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74
사령관이 돌아왔다 074화
074 폭풍 전야(1)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기는 해도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는 어느 정도 있는 셈이었다.
베이징의 하늘이 열렸다면 내 경험으로 보았을 때는 대략 하루 정도의 시간은 있었다. 앞으로는 그 정도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문제라면 내가 회귀를 하여 보스 몬스터가 나타나는 족족 잡아 버리는 바람에 군단장의 침공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군단장이 직접 튀어나온 경우는 없었지만, 조만간 튀어나올 조짐을 보일지도 모른다.
화상통화를 종료한 후에 맥키엄 대장을 비롯한 백두산 군단 지휘관들과 잠깐 대화를 나누기로 하였다.
맥키엄의 표정은 역시 심각하였다.
“백두산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늘이 열려 버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사람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하늘이 열렸기에 거기에서 어마어마한 것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큰 우려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어째서 그리 말하나?”
“지금까지의 패턴을 분석해 보면 인류에 위기가 닥칠 때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넘어오는 보스 몬스터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갑자기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보스 몬스터가 튀어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네들도 그리 생각하나?”
맥키엄이 주변을 둘러봤다.
참모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박 준장의 말에 동의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백두산 군단은 12사단만 움직이면 되겠나?”
“충분합니다.”
“알다시피 백두산은 최초의 몬스터 발상지라네. 언제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지.”
“이미 중국의 10개 군단을 동원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베이징이 무너지면 곧바로 한반도가 위험해지네. 자네가 수고를 해 주게.”
“당연한 일입니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진급이겠군. 그때는 백두산 군단장이 되는 건가?”
“……!”
지휘관들은 놀람을 드러냈다.
맥키엄 대장과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었지만, 군단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앞으로 군단의 계획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에 소장으로 진급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백두산 군단장이 되고, 맥키엄 대장님은 중앙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터져서 조금 보류가 되기는 했습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리될 겁니다.”
웅성웅성.
“벌써 군단장이라니…….”
“나는 박 준장이라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네. 자네들은 그렇지 않은가?”
맥키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실 백두산 군단은 맥키엄 대장이 전부 장악하고 있었다. 내가 입대하여 승승장구하였지만 맥키엄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그는 사실상 나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맥키엄 대장이 나를 지지하는 이상 백두산 군단도 지지를 해 줄 것이다.
참모들이 입을 모았다.
“박 준장이라면 따를 수 있습니다.”
“대장님이 더 높은 곳으로 가신다니 다행입니다. 박 준장님이라면 모실 수 있지요.”
참모들과 지휘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추후 한반도 사령관이 될 때에는 어느 정도 정치적인 암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백두산 군단에서만큼은 사람들이 나를 신뢰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정치적인 부담은 좀 덜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12사단을 동원하기로 하였으니 회의는 끝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루 정도의 시간이 있다고 보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었고 군단을 배치하는 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무운을 비네.”
“싹 쓸어버리고 복귀하겠습니다.”
나는 베이징으로 출정하기 위해 사단을 호출하기로 하였다.
사단 연병장에는 수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집결해 있었다.
지금까지 사령부에서 많은 인원을 충원하기는 하였지만, 12사단은 전원 헌터로 이루어져 있었다.
말단 병사들까지 죄다 헌터였기에 숫자에 한계가 있었다.
총원은 3천 명.
한국 최대의 헌터 집단이었으며 이만한 규모의 군인 헌터 집단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백두산이 몬스터 발원지이기 때문에 그렇다. 항상 최전방이었으며 언제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충원을 한 것이다.
물론 완편된 부대인 1만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오히려 그렇게 많은 숫자는 운용하기가 까다로웠다.
사실 이 정도가 내가 운용하기에는 적절한 숫자인지 모른다.
1개 사단이었지만, 군단급을 넘어서는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단.
베이징에는 우리 사단을 제외하고 9개 군단이 출동한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는 못할 것이다.
3천이나 되는 헌터들은 최전방에 설 것이니까.
내 휘하에는 직속 부대가 따로 있었다.
화령회 회원들로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 당진에서 마령단을 섭취한 이후로는 한층 더 강해졌다.
“우리들은 수송 헬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선봉에 설 것이다.”
“…….”
많은 군인들이 긴장감을 드러냈다.
TV를 보면 온통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베이징이 멸망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내가 가는 이상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마어마한 인사고과 점수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따르면 진급하리라!”
“와아아아!”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뱉었다.
군인 헌터가 된 자들이 돈이 없어서 입대한 것은 아니다.
입대할 때가 되어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정한 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공을 쌓아 진급하면 귀족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어마어마한 권력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진급이라는 소리에 환호하였다.
물론 나 역시 이번 전투에서 많은 덕을 볼 것이다.
“전원 출동한다!”
타다다다다!
백두산에서 베이징까지 헬기를 타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몇 시간 만에 베이징에 도착하였다.
베이징 중심부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TV를 통하여 확인하기는 하였지만,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에서 뭔가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슬기는 그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엄청나지?”
“두렵기까지 해요.”
“그렇겠지.”
“사단장님은 두렵지 않으신가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나 역시 부담되는 건 사실이었다. 이런 거대한 홀이라면 필시 대단한 놈이 올 텐데 과연 감당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군단장이 벌써부터 튀어나오지는 않겠지만 그에 준하는 놈이 올 것이라는 사실쯤은 예측할 수 있었다.
베이징 주변에 군단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외곽에 막사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사단 역시 하나 둘 내려서기 시작하였고 나는 곧바로 회의장으로 향하였다.
거대한 막사 안에는 베이징 주변의 모든 군단의 군단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부는 호기심으로, 일부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기야 이제 30대 중반의 시퍼런 애송이가 10개 군단을 지휘하는 사령관으로 왔으니 그런 반응들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도 일부 군단장들은 신뢰가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이번에 임시 사령관이 된 박수철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
군단장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기도 하였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는 눈치 싸움 하지 않기로 하죠. 저는 베이징을 지키러 온 것이지 쓸데없는 알력 다툼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한 군단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젊군요.”
“젊으면 어떻습니까. 능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지.”
“그만한 지휘 능력이 있다고 보시는군요?”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40대 후반의 남자였다.
그 나이에 군단장이 된 것도 어마어마한 출세였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헌터였다. 그리고 정치적인 안목도 꽤 있는 것같이 보인다.
검은 뿔테 안경이 더욱 날카로운 느낌을 만들어 냈다.
“베이징 군단장님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젊은 것이 불만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렇습니다.”
“그럼 그냥 떠날까요? 3천의 헌터 병력과 함께 말입니다.”
“으음.”
그는 침음을 삼켰다.
지휘 능력과는 별개로 나와 사단이 가진 전력은 어마어마했다.
사실 이번 방어전의 핵심 세력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괜한 알력 다툼을 하기 싫어 가볍게 협박을 해 보았다.
그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저는 임시 사령관입니다. 제가 보스를 직접 상대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제 말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제 고향도 아닌데 목숨을 걸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은 간신히 납득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고향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나조차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인 특유의 감성을 이용해 본 것뿐이다.
19군단장 이자성 대장이 말했다.
“어떤 식으로 적을 맞을 생각입니까?”
“3개 군단씩 묶어 1개의 집단군을 만듭니다. 1집단군이 베이징 외곽을, 2집단군이 도심 외곽을, 3집단군이 도심을 포위합니다. 그리고 우리 백두산 12사단이 최전방에 서겠습니다. 보스는 제가 처리합니다.”
“좀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뚫리기라도 하면…….”
“이것이 최선입니다.”
“그야 사령관이 승리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패하면 베이징이 어찌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유용해 보이는데요.”
“차라리 한 곳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아까 보았던 베이징 군단장이었다.
“왕첸 대장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제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방위전에서 귀하를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