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69
273화〉
1분의 훈련3
“자, 자, 잠깐만요, 소선생님!”
베네딕트의 안색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는 곧장 마력을 모은 뒤에 상대의 술식 좌표를 계산, 마력량을 측정하여 스킬을 구현했다.
[시간 여행자 : 벌거벗은 임금님]더블 캐스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나 이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마법은 상대의 스킬보다 반 박자 빠르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더블 캐스팅은 언감생심.
시우의 좌측에 구현되고 있던 마법진의 획이 하나씩 줄어들며 술식이 거꾸로 되돌아간다.
물살이 반대로 흐르듯이 구축된 마법진이 해체되어 본래의 마나 입자로 흩어진다.
시우처럼 상대의 술식을 역산해 마력을 때려 박아 파훼하는 것이 아닌, 마법으로 마법을 파훼하는 희귀한 스킬.
잘만 갈고 닦으면 전쟁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지도 모를 능력이다.
하지만 그 능력이 뛰어난 만큼 부작용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상대의 마법을 해제하기 위해선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마력을 소모해야 하지. 찰나에 스킬을 구사해야 하니 마력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틈이 없을 테고.”
시우가 베네딕트의 상태를 관찰하며 읊었다.
베네딕트는 고작 두 번 스킬을 사용한 것치고 마력량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정답이십니다, 소선생님.”
【그나저나 애제자여. 실드라도 펼치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좁밥은 진심으로 스킬을 날리는 것이다.】
프레의 말은 사실이었다.
시우의 좌측 마법진은 [시간 여행자]로 파훼되었으나, 우측 마법진은 차근차근 구현되었다.
이윽고 시우의 전방에서 암갈색 섬전이 뿜어지더니 돌로 이루어진 주먹이 뻗어 나갔다.
베네딕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봐주는 게 없으시군요!!”
그는 스태프에 마력을 욱여넣더니 이번엔 다른 스킬을 구사했다.
[시간 여행자 : 광대의 저글링]레코드판처럼 얇은 원형의 빛살 여러 개가 쏘아지며 들이닥치는 돌주먹을 종횡으로 갈라냈다.
별 위력도 없어 보이는 저글링인데, 지나는 순간 돌주먹이 갈라지며 마력 입자로 되돌아갔다.
베네딕트가 가진 유일한 공격기.
하지만 이것 역시도 마력 소비가 심해 한 전투에서 자주 사용하지는 못했다.
베네딕트는 숨을 헐떡거리며 허리를 숙인 채 무릎에 두 손을 얹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마치 과호흡을 한 것처럼 머리가 핑 돌고 헛구역질이 나는 기분.
“뭐해?”
시우가 물었다.
“으··· 어지러워서요.”
“아니, 내 질문은 그게 아니라.”
“···?”
“아직 30초 남았어.”
“···예??”
베네딕트가 헛소리라도 들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도 시우의 양손에 더블 캐스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애제자여! 좁밥이 너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얼른 너의 잠재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저··· 소선생님?! 제 마력이 거의 떨어진 것 같은데요??”
“그래?”
“예! 그렇습니다!”
“그럼 맨몸으로 때워.”
“예···?”
베네딕트는 그가 농담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우의 양손에 맺히는 술식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베네딕트는 입술을 짓씹으며 단전을 쥐어짜 낼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다시금 머릿속으로 연산과 좌표 계산, 마력 측정 같은 과정이 지나고 시우의 한쪽 마법을 상쇄했다.
“이제 남은 하나는 어쩔 거지?”
시우가 오른손에 구축된 마법을 보이며 물었다.
“글쎄요···.”
“흠.”
작고 단단한 얼음 구체 하나가 한기를 내뿜으며 시우의 손에서 날아갔다.
베네딕트는 단전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의 마력까지 죄다 긁어서 스태프 끝으로 내몰았다.
분출된 저글링은 고작 한 개.
그마저도 그의 손이 떨려 정확히 반을 가르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균형을 잃은 탓인지 회전 각도가 틀어져 공격이 베네딕트를 비껴갔다.
“커허어억···!”
마력 고갈이 찾아왔다.
단전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머리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어지럽다.
“우웨에에엑!”
그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구토를 했다.
이건 참는다고 참아질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베네딕트로서는 헌터가 된 이후로 처음 느껴 보는 상황.
현장에서 마력을 끊임없이 사용하는 헌터들은 가끔 느끼곤 했지만, 서포트의 역할을 맡는 그로선 마력 고갈이 될 때까지 무리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15초 남았어.”
저승사자의 말처럼 서늘하고 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베네딕트는 이게 정녕 사람이 하는 소리인가 싶었다.
뻐ㅡㅡㅡㅡㅡㅡㅡㅡ억!
그 순간 시우의 주먹이 그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커허어억···!”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갈비뼈가 두세 대 나간 게 여실히 느껴졌다.
입 안 가득 비릿한 피 맛이 돌았다.
베네딕트는 입으로 피 섞인 침을 질질 흘리며 원망 섞인 눈으로 시우를 올려다봤다.
대체 이게 무슨 교육인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천재 슈퍼 루키였다.
별다른 특별한 교육과 스승 없이도 S급에 올랐고, 탁월한 전투 센스 덕에 큰 사건 사고 없이 독일 최고의 길드장까지 오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 헌터가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이고 순탄한 인생.
그러나 시우가 볼 때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타입이 바로 베네딕트 같은 천재형이었다.
【애제자여. 이 고통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때 시우의 어깨 위에 있던 프레가 측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척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련한 목소리였다.
“그게··· 무슨···.”
베네딕트가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넌 전쟁터에서 마력이 떨어지면, 그때도 이런 표정 짓다가 쥐어 터지고 죽을래?”
시우가 프레의 말을 해석해 주며 베네딕트의 멱살을 잡았다.
“그깟 마력 좀 고갈됐다고 배 틀어쥐지 말고 싸워! 스태프로 눈깔을 찌르든, 이빨로 목덜미를 물어뜯든, 하이 랭커면 그 값을 하란 말이야! 내 말 알아듣겠어?!”
시우는 무척 분노한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가 화난 것은 베네딕트의 태도나 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상태론 마족과 싸우다가 며칠 버티지 못하고 개죽음당할 뿐이다.
그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 분노한 것.
시우의 일갈에 베네딕트가 표정을 와락 구기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래, 알아들었다면 됐다.”
시우는 흡족한 미소를 짓더니 멱살을 쥐지 않은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어···?”
빠mㅡㅡㅡㅡㅡ악!!
베네딕트의 얼굴이 박살 나며 흘러내린 피가 시우의 손을 적셨다.
“이제 1분.”
***
생 제르맹은 그 후로도 네 마리의 악마를 더 사냥해 왔다.
어차피 메인 프로젝트용 인간 육체는 두 구뿐이라 악마의 심장이 더 필요하진 않았지만, 보조적으로 실험할 요량으로 구해 온 것.
“네놈 이러다 상위 악마에게 걸리면 정말 곱게 죽진 못할 것이다.”
박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생 제르맹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잡아 온 악마를 익숙하게 해체해 필요한 부위를 빼냈다.
“멀린과 바바 야가의 연구는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알고 있느냐?”
“글쎄요, 바바 야가는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멀린은 아티팩트 수가 부족해서··· 나머지를 마법에 의존해야 하는데··· 막히는 모양이에요.”
“사실 성공만 하면야 멀린의 연구가 제일 위력적이긴 하지. 물론 이계의 문을 연다고 다 끝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박사가 턱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렇죠···. 이계의 주민들이··· 어떤지 우리는 모르니까요. 오히려 역으로 당할지도···.”
“쿠헬헬. 네놈, 지금 같은 발언을 마왕님 앞에서 했다면 반역죄로 사지가 찢겨 죽었을 거다.”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비록 마왕을 섬기고는 있지만, 그 마왕도 결국엔 이계에서 온 존재잖아요. 그만한 힘이··· 혹은 그 힘을 능가하는 힘이··· 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생 제르맹의 말에 박사가 돋보기 너머로 눈빛을 빛냈다.
다른 〈판데모니엄〉은 절대 이런 불경스러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족과 마왕을 신처럼 떠받들었으며, 거의 광신도처럼 그들의 사상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의 이들은 달랐다.
적어도 박사가 아는 한 생 제르맹은 본인이 믿는 종교에 빠져 있었고 〈판데모니엄〉에 들어온 건 광범위한 연구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건 박사도 마찬가지.
“하긴. 이계의 문을 통해 넘어오는 게 마왕이든 마귀든 사탄이든 상관없지.”
“그렇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생 제르맹은 고개를 끄덕이며 악마의 심장을 적출해 마력 용액에 담갔다.
그는 수조에 있던 수십 구의 서브용 인간 시체 중 하나를 꺼냈다.
가고일의 손과 발을 잘라다 바꿔 붙인 시체였다.
생 제르맹은 가슴을 갈라 심장에다가 악마의 심장 일부와 마정석을 함께 넣고 연금술로 융합시킨 뒤 봉합했다.
“대체 그런 쓰잘머리 없는 실험은 왜 하는 게인가? 별로 강할 것 같지도 않은데?”
박사가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봤다.
예전부터 생 제르맹과 박사는 이런 식으로 연구의 견해가 많이 엇갈렸다.
박사가 생각할 때 그의 연구는 너무 비효율적이고 상식 밖의 내용이 많았고,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생 제르맹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세상은 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젊은 나이에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했고, 박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에게 추월당해 대학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오갈 데 없던 박사를 받아 준 조직이 〈판데모니엄〉이었다.
박사는 각성자가 아니었음에도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자신이 인정받았단 사실이 굉장히 뿌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참 뒤늦게 들어온 옛 제자가 조직의 중요 요직으로 올랐다.
세상과 단절한 채 지냈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미스틸 테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박사는 생 제르맹이 싫었다.
제자에게 자리를 빼앗긴 스승의 질투나 시기심이라 불러도 좋았다.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였고, 몰래 암살을 계획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포기한 이유는 옛정 때문이 아니라 단지 ‘미스틸 테인’이기 때문에 암살자들이 의뢰를 받지 않아서였다.
“메인 프로젝트용보다는··· 약하겠죠. 하지만 서브용도··· 어지간한 헌터로는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가고일 손발이라. 이쪽은 와이번의 날개를 달았고. 그 옆에는 리자드맨의 꼬리와 늑대인간의 얼굴인가?”
“맞습니다···. 신께서 제게 영감을 주셨죠.”
“미친놈. 그런데 이게 다 움직이기는 하는 거냐? 신경 다발이나 근육 조직이 아예 안 맞을 텐데.”
“제 스킬인 연금술로··· 가능합니다. 시간제한은 있지만요.”
물론 그 스킬은 제일 마지막에 구사할 것이다.
일종의 불로불사나 엘릭서 효과를 부여하는 능력.
생 제르맹은 모든 사체를 다 정리한 뒤에 수술대 위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 모습을 본 박사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저 심장은 어디다 쓰려고 놔둔 건가?”
그가 가리킨 곳에는 멀쩡한 악마의 심장 한 개가 마력 액체에 담긴 채 수술대 옆에 놓여 있었다.
생 제르맹은 그 심장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박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탁이 있습니다.”
“이런 미친놈이 있나.”
그의 의도를 알아챈 박사가 대뜸 욕설부터 내뱉었다.
“이 자리에서 뒈지고 싶은 거냐, 백작?!”
“설마요···. 그럴 리가. 그러지 않기 위해서··· 박사를 모셔 온 겁니다.”
박사는 생 제르맹을 쳐다보다가 안경을 벗어 웃옷으로 안경알을 닦았다.
“다시 깨어나는 방법은 생각해 놨겠지?”
“물론이죠···. 그러니··· 제 몸에다가 악마의 심장을 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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