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308
◈ 309화. 혈전
무너진 절벽에 깔려 죽은 숫자가 어림잡아 수십에 달한다.
이만이 넘는 엄청난 숫자에 비하면 무너진 절벽에 깔린 마인들은 조족지혈이다.
그러나 길게 늘어선 마인들을 둘로 나누고자 했던 당초의 목적은 달성했다.
제갈경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하다!’
절벽에서 이탈한 묵직한 바위들이 좁은 협곡의 길목을 뒤덮었으나 생각한 것보다 벽이 낮다.
고작 삼 장도 채 되지 않는 벽은 무인들에게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다.
“계속해야 합니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단려화는 추영당과 함께 계속해서 절벽에 균열을 일으켰고.
틈이 생기기 무섭게 날아든 후영과 투백비의 화살이 계속해서 절벽에 틀어박혔다.
쾅! 쾅! 쾅! 쾅!
쩌렁쩌렁한 굉음과 함께 갈라진 바위들이 계속해서 높은 벽을 쌓아간다.
떨어지는 바위를 피해 벽을 타 넘는 무인들에겐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추영당의 암기가 틀어박힌다.
슈슈슈슈슉!
“크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과 자욱하게 솟구치는 흙먼지.
아비규환의 전장에서 그것을 그대로 지켜보기만 할 마인들이 아니었다.
“칫!”
질끈 깨문 군도의 입술에서 시뻘건 선혈이 새어 나온다.
천경봉의 굉음에 신경이 쏠려 머리 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실책이었고.
제갈경들의 외침에 조급해져 앞만 보고 달린 것이 두 번째 실책이다.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두 눈에 쌍심지를 켠 군도가 전방으로 몸을 날렸다.
“따라올 수 있는 자들은 따라와라!”
그들이 멈췄던 신법을 재개했을 때, 마침내 제갈경이 높은 나무 위로 훌쩍 뛰어올라 자신을 드러냈다.
“천하 무림을 넘보는 추악한 마인들이여! 감히 이곳까지 올 수 있겠는가!”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군도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악을 쓰듯 외쳤다.
“이놈! 반드시 찢어 죽일 것이다!”
벼락같은 일갈에 이어 화살처럼 질주한 군도가 큼직한 바위를 뛰어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
좌측의 모퉁이 너머에서 시작된 수십여 개의 장력이 군도의 옆구리를 향해 쏟아졌다.
“부교주!”
뒤를 바짝 따르던 천산육마의 수장, 화마 염자성의 외침이 분노에 사로잡힌 군도의 정신을 일깨웠다.
고개를 휙 돌린 군도의 눈동자에 해일처럼 쏟아지는 장력이 떠오른다.
극도의 분노로 머리에 피가 쏠린 사이 누가 숨어있는지조차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감히!”
이를 바드득 간 군도가 다급히 몸을 비틀며 주먹을 내질렀다.
화르륵!
주먹에서 솟구친 검붉은 불길이 전방으로 빨려 나가며 짓쳐 드는 장력에 충돌했다.
콰콰콰쾅!
비산하는 기파가 사방에 틀어박히며 눈 섞인 흙먼지가 시야에 가득 들어찬다.
[간다!]그사이 군도의 지척까지 도착한 탁이신이 두 자루 소검을 발검했다.
스릉.
부릅뜬 눈에 군도를 담은 탁이신은 즉시 백화쌍검(百華雙劍) 십련화(十聯華)의 초식을 전개했다.
쐐애액!
먼지 속에서 피어오른 열 개의 꽃잎이 군도의 사방을 맴돌며 그의 전신을 압박한다.
“부교주!”
천산육마의 비마 장추도가 기습을 발견하고 암기를 쏟아냈다.
슈슈슈슈슉!
‘어딜!’
광룡대주 풍연의 도가 전방으로 솟구쳤고.
까가가가가강!
장추도의 암기가 흙먼지를 파고드는 순간 벽에 막힌 것처럼 튕겨 나왔다.
그와 함께 희뿌연 먼지 속에서 날카로운 피륙음이 터져 나왔다.
서걱!
“큭!”
억눌린 신음은 기습이 성과를 거뒀다는 증거.
화마 염자성이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휘날리며 군도를 돕고자 몸을 날릴 때였다.
‘뒤는 맡기겠다.’
탁이신의 두 자루 소검이 허공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그물을 만들며 천산육마를 덮쳐갔다.
쿠아아아아!
냉정을 되찾은 염자성의 눈빛이 차갑게 빛난다.
‘쌍검. 악왕 탁이신인가.’
할 수 없이 한 걸음 물러난 그가 탁이신의 공세를 받아쳤다.
콰콰콰콰콰쾅!
쩌렁쩌렁한 굉음히 협곡 가득 울려 퍼졌고.
그사이 태종무단 사이에서 튀어나온 시뻘건 불길이 군도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앙!
“크아아아!”
강렬한 굉음에 이어 먼지 속에서 군도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온다.
탓!
그를 따라 화살처럼 몸을 날리는 인물은 바로 위사영의 친우, 무림칠경의 일인 화검 진대천이었다.
“어딜 가려고!”
화마 염자성이 탁이신에게 묶인 사이 다른 천산육마들이 일제히 진대천을 향해 몸을 날린다.
“멈춰라!”
“이놈!”
쐐애애액!
서릿발처럼 쏟아지는 공격이 진대천의 후미를 노리고 쏟아진다.
그 순간 먼지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그림자가 온 몸으로 그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콰콰콰쾅!
“윽!”
억눌린 신음을 토해내는 인물은 바로 용추였다.
‘아프네.’
천산육마의 가공할 공격은 금영무단경(金影武鍛憬)을 익혀 거의 금강불괴와 같은 용추의 육신에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용추가 시간을 번 사이 벼락같이 달려든 진대천의 검은 군도의 전신을 꿰뚫고 말았다.
푸푸푸푸푹!
“커억!”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전신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친다.
진대천이 그의 목에 마지막 일격을 찔러넣는 순간이었다.
“멈춰라!”
벼락같은 일갈과 동시에 서릿발 같은 공격이 진대천의 등으로 쏟아졌다.
‘칫!’
등 뒤의 기세를 감히 경시하지 못한 진대천이 좌측으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간발의 차이로 그가 사라진 공간에 두 줄기 섬광이 내리꽂힌다.
쿠쾅!
순식간에 달려온 추마 이청번이 혼절한 군도를 안고 물러난다.
군도를 대피시킨 마인들이 공격을 퍼부으려는 순간이었다.
사태를 냉정히 파악한 화마 염자성이 뒤로 훌쩍 물러나며 말했다.
“물러나라!”
불어온 바람이 그들 사이의 흙먼지를 거두었고.
천산육마의 뒤로 멈춰선 마인들의 눈동자에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태종무단이 떠오른다.
전신이 자잘한 생채기로 가득한 용추가 히죽 웃으며 봉을 내리찍었다.
쿠웅!
용추는 마치 천상에서 강림한 신장과도 같은 몰골로 거센 일갈을 토해냈다.
“누구도 주군의 등을 노리게 두지 않는다!”
용추의 우렁찬 외침은 만여 명이 넘는 적을 앞둔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충분했다.
[온몸에 전율이 번지는구나.]몸을 부르르 떤 한경의 전음이 전유의 귓속에 스며든다.
백여 명으로 이만이 넘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말도 안 되는 싸움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열세의 상황에서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봉을 움켜쥔 전유가 민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우린 막아낼 수 있네.]그들이 일제히 병기를 뽑아 들며 결사항전의 각오를 되새기고 있을 때.
염자성의 눈동자가 빠르게 태종무단의 면면을 훑었다.
‘악왕 탁이신. 걸왕 철표개. 화검 진대천. 격자검 자로…….’
누구 하나 만만한 인물이 없다.
상대는 정말 이 정도 숫자로 자신들을 막아낼 심산인 것이다.
철표개가 껄껄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자네들의 주군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졌다네.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텐가?”
철표개의 도발에도 염자성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나는 부교주와 다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성질에 따라 움직이는 군도와 자신은 궤가 다른 인물이다.
그는 천천히 주변 지형을 눈에 담았다.
‘좌우의 절벽 높이는 사십 장. 오르자면 오르지 못할 높이도 아니다.’
멀리 돌아가게 되겠지만 후방의 벽을 뛰어넘어 천경봉으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비록 상대가 강자로 구성되었다곤 하나 자신들을 막기에는 숫자가 너무도 적다.
‘이 정도 수로 우릴 막아섰다면 천경봉에 많은 숫자를 파견하지는 못했을 거다. 그렇다면 지존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작 한두 명에게 당할 장천무가 아니다.
마음속 조급함이 사라지자 머리가 명쾌하게 회전한다.
판단을 마친 염자성이 명을 내렸다.
“화명대, 흑조대는 좌우의 절벽을 올라라.”
두 무리가 대치한 협곡의 폭은 오 장 남짓.
부하들이 절벽을 넘어 태종무단의 배후로 침투한다면 생각보다 방어를 쉽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
“예.”
수백의 무인들이 몸을 날려 일제히 좌우의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갈경이 즉시 명을 내렸다.
“막아야 합니다.”
그에 투백비와 후영의 화살이 절벽을 오르는 무인들에게 쏘아진다.
쐐애액! 콰쾅!
거침없이 날아간 화살이 적의 등판을 여지없이 꿰뚫는다.
‘이제부터 정말 힘든 싸움이 될 거야.’
탁소혜가 여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두 사람의 전통을 철시로 보충했다.
그때 유대하와 육군명, 천진서가 빠르게 언덕을 내려왔다.
제갈경이 물었다.
“어떻게 되었소?”
유대하는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분의 계획대로 호위를 모두 처리한 뒤 마교주의 심복까지 제거했습니다. 상처 입고 도망친 복령천주의 심복은 악계화가 쫓고 있습니다.”
천진서의 기습으로 부상을 입혔으나 황천패의 방해로 끝내 그를 그 자리에서 잡지 못한 것이다.
유대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위에서 위대협과 무립이 두 사람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어떻소?”
“아직은 탐색전을 벌이는 터라 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갈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멈췄던 협곡의 전투가 재개될 때.
추영당원들과 함께 연신 절벽을 무너뜨리던 단려화의 뒤로 무림맹의 원로원주 제갈무용이 나타났다.
“수고했네. 이제 움직이세나.”
하얗게 흩날리는 그의 머리칼 너머로 열 명의 결사대가 눈에 들어온다.
상천의 채주들로 구성된 결사대는 결연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둘로 나뉜 적의 후방을 덮치는 게 진무립이 말한 그녀의 다음 임무였다.
“가요!”
“예.”
절벽 끝으로 달려간 추영당주 봉추개가 당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던져라.”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십 개의 밧줄이 절벽 밑으로 떨어진다.
타타탓!
절벽에서 뛰어내린 단려화와 무인들이 밧줄을 가볍게 쥐며 속도를 늦추더니 오 장 높이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쿠쿠쿵!
앞을 막은 바위를 넘어가려던 무인들은 난데없이 나타난 단려화들을 보며 잔뜩 인상을 썼다.
“네놈들이로구나!”
그에 이어 봉추개와 오십여 명의 추영당원이 절벽을 타고 내려왔다.
‘발 빠른 고수들은 모두 협곡의 안쪽에 있을 터. 이들의 무위는 우리 추영당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그의 생각처럼 눈앞의 적이 풍기는 기세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새삼 이 모든 상황을 정확히 계획한 진무립의 귀계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스릉.
스승에게 물려받은 사자검을 뽑아 든 단려화가 햇살 아래 투명한 검신을 들어 올렸다.
“미안하지만 그대들을 보낼 수는 없어요.”
앞으로 나선 비령대주 용종이 이를 갈며 일갈했다.
“고작 그 수로 우리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탓!
지면을 박찬 제갈무용이 가공할 기세로 뻗어 나가더니 순식간에 용종의 코앞에 도착했다.
“그건 자네가 걱정할 것이 아닐세.”
서걱!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용종의 목이 허공에 둥실 떠오른다.
“대, 대주께서…….”
적들의 눈동자에 당혹감이 번지는 순간 단려화와 무인들이 일제히 검병을 출수했다.
슈아아아!
그녀의 검 끝에서 쏟아진 새하얀 빛이 적의 심장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크아악!”
피를 흠뻑 뒤집어쓴 단려화가 동료들에게 외쳤다.
“깊게 들어가지 말고 둘씩 짝을 지어 적을 상대하세요!”
제아무리 강자가 없다지만 자신들만으로 적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진무립이 부여한 자신들의 임무는 천경봉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이들을 막아내는 것.
여기선 지형의 이점을 살려 최대한 힘을 아끼고 버텨야 한다.
‘버티면 반드시 기회가 올 거다.’
진무립의 마지막 말이 뇌리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단려화의 눈동자에 결연한 빛이 떠오른다.
‘무립! 나는 반드시 해낼 거예요!’
협곡의 처절한 사투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찢어질 듯한 비명과 폭음이 매섭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숫자로 방어를 뚫고자 하는 마인들의 공세와 절대 물러나지 않는 태종무단의 싸움.
그들이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적을 막고자 필사적으로 버티고 버티는 가운데, 제갈경은 분지의 상황을 확인하고자 발을 돌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의 움직임이 민첩하다.’
절벽을 오르는 정예들은 바로 옆의 동료가 죽어 나가도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아직은 투백비와 후영의 화살이 그들을 저지하곤 있으나 상대에게 절벽 위를 허용하는 건 시간문제다.
‘절벽 위로 일부를 돌렸으니 쉽게 뚫리지는 않을 테지만 수가 너무 많구나.’
밑에선 태종무단이 지형의 이점을 활용해 분전하고 있었으나 압도적인 숫자를 가진 적을 상대로 협곡을 틀어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빠르게 움직인 그가 분지의 언덕을 목전에 두었을 때였다.
콰아아앙!
하늘로 솟구친 강렬한 굉음이 천경봉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