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50
‘……이드 놈. 초월체에 융합된 건가?’
아소카의 몸에서 나왔던, 새하얀 빛.
성지한과 강상도 고전시켰던 초월체의 안락함을 신인류인 이드가 이겨 내긴 힘들었던 건가.
성지한은 번쩍이는 머리 두피만 남은 이드의 잔해를 보다가.
문득 예전에, 그가 노아를 죽였을 때를 떠올렸다.
‘빛의 권능이 발현하는 부위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었지.’
그래야 확실히 죽는 거라면서 노아의 눈만 집중적으로 짓밟지 않았던가.
헌데 이드는, 권능이 발현하는 두피만 남기고 사라졌으니.
이거, 확실히 죽은 거로 봐야 하나?
“흠…….”
성지한은 머리 가죽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러자.
번쩍……!
두피가 더 강렬히 반짝이며.
그 주변으로, 빛의 장막이 드넓게 펼쳐졌다.
외부의 접근을 막아서는 두피의 방어 작용.
성지한은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빛의 권능 발현체의 마지막 발악인가. 아니면 살아 있는 건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만 봐서는 뭐가 뭔지 확실히 판단이 불가능하겠어.
그는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흠…… 혹시 이걸로 되려나.’
툭. 툭.
금속의 나무 이그드라실에게 다가가, 주시자 권한을 불러왔다.
[‘이그드라실의 명부’ 수정] [서버의 변경 데이터 업데이트] [광체화 장기 생성] [아크 내부 관측]여기서 그가 터치한 기능은 ‘광체화 장기 생성.’
번쩍. 번쩍……!
그의 발 아래로, 빛으로 된 구체가 떨어지자.
“사위. 거기서 뭐 하는가?”
강상이 그런 성지한의 행동을 보고 의아함을 표했다.
“혹시 회복이 되나, 테스트를 해 보려고 합니다.”
“흠…… 회복이라니. 머리 가죽만 남았는데, 살아날 수가 있다고?”
“예전에 그가 신인류를 죽였을 때랑 정반대의 상황이어서요.”
“허어…… 저것만 남았는데도 살아난다면, 신인류에 인류를 떼어 버려야 할 거 같은데.”
강상은 황당하다는 듯 그리 이야기했지만.
슉.
성지한이 빛의 구체를 장막 쪽으로 던져 주자.
스스스스…….
장막의 일부가 열리며 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꿈틀. 꿈틀…….
빛의 구체를 머금은 두피가 움직이더니.
파아아앗……!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며, 거기서 이드의 머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살아난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슉. 슉.
성지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광체화 장기를 계속 던져 주었다.
그러자, 더욱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하는 이드의 몸.
‘저 상태에서 완전히 재생하려면 구체 20개는 필요하구나.’
결국 그는 광체화 장기를 20개 던져주고 나서야, 이드의 몸뚱아리를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었다.
“으. 으…….”
그리고, 되살아난 그는.
“왜, 왜 날 여기로……”
살아나자마자, 아연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더니.
딱. 딱.
이빨을 맞부딪치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끌어안기 시작했다.
“추, 춥다. 추워…… 왜, 왜 이리로 나를 꺼냈냐……! 다, 다시 보내줘!”
“꺼내긴. 두피만 남은 걸 살려준 건데?”
“두피만 남았다고……? 아니. 왜! 왜 난 초월체와 융합되지 못한 거냐!”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성지한은 살려 줬더니 성내는 이드를 황당한 듯 바라보았지만.
주르르륵…….
그는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되살아 난 것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도, 돌아가고 싶다. 제발…… 제발……! 아! 그래! 아소카라고 했던가? 나에게 다시 빛을……! 초월체에 돌아갈 수 있게 해 줘!”
“……그건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이이익! 그럴 거면, 왜 빛을 영접케 한 거냐!”
그러면서 바닥에 드러누워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이드.
다 큰 성인이 애들이 생떼 부리는 것처럼 행동을 취하자, 이를 지켜보던 강상의 두 눈이 스산하게 가라앉았다.
“쯧. 저 놈, 그냥 죽이자꾸나.”
“죽이자고요?”
“그래. 생각해 보아라. 초월체에 빠져나왔음에도 아직도 저렇게 맹목적인데. 내부에 진입했다가 저놈이 일을 그르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겠느냐? 저놈이 초월체를 위해, 우리를 방해하면 그땐 어찌할 것이냐?”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긴 하군.
성지한은 초월체를 부르짖으며 바닥을 뒹구는 이드를 보며 냉정히 판단했다.
원래는 금빛의 시계를 보호의 권능으로 막아 내기 위해 같이 가려 했던 거지만.
‘강상이 합류하며 북쪽 길이 열렸으니, 그럴 필요는 많이 줄어들었지.’
길이 열려서 보호의 권능을 쓸 필요는 줄어들었는데.
초월체에 감화되어 배신을 할 가능성은 늘어났다.
이러면 이드를 굳이 데리고 갈 필요가 있을까?
‘위험 부담은 최소화해야겠지.’
그가 동료라기에는 서버의 존재와 신인류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으니.
중앙부까지 가서 배신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느니, 여기서 처단하는 게 낫겠어.
성지한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이드. 초월체로 돌아가고 싶나?”
“다, 당연하지! 설마, 방법이라도 있나……?”
“그래. 죽으면 빛으로 돌아가겠지.”
“뭐, 뭣?”
스윽.
성지한이 강상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쾅!
그의 무극검이 바로 빛의 장막을 강타했다.
괜히 그의 권능이 ‘보호’가 아닌지.
무극검의 힘을 한번 받아 내긴 했지만.
치이이익……!
장막은 실시간으로 꿰뚫리며 금방이라도 검에 공간을 허용할 것 같았다.
그러자.
“자. 잠깐! 아니! 아니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닥을 구르던 이드가, 표정이 싹 변하면서.
두 손을 들기 시작했다.
“아니긴. 이게 서로를 위해 최선이다.”
“아니 진짜! 잠시만 기다려! 진짜 잠깐만 멈춰 봐!”
“그놈 참 반항이 심하구만.”
강상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무극검의 기세를 피워 올릴 무렵.
“잠시만 멈추게.”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소카가 나섰다.
* * *
“허…… 멈추라니? 성인聖人답게, 사람 죽이는 걸 반대하는 것인가?”
강상이 그리 비꼬자, 아소카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성인? 인류사에서, 나보다 사람을 많이 죽인 이는 없을 거네.”
사람을 많이 죽였다니, 무신의 무한회귀에 협조한 것 때문에 그런 건가.
“흥…… 쓸데없는 걸로 자조하는 군.”
강상은 불만스럽다는 듯 아소카를 바라보다 빛의 장막에서 검을 빼내었다.
거의 다 꿰뚫린 상태라, 이제는 진짜 죽었다면서 혼비백산하던 이드는.
그가 검을 거두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헉. 헉…… 진짜 죽을 뻔했네…….”
방금 전 초월체로 되돌리라면서 까불 때와는 달리, 제 목숨 챙기는 모습.
“아까랑은 태도가 다르군 그래. 초월체에 그리 보내 달라더니?”
“큭…… 잠깐 기다려 봐라.”
성지한의 말에, 그를 노려보던 이드는.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파아아앗……!
안 그래도 번쩍이던 그의 머리가 더욱 반짝이면서.
마치 후광이 생기듯이 머리 뒤에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 이제 정신을 좀 차리겠군.”
초월체에서 벗어났다며 감정 기복이 극심했던 이드는.
어느새 서서히 냉정을 찾고 있었다.
“뭐 한 거냐?”
“나 자신을 보호해 보았다.”
“너 자신을?”
“그래…… 정확히 말하면 나의 정신, 자아라고 할 수 있겠지.”
스스스……
그러면서, 후광처럼 피워 올렸던 빛을 갈무리하는 이드.
성지한은 그런 상대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보호의 권능으로 자기 몸뚱아리만 방어하는 줄 알았더니.
정신 보호도 가능한 거였어?
‘이 놈 권능도 나름 쓸 만하단 말이야.’
대머리 될 걸 각오하고, 보호의 권능도 배워둘 걸 그랬나?
성지한이 그렇게 보호의 권능에 대해 평가를 상향하고 있을 때.
이드가 성지한과 강상의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초월체의 안이 그립긴 하다만…… 여기서 죽어서야 그저 개죽음이지. ‘일반인’이 되어 그에게 합류해야 진짜 융합된 거라 할 수 있지 않겠나?”
“융합은 하고 싶어하는군 그래.”
“당연하다. 초월체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 나의 정신을 지켜 냉정한 판단이 가능한 지금도…… 그곳에 들어가고 싶단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제정신을 차려도, 초월체에 합류하고 싶다 이건가.
성지한이나 강상이 초월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이를 이겨내려 하는 것과는 달리.
신인류인 이드는, 당연히 자신도 초월체에 합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정신을 차려도 초월체를 따르겠다 이거군. 기개는 인정하지.”
“응? 무슨 기개……?”
“우리 앞에서 초월체를 따르겠다는 건, 죽여 달라는 말과 동일하지 않는가.”
“아니…… 그럼 너희들은 초월체를 거역하겠다는 거냐? 진심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하는 이드를 보곤.
스으윽.
강상이 무극검을 다시 들며 아소카 쪽을 바라보았다.
“저놈 말 똑똑히 들었겠지? 이번엔 막지 말게.”
초월체와 협력할 신인류는 결국 서버의 존재인 일행과는 적.
그가 확실하게 의사를 표명했으니 후환을 이 자리에서 바로 제거하는 게 낫다.
강상은 그렇게 자신의 뜻을 표명했지만.
“그의 죽음은 초월체가 원하는 것이네.”
“……뭐?”
“초월체는, 보호의 권능이 회수되기를 염원하고 있으니까.”
아소카는 가라앉은 눈으로 그리 말했다.
“초월체가…… 내 권능을 원한다고? 거기엔, 모든 권능이 다 담겨있지 않던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울드에게 발목이 잡힐 일도 없었을 테니까. 보호의 권능은, 울드와의 교착 상태를 깨는 변수로 작용하겠지.”
“내, 내가 그 정도였어……?”
생각지도 않은 고평가에 이드가 얼떨떨해 할 무렵.
아소카가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자네. 초월체의 안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그가 무엇을 약속했는가?”
“초월체는…… 제게 서버 4212를 보전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울드를 베고 초월체에 합류하면.
그 공로를 인정해서, 서버 4212를 보전해 주겠다고 했지.
‘그리고 나는, 그런 초월체를 향해 괜찮다고. 헛된 곳에 힘쓰지 말라고 했었다…….’
그만큼 초월체의 내부는.
들어가면, 이에 감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성지한이 그리 대답하자.
아소카는 이번에 강상 쪽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떠했지?”
“나……? 나한테는 울드를 베면, 멸망한 세계를 복원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강상은 성지한 쪽을 힐끗 보곤 말을 이었다.
“사위도 같이 처리하면, 더 빨리 복원해 줄 수 있다고 했지.”
“그래서, 대답은 어떻게 했나.”
“……그때는 나의 세계를 복원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저 초월체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지.”
자신을 처리하면, 더 빨리 세계를 복원해주겠다고?
빛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각자가 들은 이야기가 그리 달랐던 건가.
성지한이 강상의 이야기를 곱씹을 때.
“둘에게는 분란의 씨앗을 남기고, 보호의 권능은 회수한다…… 이것이 초월체의 포석이었군.”
아소카는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초월체가 원하는 바를 포착했다.
“아니. 그 땐 뭐에 홀렸을 뿐, 지금은 사위를 벨 생각이 전혀 없네만.”
“지금은 그렇겠지. 하지만 제국과 사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뭘 택하겠나?”
“그, 그거야…….”
“그야 당연히 제국이겠죠.”
이건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당연한 일.
성지한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는 강상 대신, 자신이 그리 대답해주고는.
아소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대응해야 되겠습니까?”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내 몸에서 나온 초월체의 빛 때문이네. 헌데도 나를 믿을 수 있겠나?”
“그리고 저를 그 빛 속에서 구해 주셨지 않습니까? 당연히 믿습니다.”
천수천안이 아니었으면, 이미 초월체에게 감화되어서 끝이 났을 상황.
거기서 자신을 꺼내 준 아소카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나.
성지한이 그렇게 바로 확답하자.
“……고맙군.”
그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
“이번 일은 내가 결자해지하겠네.”
그리고 그렇게 든 발이 땅에 다시 닿자.
스스스스…….
아크의 바닥이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