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23
사령관이 돌아왔다 023화
023 군단 홍보대사(2)
꽈직!
-끄아아아아악!
놈은 비명을 질렀다.
스아아아아!
동시에 데스 나이트의 몸에서 마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마기가 빠져나가고 그것은 밤하늘에 흩뿌린 은하수와 같아 보였다.
그에 비하여 끔찍한 비명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귀를 틀어막게 하였다.
-이놈, 결단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용서를 안 하면? 죽이기라도 하게?”
퍼어어억!
모든 마기가 빠져나가자 놈의 육신을 이루고 있던 뼈들은 산산조각이 났다.
“후욱! 후욱!”
폐가 터질 것 같았다.
온몸이 비명을 질러 댄다.
검은 마기가 내 몸을 스쳐 갈 때 조용히 핏덩이를 뱉어 냈다.
“퉤!”
이제야 한결 나아졌다.
스승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혈맥들을 임의로 뒤틀었느냐?
“그런데요.”
-허어! 그게 가능했다는 게냐?
“저는 천하의 기재이지 않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로다. 경공은 죽어라 연습을 해도 사용하지 못하더니, 가르쳐 주지 않은 혈맥이탈법은 스스로 깨닫고 운용한다고? 에라이,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을요.”
나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언데드 몬스터들을 지배하던 데스 나이트가 죽자 이들의 결속력은 빠르게 무너졌다. 심지어 오크와 언데드들이 싸우기 시작하였다.
“취이익! 괴물이다!”
“꾸에에엑!”
지금쯤 연합군 사령부에서는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이 얼마나 잘된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파멸식을 몇 방 뒤쪽에 날려 주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스스스슷!
내 검이 하얗게 타오른다.
-여기서 내공을 더 사용할 참이냐?
‘이번에는 아예 고갈을 내 보도록 하지요.’
“하압!”
검을 휘두르자 검강이 그물처럼 퍼져 나갔다.
연속으로 그물들이 날아갔고 그것들은 적들의 후방을 타격하였다.
“꾸에에에엑!”
“취이이익! 재앙이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대대원들이 모여들었다.
“대대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다치신 곳은요?”
“보다시피 없다. 그보다 사상자는?”
“사망 셋에 부상이 다섯입니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피해였다.
가능하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였지만, 전쟁을 하다 보면 피해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퇴각한다!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을 챙겨라!”
“예!”
우리들은 데스 나이트를 잃고 서로 상잔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틈에서 퇴각로를 만들었다. 어차피 숫자만 많았지 그리 강한 놈들은 아니었기에 충분히 퇴각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제28독립대대는 당당하게 개선하고 있었다.
백두산 성채 안의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
“정말 고생했네!”
지휘부 막사 앞에는 맥키엄 대장과 군단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대단했어!”
“감사합니다.”
“다친 곳은 없나?”
“다친 곳은 없지만 꽤 내공 소모가 심합니다. 부상자들도 있으니 일단 요양을 좀 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자네에게 할 말이 있기는 한데…… 그건 저녁에 해도 충분하니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병사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로써 백두산 군단은 구원받을 것이다.
잘못하면 전멸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한 번의 특수작전으로 모든 판을 뒤엎어 버렸다.
대충 대대장이 무슨 말을 할지는 짐작이 되었지만 육체를 추스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전투의 여파로 먼지를 뒤집어써서 그렇지 깨끗한 상태로 보았다면 내 얼굴이 창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대대원들을 모았다.
“오늘 고생하였다. 이번 전투로 백두산은 숨 돌릴 여유를 찾게 되었을 것이다. 승리를 자축함에 앞서 이번 전투에서 희생된 동료들의 넋을 위로한다. 일동 묵념.”
우리들은 고개를 숙였다.
사소해 보이는 행위였지만 이런 행위들이 모여 신뢰를 낳는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작은 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바로.”
척!
대대원들의 얼굴에서 신뢰가 묻어났다.
나와 함께하게 된다면 최소한 허무하게 죽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과 전공은 보장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예의를 알고 있었으니 인간 자체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정도면 훌륭한 지휘관이 아닐까.
“가서 쉬도록 하라. 오늘 저녁에 논공행상이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포상 휴가를 나갈 수도 있겠지.”
“와아!”
병사들은 환호했다.
백두산 군단은 최전방이었고 세계 최초의 몬스터 발원지였다. 그만큼이나 항상 전투가 치열하였고 휴가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휴가를 준다면 몇 년 만에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 저녁에 보자. 이상.”
“고생하셨습니다!”
병사들이 경례를 올렸다.
나는 마주 돌아서 경례를 붙여 주었다.
털썩.
나는 막사로 돌아오자마자 주저앉았다.
“으으, 죽겠다.”
-쯧쯧. 그렇게 무식한 짓을 하였으니 힘든 것이 당연하지.
스승은 혀를 찼다.
나도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내공은 거의 고갈되었고 온몸에서 세맥의 내공들을 뽑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서 진행을 빠르게 하려면 운기를 해야 한다.
쓰러지고 싶었지만, 그대로 가부좌를 하였다.
기껏 고생을 해서 모든 내공을 소비하였는데 여기서 쓰러지면 고생한 보람이 없어진다.
이건 강해질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바로 역천심결을 운용하였다.
스아아아아!
엄청난 내공이 밀려들어 왔다.
역시나 혈맥은 성치 못하였다. 어마어마한 내공들을 한꺼번에 쏟아 냈으니 몸에 좋을 리가 없었다.
내공이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 상반되게 빠른 속도로 치유가 되고 있기도 하였다. 새로 쏟아져 들어오는 내공은 영약의 기운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혈맥을 치유하면서 한층 강해지고 있었다.
내공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은 시간 안에 1갑자의 내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 더하여 마령단을 섭취한다면?
‘스승님. 백두산 지리는 좀 보셨습니까?’
-보았다. 아까 싸웠던 자리 뒤에 동굴이 있었다. 그곳에 분타가 묻혀 있을 게야.
‘그렇습니까?’
한데 그곳을 어찌 발굴할지는 모르겠다. 무엇보다 시간이 있겠느냐?
‘걱정 마십시오. 몬스터를 완전히 몰아낸다는 핑계라면 충분히 발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게야. 워낙에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알겠습니다.’
스승은 그리 말하고 있었지만, 화산재가 덮쳐 버렸다면 분명히 보존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건 과학이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정말로 그 자리에 분타가 있었다면 말이다.
땅거미가 지고 해가 떨어졌다.
밤이 되고 나서야 나는 깨어날 수 있었다.
“대대장님. 일어나셨나요?”
이슬기 대위였다.
내가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동안 이슬기가 곁을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역시나 이번에도 대량의 내공이 느껴졌다.
근 5갑자에 가까운 내공이었다. 두 번의 극심한 전투로 1갑자의 내공을 증진시켰다. 뒤로 갈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할 테지만 이 정도라면 예비 8갑자라는 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군단 사령부에서 불렀겠지?”
“깨어나는 대로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가지.”
발걸음이 가볍다.
논공행상도 준비되었을 것이다.
일단 인사고에는 충분히 반영될 것이고 운이 좋으면 포상 휴가다.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대원들에게는 휴식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사령부로 향하는 길에 이슬기가 말을 걸었다.
“감사합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모두가 대대장님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이번에 대대장님이 아니었다면 모두 죽었을 테고, 그것뿐만 아니라 승진도 빨리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 봤자 뭐하냐? 몇몇은 죽었다.”
“전투에서 죽음은 필수적인 일이죠. 아군이 희생되지 않고 끝나는 전투는 매우 드물어요.”
“핑계 같은데.”
“자신감을 가지세요.”
“후우, 그래.”
부하를 잃어 본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전쟁 중에는 당연한 일이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역시 익숙해지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똑똑.
“들어와.”
지휘부 작전 회의실에서 맥키엄 대장과 참모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표정을 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가 틀림없었다.
“오오, 왔는가?”
맥키엄 대장이 반색하였다.
나는 영웅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호의적인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는 아버지의 후광도 있었으니 호의적인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논공에 앞서서 자네에게 제안할 것이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백두산 군단의 홍보대사가 되어 줄 생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