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76)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76화
* * *
종종 그런 일이 있다.
인터넷 맘카페에서 어떤 식당을 너무 심하게 욕한 사람을 고소해서 실제로 보았더니, 사실 근처 식당을 운영 중이던 40대 남성이라든가.
[내가 한국대 다녀 봐서 아는데]라는 서두로 늘 글을 써서 ‘커뮤니티 한국대생’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 사실 5수생이었다든가 하는 일들 말이다.여기서 짚어야 하는 점은, ‘그들이 어쩌다가 본인임을 걸렸는가’에 대해서였다.
상대방을 향한 증오가 너무 커서, 동경이 너무 커서.
그 정도를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
거기서 또 예시를 뽑자면, 나를 욕하는 데에 온 열과 성을 다하던 안티 팬의 SNS 계정이 있었다.
[ㅇㅇ @RETREASH12345(사진) (사진)
헉 ㄷㄷ 오늘도 클럽에서 술 마시고 나오는 렉스♡ #렉쓰레기 #렉스 #애로우즈_서포터 #아처_친구소개 #아이돌팬_다모여 #슬레딕스 #레오폴드 #써머타임보이즈 #최가온] [⎿아 ㅆㅂ 이 미친X끼야 렉쓰레기에 우리 오빠들 태그 끼워 넣지 마] [⎿ㅁㅊ 사진도 있네 어캐함] [ㅇㅇ @RETREASH12345
제 계정에 올리는 사진들은♡ 전부♡ 제가 직접♡ 찍었어요♡] [⎿욕하기 위해 쫓아다닌다니 진짜 대박이다… ] [ㅇㅇ @RETREASH12345
(사진) (사진)
우리 #렉스 오빠가 스튜디오에서 갑자기 뛰어나왔다는데요! 왜 나왔는지♡ 알아보니까♡ 예능 촬영 중에 피디님이랑 ㅠㅠ 싸웠다는 소식! 덕분에♡ 촬영 올 스톱♡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렉스 오빠에겐 알 바 아니지요♡] [⎿글 내리세요 방청객 비밀 유지 계약서 쓰는 거 몰라요? 이런 거 올리면 A로우즈 앞으로 방청객 없이 촬영한다고요] [ㅇㅇ @RETREASH12345
ㅇㅅㅇ… 지금도♡ 별로 없는데요 뭘♡ 그리고 전♡ 방청객이 아니에요♡ #렉스 오빠 팬이지♡]
해당 계정의 주인은 결국, 두 눈에 불을 켜고 있던 슈팅 렉스 누나에게 꼬리를 밟혔다.
직접 사진을 일일이 찍는 데다, 꼬박꼬박 내 모든 스케줄과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붙으니 당연한 일이었을까?
[슈팅렉스 @Shooting_REXSNS 계정 @RETREASH12345 님
아니 @siwooow1223 님!
지난 일본 스케줄 나리타 공항에서 ㅅㅇ 가방 키링 잡아당겨서 뜯어간 악개분이셨네요? 올리신 사진 아래쪽에 ㅅㅇ 키링 달려 있어서 알아봤어요 ㅎㅎ 그거 커스텀인 거 알고 다신 거죠?] [ㅅㅇ가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정중하게 이야기하는데도 무시하고 뜯어가시더니 타멤 머리채 뜯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으시네요 ㅜㅜ]
이 일은 나뿐만 아니라 시우도 관련이 되어 있었던지라, 잊기 어려운 사건 중 하나였다.
시우는 자기도 피해자면서 난감해하지, 나는 그렇다고 잘한 게 있는 것도 아니라 뭐라고 입 열기도 애매하지.
슈팅 렉스 누나의 게시글에는 [악성멤 어머님이 하실 말씀은 아니신 듯 ㅠㅠ] 같이 이야기하는 바를 흐리는 말들도 따라붙어서, 여러모로 상처만 남았었다.
자, 그러니까 여기서 얻은 교훈.
어그로가 너무 심하면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
그러니까,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아마, 그 정도를 가장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이상 되는 사람이 없을 게 분명했다.
8년간의 SNS 어그로 역사를 전부 다 지켜봤고, 그 중심에서 몰매를 맞던 게 나니까.
“하하….”
하도 SNS에서 까이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다니.
아니, 도움된다고 봐야 하나. 이걸.
가족들, 멤버. 그리고 팬분들에게 진작 잘했다면 이런 걸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렇지만, 이렇게 돌아온 이상 해야만 했다.
아침에 확인한 [포춘 쿠키 B] 스킬도 ‘결단을 내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라고 얘기하기까지 했으니까.
“…후.”
나는 손바닥을 축축하게 적시는 땀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어제 내가 미리 생성해 둔 SNS의 타임라인 화면이 떠 있었다.
새로 만든 SNS 계정이 다 그렇듯, 사람이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기본 사진과 랜덤으로 주어지는 닉네임.
[씹다 버린 영수증 @QORHVMEK팔로우 0 팔로잉 0 게시글 0]
팔로우 하는 사람도, 팔로잉 중인 사람도 없는 텅 빈 계정에, 나는 빠르게, 그렇지만 정확히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2시간 후에 올라갈 것 하나, 그리고 4시간 후에 올라갈 것 하나.
[게시글을 예약하시겠습니까? Yes / No]내가 준비한 건 아주 작은 불씨들이었다.
그렇지만, 시선이 끌린다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를 불씨 말이다.
내가 자리한 화장실 벽 너머로, 어렴풋이 ‘잠수’ 팀이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게 들려왔다.
– Dive, 뛰어들어
더 아래로, 저 물결 아래로
가라앉는 숨은 목을 조여
그렇지만 이 순간만큼은 So sweet
한 번 더 Dive
뛰어들어
몽환적인 사운드 너머 사이에 스며있는 류웨이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가웠다.
나는 허탈함과 긴장, 그리고 미묘한 호승심에 이를 악물며 벌떡 일어났다.
…류웨이.
네가 뛰어든 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한 번 두고 보자고.
* * *
[타겟팅 스타>의 4차 경연 방청객이 모두 입장하고, 첫 번째 팀의 무대를 앞둔 가운데.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관계자들에게 안내의 말을 전하던 막내 작가, 이하준은 죽는 얼굴을 하며 지하로 뛰어가고 있었다.
“진짜 꼭, 이런 것만 나한테 시키고…!”
“주, 주 피디님. 오늘 AG에서 신 이사님이랑 도 사장님 두 분 다 경연 보러 오신다는데요.”
“…둘 다? 허, 참. 생방송 전 마지막 무대라고 신경 좀 쓰고 싶으신 모양이네, 신 이사. 내가 부른 건 도 사장 한 명인데.”
“어떻게 할까요? 두 분 다 특별 심사위원석으로 모시려면 지금 조연출들한테 세팅을….”
“야. 도 사장이면 몰라도, 신 이사 그 새끼가 무슨 심사위원이야? 당연히 장비 위치 조절해서 자리 만들어야지. 하준아, 정신 안 차릴래?”
“죄, 죄송합니다!”
“됐어. 둘이 차 따로 타고 올 테니까, 자리 알려 줘. 난 담배 한 대 하러 간다.”
“아니, 피디님. 제가요…? 제가 가서 알려 드려요?”
“그럼 내가 해? 현장 컨트롤 네가 하고, 나는 내려가서 그 인간들 레드 카펫 깔아?”
“자기는 입으로만 시키면서… 진짜 귀찮은 일은 내가 하고 있는데!”
입은 절규하다시피 주 피디를 저주하고 있지만, 그의 발은 착실하게 계단을 탔다.
‘따로따로 자리를 안내하면 또 왜 저 사람은 저긴데 나는 여기냐, 하면서 따질 거 아냐. 왜 하필 도착 시간이 같아서는!’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뮤직데이즈 지하 주차장에는 이미 신기호 이사의 세단과, 도재찬 사장의 매끈한 스포츠카가 도착한 상태였다.
이미 방송국 지리와 촬영 현장을 훤히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굳이 제 발로 먼저 걸어 올라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미묘한 기싸움.
다 큰 어른들이 낯부끄럽게 뭐하는 짓이냐고 할 수도 있었지만, 현재 그들의 관계가 미묘하게 껄끄러워져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로건의 하차 건으로 신기호가 도재찬이 모르는 사이에 뒤통수를 치려고 한 것.
게다가, 거기에다 또 질 수 없다고 이미 신기호가 전권을 잡고 있는 [타겟팅 스타> 제작에 도재찬이 손을 뻗은 것.
분명 아이돌을 성공시켜 보겠다고, 주저앉은 AG의 이름값을 드높여 보겠다고 손을 잡은 둘인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허어억, 길 알면 좀 알아서 올라올 것이지… 픽업까지 나한테 시키고….”
그 뒷사정을 월급쟁이 막내 작가가 알 턱이 없었지만 말이다.
“…쯧.”
누가 봐도 [타겟팅 스타> 제작진으로 보이는 이하준이 멀리서부터 그들 차량 가까이 다가오자,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며 혀를 찼다.
그들 역시 오늘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사장님께서 오늘 경연을 보러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나도, 뭐. 신 이사가 귀한 발걸음 행차하실 줄 알았겠어?”
“저야, 연습생들 경연은 전부 꾸준히 확인 중이니까요.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AG 내 전권을 위임받은 것도 저고요.”
“…….”
살짝 찔린 얼굴이 된 도재찬은 괜히 못 들은 척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도재찬이 방송국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AG 순혈 연습생들이 생방송 전 마지막 무대를 잘 마치는 걸 보고 싶어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주철영이 한 말이 마음에 걸려서.
– 4차 경연 때 한 번 오시죠. 그때 나누시던 말씀도 더 나누고요.
“…로건이 하차를 하지 않는 걸로, 내가 할 일은 끝났잖아?”
– 아뇨, 사장님. 생각을 해 보세요.
‘신 이사님이 로건을 하차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멀쩡히 출연 중이지 않습니까, 지금.’
“…씁.”
괄괄한 성격과 급한 상황 판단 때문에 아쉬움을 보이는 도재찬답게, 그 면면에 불안함이 명백히 드러났다.
여기서 신 이사를 만나면 안 됐는데,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아닌 중 다행일까?
“…….”
그 철두철미한 신기호 이사도, 오늘만큼은 도재찬의 그런 얼굴을 살피며 ‘무슨 다른 생각이라도 하시나요?’라고 찔러 볼 여력이 없었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안 하시겠다? … 하. 이 건방진 애새끼가.”
“저, 이사님.”
“후… 말해요.”
“그, 최 실장님 말로는, 음. 류… 웨이의 촬영 태도가 영 좋지 않다고….”
“…….”
‘내가 직접 가서 한 번 보죠.’
보고 받은 류웨이의 얼굴을 보고 한 번 윽박질러 줘야 했으니.
“아, 그럼 바로 촬영장 쪽으로 가실게요….”
그렇게 각각의 입장을 가지고 서 있는 두 AG 기둥을 향해 뛰어간 하준은, 그들을 조심스럽게 촬영장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
“…….”
자기들만의 생각에 빠진 두 중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하준의 뒤를 따랐다.
그 정적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 역시 정해져 있었고 말이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나? 원래 이러시는 건가? 아, 피디님만 아니면 나도 그냥 촬영장에 계속 있는 건데!’
막내라는 자리가 그랬다.
까라면 까야 했고, 분위기 봐서 입을 닫고 있다가도 열라고 하면 쏜 살보다도 빠르게 열어야만 했다.
굳세어라, 막내. 굳세어라, 이하준.
그런 안타까운 하준의 마음을 누가 알아주기라도 한 걸까?
길고 긴 안내의 여정이 끝나고, 촬영장을 목전에 둔 그 타이밍에.
Rrrrr─
주머니 안에서 억눌린 전화 벨 소리가 방송국 복도를 요란하게 울렸다.
하준은 드디어 입을 뗄 수 있다는 기쁨에 살짝 눈물을 훔치면서도,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중얼거렸다.
“…저, 전화 온 거 같은데요?”
두 분 다요.
“…….”
신기호 이사와 도재찬 사장.
두 사람의 얼굴이 묘하게 굳어졌다.
이미 그들의 스케줄에 대해서는 다른 회사 사람들도 알고 있는 바.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직접 이렇게 전화할 일은 없었다.
그건 돌려 말해서, ‘이 통화 건은 급한 일이다’라는 뜻이기도 했고.
“어, 나야. 말해. 너무 길지 않게, 빨리. 이제 우리 애들 무대 보러 들어가야 하는….”
먼저 입을 뗀 건 도재찬 사장 쪽.
그러나,
“다시 말해 봐.”
전화 내용을 빠르게 전달받고, 표정이 사정없이 구겨진 건 신기호 이사 쪽이 빨랐다.
“…일단, 당장 기사가 난 건 아니니까. 기자들 입 단속시켜. 소스 들어가는 거 없도록 해. 알아들어? 다시 들어갈 테니까. 최 실장한테도 말해 놓고.”
“…알았어. 이따 들어가면서 한 번 더 확인해 보지. 어.”
둘의 표정은 비슷해졌다가, 한쪽이 더 크게 망가졌고, 누군가는 살짝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뚝….
전화를 받는 시간도, 통화 시간도, 그걸 끊어 내는 시간마저 비슷하게 마친 두 중년이 서로를 한 번씩 쳐다봤다.
“…….”
“…….”
두 사람 모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지금 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전 급한 일이 생겨서, 무대를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안내까지 해 줬는데 미안합니다. 들어가 보도록 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먼저 백기를 든 건 신 이사 쪽이었다.
“네? 신 이사님이 가시는 거면, 어.”
신 이사의 갑작스러운 경로 이탈 선언에 이하준은 당혹스러운 눈치로 도 사장의 눈치를 봤으나, 도 사장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하준의 어깨를 밀 뿐이었다.
“우리는 일단 들어가죠.”
신 이사님께서, 바쁜 일이 생기신 거 같으니까.
“제 일은 아니라 괜찮습니다.”
“…….”
순간, 신기호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고 하면 하준의 착각이었을까?
그러나, 그의 주머니 속 SNS 알람은 그의 착각이 착각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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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제 막 트렌드에 오른 그 문구를 본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