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캘리포니아(11)
“푸드트럭 철거는 내일부터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아. 그럼 오늘은 호텔로 가도 되나요?”
“늦었으니까요. 어차피 다음 주까지는 여기 계속 비어 있을 거니까요.”
역시 최대 규모와 전통을 자랑하는 푸드트럭 축제라서 그런 걸까?
전지적 푸드트럭 사장 시점으로 우리를 배려해 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 씨.”
“저야말로 담당자로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저희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네. 다음에 또 뵙기를….”
“그때는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요.”
“아하하.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셨습니까?”
“제가 좀 뒤끝이 있어요. 쪼잔해서.”
담당자 크리스와도 인사를 하고 푸드트럭 정리를 마치고 호텔로 향하는 길이었다.
어두컴컴해진 길을 걷고 있을 때.
시아가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왜?”
“또. 또 그 느낌이야.”
이번에는 그냥 흘려듣지 않았다.
그녀의 촉이든 감이든 뭐든 어쨌든 그녀 덕분에 제임스 황과 접촉할 수 있었으니까.
찰칵-
무언가 플래시가 터지는 것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시아뿐만 아니라 나도 느꼈다.
“여기서 기다려!”
나는 먼저 달렸다.
셔터음과 불빛이 반짝였던 곳을 향해.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젠장. 놓친 건가?”
시아에게 다시 돌아갔다.
“내가 착각한 건가 봐.”
“그런가? 나도 어렴풋이 느낀 거 같은데….”
“저기요!”
그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
오웬이었다.
“아! 오웬 씨.”
“오늘이 마지막 날이셨죠?”
“저희가 여기 있을 줄 어떻게 아셨어요?”
“아. 저도 그냥 호텔 쪽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혹시 호출하면 나오실까 해서요. 그런데 딱 걸어가시지 뭡니까?”
아까 시아가 느꼈던 건 역시 오웬이었던 모양이다.
밤새워서 술도 마신 사이인데 굳이 몰래 찍을 게 뭐람.
“좋은 소식인가요?”
“아 물론이죠.”
“그럼 같이 호텔로 가실래요? 저희는 내일까지 달려도 되는데.”
“하하. 저는 안 됩니다. 이리 한량처럼 보여도 나름 직장인이라서요.”
“아쉽네요. 그래도 일단 호텔로 가실까요?”
“뭐 잠깐 정도는 괜찮겠죠?”
오웬과 동행했다.
그는 제임스 황에게 보고했고 꽤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렇죠? 잘만 하면 좋은 계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빨리 호텔로 가고 싶네요. 그나저나 왜 숨어서 찍으셨어요? 그냥 대놓고 찍으셔도 되는데요.”
“네? 찍다니요?”
“아까 말이에요. 사진 찍으셨잖아요.”
“제가요?”
“네. 아닌… 가요?”
“오늘 카메라는 들고 오지 않았는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까 놓친 사람이 그저 오웬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찰칵-
그때 또 셔터음이 터졌다.
마치 보란 듯이 나를 잡아보라고 도발이라도 하듯이.
“오웬 씨. 일단 시아랑 같이 기다려 주세요!”
나는 또 달렸다.
LA에서 모든 걸 이뤘다.
제임스 황과의 접촉.
푸드트럭 축제에서의 우승.
그리고 마지막 하나를 남겨뒀다.
오스틴과 제이를 괴롭히는 스토커를 잡는 일.
물론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오스틴에게 들은 최신 정보로는 이 스토커 녀석이 우리 사진도 팔아넘겼다고 한다.
결국 우리 시야에도 잡혀 있다는 것.
그래서 어찌 됐든 한 번쯤은 우리 주변에 있지 않을까 했다.
파밧-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실루엣을 쫓았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그래도 달리기에는 자신 있었으니까.
복싱하면서 매일 조깅으로 단련된 몸이기도 하고.
지옥의 체육관 서킷을 매일 같이 해냈던 몸이지 않은가.
“거기 서!”
“키킥.”
나를 비웃으며 달리는 녀석.
나를 따돌릴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진짜였다.
나는 상대적으로 이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LA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파파라치.
온갖 지름길과 샛길에 능통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잡히면 넌 진짜 뒈졌다.”
오스틴과 제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시아와 나를 찍어서 팔았다는 것도 열 받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시아가 매체에 노출되어 정체가 드러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짜증 나는 건.
이 녀석의 비웃음.
나 정도는 충분히 따돌리면서 갖고 놀 수 있다는 저 자신감.
그게 가장 열받았다.
“잡고 만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이 그리 많은 건 아니었다.
애들이 맨날 축구하면서 투닥거리며 싸우고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비겁하고 구차하게 구는 장면을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냥 지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승부욕이 다른 사람보다 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 꼭지가 돌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승부욕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트리거가 필요할 뿐.
나에게도 이런 애들 같은 미친 승부욕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스토커 새끼가 트리거를 당겼다.
비웃음이라는 트리거.
나를 이길 수 있다는 저 근거 있는 자신감.
그런 자신감을 박살 내고 싶다는 마음의 트리거가 작동한 것이다.
“못 따돌리겠지? 엉?”
“이익.”
일전에 여유로웠던 그 비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지금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이리저리 방향을 틀기 바빴다.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잡았다!”
펄럭이는 후드에 손을 뻗었다.
금방이라도 잡힐 듯했으나, 급방향전환으로 다시 멀어졌다.
그러기를 몇 번.
드디어 내 손이 갈퀴처럼 그의 후드를 낚아챘다.
꽈당-
“으악!”
“뒤졌다!”
나는 곧장 녀석을 제압했다.
혹시나 총 혹은 칼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다행히 무술 유단자는 아닌 듯했다.
그저 발이 빠른 파파라치일 뿐.
“아! 아! 아파! 아파아아아!”
“닥치고 가만있어!”
나는 버둥거리는 녀석을 제압하고는 입고 있던 후드를 벗겨 팔과 다리를 묶었다.
더는 도망가지 못하게.
그리고 총이나 칼이 있지 않은지 수색했다.
다행히 그런 무기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허억… 허억.”
“나한테 왜 이래!”
“그럼 넌 왜 도망친 건데?”
“그, 그냥 따라오니까!”
“지랄하네.”
나는 옆에 떨어진 카메라를 주웠다.
역시나 온갖 사진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보기 민망할 정도의 수위의 사진들도 꽤 많았다.
“이건 선 넘었지.”
파파라치는 연예계와 공생관계다.
그리고 불법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연예인들도 딱히 그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고소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수위의 사진을 무단으로 찍는 건 불법이 맞다.
노골적인 치마 밑 사진이라든가, 몰래카메라로 찍은 듯한 화장실 사진이나 너무나 지나친 사생활 사진은 말이다.
“그 전에….”
“어?”
“넌 법의 심판을 받기 전에. 내 친구의 심판부터 받아야지.”
“그게… 무슨?”
“기다려 봐.”
나는 핸드폰을 꺼내 오스틴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번처럼 빛과 같은 속력으로 달려왔다.
“이 새끼야?”
“이번에는 맞는 거 같아. 자.”
나는 카메라를 건넸다.
내가 확인하면 너무 민망할 거 같아서.
얼핏 봤을 때도 민망할 정도로 수위가 강한 사진들로 넘쳐났다.
그러니 그의 여자친구 제이의 사진 또한 그런 수위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오스틴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마치 붉은 도깨비처럼 보였다.
분노에 이글거리는 표정과 얼굴에 새긴 문신이 더욱 그를 사나운 도깨비로 보이게 했다.
“잠깐 나 사장님한테 연락 좀 할게.”
“오키.”
다행이었다.
솔직히 오스틴 혼자 처리하려고 했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혹시라도 너무 크게 일을 벌여, 되레 당하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소속사 JB 레코딩 사장이라면….
잠깐.
그 조폭 같던 그 사장이라고?
사실 순박한 시골 청년을 이렇게 갱스터로 만든 장본인이지 않은가.
“네, 사장님. 그쪽으로 데리고 갈게요.”
“어? 어디로?”
“고마워, 친구. 진짜 이 은혜는… 하아. 항상 네 덕에 모든 게 잘 풀리네.”
“아니, 어디로 가는데?”
“알 거 없어.”
“그때 그 창고로 가는 거야?”
“…….”
오스틴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창고.
“자, 잠깐! 무슨 소리야! 너희들 이거 납치야! 씨발! 이거 풀어! 풀어주라고!”
“현식. 하나만 더 도와줄래? 이놈 입 좀 막아줘. 부탁할게.”
빠각-
“꾸륵.”
주먹으로 녀석의 얼굴을 힘껏 치자 기절해버렸다.
입을 막는 데는 이게 직빵이지.
“아… 그냥 말 그대로 입을 막아달라는 건데….”
“헐. 미안.”
“뭐 됐어. 그럼 차에 싣는 거만 도와주라. 이렇게 축 늘어지면 혼자서는 영….”
“그, 그래. 하하.”
“고마워.”
“근데 그냥 경찰서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왜?”
“너 진짜 괜찮은 거지?”
“당연하지. 조금 겁만 줄 거야. 이걸로 걸고넘어져도 상관없어. 이 새끼 인생 씹창낼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
더는 관여하지 않기로 한다.
내가 말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그다음은 오스틴의 몫이니까.
“고마워, 친구. 이 은혜는 진짜….”
“이미 갚았잖아. 나 우승했어. 이번 푸드트럭 축제.”
“진짜?”
“그렇다니까?”
“와. 브로! 넌 역시 뭔가 달라도 달라.”
“다르긴.”
“이럴 게 아니라. 조만간 파티하자. 내가 사장님께 말할게. 내 개인 돈을 써서라도 가장 성대하게 열 거야. 그러니까 꼭 오기다?”
“그래. LA 떠나기 전에 열어주면 갈게.”
“당연하지!”
그렇게 그와 손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는 스토커 파파라치 변태 새끼를 자기 차에 태워 창고로 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시아와 오웬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요즘 피곤했는데 달밤에 이게 웬 운동인가 싶다.
그래도 뿌듯함은 있었다.
결국 모든 걸 이루지 않았는가.
제임스 황과 접촉했다.
눈치로 봐서는 오웬이 꽤 좋은 소식을 가져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난다 긴다 하는 푸드트럭이 다 모이는 축제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상패랑 트로피는 꼭 불프 푸드트럭 1호기에 걸어놔야지.
마지막으로 오스틴과 제이가 골치 아파하는 스토커까지 잡았다.
이로써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LA에서 다 한 셈이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텍사스로 돌아가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흐아암~”
긴장이 풀려선지 잠이 솔솔 쏟아졌다.
오늘 진탕 마시고 먹고 놀려고 했는데.
어쩌면 일찍 잠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아와 오웬이 있었던 곳에 다다랐을 때.
나는 깨달았다.
오늘 잠은 다 잤다는 것을.
설명이나 변명을 듣기도 전에.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차현식 씨!”
오웬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시아는 어디에도 없었다.
“시아는요?”
혹시나 해서 물었다.
사실 화장실을 갔을 수도 있는 거고.
먼저 호텔로 갔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촉과 감이 정말로 있는 모양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그게… 그러니까….”
“시아요!”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까지 화가 난 적이 있을까 싶었다.
“진짜…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진짜요. 미안해요.”
“무슨 일인데요? 설명이라도… 아니, 변명이라도 좀 해봐요!”
오웬을 향해 윽박질렀다.
그는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나, 납치당한 거 같아요.”
“납치… 요?”
“네… 경찰에는 제가 방금….”
“신고했어요?”
“하려고 하는데… 방금 오셔서.”
화가 났다.
그가 어리버리해서.
조금만 더 빠릿빠릿했다면.
시아가 그런 위험에 처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 굼뜬 행동 때문에 아직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은 오웬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띠리리-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그리고 시아의 번호가 떠올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협박 전화가 아닐까?
얼마나 달라고 할까?
수억? 수십억?
달라면 줄 수 있다.
시아만 안전하다면.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줄 수 있다.
그깟 돈이야 또 벌면 된다.
모았던 돈은 그저 모았던 돈일 뿐이다.
그 돈보다 앞으로 벌 돈이 훨씬 많을 테니까.
“여보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온몸이 분노와 걱정과 두려움으로 사시나무 떨듯 떨렸지만, 꾹 참아내면서.
“오빠?”
“시아… 야?”
“미안해. 많이 놀랐지?”
“무슨 일이야?”
“그게….”
시아의 자초지종 설명에 나는 그만 도중에 핸드폰을 떨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