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14
00114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그래. 우린 친구지. 친구끼리는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내가 조금 도와주마.”
“응? 뭘 하려고?”
영탁은 기중의 말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챘다. 지금도 상당히 고급 1인 병실에 옮겨져 편하게 검사를 받고 있는 도움을 기중에게 받고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괜히 친구에게 미안한 감정이었다.
거기에 뭔가를 꾸민 것 같은 말에 살짝 긴장이 되었다.
“의사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효과가 있는 치료가 있다고 하더라.”
기중의 말에 영탁은 말을 하지 못하고, 영탁의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정말요? 우리 애아빠 치료가 가능해요?”
영탁의 아내는 치료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모습으로 기중에게 물었다.
“물론 완치를 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해요. 나중에 의사들이 자세히 설명해 주겠지만, 효과는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중의 설명을 몇 가지 듣고, 영탁의 아내는 영탁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슬픔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모습이었다.
지금처럼 완전히 마비가 된 하반신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보.”
“그래.”
영탁도 아내와 같은 심정이었다. 내색은 못하지만, 속으로 얼마나 좌절감에 빠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상황에서 친구의 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으로 바꿔 놓았다.
“앞으로 네가 치료만 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내가 도와주마. 알았지?”
영탁은 여기서 기중의 도움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은 자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멀쩡하게 존재해야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기에 이번에는 받아들였다.
“고맙다. 친구야.”
“별소리 다한다. 친구야.”
기중도 영탁에게 웃는 표정을 보여줬다. 비록 치료의 효과가 작더라도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친구의 웃는 얼굴을, 그의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한동안 말이 없이 고요하게 생각을 정리한 기중은 말했다.
“준비는 의사들과 내가 하마. 아마도 미국으로 가서 치료 받아야 할 거다.”
기중은 의사에게 들었던 내용을 전했고, 더 자세한 사항은 의사에게 직접 듣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영탁 부부에게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병실을 나왔다.
KG 캐시의 사무실은 이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간혹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사채업체로 알고 들어왔었고, 지금은 학생들을 위한 등록금 대출만 한다는 소리에 곱지 않은 말을 하며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쉬운 표정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다.
KG 캐시의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유만호가 3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손님이 없어서 더욱 조용한 사무실로 들어왔다.
“여기가 KG 캐시 사무실이다. 어떠냐?”
유만호와 같이 온 사람들은 그의 대학 후배들로 학교에서 꽤나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유만호가 KG 캐시에서 좋은 취지로 학생들에게 등록금 대출을 지원하는데, 실적이 부족하기도 해서 우선적으로 지인들을 끌어온 것이었다.
물론 유만호가 대출 실적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회사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도 없었다.
기중이 KG 캐시를 수익 사업과는 별개로 장학 사업처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만호도 그러한 순수한 취지로 후배들을 데리고 왔다.
“형. 진짜 대부업체에 취직했구나. 역시 요즘 취업난은 너무 심각하네.”
“그러게 말이다. 만호 형이 얼마나 갈 곳이 없었으면, 대부업체에 취직했겠냐.”
“형. 여긴 대부업체 치고는 느낌이 좀 다른데요?”
유만호의 후배 3명은 각기 KG 캐시에 온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역시나 대부업체라는 선입견 때문이지, 좋다고는 하지 못했다.
유만호도 자세한 설명은 회사에 와서 하기로 하고, 무턱대고 데려왔기에 어느 정도 그들의 마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제대로 된 설명을 하면 그들이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일단 저 쪽 상담실에서 이야기 좀 하자.”
유만호는 후배들을 상담실로 보내고 자신이 속한 영업부의 부장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부장님, 제가 대출 상담 고객 모셔왔습니다. 지금부터 상담 시작하겠습니다.”
“그래요. 유만호 사원. 잘 설명해주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요.”
“네.”
유만호는 바로 서류파일을 챙겨들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자. 음료수라도 마실래?”
유만호는 자신의 첫 영업 상대인 후배들에게 살갑게 행동했다. 평소에는 워낙 거친 남자 스타일로 후배들을 대해왔고, 그 만큼 친분이 있었기에 이렇게 행동하는 모습이 후배들에게는 조금 낯설었다.
“형. 취직하더니 변했네요. 우리한테 음료수를 가져다주려고요?”
유만호의 행동에 어이없다고 생각한 한 후배가 태클을 걸어왔다. 그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말은 크게 의미 없는 지나가는 농담이었다. 당연히 후배는 유만호가 평소처럼 성질을 낼 꺼라 생각했다.
“어. 당연하지. 우리 회사 고객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정도는 기본이지. 뭐로 준비할까?”
후배들은 이어지는 유만호의 말과 행동에 잠시 굳어버렸다. 그리고 속으로는 사회생활은 저 열혈청년 유만호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전, 커피요.”
“저도.”
“전, 망고 주스요. 그것도 생과로 만든거요.”
후배 두 명은 예의상 커피를 선택했다. 비록 유만호가 회사일 때문에 자신들을 불렀고, 지금처럼 나긋나긋하게 대해주고 있지만,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이 다시 유만호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사악해 보이는 미소까지 곁들이면서 주스를 원했다.
유만호는 속으로 내심 후배들에게 첫 대출을 하고자, 최대한 자신의 원래 성격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후배들이 살짝 장난을 치는 모습도 웃으면서 넘겼다.
그런데, 한 녀석이 생뚱맞은 주문을 하는 바람에 정신이 흔들렸다. 그리고 원래 성격이 나오고 말았다.
“야. 너. 이 자식. 여기가 카페냐? 생과일주스라니. 그냥 커피나 마셔!”
한 소리를 내 뱉고 유만호는 커피를 준비하러 움직였다.
회의실에 남아 있던 후배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역시 그들의 선배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안심하고 있었다.
후배들의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하고 있는 유만호는 살짝 화가 난 표정으로 커피를 컵에 따르고 있었다. 그 옆으로 우승민이 다가왔다.
“만호야. 고객들 모시고 왔다며?”
“어. 대학 후배 놈들이다. 이것들이 잘 좀 대해 줄려고 했더니. 선배를 우습게 아네.”
“워. 워. 진정해라. 여기는 회사다.”
“나도 알아. 그래서 속으로만 짜증내고 있다.”
그런 유만호의 모습을 보면서 우승민도 자조적인 미소를 보였다. 영업이 시작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아직까지 대출이 이루어진 경우가 없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재 업무 상황을 점검하며, 대기 상태에 지나지 않았다.
다소 초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 와중에 유만호가 후배들을 불러왔다고 했기에, 힘을 실어 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할 일은 그저 말을 건네는 것뿐이었다.
“수고해라.”
“어. 너도.”
유만호는 쟁반에 커피를 들고 다시 회의실로 향했다.
후배들은 유만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쟁반을 받아들었다. 평소처럼 선배를 대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형. 고마워요. 하하.”
다들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유만호도 같이 웃었다. 역시 친한 후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오늘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었다.
기중이 KG 캐시로 들어왔다. 직원들은 저마다 기중을 보고는 고개를 숙이는 인사를 해왔고, 기중도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 차례 사무실을 둘러보고는 총괄이사의 방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네. 별일 없으시죠? 이사님?”
기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중에게는 일상적으로 하는 인사말이었다. 그러나 KG 캐시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도관민 총괄이사는 미안하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기중이 소파에 앉자, 도 이사도 바로 맞은편에 앉아서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네?”
기중은 KG 캐시에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상적인 보고를 받기 위해 들렀다. 그런데, 갑자기 도 이사의 사과의 말을 듣고서 무슨 영문인지 잠시 헷갈렸다.
“그게, 업무가 시작 된지 벌써 1주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대출 실적이 없습니다. 사장님께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훌륭한 토대를 만들어 주셨는데,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도 이사도 KG 캐시가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의욕적이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등록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의욕만 가지고는 부족했던 모양인지라, 1주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등록금을 대출한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 저는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도 이사님께서 그렇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지요. 이제 막 시작입니다. 솔직히 제가 무리해서 이번 학기 시작 전에 회사를 설립하기는 했지만, 너무 급하게 서두른 것도 사실이지요.”
기중은 도 이사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었기에, 차분한 말투와 미소를 곁들여 말하고 있었다.
“이번 학기는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아마도 다음 학기나 돼서야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지 않을까요? 그 때는 아마도 많이 바빠질 겁니다. 하하.”
도 이사는 기중의 말을 듣고 살짝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진 기중의 할아버지에게 송구스런 마음도 들었고, 괜히 자신이 와서 기중의 회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번 학기의 남은 등록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하하. 그럼요. 우리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기중은 도 이사와 인사를 마치고, 방을 나왔다. 도 이사가 따라 나오려는 것을 괜찮다고 말하며, 방문을 닫고, 다시 사무실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사장인 기중이 회사에 와 있었기 때문인지, 직원들이 조금씩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업무는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없었다. 그게 직원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되었다.
이럴 때면 사장은 빨리 빠져 주는 것이 직원들에게 덜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바로 사무실을 나오려고 했다.
그렇게 입구 쪽으로 가던 기중은 그 옆의 회의실에서 큰 소리로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문이 열리며, 유만호가 나왔다.
“사장님.”
“어. 상담 중 이었냐?”
기중은 유만호가 나오면서 열린 문 틈 사이로 몇 명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기에, 그렇게 물었다.
“네. 지금 고객과의 상담 진행 중입니다. 아마 대출이 성사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이거 성사 되면, 우리 KG 캐시 첫 대출이 될 겁니다.”
“오. 그렇구나. 열심히 하는구나.”
기중도 유만호를 바라보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가 열심히 일할수록, 학생들에겐 더 좋은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했고, 유만호 자신에게도 기분 좋고 보람된 일이 될 거라 느꼈다.
유만호는 후배들에게 성의를 다해서 설명을 진행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KG 캐시가 대부업체를 시작한 동기와 목적들을 설명했다. 그에 대해 후배들은 처음에는 믿기가 솔직히 어려웠다.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들 중에 가장 악질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대부업체였고, 그들의 인식 속에는 악덕 사채업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선배는 졸업하기 전까지 열혈 청년으로 불의와 직접 싸우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그들은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랬기에, 선배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