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3)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63화
* * *
‘너에게도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라는 김춘용의 말을 들은 가오옌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러니까, 정확히 1분 정도만.
“오, 오오… 맙소사!”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가오옌의 얼굴은 점점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고, 마지막에는 소름 돋은 제 팔을 싹싹 문지르며 이렇게까지 말했다.
“춘용 형이 그런 걸 알고 있었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말이 진짜다. 아까의 말은 취소한다.”
그 말에 쓴웃음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지.
“…나도 이걸 진짜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그래서 가급적이면 리밍쉔이랑 잘 풀리는 걸 기대했던 거고. …그래도 그쪽이 좀 더 인도적이잖아.”
“가오옌, 춘용 형이 너무너무 무섭다. 혹시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알고 있는 건…?”
“글쎄… 알 거 같아, 모를 거 같아?”
“히이이익!”
“장난이야, 인마, 그만 나가 봐. 계속 여기 있으면 이상해 보이니까.”
가오옌과의 대화를 끝낸 후, 보컬룸에 홀로 남은 김춘용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단순한 건지, 굳이 묻지 않는 건지. 가오옌은 김춘용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질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덕분에 김춘용도 가오옌에게 그 정보의 출처를 설명할 시간을 벌었고 말이다.
그의 손가락은 어느새 제 휴대폰 화면 잠금을 푸는 중이었다.
뿅! 뿅! 뿅…!
“어휴, 시끄럽긴.”
휴대폰 상단바를 잡아먹을 듯 쏟아지는 엑스의 메시지를 가뿐히 무시하고 그가 누른 것은 아웃그램이었다.
가오옌도 갔으니, 이제 댓글을 확인할 순간이 왔다.
[issuestar님이 DM을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위튜브 채널 [이슈 스타>입니다 ㅎㅎ 혹시 지금 김춘용 연습생 관련해서 뜬 루머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SNFAPAEIJ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 연습생이 ㅈㄴ 깡 미쳤다 역시 관상은 어디 안 간다 이제 학폭 하나 남았다] [ADNFAJLAED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 하차해 하차해 하차해 하차해 우리 애들한테 민폐끼치지 말고 하차해 하차해 하차해 하차해]그 순간을 기대하기라도 한 건지, 게시물 3개의 단출한 [Springyong_TT] 계정은 각종 알림으로 터져 나가기 직전이었다.
“제작진이 미리 알림을 꺼둔 계정으로 줘서 망정이지, 어휴.”
작게 투덜거린 김춘용이 살짝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첫 번째 게시물을 누르자, 그 아래 우수수 달린 댓글들이 드러났다.
첫 댓글은, 김춘용이 고정해 둔 최건영의 댓글.
[@ChoiKY_ 담에 만나면 내가 이겨줌 ㅋㅋ]단순하기도 하고, 어딘가 단호해 보이기도 하는 문장은 그저 읽기만 해도 웃음이 픽 튀어나왔다.
물론, 본 게임은 그 아래 깔린 댓글들이었다.
[어떻게아이돌연습생이름이김춘용ㄷㄷ [ 이분 지난 휴가 때 여자 친구 만나는 것도 모자라서 숙소 앞까지 데리고 왔다는데 다들 어캐 생각하시는지? 엠비티아이랑 반응 남겨줘!] [⎿ 나 인프피인데 당장 하차해야 한다고 생각함 벌써 배신당한 생각에 눈물이 벌벌 떨리고 손발이 줄줄 흐름] [⎿구라 같은데? 인프피는 진짜 눈물 흘리느라 이런 댓글 못 씀 ㅉㅉ 인프피 욕 먹이려는 인팁인 듯] [⎿ 들킴 ㅋ 인프피 ㄲㅈ 여친 만나는 연습생 ㄲㅈ] [⎿아니 사람을 16가지 분류로 나누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고 ㅡㅡ 근데 나도 하차해야 한다에는 공감 ㅎ] [그 찌라시에 상대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뭔가 얘 관상을 보면 그럴 거 같았어서… 터질 게 터졌다는 느낌] [지금 열애설만 중요함? 아니 무슨 깡으로 그 유명한 게임에서 사기 치고 데뷔할 생각을 함? ㅋㅋㅋㅋ] [⎿ ㄱㄴㄲ 그리고 게임머니 먹튀 이건 진짜 내가 게이머로서 참을 수가 없다 어떻게 된 거임 진짜? 김춘용 뭐라고 말 좀 해 ㅋㅋㅋ]지금껏 달려 온 좋은 댓글들 완전히 압도하는 개수의 댓글들이 모두, 김춘용을 향해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다.
그냥 연습생인데, 제대로 된 증거도 없는데.
단지 ‘잘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평범한 연습생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꺾이고도 남을 물량 공세.
그러나, 슥슥 스크롤을 내리던 김춘용은 살짝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이미 알림부터 장난 아니었음에도, 의연한 태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김춘용은 이미 연예계를 7년이나 구르다가 온 악성 멤버라는 점.
자기가 하지 않은 일로 욕먹기, 한 일로 50배 욕먹기, 가만히 있고 욕먹기, 욕먹을 만한 일로 욕먹기.
그 모든 걸 겪고 돌아온 게 김춘용인데, 이런 거에 지금 눈을 깜짝할 리가.
[얘 부모는 자식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이러냐….] [⎿여자 친구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 게 아빠라는 데 뭘 ㅋㅋ 그 아빠에 그 아들이지]물론, 인상이 험악하게 찌푸려지는 댓글도 있었지만. 그건 또 별개의 일이었다.
자신의 현재 여론을 침착하게 살핀 김춘용은 어플 끄며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이 정도면 괜찮아. 대응하지 말자.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테니까.”
연습생의 논란에 제작진이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는 정도가 되려면, 증거가 필요했다.
지금 등장한 여러 루머 속 인물이 진짜 김춘용이라는 확실한 증거.
류웨이를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김춘용이 도끼눈을 뜨고 방법을 강구한 것도 거기에 있었다.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근데 증거가 너무 없는데? 저 사진으로 쟤가 김춘용인지 여자 친구인지 어떻게 알아… 가족일 수도 있는 거 아님?] [⎿아 아무튼 여친이라고 ㅋㅋㅋㅋㅋ] [사실무근의 루머 퍼뜨리신 분들 전부 pdf 땄습니다 AG 엔터테인먼트 측으로 전달 예정입니다] [⎿ppt 분자 또 등장 ㄷㄷ 이걸로 고소가 되겠냐? ㅠ] [⎿이것도 전달 예정입니다] [아니 근데 타이밍을 봐 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잠잠하게 있다가 딱 순위 투표 마감 직전에 터뜨린다? ㅈㄴ 악의적인 거 아님?] [⎿내 말이 ㅋㅋㅋㅋ 중간 순위 떨어진 거만 봐도 ; 뒷순위 어머님들이 프레이밍 씌우시는 중인 듯 ㅉㅉ] [춘용아 나는 너 믿어]‘증거도 없는 찌라시나, 나인지 아닌지 확인도 못할 흐릿한 사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당장의 중간 순위를 낮추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말이다.
김춘용은 이마를 슬쩍 짚고는 헛웃음을 내지었다.
“류웨이도 급했나 보네….”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경솔한 행동, 그리고 의미가 없다시피한 노골적인 견제.
그러나, 오히려 그게 김춘용을 긁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김춘용이 류웨이에게 접근하는 데에 있어서 조심성을 가져간 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꿀릴 게 없어서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그래도 함께 데뷔했던 멤버를 향한 마지막 온정이기도 했다.
마구잡이로 자신을 공격하던 김주안에게조차 한 번은 기회를 줬던 김춘용이었다.
자신도 엑스에게서 기회를 받았으니깐.
‘그래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했지. 리밍쉔에게 접근하는 걸로, 돌려서 류웨이가 마음을 접게끔 하려고.’
아까 자신의 가족들을 언급한 댓글을 떠올리며, 김춘용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굴러가고 있는 와중이었다.
아까 가오옌과 나눴던 대화, SNS, 아웃그램, 대중의 반응.
김춘용은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제 가족 단톡에 가벼운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쯤이면, 인터넷 세상에 딱히 관심이 없는 부모님이면 몰라도 김춘용의 여자 형제들은 렉카발 루머를 확인했을 테다.
‘우리 가족들도 나랑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 테지만. 그래도 메시지 정도는 남겨 놓는 게 맞겠지.’
그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김춘용의 메시지 옆의 숫자가 줄어들었음에도 답장이 돌아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여간, 그렇다니까. 됐어. 나만 잘 넘기면 될 일이야.”
김춘용은 이제 곧 대여 시간이 끝날 보컬룸의 불을 끄고 발걸음을 옮기며 어깨를 가볍게 털었다.
* * *
출연 중인 연습생의 논란은 [타겟팅 스타> 제작진의 귀로도 흘러 들어갔다.
항상 이런 걸 발 빠르게 체크해야 함은 물론이요, 애초에 그런 부분을 주의 깊게 확인하기 위해서 아웃그램에 금지 조항을 주렁주렁 달았던 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연습생들 댓글창 다 없애라고 그래. 별 같지도 않은 루머가 나오고 있네, 정말.”
이현정은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신경질적으로 막내 작가에게 지시했다.
중간 순위 발표로 인해서 이미 할 일이 태산 같이 쌓인 상태였는데, 이런 귀찮기만 한 논란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저, 그냥 시켜도 될까요? 주 피디님께서 이 일은 아직 모르실 텐데….”
“그래서. 월권이라고? 피디님이 언제 오실 줄 알고 계속 기다리고 있니? 연습생이 허무맹랑한 루머로 공격 당하고 있는데, 그걸 괜히 놔둬서 좋을 일이 뭐가 있어.”
“으, 음. 그것도… 어?”
막내 작가는 보기 드문 이현정의 짜증에 난감해 하던 그때.
그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고, 동시에 뒤에서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가.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그런 것도 다 시청률이라니까, 그러게.”
“─피디님!”
이현정은 반가움과 짜증을 담아 뒤늦게 촬영장으로 복귀한 남자, 주철영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어후, 반가워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 이 작가.”
그 목소리가 귀에 따갑다는 듯, 귀를 한 번 막는 제스처를 취한 주철영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막내 작가를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살았다’는 표정으로 막내 작가가 나가고, 본격적으로 둘의 대화가 이어졌다.
“아니, 총괄 피디님이랑 무슨 말씀을 나누셨길래 대화가 이렇게 길어져요? 촬영장 일주일이나 안 나오셨어요!”
“나 없어도 이 작가가 나 대신 잘하고 있었을 텐데, 뭐. 어차피 무대 촬영도 없었잖아? 그거면 됐어.”
“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아웃그램 미션 진행 중인데, 김춘용 연습생 관련해서─.”
“알아, 알아. 오면서 다 봤지. 그건 더 신경 쓸 필요 없어.”
주철영의 아무렇지 않아 하는 태도에, 자기가 본 김춘용의 아웃그램 영상을 떠올린 이현정은 욱하는 마음과 함께 내질렀다.
“…피디님, 제가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요. 그래도 지금 출연 중인 연습생들, 고작해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에요! 이런 일을 겪기에는 너무 가혹.”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
“…네?”
이현정의 박 터지는 소리에, 주철영은 피로한 몸을 사무실 의자에 기대며 여상하게 말을 이었다.
“걔 머리 잘 돌아가는 거 몰라? 지금 일 터진 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즉시 찾아왔겠지. 해명을 하게 해 달라거나, 아니라고 기사를 내 달라고 하거나.”
“…그럴 정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어요. 아시잖아요, 이런 일 생기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거.”
“아니. 내가 장담하는데, 걔는 이거 대응 안 할 거야.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나도 거기에 동의해.”
“…무슨.”
“지금 그림, 누가 봐도 신 이사 측에서 그린 거잖아? 뭐, 그 인간답지 않게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주철영은 만면에 비릿한 웃음을 띄우며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렸다.
“대응하면 오히려 그쪽에서 좋아할 그림이야. 김춘용도 그러니까 지금 가만히 있는 거겠지.”
“…그냥 연습생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지금 너무 억측하고 계세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말야. 방금 게시글 올라온 거 봤어? 그거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리라고 보는데.”
“김춘용 연습생은 지금 아무 게시글도 안 올렸어요!”
“이 작가.”
나무 말고, 숲을 봐야지.
주철영의 말에 살짝 멍한 표정을 지은 이현정은, 고개를 휴대폰에 박고 천천히 다른 연습생들의 프로필창을 훑어봤다.
새롭게 게시글을 올린 연습생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리고.
“이, 이게…?”
“그것뿐인 줄 알아? 김춘용이 이름을 따로 검색해 보라고. 깜짝 놀랄걸.”
주철영은 피로한 얼굴에 생글생글 웃음을 띠며 이어 말했다.
“아, 김춘용이 말이야. 진짜로 마음에 든다니까.”
누구든.
도와주고 싶게 만들 정도로.
동시에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김춘용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