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64)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64화
렉쓰레기 시절, 쏟아지는 악의적인 루머와 시선에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은 간단했다.
그건 바로….
“야. 렉스, 너 어제 또 기사 떴던데.”
“기사? 무슨 기사? 나 포털 안 본 지 오래돼서 잘 몰라.”
“너 무슨, 리허설만 하고 집에 갔다고 그, 그러던데.”
“…그게 뭐 어쨌는데?”
“아니, 난… 너 약 안 먹어서 그랬나 싶어서. 처방 약 잘 먹고 다니는 거야? 걱정하는 거야, 인마.”
“어. 야, 나 그런 거 상관 안 한 지 꽤 됐어. 하나하나 말 안 해 줘도 되니까, 그냥 술이나 마시자.”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 것.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은 신경 쓰지 않는 척하다 보면, 정말 신경이 안 쓰이게 된다.
미움 받는 악성 멤버의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그건 렉쓰레기가 아닌 서바이벌 연습생, 김춘용으로 살고 있는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예를 들어, 연습생 신분으로 악성 루머가 퍼지고 이튿날이 된 지금 같은 순간에도 말이다.
“Um, 춘용 형.”
“어 로건. 왜?”
“…잠깐 talking about, 괜찮아요? 그, 좀. 약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크흡….”
나는 나도 모르게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흠, 지금 얘기하면 아침 시간에 늦는데. 이따가 연습 끝나고는 어때?”
“Oh… 그래요. 알겠어요!”
로건은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내 태도에 약간 의아한 표정을 하다가, 곧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먼저 방 밖으로 나갔다.
로건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뻔했다.
“God, 이건 부당해요. 여기 있는 분은 춘용 형의 family란 말이에요! 제가 옆에 있었다고요.”
자신을 도와준 내가 큰일을 겪고 있는 걸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느낀 거겠지.
게다가, 자기가 당시에 함께 있었으니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여겼을 테고.
“하하….”
여전히 은혜 갚으려는 리버풀 보이라니.
국적을 막론하고 기특하긴 하네. 귀엽기도 하고.
이게 기실 로건만이 보이는 모습이 아니긴 했다.
가오옌은 아까 별안간 내게 ‘가오옌만큼은 아니지만, 춘용 형도 멋있는 건 사실이다’ 같은 말을 하질 않나.
료타는 갑자기 자기가 아껴 둔 거라면서 일본에서 가지고 온 주전부리를 잔뜩 안겨 주질 않나.
“흠….”
난 료타가 준 초콜렛 과자 하나를 입에 쏙 집어넣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렉쓰레기 시절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 거였지만, 지금은 정말 비교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을 때 잠잠해지는 루머들을 한두 개 봤어야지, 내가.
뿅!
– X: 에휴 니 잘났다 지금 순위 처떨어져서 8위 됐는데 좋댄다
– X: 그거 알아? 너는 악성 멤버 렉쓰레기라는 이름이 너무 과분해
– X: 야 리얼 악성 멤버면 라방 켜고 시원하게 나 아니라고 X개끼들아! 하고 소리는 질러야지 진짜 아 ㅡㅡ
– X: 몰라 됐어 나 이거 해결되기 전까지 너 안 볼 거야
“…얜 뭐 삐지기도 하네.”
나는 엑스의 메시지를 보고 뺨을 몇 번 긁적이다가 천천히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연습생들이 걱정해 주는 거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 주고, 중간 순위 발표 다음 무대와 류웨이 건만 잘 해결하면 될 문제였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춘용아!”
기초 안무 연습에 가려던 시점에 만난 유찬 형이, 갑자기 나를 붙잡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오, 유찬 형. 형 아직 보컬 레슨 시간 아니에요?”
“아아, 맞지. 근데 내가 또 전공이 보컬이잖아. 꽤 괜찮게 해서 좀 빨리 왔어.”
너 보려고.
형의 뒷말에 나는 예전 생각이 나서 하하, 하는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번에는 고소 안 할 거라니까요, 형.
그런 마음을 숨기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왜요? 갑자기?”
“갑자기라니. 같은 연습생들끼리 보는 데에 이유가 필요해?”
“아뇨, 뭐. 왜 왔는지 알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른 유찬 형은 복도 카메라에 걸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뭐, 네 예상이 대충 맞긴 해. 너, 좀… 안 좋은 일 있잖아. 기분 별로일 거 같아서. 환기 좀 시켜 주려고 그랬지.”
“정말 괜찮은데요, 저. 어차피 대응 안 하면 다 내려갈 가짜 루머들이고….”
“그리고 좋은 소식도 알려 줄 겸해서.”
“…좋은 소식이요?”
무슨 소리야, 이게.
갑자기 루머들이 싹 사라진다거나, 류웨이가 하차 소식을 발표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내 표정이 퍽 웃겼는지, 유찬 형은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예의 그 자판기 뒤로 데리고 갔다.
“봐 봐, 이거.”
유찬 형이 보여 준 건 다름 아닌….
[손재하 @Sonjaeha_TT(영상)
저번 휴가 때 연습했던 ‘Aiming’ (웃음)
도와줘서 고마워! @Sprinyong_TT]
재하 형의 아웃그램 피드였다.
“뭐, 뭐야.”
순간, 당황을 감추지 못한 나는 입을 살짝 벌리며 몇 번이고 그 게시물을 확인했다.
물론, 그런다고 게시물이 갑자기 내려가거나 하진 않았지만.
재하 형의 최신 피드를 장식한 그 영상은, 지난 휴가 때 형과 함께 연습했던 ‘Aiming’의 영상이었다.
형이 은밀하게 내게 류웨이가 나를 어떻게 하기 위해서 손을 쓰고 있다는 걸 알려 준, 바로 그날 촬영한 영상.
영상이 올라온 것 자체에는 별 특별할 점이 없었다.
내가 첫 게시글로 영상을 올려 괜찮은 반응을 얻은 후, 다른 연습생들도 줄지어서 영상 게시물을 올렸으니.
오히려 지금 올라온 재하 형이 좀 늦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올라온 타이밍.
“형도 분명, 자기 게시글에 달린 댓글 봤을 텐데….”
지금 나를 향해 뿌려진 악의적인 루머를 추리면 크게 두 가지였다.
지난 휴가 때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 그리고 게임 아이템 사기.
그러나 재하 형이 올린 이 영상으로 인해서, 내가 휴가 때 있지도 않은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갔다는 루머가 정면으로 반박된 것이다.
애초에 이 일에 따로 대응하지 않고 내버려 둘 생각이었던 나는 당황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체 재하 형이 왜?
아니, 진짜 왜?!
애초에 지금 재하 형 입장에선 내게 짜증을 내도 부족한 상황인데.
처음에 여론을 잡으려던 댓글들이 일부러 대상을 제대로 지칭하지 않고 ‘타겟팅 스타 연습생’이라고만 어그로를 끈 탓에, 재하 형의 게시물에도 괜한 어그로가 튀어 형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으니까.
근데, 그런 상황에서 나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이런 도움을 준다고?
아니나 다를까, 이미 댓글에서는 한바탕 크게 난리가 난 상태였다.
[뭐야? 이러면 김춘용 휴가 때 여친 만났다는 거 완전 구라인 거 아님?] [⎿완전 구라가 아닌진 몰라도 손재하랑 김춘용이랑 친하다는 뜻은 되겠지… ㄷㄷ] [아 씨발 알았다 여친이 손재하였던 거임] [⎿ 개소리 지렸고] [⎿⎿지지해요 연대해요 이 편이 나한테는 나아요] [아니 이 타이밍에 지금 이 영상을 올린 것도… 재하 너무 착해 동생 욕먹는 거 보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 ㅠ] [⎿는 무슨 겸사겸사 노이즈 마케팅 되는 연생 득 좀 보려는 거지 ㅉㅉ 애들이 다 뭔 천사인 줄 아나] [⎿⎿응 적어도 니 같은 애들보다는 손재하가 착할 듯 ㅋㅋ]“아니, 이게 무슨….”
나는 살짝 아파 오는 머리를 짚으며 작게 신음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한두 번이라고.
이런 건 정말이지 볼 때마다 심장이 힘들어졌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하하, 내가 재하한테 다 들었어.”
유찬 형은 잔뜩 신이 나서 나를 향해서 자기 휴대폰을 연신 흔들어댔다.
“그때 둘이 같이 연습해서, 네가 그랬을 리가 없다며? 그래서 내가 영상 올려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재하도 좋은 거 같다고 그러더라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대화를 했다고?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목소리를 높이며 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둘이서 얘기해서 올린 거예요? 그 영상을? 아니, 어느 틈에….”
“쉿, 쉿. 춘용아. 그거 목소리 카메라에 잡힌다. 네가 알려 준 거잖아.”
처음 연습생 통조림 시설로 오는 버스에서 내가 했던 말을 따라 한 유찬 형은, 근사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랑 같이 연습하고, 무대도 올라가 보면서 느낀 건데. 넌 항상 좀 뭐든 알아서만 하려는 경향이 있더라.”
“서바이벌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게다가 지금 상황이 상황이라서요!
내가 뭐라고 더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몰라 연신 입술을 벙긋거리자, 유찬 형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이것만 있는 게 아니야. 너 이름 태그 달린 게시글 중에서….”
뿅!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자, 잠깐만요. 저 메시지 확인을….”
“뭐야, 김춘용. 알림 소리 진짜 귀엽네?”
“…제가 설정한 거 아니에요.”
– X: 해결되기 전에는 안 본다고 그랬지 내가?
– X: 응 엑스가 왔어용 ♡
– X; 모야모야 정말
– X: 난 너 그거 일 터지자마자 저거 해 달라고 가서 빌라고 하려고 그랬는데 ;; 네 리더 형 친구 눈치가 좋네? 더 친하게 지내라
– X: 이제 가오옌이랑 손도 잡았으니까! 다른 연습생들이랑 샤바샤바도 잘하고 하라고
– X: 지금 손재하한테 가서 내가 준 스킬로 같이 셀카 찍고 올리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 ㅎㅎ 바이럴 제대로일 듯
– X: 하여간 셀카는 45도가 정석인데 요즘 애들은 그걸 모른단 말이지 -3-
엑스에게서 어처구니없는 메시지가 쏟아져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번에는 민폐 끼치지 않고, 도움만 주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뿅!
– X: 아 맞다 방유찬이 지금 너한테 보여 주려는 것도 보셈 ㅠ
– X: 너한테 하도 박하게 굴어서 난 가족들이 너 싫어하는 줄 알았자나 ㅠ
“무슨….”
“다 봤어? 춘용아, 이게 더 급해. 봐 봐. 이제 곧 기초 안무 레슨 시작한단 말이야.”
“잠깐만요, 유찬 형. 저 진정 좀 하고!”
성격 급한 유찬 형이 냅다 들이민 휴대폰에, 나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화면을 확인해야 했다.
먼저 보인 건 기본 프로필을 장착한 갓 만든 아웃그램 계정.
그리고 단 하나뿐인 게시글.
그 내용은….
[김보미 @kimbomi__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타겟팅 스타>에 출연 중인 연습생, 김춘용의 누나 김보미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그 어떤 것보다도 내 입을 벌어지게 만드는 누나의 이야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