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가장 기본적인 대영역은 모두 일곱 가지이다.
이들 대영역은 모두 세 가지의 묶음으로 나타나는데 각각 자연의 삼영역, 음양의 이영역, 생의 이영역으로 구분되었다.
그중 자연의 삼영역이라고 부르는 하늘과 땅, 바다의 영역은 로스트 월드 게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강력한 영역들로 여겨진다.
다른 네 가지 영역은 아무래도 등장시키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중 음양의 이영역은 약점이 분명하다는 문제가 있고, 생의 이영역의 경우 게임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되지 않았다.
‘…판도를 바꾸는 힘.’
성운에게 대영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라 한다면, 그렇게 설명할 터였다.
대영역은 그야말로 게임을 뒤흔들 수 있는 힘이었다.
그렇다고 그 힘이 그 자체로 강력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순히 어떤 영역을 손에 넣었을 때 승률을 가늠한다면… 당연히 전쟁의 영역 같은 고유영역 쪽이 높겠지. 애초에 플레이를 하면서 자주 볼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니까.’
반면 로스트 월드를 플레이하면서 별다른 문제 없이 게임의 후반부까지 도달했다면 플레이어들은 대영역에 도전할 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신성 레벨 31을 넘기고, 소영역을 48가지 이상 얻고, 그 중 12가지 영역의 레벨이 10을 넘길 것.’
영역을 얻는 조건 자체는 간단하지만, 이 조건을 성사하기 위한 난이도는 쉽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신성 레벨 31은 11레벨의 준신격, 21레벨의 소신격을 넘어 그제서야 오롯하게 ‘신격’이라고 불렸다.
성운이 보기엔 그저 설정 놀음처럼 느껴졌지만 ‘이 정도의 능력은 되어야 제대로 된 신이라 부를만 하다’는 시스템 제작자의 생각이 느껴지는 것이다.
11레벨 부터 급격히 어려워지는 레벨업 속도는 21레벨을 넘기면서 극적인 가파름을 보인다.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강신 상태에서 사망하거나 사도를 잃는 등의 일이 생기면 후반부에 돌입해도 31은 커녕 20레벨 후반도 도달하기 어렵다.
‘게다가 소영역 48가지라는 건, 전체 소영역 64가지 중 2/3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지.’
많은 소영역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고 하지만, 꾸준히 고대 유적에서 흉신을 찾아다니거나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지 않는 이상 숫자를 채우지 못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곤란한 점은 12가지 소영역의 레벨이 10레벨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신경쓰지 않으면 게임 초반부에 열심히 투자했던 소영역만 자꾸 사용하게 되니까.’
성운만 하더라도 헤게모니아와 모순 예언을 통해 싸우지 않았더라면 소영역들을 대량으로 사용할 기회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얻기는 했겠지만.’
대영역을 얻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꼭 재빠를 필요는 없었다.
게임의 초반부터 대영역에 도전할 권리를 얻기 위해 내달린다고해서 위와 같은 난이도 때문에 쉽게 얻을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식으로 얻더라도 대영역이 그대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얻게되는 것은 대영역이 아닌 ‘대영역에 도전할 권리’다.
‘다른 영역보다 하늘을 얻게 되는 건 이번엔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까.’
일곱 개의 대영역에 도전할 권리를 얻게되는 것은 조건을 만족하면 되지만, 정확히 어떤 대영역에 도전하게 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해왔던 여러가지 요인들이 다채롭게 작용한 결과이다.
이를테면 성운이 최초로 얻은 소영역은 벌레의 소영역이므로 하늘이라는 대영역과는 무관해보인다.
하지만 성운은 최초의 부족 안에서 별자리를 볼 줄 알았던 리자드맨을 중하게 여겼고, 그 지식이 부족 내에 쉽게 퍼지도록 장려했다.
이러한 경향은 천문학을 발달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그에 더불어 성운을 믿는 필멸자들이 여러 과학적 지식을 탐구하는 경향을 띄게 되었다.
그리고 성운은 전기를 다루는 마성의 정령을 복속시켰다. 행성 안에서 전자기를 가장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늘이다.
하늘에는 대기의 전하가 이동하며 만들어내는 천둥번개가 치고, 태양의 플라즈마 입자가 행성 자기장에 마찰할 때 생기는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전기는 어느 정도 하늘의 속성을 가진 것이다.
날개를 가진 가루다와 나선날개를 만들어낸 오구리를 사도로 들였다.
날개 달린 벌레와 새들을 통해서 신의 눈을 대신해 적들을 염탐하였다.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천문대와 비행선을 가지고 있었다.
수 많은 별들을 엮어서 별자리로 이름 붙였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존재했다.
상징은 날개를 가진 푸른 나비였다.
‘운 나쁘게 빗겨나가진 않았군.’
성운의 의도대로였다.
‘하지만 이 시점의 대영역에 도전한다는 건…’
성운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어.’
대영역은 다른 영역과 달리 조건이 달성되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영역에 도전하는 순간 그 플레이어는 대영역의 도전자로 설정된 뒤, 모든 플레이어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대영역의 도전자는 막대한 신앙 자원이 필요하지.’
신앙 자원을 모으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일반적인 행동이지만 문제는 그 양이었다.
‘…대영역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신앙 자원은 모두 1백만.’
신성 레벨 31일 때의 최대 신앙 자원이었다.
그러니 신앙 자원이 한도치까지 채워질 때까지 신앙의 소모를 멈춰야 한다.
잠깐의 시간이면 괜찮지만 성운의 계산대로라면 현재의 신앙 자원이 수급되는 속도로 볼 때 나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데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전장에 투입되서 계속해서 신앙 자원을 소모하고 있는 창조물들도 잠시 동안 거둬들여야 했다.
‘규모가 달라지면 그 질도 바뀌는 거야.’
대영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레벨과 자원의 절대적인 양일 뿐이다.
하지만 그 양이 막대하다면 그 레벨에 도달하는 방법과 그 자원을 모으는 방법 모두 양상이 달라진다.
‘나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당연히 헤게모니아가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진군해올테니까.’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만신전의 신들이 손끝도 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도들이 있으므로 최소한의 방어는 할 수 있다. 게다가 만신전의 사도들이 더 많으므로 적의 사도를 상대하며 나머지 병력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운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헤게모니아라면 필멸자의 군대만으로 압도적인 결과를 낼테니까. 위장을 잘 해내더라도 헤게모니아가 눈치를 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어.’
그렇다고 대영역을 얻기 위한 시간 동안 질질 끌 수도 없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알게 된 이상 성운과 만신전이 신앙 자원을 모으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괴롭힐테니 말이다.
전략적인 선택에서 실수를 하면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다가, 상대가 대영역에 도전하는 순간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플레이를 통해 겨우 벌려 놓았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대영역에 도전하기 전에 구도를 이미 안정시켜 뒀다는 점일까.’
본래 게임 후반부에 돌입할 쯤해서 두 거대 세력이 맞붙는 형태는 잘 나오지 않았다.
로스트 월드에서 각각의 진영이 하나의 대륙을 깔끔하게 정벌하기는 무척 어렵고, 랭크에서 맞붙는 플레이어들의 레이팅 점수도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난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개인 대 개인들의 싸움에서 누군가 대영역에 도전하게 되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협동해서 대영역의 도전자를 공격하게 되는 게 흔했다.
제국은 이미 나머지 플레이어 모두를 상대하고 있으니 특별히 기습을 당할 일은 없는 것이다.
‘…뭐, 딱히 좋다고 할 건 아닌 거 같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성운은 위기이기도 했다.
성운이 보았을 때 헤게모니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영역에 도전할 것으로 보였다.
헤게모니아가 도전하게 될 것으로 생각 되는 것은 아마도 ‘땅의 대영역’.
대영역에 도전하기 전까지 플레이어들의 문명은 자연과 대적해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하지만 자연의 삼영역 중 하나에 들어설 수 있다면 각각 플레이어들이 지금까지는 사용할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자연재해를 직접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부분적이지만 자연이 적이 아닌 우군이 되는 것이다.
‘헤게모니아는 지금이 기회라고 여길 거야.’
그럴만했다.
성운은 때마침 헤게모니아와 함께 모순 예언을 통해 대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순 예언은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터였다.
‘이번 모순 예언에 패배하게 되면 대략 30만에 가까운 신앙 자원이 헤게모니아에게 넘어가게 되니까.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레벨이 다운 될 수도 있겠지.’
만신전의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신앙 자원을 공유한다.
이 30만의 신앙 자원이 넘어가면 전장에 있는 꽤 많은 창조물들을 불러들여야하는데다 영역의 힘을 통한 지원도 힘들어진다.
걱정했던 것처럼 헤게모니아가 기세를 잡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대영역에 대한 도전이 등장한 이상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운은 대영역에 도전하기 어려워지고 반면에 헤게모니아는 대영역에 한 발 더 가까워진다.
상하관계가 역전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흠.”
성운은 일전에 검토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세심히 검토했다.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자, 성운은 대영역에 대한 도전을 묻는 메세지창에서 「네」를 터치했다.
─┼
폴리비아.
보이지 않는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아니, 이제 이 전쟁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 아니었다.
세 달 전만 하더라도 어수선하지만 활기가 넘치던 골목은 을씨년스러워졌고, 구걸하는 거지들과 품 속에 칼을 숨긴 노상강도들, 그리고 먀약을 피우고 거리에 널부러진 사람들이 흔히 보였다. 어디선가 건진 빵을 품에 안고 걸어가던 아낙이 불안한듯 주위를 살피며 종종걸음으로 걸어갔고, 짝을 지은 치안대가 어슬렁어슬렁 걸어가고는 있지만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목적은 없어보였다.
누구에게 고용되었는지도 모를 해적들이 폴리비아에 있던 상선들을 도난했다. 정박하던 배들도 폴리비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꺼려하며 빠져나갔다. 이미 소문이 빠른 상선들은 폴리비아가 아닌 다른 항구에다 물건을 내리기 시작했다.
물건이 들어오지 않자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치가 빠른 상인과 귀족들은 별장이나 다른 나라에 있는 집으로 피신했다. 고용주들이 없으므로 사용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티모 가문과 팔렛 가문은 서로 상대의 공장 노동자들을 돈으로 매수했다. 그리곤 혁명파라는 이름으로 태업을 일삼게 하고 기계를 고장내도록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나앉았다.
치안의 공백을 틈타 범죄 조직들이 전면에 나섰다.
얼마 남지 않은 가게들을 찾아가서는 뒤를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보호세를 걷기 시작했다.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마지못해서 보호세를 냈지만, 부족한 물건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죄 조직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폴리비아, 이대로 물에 잠기고 마는가』
누군가의 방화로 인해 폐장한 백화점 건물 1층.
범죄 조직 녹슨 황동주화단의 단장, 트롤 오르엘딘은 신문지를 흘낏 내려다봤다가 발로 짓이겼다.
“흥.”
오르엘딘에게 부하 드워프가 말했다.
“단장님, 그놈이 정말로 올까요?”
“올 거다.”
녹슨 황동주화단은 팔렛 가문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었다.
팔렛 가문이 치안대의 단속 정보나 의회의 민감한 소식들을 알려주거나 형량을 감하도록 돕는 등 녹슨 황동주화단의 뒤를 봐주다가, 뒤가 구린 일을 써야할 때면 녹슨 황동주화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몇 개월 동안은 그 일이 신통치가 않았다.
상대하는 이티모 가문 또한 대단한 용병을 고용한 것 같았다.
녹슨 황동주화단은 몇 번이나 임무에 실패했고 팔렛 가문의 질책을 들어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기회로 용병의 약점을 잡을 수 있었다.
“이거 안 풀어? 오웬 선생님이 오면 당신들 다 죽는데?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바로 용병과 함께 다니는 솔로틀 시모였다.
오르엘딘은 양동작전으로 꽤 많은 출혈을 내고 나서 시모를 납치할 수 있었다. 많은 부하들이 용병에게 당하고 말았지만 인적이 없는 백화점에서 놈을 불러들인 이상 이제 주도권은 자신이 잡았다고 믿었다.
게다가 그냥 용병을 부른 것도 아니었다.
“놈이 정말로 계약서를 가지고 올 거라고 생각합니까?”
“우리 생각이 맞다면, 그렇겠지.”
팔렛 가문이 바라는 것은 이티모 가문의 특허권 계약서.
오르엘딘은 인질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그 계약서를 요구했고, 용병은 그에 응했다.
오르엘딘은 부하들과 함께 용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르엘딘이 말했다.
“놈은 검을 썼지. 그리고 이상한 마법도. 하지만 이곳처럼 잡동사니가 많은 장소에서는 그런 방식으론 제대로 싸울 수 없을 거다.”
부하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부하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뻥 뚫린데다 건물 안쪽이 어두워서… 멀리서 총을 쏘면 어떻게 합니까?”
“멍청한 놈. 총을 쏜다면 우리가 바로 알아차릴 거 아니냐? 게다가 우린 총이 없냐?”
게다가 오르엘딘은 자신이 있었다.
용병을 몇 번이나 대응한 교훈에 따라 정찰의 중요성을 자각했다.
저 보이지 않는 어둠 너머에서 부하들이 그 리자드맨 용병이 어디에서 나타날지 감시 중이었다.
오르엘딘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수 십명이서 리자드맨 하나 상대하는데 그딴 소리나 하고. 저 솔로틀이나 도망가지 않는지 제대로 확인해.”
“….”
오르엘딘은 의아함을 느꼈다.
잠깐 앞을 보고 오겠다며 갔던 부하들도 돌아오지 않고, 시덥잖은 잡담을 하고 있을 다른 부하들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바로 등 뒤에 있는 부하도 갑자기 입을 닫았다.
어딘가 쎄한 느낌을 받은 오르엘딘이 뒤를 돌아보았다.
“왜 대답이 없어?”
그렇게 말을 건 드워프 부하는 바로 등 뒤에서 미간에 화살을 맞고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헉.”
오르엘딘이 고개를 들었다.
솔로틀 옆에서 오웬이 오르엘딘에게 활을 겨누고 있었다.
“…활이라고?”
오웬은 한심하다는듯 혀를 차고는 시위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