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73)
73 화 일확천금.
일확천금.
“아니, 이제 슬슬 내려줘도 괜찮아.”
조금 더 빨리 달리겠다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포소리나는 내 제의를 거절했다. 역시 외뿔족인가. 내가 그녀를 놓아주자 포소리나는 바닥에 가볍게 폴짝폴짝 뛰어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말을 뱉어냈다.
“아까 네가 달려왔던 속도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겠어. 앞에 뭐가 나타날지 정확하게 모르는 이상, 나를 안고 가는 것보다는 같이 달리는 게 훨씬 나을거야.”
나는 가볍게 턱짓으로 비명이 들려왔던 방향을 가리키고서 자리를 박찼다. 달리는 와중에 주변을 재빠르게 훑었다.
이 유적은 세상 속에 그대로 내던져 져 있던 것치고는 꽤나 잘 보존되어 있었다. 물론, 다키아와 내가 들어갔던 고대 유적에 비하면 훨씬 노후화되어 있었다. 연구소의 곳곳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소한 장식들은 전부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또 한 번의 비명. 포소리나의 얼굴이 더욱 심각해졌다. 그녀는 조금 더 빠르게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 몰래 뒤를 돌아보았다. 다키아는 아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서 따라오고 있었다.
‘살해!’
저 여자 말대로 여기가 실론이 옛날에 ‘이모탈리움’을 만들어내던 곳이면 혹시 잔뜩 만들어둔 이모탈리움이 어딘가에 한가득 쌓여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
포소리나의 말이 대부분 실제 역사와 부합한다는 가장 하에 이곳이 정말 고대제국 시절에 금지로 설정되어 그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 연구소 어딘가에는 금인족들이 보기만 해도 기절할만한 양의 이모탈리움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 이모탈리움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무도한 침입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병기가 되어 있거나.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향. 철분 섞인 이 불쾌한 냄새의 원인은 바로 피였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여태까지 억제해왔던 속도를 그대로 터뜨렸다.
쾅!
길게 이어진 복도 한가운데를 질주하며 나아갔다. 하지만 내 앞을 기다리고 있던 건 막다른 길이었다.
부수고 들어가야 하나.
내가 잠깐 고민한 사이, 내가 나타난 것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문이 갈라지며 통로를 드러냈다. 통로 너머로 몇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미련없이 자리를 박차고 구멍 안으로 몸을 던져넣었다.
“저, 저리 가!!!”
서걱.
남자가 겁에 질려 휘두른 망치가 순식간에 절단 났다. 번쩍이는 은빛 검날이 발굴단원의 머리를 노렸다.
나는 재빨리 오른팔의 갑옷을 조종했다. 튀어나오는 네 개의 총구. 마력포가 불을 뿜었다.
콰앙!!!
거센 충격이 지나가고 옆구리에 마력포를 정확하게 얻어맞은 금속 덩어리가 튕겨나서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나는 재빨리 살아 있는 사람의 수를 세었다.
여섯. 여섯이었다.
분명 몇십여 명에 달했던 발굴단이 내가 들고 온 성물 탓에 여섯밖에 남지 않은 건가.
이거 조금 마음에 걸리는데.
뒤이어 나를 따라온 포소리나가 발굴단의 사람들을 보곤 소리쳤다.
“야! 다른 녀석들은!”
“다, 단장! 살았었군요!”
“닥치고! 내 말에 대답해!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됐어!”
“누가 뭘 건드린 건지, 가, 갑자기 복도가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뿔뿔이 흩어졌어! 그런데 우리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아마 추격자 놈들이 뭔가를 잘못 건드린 거 같아! 헉?! 저, 저 괴물이 다시 일어난다!”
끼릭끼릭.
선명한 금속음을 내면서 방금 벽에 처박혔던 금속 덩어리가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언가에게 베여 날아간 턱과 한쪽 팔. 외팔로 일어선 금속 덩어리 인간형 병기의 남은 속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기다란 검날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병기의 턱이 위아래로 딱딱이며 어눌한 말을 뱉어냈다. 금속 병기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지직대며 부분부분 불완전한 단어들을 늘어놓았다.
– 새로운… 불… 입자…. 거…
무슨 말인지는 대충 이해했다. 짧게 읊조린 저 금속 병기가 곧장 자리를 박차고 나를 향해서 달려들었으니까.
곧게 뻗은 외날검이 내 머리를 노리고 횡으로 다가왔다. 나는 마력포를 집어넣고 손등에서 도살자의 날을 튀어나오게 했다. 튀어나온 톱날이 거친 회전음을 토해냈다.
왜애애애애앵!!!
까앙 거리는 청명한 소리와 함께 외날검이 튕겨났다. 단 한 번의 충돌. 그 충돌로 나는 저 금속 병기의 몸을 이루는 재료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
저 금속 병기는 통짜 이모탈리움으로 만들어진 병기였다. 정확히는 세월이 저 병기의 몸을 이루는 것들 중 이모탈리움을 제외한 나머지를 바스러지게 한 것일지도 몰랐지만.
까앙!
또 한 번 도살자의 톱날과 병기의 외날검이 맞부딪혔다. 두 번째 격돌로 조금 더 확실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 병기는 내가 실론의 유적에서 보았던 것들보다 사용된 재료의 특성상, 좀 더 단단하기는 했지만, 유적에서 마주쳤던 수호자들보다는 뭔가 전체적으로 투박했다.
역시 번호가 붙은 작품들은 실론이 죽음을 위장하고 난 다음에 만들어진 건가.
– 침입…. 배….
채 완성되지도 못한 어눌한 말. 녀석의 하나 남은 손이자 외날검은 내 톱니 날과의 몇 번의 충돌 이후 아주 조금 이가 나가 있었다. 내 도살자의 톱니 날도 몇 개 부러졌을 게 분명했지만, 나는 내 오른팔 갑옷의 자가 복구 능력을 믿었다.
왜애애애애애앵!
망가진 금속 병기와 나는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서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외날의 검이 내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도살자의 톱날을 가져다 대 튕겨낸다.
까앙!
나는 발을 뻗어 녀석의 가슴을 걷어찼다. 한쪽 팔이 튕겨 난 이상, 외팔이 금속 병기에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녀석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또다시 벽에 처박혔다. 내가 녀석을 향해 달려들던 그때.
옆에서 포소리나가 튀어나와서 금속 병기의 외날검의 옆면을 밟아 누르며 소리쳤다.
“야! 뭐해! 얘 혼자 다 하도록 내버려 둘 거냐! 구경하지만 말고 도와!!! 이 새끼들아!!!”
그녀의 외침에 따라 멍하니 서 있던 사내들이 뛰어와서 버둥대는 금속 병기의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 …입자…거….
외팔이 병기는 자신의 몸에 매달린 사내들을 떨쳐내지 못하고 거칠게 버둥댔다. 나는 그런 녀석의 가슴을 짓밟고서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오른 손등 위에 튀어나온 톱날이 거칠게 회전했다.
왜애애애앵!
나는 망설임 없이 금속 병기의 머리통을 향해 도살자를 내리쳤다. 이모탈리움과 이모탈리움이 맞부딪히며 서로를 조금씩 갉아냈다.
까앙! 까앙! 까앙! 까앙!
하지만 내 톱날은 자동으로 수복되는 반면, 금속 병기는 그렇지 못했다. 수차례의 내려침 끝에 도살자가 금속 병기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버둥대던 기계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제야 병기의 사지에 매달려 있던 사내들과 포소리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살해살해!’
완전 계탔다는 어머니의 기쁜 외침. 하긴, 이건 진짜 대박이었다. 이 병기 정도 크기의 통짜 이모탈리움이라면 진짜 부르는 게 값이니까.
‘살해!’
저거 팔아서 금화를 산더미로 쌓아 놓고 그 안에서 헤엄쳐 보고 싶다는 무시무시한 욕망. 어머니는 벌써부터 저 금속 병기를 팔아치우고서 즐길 준비가 만반이었다.
푸쉬이이익.
작동을 정지한 금속 병기의 전신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발생했다. 나는 바닥에 눌러앉아 미쳐 반응하지 못 하는 사내들을 발로 걷어차서 밀어내며 소리쳤다.
“전부 당장 떨어져!!!”
“뭐, 뭐야?!”
“도, 독인가?!”
“여기 고립된 방인데, 이제 어쩌죠? 대장!”
사내들이 허둥지둥 물러서기 무섭게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던 금속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던 ‘이모탈리움’이 흐물흐물 녹아서 바닥에 스며들갔다.
병기가. 아니, 어머니의 황금빛 야심 찬 꿈이 녹아내려 버렸다.
‘살해애애애애애!!!!’
어머니는 내게만 들리는 절규를 내뱉었다. 근래에 들은 것 중에 가장 깊은 한이 느껴지는 외침이었다.
‘살해! 살해!!!’
당장 저거 모조리 땅에 스며들기 전에 컵으로 퍼담자는 다급한 주장. 나는 바지 주머니 속 어머니의 손을 토닥였다.
저 금속 병기가 스스로 녹아버리는 건, 아마 실론이 의도한 바겠지. 그녀는 병기를 파괴한 이들이 전리품으로 이모탈리움을 가져가지 못하게 할 속셈이 분명했다.
‘살해애…’
축 늘어진 목소리. 지금의 나는 인간도살자인 이상, 쉽게 위로의 말을 꺼내드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저 바지 주머니를 토닥거려 어머니를 달랬다.
등 뒤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 설마 저 남자! 자신이 쓰러뜨린 병기 앞에서 설마 ‘그것’을 하는 건가?!”
“야! 조용히 해! 이 자식아! 그냥 ‘즐기시게’ 내버려 두라고! 우리 목숨을 구해주셨잖아! 저분의 취향을 존중해!!!”
당장 이 굉장한 오해를 풀어야만 했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포소리나가 슬쩍 내 고간 쪽을 바라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런 취향이었어? 자신이 쓰러뜨린 적 앞에서만 흥분하는? 역시 그래서 내 제안을 그렇게나 쉽게 무시한 거…”
“닥쳐라!”
매섭게 소리친 나는 포소리나와 발굴단의 단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 멀리 무사히 방에 들어온 다키아가 기둥 뒤에 숨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굼뱅이처럼 늘어져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이곳에 돌아다니고 있을 다른 금속 덩어리들을 모조리 ‘살해’할 거다!!! 내 손에 ‘살해’당하기 싫거든 당장 움직여라!!!”
원래는 좀 더 함축적이고도 은유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멋진 대사를 하고 싶었지만, 내 컨셉보다는 언제나 사람 목숨이 중요했다. 나 때문에 습격받고 뿔뿔이 흩어진 발굴단원들의 목숨을 최대한 살려보고 싶었다.
나는 그들을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뒤처지면 버리겠다!!! 얼간이들아!!! 기껏 살아남은 목숨!!! 내 손에 ‘살해’당하기 싫거든 젖먹던 힘까지 써서 따라붙어라!!!”
뭐, 조금 뒤처져도 다키아가 있으니 괜찮겠지.
나는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금속 병기가 지키고 있던 통로를 향해 내달렸다.
‘살해…’
일확천금의 꿈이 무너진 어머니가 모든 의욕을 잃고서 굳이 저들을 구해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그저 작게 토닥거림으로 답해주고서 통로를 내달렸다.
쾅!
거친 굉음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머지않은 곳에서 실론의 병기들과 누군가 충돌하고 있는듯했다. 나는 살짝 뒤를 돌아보곤 더욱 속도를 더했다.
이토록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올 정도면, 지금 병기와 맞서고 있는 건 발굴단원이 아니라 악신의 숭배자들일 게 분명했다.
여기서 악신의 숭배자들을 미리 처리해두면 실론에 병기들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쾅!
가로막는 가볍게 문을 쳐부수고서 뛰어들자, 예상대로 금속으로 이루어진 병기 넷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악신의 숭배자가 보였다.
“엉겨붙는 바위시여!!! 힘 좀 써주세요! 좀!!! 이러다 저 죽어요!!! 진짜루!!!”
거대한 바위 거인이 금속 병기들을 후려쳐서 튕겨냈다. 하지만 이모탈리움 병기들은 전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채로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래, 악신의 숭배자와 금속 병기들의 충돌까진 예상했다. 하지만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살해…?’
축 늘어져 있던 어머니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쟤가 발굴단원을 왜 보호하고 있는 거냐고.
“쟈멜 힘내라!”
“쟈멜 화이팅!”
“믿고 있습니다!!! 쟈멜!!!”
홀로 분전하는 악신의 숭배자의 뒤에는 십여 명의 발굴단원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손을 휘휘 내저으며 주황빛 머리 여인을 힘차게 응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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