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1
11화 회귀한 유학생이 볼링 구력을 숨김
“안녕하세요.”
“현식이 왔냐?”
한인 학생회 회장 한정수가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뒤이어 온 동식이를 보고는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동식이는 과도하게 손을 흔들며 한정수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는 듯했다.
“정수 형. 저 왔어요.”
“··· 어. 그래.”
차가운 태도에 동식이는 멋쩍게 이미 와 있는 다른 한인 학생회와 인사를 나눴다.
한인 학생회는 총원 30명의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로 활발한 학생회 중 하나.
어떤 학생회는 이름만 있고 활동은 아무도 안 하는 곳도 있으니 30명 중에서 10명 정도가 모이는 거면 선방했지.
매주 있는 활동은 필참이 아니니까 10명도 많은 편이다.
“저기 정수 형.”
“어~ 현식아. 뭔데?”
“오늘 새로운 신입생이 학생회 가입하고 싶다고 하거든요?”
“오, 그래? 현식이 영업 좀 하는데?”
“아, 하하. 제가 노력한 건 아니고.”
그래도 다른 활발한 학생회 중에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라 한정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오는 건 항상 반가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인원이 크면 클수록 대학교에서 나오는 지원도 많을 뿐만 아니라 일손도 많아지는 거니 어쨌든 학생회의 세력이 커지는 결과니까.
“아. 저기 오네요.”
저 멀리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시아가 보이자 나는 한정수에게 말했다.
“아··· 그래. 저 애가?”
“예. 갑자기 가입하고 싶다고 해서.”
시아가 도착하고 내 옆에 찰싹 붙었다.
원래 붙임성이 좋은 애도 아니었을뿐더러 원래 오고 싶지 않은 곳에 온 듯 심기가 꽤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본인이 먼저 가입하겠다고 했으니까 이상한 짓은 안 하겠지.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학생회 회장 한정수라고 합니다.”
“···.”
“저기··· 혹시. 성함이?”
“시아.”
“시아야. 정수 형 나보다 나이 많아.”
나한테 반말하고 죽어도 오빠라고 안 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학생회 회장한테까지 그러면 좀 곤란하지.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한인들이 모인 사회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한국 문화가 남아있으니까.
“아~ 괜찮아. 혼혈이신가 봐요?”
“응.”
“그럼 나도 어메리칸 스타일로 편하게 할게?”
시아가 예쁜 편이라 그런지 얼빠 한정수는 무례함은 잊은 채 그녀의 이목구비만 넋 놓고 볼 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든지.”
“하하. 시아가 특이하네. 재밌네. 재밌어.”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아를 설득해 가입 신청서를 쓰게 했다.
그리고 딱 맞춰서 홍미나가 등장하자 우리는 볼링장으로 향했다.
“다들 볼링장 어딘지 알지? 학교 게임 센터 지하에 있으니까 잘 따라와.”
미국 대학교에는 보통 게임 센터라고 해서 볼링부터 시작해서 당구, 탁구, 간단한 게임기 등등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놓곤 한다.
특히 학생인 경우는 가격이 바깥에서 가는 것보다 50% 할인이라 그런지 꽤 경쟁률이 치열한데, 학생회 활동이라고 보고하고 예약하면 우선순위를 받게 되어 좋은 점이 있다.
“우와. 여기 진짜 괜찮네요?”
동식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듯 말했다.
그러자 한정수와 홍미나가 코를 쓱- 하더니 집안의 가보를 소개하듯이 비장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우리 DMU의 자랑이지. 볼링 레인 봐봐. 때깔부터 다르지 않냐? 이걸 거의 반값에 누릴 수 있는 거야. 네가 가진 그 학생증으로.”
DMU에는 볼링장뿐만 아니라 재학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다른 학교에 비해 더 많이 있었다.
이건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
일각이라도 그 웅장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하긴 했다.
삐까번쩍한 레인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클럽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조명까지 갖춰진 최신식 볼링장.
모두 볼링장에 현혹되어 있을 때, 동식이가 한정수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포착됐다.
“근데 정수 형. 정연이 누나는 안 와요?”
“아. 정연이는 이런 활동 잘 안 와. 걔 초엘리트거든. 공부하느라 바빠.”
김정연은 졸업할 때까지 학생회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건 아니었지만, 선민의식에 빠진 귀족처럼 평민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딱히 그녀가 고귀한 혈통인 재벌도 아니면서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과 선을 긋는 걸 나중에는 다들 못마땅해했지만.
그래서 면전에서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건, 그녀가 이 대학교에서 가장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뛰어난 엘리트였기 때문이었다.
“아쉽네요. 다음에는 제가 한 번 부탁해 봐야겠어요.”
동식이는 원래부터 여색을 좋아하는 녀석이었기에 한인 학생회에서 예쁘다 하는 애들과는 어떻게든 썸을 욱여넣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하지만 나는 동식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일명 동식이는 ‘쭉빵걸’이라고 불렀는데, 하얀 백인 피부와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핫한 바디를 가진 여자와 사귀어 보는 것.
녀석은 맨날 나와 만나면 그런 여자와 자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찝쩍대는 것도 진심이 아니라는 소리다.
“자자, 그럼 나눠서 볼링 치자. 신입들은 특별히 나랑 미나랑 같이 치고.”
신입생을 케어하는 명목으로 한정수는 나와 엄동식, 그리고 시아를 같은 레인에 배치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무리에 섞여 있던 다른 23살의 안경 낀 한인이었다.
“얘는 백명수. 별명은 박명수.”
“아씨. 박명수 아니라니까.”
“처음에 잘 못 들어서 한참 박명순 줄.”
한정수가 킬킬대며 동갑내기 친구인 백명수를 소개했다.
백명수는 딱히 기억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무던하고 조용하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학기 스케줄을 잘못 짜서 1년을 더 다녔다는 것 정도만 기억할 뿐이다.
“얘들아. 3대 3이니까 우리 볼링 내기나 할까?”
개인적으로 내기를 하거나 도박하는 걸 극혐하는 스타일이다.
노력한 만큼 그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의라서.
하지만 회귀도 한 마당에 그런 게 무슨 대수랴.
이번 생은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하면서 살 생각이다.
다른 사람 이목이나 무언가 책임감 같은 걸 가지면서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결과가 빈털터리였기에 또 그런 엔딩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음~ 그러면 나랑 명수가 짜면 너무 뻔하니까 이번에는~ 그래! 신입인 현식이랑 동식이가 짜면 되겠다. 오, 그러고 보니까 둘이 끝에 식으로 끝나네?”
한정수의 말에 동식이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녀석은 원래 승부욕이 엄청나서 무슨 내기든, 무슨 결투든 무조건 이기기 위해 발악한다.
그런 승부욕 때문에 우리 사업이 번창했던 거기도 하고.
“좋아요! 현식이 형. 안 봐줍니다?”
“근데 현식이랑 동식이는 볼링 좀 치나?”
한정수가 일단 팀장의 실력을 떠보기 위해서 넌지시 말했다.
“저 왕년에 회전회오리로 터키까지 해본 사람입니다. 저랑 같이 팀 하시면 무조건 이기죠.”
“오올, 현식이는?”
“아. 저는 그냥저냥 몇 번 쳐본 정도예요. 아예 못 치는 건 아니구요.”
동식이 특유의 허세로 한정수가 꽤 맘에 든 모양이었다.
일단은 내기니까 어떻게든 이기는 게 좋은 거니까.
“그럼 가위바위보로 결정할까요, 현식이 형?”
동식이는 의사를 물으면서 주먹을 꺼내 들었다.
그럼 묻지를 말든가 이놈아.
뭐 딱히 반대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나도 주먹을 꺼내 가위바위보를 준비했다.
“자~ 가위바위~ 보!”
동식이는 무조건 처음에 가위부터 낸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먹을 그대로 내니 나의 승리.
“아~ 아깝네. 형 먼저 선택해요.”
선택권이 주어지니 일단 시아부터 시작해서 홍미나 순으로 스윽- 둘러보았다.
한정수와 백명수는 내가 볼링을 그냥저냥 쳐봤다는 말에 시선을 피하며 어떻게든 선택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뒤통수가 따가울 만큼 불타는 시선을 느껴 돌아보니 시아가 자기를 뽑지 않으면 이 볼링장을 뒤엎어 버리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나와 같은 팀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먼저 뽑는 것도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하고, 시아도 처음 이런 활동에 왔으니 낯선 사람과 팀 하는 것보다는 나랑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전 시아.”
“오예! 그럼 나는 정수 형!”
동식이는 내가 선택하자마자 점수도 딸 겸 바로 한정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가위바위보.
“가위바위~ 보!”
이번에는 동식이의 승리였다.
동식이의 가위바위보 패턴은 처음에 무조건 가위를 내는 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으니까.
운이 좋지 않아 이번에는 지고 말았다.
“예~ 저는 명수··· 형? 맞죠? 저는 명수 형으로 할게요.”
남자 트리오가 결성되고 나는 남은 홍미나까지 해서 나 혼자 남자였다.
남자 트리오를 결성한 동식이는 벌써 이긴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여자들은 볼링을 치더라도 보통 점수가 낮은 편이었으니까.
내가 기억하기로도 홍미나의 볼링 실력은 딱 50점에서 70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한정수와 백명수는 건장한 보통 남자기에 평균 못 해도 90에서 100점은 쳐줬으니까 동식이까지 더하면 300점은 무난하게 친다는 뜻이다.
시아가 얼마나 잘 치는지는 모르겠으나, 홍미나와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적어도 나 혼자 200점은 내줘야 이길 승산이 있는 셈.
그러니 동식이와 트리오가 저리 기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동식이와 한정수, 그리고 백명수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내기로 뒷정리랑 밥 쏘기, 콜?”
“좋아요.”
“이야~ 좋네.”
내가 회귀자라는 것과.
그리고 회귀 전에 주방에서 친목을 다진다는 이유로 매주 볼링 치러 갔다는 것을.
그리고 레슨까지 받으며 볼링을 쳤던 나는, 구력 10년의 볼링 실력자다.
“현식 오빠. 미리 사과할게. 나 볼링 잘 못 치거든.”
홍미나가 미안한 듯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괜찮아. 내가 캐리함.”
언제나 친절하고 착한 홍미나는 자기 때문에 내기에서 질 거 같아 미리 사과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과하기에는 이르다.
200점 정도는 평균으로 나오니까.
“시아야. 너는 좀 쳐?”
“··· 볼링?”
“어. 볼링. 실력이 어때?”
“한 번도 쳐본 적 없는데.”
아. 내가 간과한 복병이 여기 있었구나.
홍미나와 시아 둘이 100점은 만들어줘야 그래도 비빌만 한데.
“일단··· 해보자.”
시아를 시작으로 우리는 볼링을 치기 시작했다.
옆 레인에서는 벌써 고성이 오가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남자가 셋이나 있으면서 어떻게든 여자 둘이 섞인 우리 팀을 이겨 먹겠다고 서로 싸우고 삿대질하기 바빴다.
“야야. 그런 식으로 스페어 처리를 못 하면 어떡하냐? 앙?”
“정수 네가 해보든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 캐새끼.”
“아··· 씨발. 좀만 더 잘해야겠는데요?”
그리고 시아가 무심하게 볼링공을 집어 들고는 레인에 섰다.
그런데 시아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고 어색했다.
“어? 야, 시아야. 너 볼링공 그거···.”
이미 때는 늦었다.
볼링공에는 세 개의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 엄지와 중지, 그리고 약지를 넣어 고정해야 한다.
그런데 시아는 그것조차 모르고 그냥 들고 레인에 선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정정해주기도 전에 냅다 볼링공을 끌어안고는 스텝을 밟았다.
텅-
던지다가 미끄러진 공은 당연하게도 사이드로 빠져버렸고, 시아는 심지어 파울라인까지 밟아 실격까지 당했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보더니 시크하게 브이를 하는 게 아닌가.
“뭘 잘했다고 브이냐.”
“와~ 시아는 정말 처음이구나? 다음엔 분명히 잘 할 수 있을 거야.”
홍햇살은 누구에게나 햇살 같은 아이라서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격이다.
속으로는 시아를 욕하고 있더라도 겉으로는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계획이 많이 어그러진다.
다음 차례 홍미나는 스페어 처리는 못 했지만 그래도 핀 8개를 넘겼다.
이런 식이라면 저 남자 트리오를 이길 수 없다.
각성이 필요하다.
초월적인 힘으로 캐리해야만 이길 수 있다.
공을 잡고 심호흡을 깊게 하고는 레인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어깨를 풀어 긴장을 풀고.
핀을 노려보며 내가 어디로 정확히 꽂아 넣어야 하는지 복기하며 비장하게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스윙.
나는 소위 크랭커다.
공에 엄청난 회전을 주어 레인 끝에 딱 붙어서 가다가 휙- 하고 꺾어지는 예술구 수준의 공을 구사하는 테크니션 스타일의 볼러.
그래서 보기에도 굉장히 화려하고 공에 회전을 많이 먹이기 때문에 타점을 잘못 잡아도 그 회전력으로 핀이 요동쳐서 스트라이크가 잘 나오는 편.
콰앙-
“와아- 현식 오빠는 선수처럼 엄청나게 잘 치는구나?”
“좀··· 치네.”
홍미나와 시아는 내 실력을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남자 트리오도 다르지 않았다.
“저거··· 사기 아니냐?”
“공이··· 저렇게까지 휜다고?”
“무슨 스네이큰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