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8)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78화
김춘용은 화장실에서 발걸음을 옮겨 나오며 애써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 아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말이다.
[ㅇㅇ @GLAEMFEK(사진) (사진)
디엠 내용 첨부한다… 뒤에 가서는 뭔가 쎄했는지 나 차단했거든? 근데 정작 궁금했던 건 다 말해 줬음; 지금은 아웃그램 계정도 비공개로 돌리고 묵묵부답인 상태] [⎿아 알 사람은 이제 다 알았다고 ㅋㅋㅋㅋ] [⎿⎿지금 공방 가 계신 ㄹ웨이 서포터즈 RIP네 걍] [안타깝다 피자 사 들고 왔더니 집에 불났네]
남들이 자신에 대해 물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가오슈민이 스노우볼을 굴려 주기 시작한 덕에, 김춘용이 추가로 글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이미 SNS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계정을 비활성화 합니까? 비활성화 30일 후에는 모든 정보가 삭제되며, 로그인이 불가능합니다. Yes / No]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처음 불씨를 지핀 ‘씹다 버린 영수증’ 계정은 역할을 마쳤으니 삭제.
이제 남은 건, 김춘용이 류웨이를 향해 놓은 이 불이 어디까지 번지냐에 있었다.
‘리밍쉔이 나서겠다 한 부분은 아직 첫 걸음도 안 뗐지만, 어쨌든 시작이 괜찮아.’
이제 SNS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에도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김춘용의 루머가 시작됐을 당시와 같은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사실, 같은 그림 수준이 아니지. 나는 가짜 루머였고, 류웨이는 진짜니까.’
당시의 감정이 떠오른 김춘용이 주먹을 꾹 쥐자, 다시 한번 뿅! 하는 알림이 주머니에서 울려 왔다.
– X: 좋아좋아 이제 그럼 네가 올린 그 글로 류웨이가 어케 되는지, 어케 행동하는지에만 남아 있겠네!
– X: 좋아좋아 너 오늘 무대 좋았으니까 이제 방송만 잘 타면 생방송쯤에는 아슬~아슬하게 6위 7위권 다시 복귀할 거 가튼데!?
– X: 뭐 ‘[타겟팅 스타>로 데뷔’라는 목표에 맞추려면 6위는 해야겠지만서도 ㅎㅎ
– X: 네가 잘되는 게 나한테도 좋은 일이니깐
– X: 김춘용? 힘을 내?
– X: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ㅋㅋㅋㅋㅋㅋ
엑스의 응원을 빙자한 놀림에도 김춘용에게는 웃을 여력이 없었다.
무대가 끝난 직후의 탈력감, 그리고 오랜 시간 신경 써 온 문제가 해결의 첫걸음을 디뎠다는 긴장감.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서 한 번에 덮쳐 오고 있었으니까.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끝난 게 아니야.’
류웨이가 정리되는 것도, 자신의 데뷔도.
김춘용이 올라탄 순간부터, 단 한 번을 멈추지 않은 속죄행 익스프레스도 말이다.
“더헉!”
순간, 다리가 꼬여 휘청거리는 김춘용의 팔을 누군가가 확 붙잡아 왔다.
“…김춘용 연습생,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하하, 무대가 너무 힘들었나.”
김춘용은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자연스럽게 훑으며, 자신을 붙잡아 준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출연진과 스탭들, 그리고 관계자들만이 지나다니는 통로답게, 김춘용의 팔을 붙든 이는 다름 아닌 메인 작가 이현정이었다.
무더운 스튜디오 현장에 있다가 온 건지, 살짝 상기된 이현정은 어딘가 모를 얼굴로 김춘용을 바라봤다.
“…축하해요.”
무얼 축하한다는 건지 모를,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네?”
“아, 아.”
자기도 모르게 꺼낸 말이었던 건지, 김춘용이 뻘하게 던진 의문에 이현정은 입을 한 번 틀어막으며 재빠르게 수습을 했다.
“아니. 음. 무대 잘했잖아요? 염색한 것도 반응이 좋았고요.”
“아, 네. …그, 그렇죠?”
특별 심사위원으로 나온 곡 제공자, 정연우가 특히 그의 머리색을 콕 집어 언급함으로 인해 당시에 큰 환호가 터져 나왔었다.
“무대야 뭐, 저는… 다 마음에 드네요. 이게 작곡가의 마음일까요? 하하. 항상 저희 팀 노래만 만들었던지라. 그리고 김춘용 연습생?”
“…네, 선배님!”
“염색한 거, 보기 좋네요. 근데 왜 하필 빨간색?”
“그건 제가 픽해 줬어요. 제가 비주얼 멘토니까.”
“…아아. 문윤하 멘토께서 골라 주셨군요.”
“마음에 안 드세요? 곤란한데. 그럼 연우 씨 스타일링 시야가 좁아졌다는….”
“아뇨, 좋습니다.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거 같네요, 하하.”
뭐. 머리색 때문에 환호가 나온 건지, 아니면 입만 열면 이상한 말을 해서 [타겟팅 스타> 방영 내내 수많은 통편집을 겪은 문윤하의 입놀림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그거 때문에 작가님이 나한테 축하의 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는데. 아직 서바이벌이 진행 중이잖아.’
김춘용과 이현정의 두 눈이 마주쳤다.
“…….”
이현정은 특별 심사위원석에 자리한 또 다른 남자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김춘용의 시선을 피했다.
“김춘용 연습생, 너무 늦지 않게 대기실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이제 곧 다른 연습생들 무대가 전부 끝나거든요. 다시 올라가야죠?”
“아… 네.”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이현정의 말에, 김춘용은 약간의 뜸을 들이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대기실로 옮겼다.
그 기다란 뒷모습을 보는 이현정은 여전히 묘한 눈빛이었다.
“주 피디님, 도재찬 사장은 왜 갑자기 부르신 거예요? 하준이가 아주 우는 소리를 내던데요.”
“뭐, 내가 총괄 피디님한테 괜히 일주일씩이나 닦이고 그랬겠어? 다 바라는 바를 얻으려다 보니까 그런 거지.”
“아니, 그거랑 도재찬 사장이랑은 무슨 상관….”
“이 작가.”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신 이사가 좋을 일이 생기진 않을 거야.’
“…….”
악랄할 정도로 화가 난 주철영이 단어 하나하나를 씹었던 말.
그리고, 지금 막 무대를 끝내고 특별 심사위원들 앞에 선 ‘잠수’ 팀의 류웨이.
‘연습생들 아웃그램 댓글창은 김춘용 연습생 일 이후로 전부 막아서, 지금 잠잠한 상태지만… 조금 아까 SNS에 올라온 글. 그건 정말….’
어느새 김춘용을 너무 날카롭고 무섭게 생긴 연습생에서, 아직 어리고 보호받아야 하는 학생으로 보게 된 이현정이었다.
‘피디님이 하신 거겠지. 김춘용 연습생은 우연히 그걸 보고 자기랑 같은 일이 터진 거 때문에 충격을 받은 거고.’
그렇다.
그녀는 류웨이의 약혼녀 이슈가 터진 방향이 김춘용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뒷배도 없는 서바이벌 촬영하기 바쁜 연습생이 어떻게 그런 거대한 이슈를 터뜨리냐’가 일반적인 판단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다시 무대 현장으로 옮기며 침음했다.
‘…피디님이 굳이 도재찬 사장을 현장으로 부른 이유도 이제 알겠어.’
그녀가 끼운 첫 단추는 비록 잘못된 방향이었지만, 어쨌든.
‘데뷔 멤버를 손 보려고 하시는구나.’
결론적으로 주철영 피디가 도재찬 사장을 현장으로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는 맞았으니,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도 없었다.
* * *
[타겟팅 스타>의 4차 경연 현장은 매우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곡 제공자들의 면면이 면면이었고, 대선배의 곡을 자기들이 공연한다는 중압감 덕분에 연습생들은 자기의 평소 능력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치열함 덕분이었을까?
[1위 – 라키 [Teen spirit>2위 – 정연우 [그로기 (Groggy)>
3위 – 이세령 [잠수>
4위 – 표제열 [즉흥 일탈>]
결과가 나온 직후에도, 딱히 표정이 어두워지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연습생은 등장하지 않았다.
“아쉽죠,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곡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워낙 이, 이세령 선배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몇몇 연습생들의 소감에서는 슬슬 마지막을 암시하는 뉘앙스가 풍겨 나오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데뷔를 할 수 없을 거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타겟팅 스타>는 내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등.이 무대가 끝나고 기다리고 있는 건 생방송뿐.
그전에, 제대로 준비한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경험이 그들을 한 단계 키워 줬기 때문이었다.
“…….”
그러나, 와중에 단 한 마디도. 아니, 제작진에게 상황을 전달받은 최가온이 굳이 마이크를 전달하지도 않은 연습생 역시 있었다.
“류웨이 녀석 얼굴은 좀 보셨습니까? 무대 직전에 휴대폰을 좀 봤다던데. 다 아는 눈치더라고요.”
때마침, 그때를 회상 중이던 도재찬에게 주철영이 커피를 내밀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타겟팅 스타> 촬영을 진행하며 살이 쏙 빠진 주철영이었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중이었다.‘어휴, 독한 인간 같으니. 자기 서바이벌 출연자한테 약혼녀가 있다는데, 좋아 죽기는. 저러니까 매번 서바이벌을 만들 수 있는 건가?’
그런 주철영 몰래 가볍게 혀를 찬 도재찬은, 주철영이 건넨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봤지. 이미 알고 있는 것치고는 의연하던데. 무대도 잘하고.”
“뭐, 그 정도 해야 약혼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서바이벌에 나올 생각을 하나, 싶기도 하죠. 저야 시청률도 오르고, 신 이사 엿도 먹이니 즐겁지만.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녀석 순위가 이대로 떨어지면 되는 일 아닌가? 지금 그림도 딱 적절하게 그려졌는데.”
도재찬 역시 주철영이 꺼낸 말에 대해 아무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신 이사가 굳이 더럽게 손을 써 가며 기를 쓰고 류웨이를 데뷔시키려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현재 AG 글로벌 중국인 연습생들 중, 당신들이 밀어주고 있으며, 가장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류웨이를 데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받아 온 투자.
그런데, 애당초 그 ‘재능과 가능성’이라는 명제가 무너진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 쪽에서도 할 말이 생기는 거지. 약혼자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류웨이를 밀어주겠다는 발상 자체를 안 했을 테니까.’
도재찬이 자신의 비서에게 부탁해 그 약혼녀라는 이의 집안을 잘 찾아보니, 애당초 투자자들 중 한 명의 자녀였다.
‘처음부터 당신들이 짜고 쳤는데, 우리가 약속을 이행할 이유가 있냔 말이지. 여기서부터는 딜을 다시 하면 돼. 뭐, 처음부터 생각했던 중화 그룹으로 데뷔한다거나 말이야.’
신기호 이사야, 뭐.
처음부터 자신이 준비하던 그림이다 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져 어떻게든 수습을 해 보려고 하고 있겠지만.
도재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투자자들과 비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되니, 이득이라면 이득인 편이었다.
홀로 생각을 하면서 살짝 밝아진 도재찬의 얼굴에, 주철영이 핑거 스냅을 딱, 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안 되죠, 사장님. 벌써 모든 게 그렇게 수월하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런 거였으면 제가 굳이 사장님을 뮤직데이즈 본사로 모시지도 않았을 거고요.”
“…….”
도재찬은 주철영에게 더 얘기해 보라는 듯 천천히 의자에 몸을 기댔다.
조연출과 작가, 그리고 도재찬의 비서도 물러난 사무실에는 두 남자의 목소리만이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말씀 드린 것처럼,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실제로 무대는 생방 하나 남았다지만, 미션도 남았고. 각자의 소감과 각오를 얘기하는 촬영도 하나 남았거든요. 뭐랄까… 이른바 서사팔이?”
“그런 거야 나도 알고 있지. 그런데, 거기서 류웨이가 뭐 팔 수 있는 게 없잖아. 약혼녀가 있다. 이건 팩트다, 아냐. 전에 김춘용 연습생 루머랑 다르게 말이야.”
“뭐… 그것도 기억하시네요.”
“그래도 우리 회사 연습생인데 모를까 봐? 뭐, 그건 됐고. 지금 신 이사가 열심히 기사 막고야 있지만, 언제까지 되겠어? 난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그걸 다 당하고도 류웨이가 데뷔를 한다면요?”
“…뭐?”
도재찬이 당황하고, 주철영이 눈을 빛냈다.
마치 드디어 사냥감의 발목을 잡은 육식 동물 같은 얼굴이었다.
주철영은 도재찬처럼 길게 생각하지 않고, 약간은 다혈질에, 귀가 두껍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지금 류웨이의 순위가 4위죠. 다른 연습생들이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이상, 순위 하락 폭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6위?”
6위라는 말에 도재찬의 턱근육이 꿈틀거렸다.
“6위면 데뷔권이잖아. 그 정도는 당신이 조절을….”
“아, 제가 순위 조작을 해라? 뭐, 빵 한 번 다녀오면 될 일이니까 사식만 넣어 주신다면 못할 것도 없죠.”
“아니, 나는 그런 말이―.”
순간, 주철영은 도재찬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단어를 꾹꾹 씹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좋은 방법이 존재하니 다행이죠.”
류웨이가 확실히 데뷔할 수 없게 만들고, 신 이사님이 도재찬 사장님 방향을 향해 생각을 고쳐먹게 만들 방법이요.
주철영의 형형한 눈빛을 본 도재찬은 이제는 거의 식은 커피를 한입에 때려 박고 눈동자를 굴렸다.
“…일단 뭔지 들어나 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주철영은 자신의 아이디어 노트를 도재찬을 향해 흔들어 보이며 씨익 미소 지었다.
“한 연습생이 자기를 실망시켰다. 그럼….”
더 사랑할 연습생을 만들어 주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그 노트 틈새로 삐죽, 튀어나온 색상표에 붉은색이 희미하게 보이는 건, 굳이 더 말할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