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72)
72 화 옛날 이야기.
옛날 이야기.
모여든 이들 중 하나가 네 개의 별들에게 감히 물었다.
“혹시 우리가 떨어진 신에게 바쳐야 할 최소한의 경의가 존재합니까?”
네 별 중 첫 번째 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영 락 한 신 에 게 바 쳐 야 마 땅 한 경 의 는 ‘말 살’ 뿐 이 다 !
두 번째 별이 발을 구르며 추임새를 넣었다.
– 의 심 하 지 말 지 어 다 !
세 번째 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 묻 지 말 지 어 다 !
네 번째 별이 날개를 펼쳤다.
– 그 저 시 킨 대 로 행 하 라 !
네 개의 별이 일제히 입을 모아 외쳤다.
– 이 모 든 것 은 너 희 를 위 한 것 일 지 니 !
***
마르낙은 황동빛으로 가득한 고대 유적을 향해 내달렸다. 포소리나는 그의 품에 안겨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오는 길에 저들끼리 공멸한 한 무더기의 동굴 박쥐를 시체를 보았다.
그 말은 즉, 일단 아직 파악하지 못한 소수의 적을 제외하면 대규모 추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겨우 한숨을 돌린 그녀는 조금씩 현재의 상황을 파악해나갔다.
아마 자신을 공격했던 무리는 그 기괴한 능력으로 보건대 악신의 숭배자들이 분명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구해준 이 웃통 깐 남자도 그 기괴한 능력으로 보건대 악신의 숭배자일 확률이 높았고.
포소리나는 그의 품에서 흔들리는 와중, 손을 뻗어 탄탄한 그의 가슴 근육을 매만졌다.
아주 촉감이 쫀쫀한 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냉큼 자신이 생각한 바를 꺼냈다.
“혹시 발굴에 관심 있어?”
마르낙은 으르렁대며 대답했다.
“쓸데없는 것을 묻지 마라. 여자. ‘살해’해버리기 전에.”
“내 이름은 여자가 아니라 포소리나야. 내가 이래 보여도 왕립 발굴단의 단장이거든? 너 정도는 내가 바로 꼽아줄 능력이 된단 말이지.”
가슴골을 더듬던 엉큼한 손이 점점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마르낙은 재빨리 소리쳤다.
“손을 떼라! 거기서 더 만지면 당장 죽여버리겠다!”
포소리나는 천천히 손을 떼고서 씨익 웃었다.
“나름 구해준 보답을 해주고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들었나 봐?”
나름 괜찮았다는 대답을 꾹꾹 눌러 집어삼킨 인간도살자가 으르렁댔다.
“다시 한 번만 더 허락 없이 내 몸을 더듬으면 진짜로 살해해버리겠다.”
“절조 있는 남자라. 더 좋네. 여기 말고 저쪽으로 가봐. 아마 우리 애들이라면 저쪽으로 갔을 거야.”
능청스럽게 대답한 포소리나가 손을 뻗어 황동빛 유적의 입구 중 하나를 가리켰다. 마르낙은 자신의 부하들이 잔뜩 죽었음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구는 이 여자의 정신 상태가 진심으로 의심이 갔다.
사실, 꽤 오랜 기간 용병으로 지냈던 포소리나는 그저 동료의 죽음을 슬퍼해야 할 때와 닥친 일을 헤쳐나가야 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마르낙은 주위를 살피는 척 슬쩍 뒤를 돌아보고서 다시금 포소리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내달렸다. 다키아는 제대로 쫓아오고 있었다. 지금은 일단 이곳에 대한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었다.
“여자. 이곳에 대해 설명해라.”
마르낙의 질문에 포소리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아는 대로 다 이야기해줄게. 여기는 실론 황녀가 최후를 맞이한 장소로. 그녀가 건조한 대규모 실험실 겸 요새였어. 그녀의 어머니이자 황제, 영락제(永樂帝)의 치세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그녀의 뒤를 이어 황제로 즉위한 휘제(揮帝)때 문제가 생겼지.”
버둥대는 호기심이 고대 제국의 황제였다니, 마르낙은 이 충격적인 사실에 잠깐, 아주 잠깐 진심으로 놀랐다. 하지만 그가 뒤집어쓴 가면은 다행히 깜짝 놀란 그의 표정을 효과적으로 가려주었다.
포소리나는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휘제는 영락제의 친아들이 아니었어, 그저 황위를 고사한 실론을 대신해 황위를 잇게 하기 위해서 가까운 친척 중에서 영락제가 들인 양자였지. 그는 제위기간 내내 필연적으로 한 가지 문제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어.”
마르낙은 바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정통성. 황제의 직계가 엄연히 살아 있음에도 황위에 오른 자에게 필연적 닥칠 문제.
“휘제의 재위 기간 초반에는 실론과 휘제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었지. 진짜 문제는 실론이 ‘이모탈리움’을 만들어내면서 시작되었어. 그녀가 만들어낸 영원불멸의 금속은 실론에게 막대한 명성을 가져다주었지. 고대 제국의 제국민들 중, 휘제의 본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지언정, 실론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어.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어. 여기서부터는 온전히 내 추측의 영역이니까 적당히 걸러서 들어.”
포소리나는 작업복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곤 말을 이어나갔다.
“‘비뚤어진 마법사들의 시대’를 끝내고 세워진 고대 제국은 그야말로 맞설 이가 없는 완벽히 평화로운 시대였어. 지금처럼 여러 국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단 말이야. 그에 따라 세월이 지날수록 황권은 자연히 약해졌어. 자연히 권력이 분산되기 시작된 거지. 쉽게 말하자면 권력의 중심이 황제에게서 제국민들에게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던 시대였다는 거야. 휘제는 그런 시대에 전혀 어울리는 황제가 아니었어. 그는 전란의 시대에는 누구보다도 빛날 사내였지만, 평화로운 시기에는 그저 권력을 탐하는 황제에 불과했다는 거지.”
마르낙이 열심히 내달려 흔들리는 와중에도 포소리나는 열정적으로 자신이 알아낸 바를 설명했다.
“그는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무척이나 노력했어. 축소되어가기만 하던 황제의 근위대 ‘응징의 방패’들을 늘리고 친위대의 규모를 확대하고자 했어. 하지만 이런 휘제의 행보는 당연히 거센 반발을 맞이하게 되었지. 아까도 말했지만, 고대제국에겐 맞서야할 ‘적’이 존재하지 않았거든. 휘제는 끊임없이 제국의 적을 찾아 헤맸어. 그런 휘제의 행보에서 두려움을 느낀 이들은 마침내 큰 결단을 하게 되었지.”
포소리나는 입술에 침을 묻히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실론을 그들의 황제로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제국 전역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어. 여기서 문제는 정작 ‘실론’ 본인은 황제의 자리에 오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거지. 그녀는 그저 자신의 연구만 할 수 있으면 충분했어. 하지만 제국민들은 그녀의 그런 태도에 더욱 열광했어. 그녀가 황제의 지위에 오르면 적어도 지금의 휘제의 치세보다 훨씬 나을 게 분명했으니까. 제국 전역에는 휘제의 퇴위를 바라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어. 이 상황에서 네가 휘제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거 같아?”
마르낙은 앞으로 벌어질 비극을, 아니 벌어졌을 비극을 깨달았다.
반발을 무릅쓰고서 한껏 키운 군대와 드디어 나타난 황제의 적.
“피가 흘렀겠군.”
“바로 맞췄어. 휘제는 그동안 깊숙히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야욕을 드러냈어. 제국민을 지켜야할 군대가 제국민들을 향해 무기를 들이밀었지. 당연히 앉은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수 없었던 반황제파들이 일제히 결집해서 황제에게 맞섰지. 고대 제국은 두 갈래로 찢어져서 내전에 돌입했어. 당연히 전쟁에 들어감과 동시에 전략 물자들의 가치는 폭등했고, 그 전략 물자들 중 으뜸가는 물자가 바로 영원불멸의 금속, ‘이모탈리움’이었지. 이모탈리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실론이 ‘유일’했거든.”
포소리나가 두 개의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격렬하게 맞붙던 두 세력은 모두 실론에게 자신의 편에 가담하라고 권유를 해왔어. 휘제는 자신의 ‘누나’가 자신의 편을 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반황제파는 영락제의 딸이자 ‘이모탈리움의 어머니’가 제국민들의 피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실론은 두 세력의 기대를 모두 저버렸지. 그녀는 단호하게 ‘중립’을 선언했어. 그녀는 그저 자신의 진심을 내보인 것이겠지만, 그녀의 정치적 고려 없는 경솔한 결정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일으켰어.”
포소리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서로 맞붙던 두 세력 모두 그녀를 적으로 규정한 거지. 그녀는 협조를 구해야할 대상에서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납치해서 이용해야할 대상이 되어버린거야. ‘이모탈리움’은 그만큼이나 매력적인 자원이었거든. 우습게도 그녀의 연구소로 먼저 쳐들어온 건 그녀를 황제로 만들고자 했던 반황제파였어. 그들은 훈련받은 황제의 군대에 밀려 약간의 열세에 처해있던 탓에 굉장히 마음이 급했던 거지. 반황제파의 행보에 따라 황제도 조금 늦게 군대를 파견했어.”
마르낙은 그제야 이곳의 풍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멀리서 보기엔 무척이나 완벽해 보였던 황동빛 유적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너무나 많은 곳이 부서져 있었다. 마치 격렬한 전투라도 있었던 것처럼.
“실론은 연구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먼저 도착한 반황제파의 군대와의 만남을 거부했어. 반황제파는 그런 그녀를 강제로 데리고 가고자 시도했지만, 그들은 당황스러운 사실을 마주해야만 했지.”
포소리나는 양손을 펼쳐 들고서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다.
“단순한 연구자에 불과한 줄 알았던 실론이 장난스럽게 만들어낸 병기들이 너무나 강력했던 거야. 그들은 실론을 강제로 끌어내려다 아주 쓴 맛만 보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 그에 따라 반황제파는 더욱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어. 황제의 군대는 계속해서 그들의 뒤를 쫓아 이곳으로 오고 있었고, 실론의 방어는 단시간 내에 뚫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그들은 지극히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
포소리나의 손가락이 마르낙의 가슴을 쿡하고 찔렀다.
“연구소 밖에 살던 시민들의 생명을 가지고 실론을 협박하기 시작한 거지. 그건 무척이나 유효한 전략이었어. 아주아주 부정적인 측면에서 말이지. 첫 번째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던 그 날.”
포소리나는 자신이 꺼낸 종이를 읽었다.
“일부만 남은 고대 제국의 역사서에 적혀 있기로는 ‘깨어난 수십의 거인들이 일제히 파멸을 토해냈다.’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아마 실론이 쓴 병기들을 은유하는 말일 것 같아. 여튼, 실론은 분노했고. 그녀는 제국의 내전을 끝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어. 그리고 과학자답게 그녀는 아주 단순명료하면서도 지극히 끔찍한 발상을 떠올렸지.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 반황제파와 황제. 문제의 근원인 둘 모두를 제거해버리기로 마음 먹은 거야.”
그녀는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리고서 종이를 읽었다.
“역사서에 적혀 있기로는 ‘끝이 보이질 않는 차가운 금속의 군대가 쏟아져 나왔다.’라고 적혀 있는데, 아마 금인족들이 실론의 편을 들기라도 했나 봐. 하여튼, 제국의 내전은 삼파전으로 갈라졌어. 그리고 곧 다시 두 개의 세력으로 나뉘었지. 파죽지세로 제국을 점령해나가는 실론의 군대 앞에서 황제와 반황제파가 극적으로 손을 잡은 거야. 곧 그들은 실론에겐 없고, 자신들에게만 있는 존재들을 모조리 투입 했지.”
포소리나는 황동빛 유적을 보며 말했다.
“‘달인’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실론을 암살하기 위해 연구소로 잠입했어. 실론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그녀는 결국 한 자루의 검 앞에 목이 떨어졌지. 역사서에 적혀 있기로는 실론을 죽였던 ‘달인’들 중 그 누구도 돌아가지 못했다고 적혀있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몰라. 거기에 이곳, 실론의 연구소는 제국의 금지(禁地)로 정해져서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리려 하지 않았지. 거기다 그 뒤로 찢어진 황제와 반황제파가 더욱 격렬하게 맞붙는 바람에 융성했던 고대제국의 몰락이 시작되었는데, 그 뒤의 역사는 자세한 역사서가 남아 있질 않아서 아직 아무도 정확하게 몰라. 사실, 내가 설명한 역사의 대부분도 전부 내가 대충 끼워 맞춘 거라 정확하지 않고.”
묵묵히 듣고 있던 마르낙이 물었다.
“혹시 번호가 붙은 작품에 대해 아나? 실론이 만들어냈다고 전해지는 물건들 말이지.”
포소리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론이 생전에 번호가 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마르낙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때 안 죽었던 거군. 악마가 죽은 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건가.’
마침내 유적의 입구에 도착한 마르낙이 물었다.
“잠깐. 아까 네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여기는 제국의 금지이지 않나?”
“그렇지?”
“뭐가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응.”
“네 부하들은 그런 장소에 무턱대고 들어간 건가?”
“고대 제국의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야. 이곳에 무엇이 있던 아득한 세월에 짓눌려 사라지고도 남았을 거라고. 거기에 이곳엔 아주 중요한 게 잠들어 있을 게 분명해.”
선홍빛 두 눈이 유적을 한가득 담았다.
“바로 실론의 죽음과 함께 고대 제국이 잃어버린 ‘이모탈리움’의 제조법이 말이야.”
“끄아아아아아악!!!”
포소리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카로운 비명이 유적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마르낙은 음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무래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군. 제대로 잡아라. 더욱 빠르게 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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