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7)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77화
* * *
생방송 전 마지막 방청이라는 이름에서인지, [타겟팅 스타>의 4차 경연 무대는 매우 뜨거웠다.
무대에 오른 연습생들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도 말이다.
당장 방청석에 앉은 사람 중,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화성에서 온 나의 별☆지화성] [안지누스♡] [My Sensational Liverpool Boy]이제 자리를 잡다 못해, 이미지가 확실해진 연습생들의 네임드팬이 무료 배부한 슬로건에 이어서….
[가오옌이 태어나자 의사가 울었다] [! 방유찬 ! 이런 식이면 결혼뿐이야]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잡히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개인 제작 플래카드, 그리고 누군가는 거기 아래에 붙인 혼인 신고서까지.
와아아아….
혼자서 결혼을 결심한 방유찬의 개인 팬이 화면에 잡히자, 팬석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웃고, 웅성거렸다.
“…….”
그리고 무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류웨이는, 그 모습을 보며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저렇게 웃음으로 소비될 만큼 가벼운 단어가 아니었으니까.
“그 애가 너를 아주 좋아한다지.”
“예.”
“이전에도 말했지만, 이 약혼은 분명 도움이 될 거다. 그들이 네가 들어가려는 그 회사에 큰 투자를 약속했으니 말이다.”
“…좋은 일입니다.”
류웨이의 성공을 위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약혼.
어려서부터 류웨이라면 죽고 못 살았던 가오슈민의 집안이 AG 글로벌에 큰돈을 대고, 류웨이는 그 돈으로 화려하게 데뷔를 한다.
그렇게 류웨이가 한국에서 충분히 인지도를 쌓은 후에는, 중국으로 돌아와서 유명세를 떨친다.
거기에 더불어, 류웨이 혼자만의 계획 역시 존재했다.
바로 가오슈민 집안의 투자가 회수될 때쯤, 그에게 족쇄로 작용했던 약혼을 은밀히 파기하는 것.
지금 당장 김춘용을 떨쳐 내기 위해 그들을 향해 손을 벌리긴 했으나, 이를 통해 무사히 데뷔만 할 수 있다면 이 역시 해결이 가능할 터였다.
류웨이는 길게 내려온 소매 아래로 주먹을 꽉 쥐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들은 전부, 천천히 정리가 될 것이었다.
김춘용도, 약혼도.
그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그리고 때마침, 민트색 머리에 가벼운 베이비펌을 한 최가온이 무대에 올라 멘트를 쳤다.
“아, 지금 당장이라도 해변으로 드라이브를 가고 싶네요! 팀 표제열의 ‘즉흥 일탈’ 무대, 다시 한번 큰 박수 보내 주세요!”
일전에 버스킹을 통해 합을 맞춰 본 적이 있는 성원협과 로건.
그리고 한상우, 김주안, 료타로 이루어진 표제열 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고 싶은 가수’ 순위에 매년 랭크되는 표제열답게, 80년대 유명 시티팝을 샘플링한 곡의 멜로디는 역시나 여행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 지루하기 그지없지 이 일상이란 게
넘어가는 페이지 전부 하얀색이야
네모난 창밖엔 먹구름 천둥 번개
보이지 않네 무지개는
다른 연습생들이 교복과 수트를 입고 지루한 얼굴을 하다가, 갑자기 캐주얼한 옷차림과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는 성원협을 보고 놀라는 연출도.
– 나는 갑자기 그래
너도 나를 알고 나도 나를 알지만
나는 갑자기 그래
재밌지 않으면 싫은 거 같아
처음 들은 방청객들도 따라 하기 쉬운 가사 역시도 말이다.
“갑작스럽게 앉아 있던 교실에서 뛰쳐 나가고 싶다든가, 사원증을 집어던지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특별 심사위원으로 멘토들 옆에 앉은 표제열이 퍽 만족스러운 얼굴이었으니, 무대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류웨이는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더 잘할 것을 알고 있어서.
“네, 이어서 다음 팀 만나 보겠습니다! 오늘 특별 심사위원으로 모신 정연우 선배님! 곡 설명을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그렇게 하죠.”
와아아아아!
특별 심사위원석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옮겨 간 그때, 스탭들의 지시에 따라 정연우의 ‘그로기(Groggy)’ 팀이 무대 가운데로 몸을 옮겼다.
본 공연은 리허설의 역순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로기 (Groggy)’ 무대 직후가 류웨이의 ‘잠수’ 팀이었다
장시우, 리밍쉔, 안진우, 그리고 김춘용.
류웨이는 가운데에서 리밍쉔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무대 뒤쪽에 시선을 둔 김춘용을 보며 천천히 팔짱을 꼈다.
제 옆에 리밍쉔을 끼고 무언가 발버둥을 쳐 보려는 듯했으나, 그 또한 잘 되진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만일 리밍쉔이 완전히 마음을 돌렸다고 해도, 이제 생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2주.
그 시간 동안, 김춘용이 뒤집을 것은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김춘용이 어떻게 해도 류웨이가 이 이후에 있을 두 무대를 모두 완벽히 마치고, 데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될 일이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준비한 모든 것들이니까.
“…해서,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현실과 유리되는 느낌을 주는 노래입니다.”
“우와,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이제 장시우 연습생, 리밍쉔 연습생, 안진우 연습생. 그리고 김춘용 연습생으로 이루어진 팀의 ‘그로기(Groggy)’ 무대를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가온의 말이 끝나고, ‘그로기(Groggy)’ 특유의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가 무대를 천천히 채웠다.
장시우와 안진우가 서로 뒤를 돌면서 도입을 부르는 걸로 시작되는 노래.
그리고 그 직전.
류웨이의 눈에, 무대 뒤쪽을 보고 서 있던 김춘용이 입을 벙긋거리는 것이 들어왔다.
“――.”
빠르게 움직이는 조명 때문에 자세히는 보이지 않았지만.
‘너만 간절한 거 같아?’
일부러 한국말을 잘 하지 않는 류웨이를 뻔히 알고 있는, 김춘용이 놀리듯이 꺼낸 말.
“…….”
그 속뜻을 천천히 되뇌인 류웨이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며 김춘용을 똑바로 바라봤다.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위 연습생들을 향해.
김춘용을 향해 떨어졌다.
먼저 보이는 건 붉은색 팔의 항공 점퍼. 목에서 달랑거리는 고글.
기다란 다리에 달라붙은 가죽바지.
– Ride, 속도를 올려
저 조명이 보이지 않게
I know, 여긴 현실이 아냐
진짜와 가짜
아니면 그 중간
그리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작된 장시우와 안진우의 보컬에 맞춰 흔들리는, 김춘용의….
– 하늘을 밟아
땅을 쳐다봐
Round and round
잘못 만들어진 우리의 Theme Park
그 속에서 너와 난
…새빨간 머리카락.
당장 지난주 방송분까지만 해도 결 좋은 새카만 머리를 유지하던 김춘용이 염색모와 함께 가운데에 서자, 아래쪽 팬들이 떠나가라 고함을 내질렀다.
단지 머리카락 때문만이 아니었다.
– Warning, Groggy
Warning, Groggy
Coz’ dizziness Coming
Groggy, Groggy
눈 돌아갈걸
정말 어지러울걸
1절 후렴구에 나오는 허스키한 고음 직후, 리밍쉔과 함께 무대를 거의 가로지르듯 달리며 다리를 쓰는 동작까지.
환한 미소. 조명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나는 땀.
무릎으로 거침없이 무대를 쓸고, 허리 반동만으로 반쯤 누웠던 자세에서 일어나고.
마이크를 쥔 팔을 들어 올린 김춘용은, 류웨이가 보기에, 정말….
“류웨이.”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문 류웨이는, 저를 부르는 손재하의 목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았다.
“我在看舞台(무대 확인 중이었어.)。”
류웨이와 비슷하지만, 색이 약간 다른 실크 소재의 의상을 입은 손재하는 어딘가 묘한 얼굴이었다.
“음, 그래. 네 말대로… 무대를 정말, 열심히 보고 있는 거 같길래 안 부르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네가 좀 봐야 할 거 같거든.
머리와 같이 새카만 동공에, ‘잠수’ 컨셉에 맞춰 약간 창백하게 메이크업을 한 손재하가 자기 손을 살짝 흔들었다.
거기엔, ‘가능하면 무대 뒤쪽에는 들고 가지 마라’라고 제작진들이 언질한 휴대폰이 있었다.
“뭐. 들고 오면 안 되는 게 규칙이지만. 너는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네 일인데,
“모르는 것도 이상하잖아.”
“…….”
손재하의 손에서 그 휴대폰을 잡아당긴 류웨이는, 제 손의 반절 정도 되는 화면 속 글을 읽었다.
읽었다.
또 읽었다.
[씹다 버린 영수증 @QORHVMEK(사진) (사진)
류웨이 약혼녀
#류웨이 #류웨이 약혼녀 #타겟팅스타 #타타]
그런다고, 그 휴대폰 속 SNS 게시글이 내려가거나 지워지진 않았지만 말이다.
류웨이의 싸늘한 동공에 가오슈민이 올린 류웨이의 어린 시절 사진, 그리고 그 아래에 적힌 사랑 가득한 문구들이 들어왔다.
무수한 재게시물과 하트, 더불어 옆에 떠오른 실시간 트렌드 속 제 이름도 말이다.
무대에서는 여전히 김춘용이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미친 듯이 무대를 하고 있었다.
– Warning, Groggy
Warning, Groggy
Coz’ dizziness Coming
Groggy, Groggy
눈 돌아갈걸
정말 어지러울걸
그 가사가 이상할 정도로 류웨이의 머리에 박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손재하에게 아무 표정 없이 다시 휴대폰을 넘겨 준 류웨이는, ‘그로기(Groggy)’ 팀의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운데에 김춘용을 둔 채로, 4명이 함께 댄스 브레이킹을 하고, 무대가 막바지로 흐르는 지금.
이후, ‘잠수’ 팀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 * *
“감사합니다, 그로기(Groggy) 팀이었습니다!”
우레 같은 함성과 박수, 그리고 멘토들과 특별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들은 직후.
“춘용 형, 어, 어디 가요!?”
“나, 그, 잠깐… 화장실 좀!”
“아니, 오늘도 속이 안 좋은… 앗!”
김춘용은 장시우의 입에 잽싸게 양갱을 하나 물리곤 화장실을 향해 뛰어갔다.
아까 처음 예약을 걸어 놓은 게시글이 올라가고 이제 2시간이 흘렀을 무렵.
곧, 두 번째 게시글이 올라갈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뿅!
– X: 야야 그거 두 번째 글은 안 올라가도 되겠던데?
– X: 내가 보니까 아까…
이제야 그놈의 뿅 소리가 김춘용의 사회적 목숨을 죽인다는 걸 안 건지, 화장실에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게 X의 메시지가 휴대폰 화면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김춘용은 그런 걸 볼 시간이 없었다.
‘지금 어떻게 되고 있지? 내가 제대로 올린 게 맞나?’
그가 떨리는 손으로 누른 SNS는 다행스럽게도, 김춘용의 루머 때만큼이나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ㄹ웨이 약혼녀? 대체 뭐임? 요즘 세상에 어릴 때부터 약혼을 한다고?] [⎿ㅇksl 저 씹다 버린 어쩌고는 대체 어떻게 찾은 거래] [⎿⎿내 말이 ;; FBI? CSI?]김춘용은 FBI도 아니고, CSI는 더더욱 아니었으며, 그저 미래에서 돌아온 악성 멤버였지만, 뭐.
김춘용이 타블로이드지에 이 사실을 넘기지 않은 것은 자기가 더 잘 퍼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도 있지만,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돈에 따라 움직인다.
정보를 들고, 그들이 생각하는 액수를 AG에서 맞춰 주기만 한다면 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SNS에 직접 올리는 건 달랐다.
그 소문의 증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증거를 찾아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널린 곳이 SNS니까.
‘실시간 트렌드를 보니까, 지금 사람들이 제대로 관심갖고 있어. 이제 두 번째 게시글이 곧 올라가면….’
뿅!
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김춘용에게 화라도 내려는 건지, 엑스에게서 다시 한 번 더 메시지가 도착했다.
– X: 멍 청 아
– X: 두 번째 거는 안 올려도 된다니까?
– X: 그거 벌써 단물 다 빠진 소재라고 ㅡㅡ
– X: 아휴 안 되겠다 내가 링크 보내 줌 ㅉㅉ
“…뭐, 뭐야.”
김춘용이 두 번째로 올리려던 게시글은, ‘카오용용’ 회사 이름으로 가오슈민과 대화를 나눈 디엠의 캡처였다.
‘카오용용이 대체 무슨 회사냐는 질문이 역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 사진 편집을 좀 해서 만든 게시글이었는데….’
엑스가 보낸 링크 속 SNS 게시글을 확인한 김춘용은, 벌어진 입을 다물며 2분 뒤 올라갈 예정이었던 예약글을 지웠다.
[ㅇㅇ @GLAEMFEK(사진) (사진)
#류웨이_약혼녀 라고 올라온 사람 누군지 찾아봤음
처음에는 그냥 구라라고 생각했는데 류웨이랑 소학교 중학교 예술고등학교 다 같은 곳 나옴… ] [⎿아니 징그러워 뭐 이런 거까지 찾아봄?] [⎿⎿ DM 보내니까 어떻게 알았냐고 개신나서 말해 주던데] [와 ㅁㅊ 디엠으로 물어보니까 진짜 다 얘기해 주네
자기가 류웨이 약혼녀 맞대 ㅋㅋㅋㅋㅋㅋㅋ
김춘용 루머 저리 비켜! 진 짜 가 온 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스노우볼이 미친 듯이 굴러가고 있었다.
심지어,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목적지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