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2)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62화
옆구리에 가오옌을 낀 나는 찬찬히 그 루머들의 내용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댓글은 말고.
내 아웃그램에 달린 댓글들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확인해야만 했다.
그래야 침착한 판단이 가능했으니까.
“춘용 형, 설마 진짜로 게임에서 돈을 받고도 아이템을 안 판 것인가? 솔직히 말해도 된다. 가오옌도 한국에 막 왔을 때 실수로 5000원짜리를 5만원 주고 산 적이 있어.”
옆구리에 낀 사람이 사람인지라 침착하기가 좀 어렵긴 했지만 말이다.
“아니야, 인마. 좀 조용히!”
“으부붑!”
입이 틀어막힌 가오옌은 잠시간 몸부림치다가, 휴대폰 화면을 보는 내게서 말소리가 돌아오지 않자 곧 조용해졌다.
어디로 튈지 모를 것처럼 굴지만, 의외로 이런 분위기는 잘 읽는다니까.
…하여튼.
[[타겟팅 스타> 연습생 K의 은밀한 사생활… 휴가와 더불어 연습생 숙소까지 여자 친구와 함께?] [나 지금 아이돌 서바이벌 나오는 새끼한테 사기당한 적 있음… 게임 사기긴 하지만 ㅋㅋ ㄱㅊㅇ [ 이새끼 맞음 100퍼임]이 밖에도 다양했지만,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저 둘이었다.
연애, 사기 이슈. 정확히는 게임 아이템 사기.
아이돌 연습생 신분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 3가지 중 두 개가 있다니, 거참.
“아주 개판 오 분 전이구만….”
“개판! 개가 많다는 뜻인가? 흥미롭다.”
“그 개가 개가 아니긴 한데. 뭐… 됐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나는 가오옌에게 몇 마디를 더 붙이려다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잘 몰라서 모른 척했다기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짜증을 가오옌에게 돌릴까 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전에도 [타타 얘네는 과거도 깨끗한가 본데? 뭐 터지는 게 없음… ], [애들 논란이 없는 게 좀 아쉽 ㅋ 이런 거 시끌시끌해야 시청률이 더 나오는뎅 ㅠ] 같은 말을 들을 정도로 깔끔했던 게 [타겟팅 스타>의 시청자 게시판인데.
나 때문에 난리가 나게 생겼다니. 웃기지도 않지.
화면을 확인하는 내 손가락이 멎자, 가오옌은 별안간 기백 넘치게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춘용 형. 형이 게임 아이템으로 사기치지 않았다고 하니, 이제 다시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을 하겠다!”
“그러게, 밖에 들리는─.”
“질러도 여기선 안 들린다! 방음재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가오옌이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나를 설득하기 위해 어깨까지 들썩인 가오옌은 곧 답지않게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보컬룸의 살짝 어두운 조명을 받은 짙은 이목구비에는, 평소 보이던 자신감이 아닌 온전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악의적인 행동을 할 사람은 정해져 있다. 내가 모르는 춘용 형의 불구대천 원수. 그게 아니면 아까 가오옌이 말한 것처럼 류웨이.”
“…….”
“그렇지만 형에게 그런 원수가 있는 건 상상하기 어려우니, 분명 류웨이뿐이다. 가오옌의 생각이 맞다. 100퍼센트다. 춘용 형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거다.”
그 말이 맞았다.
뭐, 아까는 바깥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거 같아서 가오옌의 입을 틀어막았던 거였고….
지금 일을 벌린 게 류웨이일 거라는 전제가 틀렸다는 생각은 나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나한테 뭐가 있나 뒤져 보려고 전 소속사, 퀸스에까지 연락을 한 상태인데. 이런 일이 안 터지는 것도 이상하지.
이상할 만큼 조급하고, 좀 빠르긴 하지만.
“…그래. 내 생각에도 류웨이가 맞는 거 같아. 아니, 맞아. 이건 류웨이 짓이야.”
“역시 동의하리라 생각했다! 그럼 춘용 형,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다?”
“뭐? 갑자기 뭘 시작한다는 거야?”
“바로 해명과 복수를 해야지. 가오옌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맡겨만 줘라!”
아, 쟤가 저렇게 반응할 줄 알았으면 바로 수긍하는 게 아닌데!
나는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난감함을 숨기지 못하고 이마를 짚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중간 순위 발표를 앞두고 이런 일이 터졌으니, 아웃그램과 위튜브 영상을 통해 오르고 있던 내 순위가 떨어질 건 뻔했고.
주변 시선은 물론, 계속 달릴 댓글들과 방송 내내 따라붙을 꼬리표까지.
물론 내 전적이 전적이라 나 스스로는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다른 곳에 있었다.
“…….”
나는 아까 들어갔던 찌라시 기사 포털에 다시 접속하며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사진) 연습생 K군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과 그의 여자 친구. 이미 가족끼리도 아는 사이인 것으로 확인됨.(사진) [타겟팅 스타> 서바이벌 두 번째 휴가 직후 연인과 이동 중인 K군.]
그 사진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인영은 다름 아닌 우리 누나, 김보미였다.
정확히, 우리 아빠와 보미 누나가 나를 숙소로 데려다주려 왔다가 로건과 주차장에서 마주친 그날 사진.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휴가 날짜도 틀렸네, 이 자식들이….”
이건 첫 휴가 때고, 두 번째 휴가 때 나는 심지어 재하 형이랑 있었다고.
“춘용 형, 뭐라고 했다? 지금 당장 복수를 한다고? 해명 영상부터 시작하겠다니! 역시 기개가 남다르다!”
“아니야!”
악성 멤버 시절과 지금의 내가 다른 가장 결정적인 하나.
그건, 지금 나의 가족들은 멀쩡하게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 하나 조지겠다고 만들어 낸 다른 루머들과 이건 달랐다.
내가 돌아오겠다고 마음 먹은 결정적인 이유.
바로 가족들과 애로우즈 멤버들을 향한 속죄.
그런데.
…나 때문에 가족들이 이런 일에 휘말리다니.
류웨이, 이 개자식이 진짜.
그러나 나는 울컥 터져 나오는 울분을 간신히 삼키며, 침착한 목소리로 가오옌을 향해 말했다.
“네 말은 잘 들었어, 가오옌. 그렇지만… 이건 따로 해명하지 않을 거야. 제작진분들한테 찾아가지도 않을 거고.”
“뭐라고!”
내 말을 들은 가오옌의 얼굴에 온갖 문장이 다 떠올랐다.
분노, 어이없음, 심지어는 ‘형 그렇게 되다 만 남자였나’라는 생각까지.
“춘용 형. 그렇게 되다 만 남자였나!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러다니, 이건 착하다 못해 바보다! 춘용 형 이 바보야!”
아니, 이건 얘가 실제로 얘기한 거구나.
“…인마. 할 말이 따로 있지! 지금 이런 일 당한 형한테 바보가 뭐냐?”
“광동어로 욕을 하면 못 알아들으니 바보라고 한 거다!”
“일단 들어 봐. 어? ‘이 일’에 해명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 이해해?”
“…무슨 말이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 진정시키며 말을 덧붙였다.
“지금 나온 루머들 전부 증거가 너무 불충분하고, 하다 못해 제대로 된 인증 하나 없는 렉카발 가십이야. 이런 건 오히려 해명을 하는 게 불을 지핀다고.”
어떤 루머들은 오히려 해명하는 행위를 바라며 터지기도 한다.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라는 문장을 뱉어 내기까지 당사자가 느낄 불안감, 우울, 걱정 같은 걸 바라며 말이다.
그리고 그런 해명이 뜨면 도리어 ‘진짜 했으니까 거짓말이라도 하는 거지’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게 대다수.
그런 고로, 나는 이런 쓰레기 같은 루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게 내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우울함에 엉엉 울고 술 마시고 정신과 약을 사탕처럼 먹겠다는 의미는 아니지.
“그냥 알려 줄게. 내가 리밍쉔을 설득하려고 했던 이유는, 그게 류웨이를 해결할 가장 온건한 방법이기 때문이었어.”
“…지금 가오옌에게 그 말을 하는 이유는 뭐다?”
“이제 그 방법을 안 쓰겠다는 소리지.”
너한테 도움도 받을 거고. 하하….
내 웃음을 본 가오옌은 약간 어깨를 움찔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 좀 무서워 보였으려나.
나는 살짝 굳은 입가를 매만지며 혀를 쯧, 찼다.
아무래도 생긴 게 이렇다 보니, 화날 때는 정말 웃어도 해결이 안 되긴 한다.
그래. 화가 났다고.
* * *
류웨이의 독선적인 행동으로 일어난 이 일련의 사태에 화가 난 건 김춘용 본인만이 아니었다.
“적절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했던 내 말이, 말처럼 안 들렸나?”
AG의 호랑이, 신기호 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을 꾹 쥔 손에 돋아난 힘줄과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가 지금 얼마나 열 받았는지 대신 설명해 줬다.
– 필요한 일이었어. 그게 아니면 녀석의 순위는 계속 나보다 더 올라갔을 거다.
휴대폰 너머의 상대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말이다.
“류웨이, 이 건방진 애새끼야!”
신기호가 결국 폭발하듯 내지른 고함이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네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무시하던 거? 그거쯤이야, 모르는 게 병신이었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어른한테 기어 오르는데, 대체 누가 그걸 모를까?”
– …….
“근데 이건 경우가 달라. 이번에 너는 나를 거치지 않고 네 ‘후원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했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해?”
– …그걸 몰랐으면 이러지도 않았어. 이게 애초에 내가 바라던 그림이야.
“이게 네가 바라던 그림이라고? 그래, 김춘용의 중간 순위는 이걸로 아마 너보다 낮게 나올 거다. 원래도 네가 4위였고, 그 녀석은 지금보다 떨어져서 7위, 어쩌면 8위도 나오겠군. 근사하네.”
– 그래. 그 녀석의 미션에 필요한 팔로워도 떨어지고 있고. 그리고 그건 내 생각이 맞았다는─
“아니. 이건 일시적인 거야.”
신기호는 제 책상 위의 라이터를 손끝으로 매만지며 말을 골랐다.
“네가 퍼뜨린 이 소문들, 증거가 너무 불충분해.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렉카들이나 좋아할 루머는 퍼뜨려 봤자 잠깐이라고.”
류웨이가 휴대폰 너머에서 무언가 중국어로 중얼거리든 말든, 신기호의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김춘용. 그 녀석 본인이 이걸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까?”
– …….
“아무리 뒷배 없는 녀석이라고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쥐가 고양이를 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냔 말이다.”
– …그 녀석은 애초에 쥐가 되지도 못해.
신기호가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언급하자, 류웨이의 목소리가 아주 약간 높아졌다.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 나 역시 고양이 따위가 아니고. 그리고, 그 녀석이 그렇게 할 때를 대비해서 뒤를 준비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너, 목소리가 높아졌어. 화가 난 건가?”
그러나, 류웨이를 오래도록 보아 왔으며, 썩어 빠질만큼 사회생활을 겪어 온 신기호가 그걸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그래. 왜 네가 계속 김춘용을 언급했는지 이제 확실히 알겠어. 이유야 모르겠지만, 그 녀석이 꼴보기 싫었던 거군. 너보다 잘하는 녀석이 싫었던 거야.”
– …….
신기호의 말에 류웨이의 말문이 막혔다.
당황해서라기보다는, 무슨 말을 하는지 더 들어 보겠다는 태도에 가까웠다.
그에 부응하듯, 신기호가 낮은 목소리로 씨근덕거렸다.
“어찌 되었든, 넌 지금 정말 끔찍한 악수를 둔 거다. 네가 이렇게 내 말을 듣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내가 계속 너를 데뷔시키려고 밀어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 …후원자분들이 가만히 계실 거라고 생각하나 보군.
“사업 파트너가 말한다면 달라지겠지. 네가 이러기 전까지는 우리의 목적이 일맥상통했어. 자본을 받아서 회사를 키우는 대신, 너를 통제하에 화려하게 데뷔시키겠다고 말야. ‘통제하에’.”
– …….
“그런데, 지금은 네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지. 그들도 이번 일로 인해서 그걸 알게 되었고.”
이번에는 정말 류웨이의 입이 막혔다.
그러나, 신기호는 휴대폰 너머 류웨이가 짓고 있을 표정을 대강 예상할 수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 당신은 절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독선적인 이목구비.
머릿속에 뭉게뭉게 떠오르는 얼굴에, 신기호는 쯧 하고 혀를 가볍게 차며 총 모양 라이터를 달칵였다.
라이터 끝에서 나오는 불꽃은 새파란색이었다.
마치, 항상 차분함과 침착함을 가장하지만 속이 드글드글 끓고 있는 류웨이처럼 말이다.
“그래. 그 녀석이 쥐도 되지 못한다면, 너를 물지도 못하겠지. 넌 제발 그러길 바라야 할 거다. 나도 그렇고. 뒤처리는 정말이지, 씨발. 귀찮은 일이거든.”
신기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류웨이가 휴대폰 너머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묵직하고, 약간은 갈라진 목소리.
어쩌면 이게 류웨이의 ‘진짜’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그런 음성으로.
– …잊지 마. 내가 당신의 통제를 벗어났든,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어쨌든 내가 마지막에 데뷔권에 들게 된다면, 나는 무조건 데뷔를 해야 해.
– 무조건.
그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제 휴대폰을 사무실 소파에 집어던진 신기호는 입안 살을 꾹꾹 씹으며 머리로 현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
류웨이가 제 후원자들을 통해 퍼뜨린 김춘용을 향한 악의적인 루머.
그리고 그게 류웨이 발이라는 걸 지금쯤 눈치챘을 김춘용.
앞서 신기호가 류웨이에게 말했듯, 김춘용은 전혀 뒷배가 없는 한낮 연습생에 불과했지만….
‘그런 녀석이, 월가에서 닳고 닳은 부부를 설득했다고. 그 시점부터 그냥 한낱 연습생이라고 평가하는 건 멍청한 짓이지.’
그래서 신중하게,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방법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건데.
“제기랄….”
꼬이다 못해 아예 묶여 버린 제 계획에, 신기호는 뻑 고함을 내지르려다 간신히 참아 내며 이마를 짚었다.
사업가는 그 누구보다도 미신과 징크스에 예민했다.
잘되던 일이 갑자기 이상하리만치 꼬여 간다.
그건 자신이 무언가를 아주 잘못했거나, 혹은….
자기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존재가 끼어들었다는 걸 의미했다.
이 경우에는 둘 다.
애초에, 투자자들 탓에 류웨이라는 통제 불능의 대상을 밀어 주려는 연습생으로 잡은 것.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연습생, 김춘용이 등장한 것.
“아주 돌아 버리겠군….”
고요하게 읊조린 신기호는 자신의 컴퓨터 화면 속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김춘용 사진을 쳐다봤다.
AG의 호랑이 소리를 듣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인데.
이번 일도, 평소처럼 류웨이를 크게 혼내고, 타파할 길을 찾아 가면 될 일인데.
…어째선지, 자기가 물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