니, 달라질 건 없었다.
그리고 그 별거 아니었어야 할 변수 하나.
그게, 도미노처럼 모든 상황을 바꿔 놓았다.
“…지금 로건 어머니께서, 어디에 계시다고?”
“어, 그러니까. 연습생이랑 좀 대화를 하시더니, 백스테이지로….”
그렇게 한참을 돌아오지 않던 로건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의 무대를 보게 될 줄이야.
“방문객이 왜 백스테이지에 있어. 대체 입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네? 그게, 연습생분께서 관계자라고 말씀 주셔서….”
“로건? 로건이 그렇게 얘기해? 허, 이런 씨,”
“아, 아뇨. 로건 연습생이 아닌데요!”
“…뭐라고?”
당시 상황을 곱씹으며, 신 이사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가 황급히 달려간 백스테이지에 서있던 로건의 어머니,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아, 로건이 원래 랩 포지션은 아니라서요. 근데 오늘… 잘하네요? 씁. 전에 얘기해 준 게 좀 잘 통한 거 같기도 하고.”
“그래요? …로건은 그럼, 어떤 부분에 제일 재능이 있죠?”
“아, 모르셨어요? 로건이 작곡을 진짜 잘하는데. 노래도 잘하고요. 아, 휴대폰 주시면 제가 로건 첫 멘토 평가 영상을 보여드릴게요.”
“…조, 좋아요.”
류웨이에게 들어, 아주 약간의 관심만 갖고 있던 김춘용이라는 연습생.
그때 신기호는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같은 생각뿐이었다.
월가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투자자가, 한낱 연습생을 옆에 끼고 그 얘기를 듣고 있는다고?
도재찬의 열과 성을 다한 프로젝트 설명은 다 나 몰라라 했으면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는 김춘용이 로건과 남모를 유대를 쌓았다는 점이 앨리사에게 흥미롭게 작용했다는 걸 모른 신기호의 패착이기도 했다.
그렇게 신기호가 황급히 ‘이곳은 출연진 외에 출입해서는 안 된다’고 잡아끌기 전까지 그곳에서 김춘용의 말을 듣던 앨리사는, 자기 남편과의 짧은 대화 후….
“…지금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끝까지 출연하게 둘까 합니다.”
결국 신기호가 가장 원치 않았던 말을 꺼냈다.
현기증에 이마를 짚는 신기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아까랑은 말씀이 다르시지 않습니까? 지금 말씀하시는 건, 사장님께서 하신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아뇨. 저희가 AG사의 차기 그룹 프로젝트에 납득을 못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둘은 명확히 다르니까요.”
…그리고 제가 본 바도 있고요.
꽉 쥐어지는 신기호의 주먹에 흘깃 시선을 준 앨리사는 그렇게 이어 말했다.
“저희가 처음에 로건을 데리고 가겠다 판단한 이유는, 그 애가 지금 선택한 방향에 장래성이 없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물론, 로건의 무대를 보며 대단한 감동을 느낀 건 아니에요. 저는 일평생을 돈만 만지던 사람이라, 음악에 관해서는 무지하거든요. 영국인답지 않죠.”
그러나.
“저와 달리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자니, 어느 정도 상황을 참작할 여지가 있더군요.”
그 이후 이어진 두 투자자 부부의 능수능란한 말을 노골적으로 정리하자면 그랬다.
로건이 [타겟팅 스타>의 촬영까지는 마치게 두겠다.
탈락이 된 후에는 로건도 리버풀로 돌아가는 것에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저, 그럼 로건이 [타겟팅 스타>에서 탈락을 하지 않게 된다면에 대해서 여쭤봐도…?”
“그건 로건이 대중들의 눈에 찰 정도의 상품성과 재능을 가졌다는 뜻이니….”
굳이.
“저희가 정한 방향으로 밀고 나갈 필요가 없겠죠. 상품성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처음에 참담하던 도재찬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고, 뒤쪽에서 서성이던 주철영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 건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거기서 골이 쪼개지는 건 신기호, 단 한 명뿐이었고.
‘태도를 손바닥 마냥 뒤집어 버리고 있어!’
이는 정확히, 신기호가 바라는 것과 정반대의 대답이었다.
차라리, 로건이 AG의 차기 남자 아이돌 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나았다.
이미 방송을 통해 로건의 재능이 알려진 바가 있고, 중국에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설득할 시간이 주어질 테니 말이다.
그러나, [타겟팅 스타>에 끝까지 출연하는 것은 달랐다.
6명으로 한정될 데뷔 멤버에 거의 확실하다시피 한 연습생이 남는다면, 그 자리는 다시 다섯 개.
류웨이가 뚫어야 할 관문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영어권 투자자들을 끌고 올지도 모를 연습생이 데뷔의 문턱까지 갈 수 있게 되다니!
당장 류웨이는 이번 포지션 경쟁 무대에서 1위를 차지 하지 못 했다.
그에 반해, 로건은 자기 주 포지션이 아님에도, 무지막지한 재능으로 2위를 차지.
“씨, 발….”
벌써 몇 통의 전화가 온 휴대폰을 한 번 바라본 신기호가 상스러운 욕을 입에 담았다.
– 진작 그 연습생을 하차시키지 못 했다면, 지금이라도 하차를 시키는 게 맞지 않나?
고압적인 투자자의 말에도 신기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을 따를 수 없는 결정타를, 로건 부부가 공항 호텔로 가기 전에 남겼기 때문이었다.
“신기호 이사님. 당신이 어떤 경우를 걱정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만일, 로건에게서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앗아간다면.
‘그땐 진짜 걱정하시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라고.’
신기호가 진짜로 걱정하는 일.
그들이 이 AG 투자 산업에 영어권 투자자들을 끌고 와, 신기호의 입지를 위협하는 것.
콰앙!
“이런, 개, 같은….”
노골적인 협박을 떠올리며, 신기호가 제 손에 들린 휴대폰을 결국 브라운관에 집어 던졌다.
AG의 호랑이 소리를 듣던 신기호가 이렇게 한 방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거늘.
그 일이, 자신이 공들여 판을 짜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터지게 되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상도 안 해 본 최악의 시나리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렇게 갈 곳 없는 분노만을 토해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흐트러진 앞머리를 뒤로 넘긴 신기호는, 숨을 가다듬고는 사무실 문밖에 대기 중인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
“최 비서!”
“네, 네 신 이사님!”
“지금 방송국 쪽 총괄 피디 일정 좀 알아봐 줘. 주 피디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위쪽과 얘기를 해야겠어.”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음악 방송 사전 녹화가 끝나면, 류웨이 픽업을 좀 부탁하지.”
“류웨이, 말씀이신가요…?”
“그래.”
파드득 떠는 비서에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신 이사는 이를 악물며 류웨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 일은, 당신이 김춘용을 좌시해서 일어난 일이야.”
“뭐?”
“난 말했다. 김춘용도 같이 정리해야 한다고.”
“…내가 그때 분명히―”
“그래, 명분. 아직도 명분이 없나?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면, 내 뒤를 봐주시는 분들께 당신의 감이 떨어졌다고 말해야겠어.”
건방진 애새끼긴 하지만…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를 보아하니, 말을 나눠 볼 필요가 있었다.
드디어, 류웨이와 신 이사가 보는 방향이 같아졌다.
요주의 연습생.
…김춘용에게로.
* * *
한편.
“연습생분들, 수고하셨습니다! [타겟팅 스타> 제작진 분들 오시기 전까지 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아, 넵! 감사합니다!”
포지션 경쟁 경연 승리 베네핏인 [뮤직 뮤직 투데이> 무대 사전 녹화 후의 대기실.
“후….”
차오르는 숨을 한 번 고른 후, 김춘용은 반대편 의자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는 상대에게 흘깃 시선을 줬다.
“…….”
댄스 포지션 경연에서 2위를 차지해, 방금 막 함께 무대에 올랐던 류웨이.
휴대폰은 커녕, 거울 너머 자기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는 류웨이가 무슨 생각 중인지 김춘용이 알 턱이 없었다.
단지, 이전에 애로우즈로 함께 활동했던 시절을 더듬으며 추측할 수 있을 뿐.
‘기분 더러운 거 같은데, 건드리지 말자. 아마 나 때문일 테니까.’
김춘용은 다시 고개를 돌리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당장 급한 불을 끄긴 했네.’
김춘용 스스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로건의 하차는 막은 것 같았다.
“진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요 춘용 형!”
“어어, 뭐. 별거 아닌걸.”
“별거 아니라뇨! 저한테는 Second life나 다름 없는데요.”
“세컨드, 씁… 하여간. 부모님이랑도 더 얘기해 보고 그래. 내가 얘기했을 때는 꽤 좋은 분이신 거 같던데.”
“Gosh, No. 형 앞이라서 그래요. 저한테는, Um. Seriously….”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 두 분 다요.
하루 아침에 가족 사이에 생긴 응어리가 전부 해소되진 않은 것 같긴 해도 말이다.
‘거기까진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영역이니까, 뭐.’
그러니 이제 사실상 남은 것은 몇 가지 없었다.
이제 그렇게 자기 자리를 보전한 로건,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춘용.
본인이 무사히 데뷔조에 드는 것.
지금 생각한 것보다도 더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곧 다가올 다음 무대와 중간 순위 발표 역시 염두에 둬야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류웨이를 공략할 필요가 있어.’
거기까지 생각한 김춘용은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며 잠깐 치워 뒀던 휴대폰을 꺼냈다.
“씁….”
시도 때도 없이 뿅뿅거리는 알림음 때문에 아예 꺼뒀던 휴대폰이 켜지자, 김춘용만큼이나 현 상황에 관심이 많은 이의 메시지가 와르르 쏟아졌다.
– X: 야 너 진짜 큰일이다 이걸 어쩌면 좋니
– X: 나 걱정돼서 잠이 안 온다 너 감당 가능해??
– X: 하필 그때 ‘그’ 이사랑 마주칠 게 뭐야 ㄷㄷ
– X: 계약자가 자기 앞일 안 챙기고 남 뒷바라지 하는 호구짓 후 다시 돌아가게 된 썰푼다 ㅠㅠ
신랄한 문장들을 보며 김춘용은 쓴웃음을 내보였다.
심란한 와중에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이런 요란법석이나 떨다니.
‘엑스 이 자식 아주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의 문제점.
“넌 뭐 하는 연습생인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어어, 그러니까 전….”
“―일단 대기실로 당장 돌아가는 게 좋을 거다.”
‘네가 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천천히 확인할 테니까… 랬지.’
돌아와서 무대를 잘하는 것 외에는 몸을 사리고 있던 김춘용이, 안 좋은 방향으로 신기호 이사의 눈에 띄어 버린 것.
류웨이는 무대에서 발려 빡쳤어, 그리고 신기호 이사가 김춘용을 눈치챘어.
그럼 이제 류웨이가 단독적으로 김춘용을 견제할 게 아니라, 신기호 이사와 함께 움직일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로건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자기 자신의 상황도 복잡해지다니.
물론 생각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혀끝이 껄끄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엑스의 호들갑이 아주 근거 없는 호들갑은 아닌 셈이었다.
‘그래도 다 필요한 일이었어. 그게 아니었으면 로건은 하차했을 거고, 상황은 오히려 안 좋아졌을 테니까. 그러니가, 이제는….’
이 이후 휴가 동안 할 일을 정리하며 김춘용이 머리통을 굴리던 그때.
똑똑―
– 저, 안에 김춘용 연습생 있나요?
의외라면 의외의, 인물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