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요식업의 비밀
“그게 무슨 소리야?”
“설명하려면 긴데… 들으실래요?”
“어. 무조건. 안 말하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이건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그리고 요식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얘기하기에는 더더욱 오래 걸리고.
하지만 김정연은 워낙 머리가 명석하고 이해가 빠른 사람이니까.
“이제 오픈한 지… 몇 개월 안 됐죠?”
“그렇지.”
“요식업은 소위 말하는 오픈빨이라는 게 있어요.”
“오픈빨?”
“그렇죠. 사람들은 모두 신상 좋아하잖아요. 똑같이 새로 오픈한 음식점도 좋아해요. 신기하고 새롭잖아요.”
“그… 런가?”
“그래서 맛있든 맛없든 일단은 관대하게 가 주는 편이죠.”
“그래서? 걔들 음식이 맛이 없다고?”
“그렇진 않더라고요. 동식이 아버지가 떡볶이 가게도 하셨고… 곁눈질로 본 불고기도 곧잘 따라 했더라고요.”
실제로 그랬다.
떡볶이도 맛있었고.
불고기도 그럴싸하게 따라 했다.
거기다 다양한 메뉴를 시도한 걸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걸 시도하느라 오픈빨을 더 오래 받을 수도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지금은 오픈빨이고 잘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거예요.”
“그래?”
“근데 오픈빨은 사실 유통 기한이 한… 길게 잡아도 3개월? 아니면 4개월 정도거든요.”
“그래서?”
“오픈빨이 끝나는 시점. 그때부터가 진짜 내 가게가 성공할지 말지를 판가름한다는 거죠. 오픈빨로 바짝 당긴다고 요식업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죠.”
“그럼 걔들은 3개월 뒤에는 망한다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 아마 버티기 힘들 거예요.”
“왜?”
음식은 문제가 없었다.
손님도 오픈빨이라고는 하더라도 꽤 많이 온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가격이 문제다.
지나치게 싼 가격.
물론 원래 탄탄하게 자리 잡은 불프를 겨냥해 내 푸드 트럭의 손님들을 모조리 흡수하고 싶었으니까 이런 선택을 했으리라 본다.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엄동식이라면 이것까지 생각했겠지.
그런데 애석하게도 엄동식은 기질만 다분히 있을 뿐 요식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지 않던가.
전선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10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경험치랑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
그래서 무조건 싼 가격으로 손님을 잡으면 되리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녀석들의 발목을 잡을 거다.
요식업에서는 보통 마진율을 30~35%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물론 더 높이 잡는 사람도 있고 더 낮게 잡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이 마진율이 왜 이상적이냐면 바로 변수를 메꿀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라는 게, 특히 요식업이라는 게 딱 정해진 금액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
그날따라 고기 질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채소가 신선하지 않아 쓰기에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웃돈을 주고라도 어떻게든 좋은 질의 고기와 채소를 가져오든지 아니면 퀄리티와 타협을 봐야 한다.
웃돈을 주면 추가 지출이 나가게 되는 것이고.
퀄리티를 타협한다면 음식의 품질이 달라져 손님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반적으로는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고 웃돈을 줘서라도, 즉 손해를 보더라도 품질 유지를 하는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사를 하면 온갖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여기서 생기는 변수에 의한 추가 지출이 바로 마진율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물론 초기 자금을 두둑하게 챙긴 사람이라면 이걸 초기 자금으로 메꾸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특히 수익에서 추가 지출이 나가는 것과 자기 목돈에서 추가 지출이 생기는 건 느낌상으로는 천지 차이다.
수익에서 빠져나가면 ‘아, 이만큼 벌었다고 생각하지 뭐’라며 그냥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추가 지출이 자꾸만 생기면 마치 주머니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되고 뭔가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 일주일, 한 달이 되면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것이고.
이래서 내가 불고기를 더 싼 가격에 팔 수 있음에도 가격을 고정하려고 고집하는 이유다.
원가를 절감하고 노동력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인 셈이다.
특히나 벼락치기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푸드 트럭을 연 엄동식 크루의 가게는 더더욱 원가도 비쌀 뿐만 아니라 노동력도 많이 들어 그 가격으로는 마진율이 10%도 채 남지 않을 게 뻔했다.
심지어 처음에 비싸게 팔았다가 가격을 줄이거나, 경제 상황에 따라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려야 할 때 올리지 않는 뚝심으로 가격을 고정하면 손님들은 환호한다.
하지만 원래 싼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비싸지면 왠지 모르게 손해 보는 것 같고, 가기 싫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싸게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싸게 하라는 것도 아니다.
균형.
인생에도 놀기도 하고 일하기도 하고 쉬기도 해야 하듯이.
요식업에도 적정선의 밸런스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에 본인들 스스로가 망하게 된다고?”
“그렇죠.”
“그동안에 너는?”
“저요?”
“어. 너는 장사가 잘 안될 거 아니야?”
“아닐걸요?”
그리고 내가 이리 천하태평 한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너 너무 손님들을 맹신하고 있는 거 아냐?”
“전 손님들을 믿는 게 아니에요.”
“그럼?”
“제 불고기를 믿죠.”
분명 댈러스 손님은 불프가 제공하던 양질의 불고기덮밥과 샌드위치가 그리워 그 대체제로 엄동식의 푸드 트럭에 연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먹어 본 엄동식표 불고기덮밥은 잘 따라 하긴 했지만, 분명히 다른 점은 존재했다.
바로 풍부한 단맛의 차이.
한두 번은 이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맛이 비슷하고 값이 싸면 처음엔 비싸게 주고 먹은 음식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절대로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그런가?
아니다.
맛집이 배짱을 부려 주변 경쟁 업체가 가격을 낮추더라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1등 치킨 브랜드 고춘치킨은 양이 적고 비싸다는 이유로 항상 고객의 질타를 받는 브랜드였다.
하지만 여전히 통계상으로는 고춘치킨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
동네 치킨이나 경쟁 업체가 이를 의식하고 가격을 많이 낮추더라도 고춘치킨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들이 만든 레시피에 대한 자신감.
반드시 사람들은 나중에라도 싼 치킨을 사 먹다가 한 번쯤은 고춘치킨의 그 달큼하고 짭조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간장 양념의 맛을 추억하게 될 것이란 확신.
그 확신이 있기에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고춘치킨이 비싸다면서 너튜브에 각종 고춘치킨 맛과 똑같다면서 간단 버전의 고춘치킨 레시피가 돌기도 한다.
처음엔 사람들이 그 조리법대로 따라 해 보니 그럴싸하게 비슷해서 더 이상 고춘치킨을 먹을 필요가 없다며 레시피를 공유한 사람을 찬양한다.
심지어 별로 들어가는 것도 없어 굉장히 간편하니 말 다했지.
그런데 고춘치킨의 영업에 방해가 되면 그 큰 브랜드 회사가 어떻게든 그 사람을 상대로 소송이라도 걸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왜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어떨 때는 홍보 효과까지 얻는다.
처음엔 맛있겠지.
하지만 동일한 단맛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면 결국 물리게 되어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맛집 혹은 유명 브랜드의 레시피는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
최소 수십 가지의 향신료와 재료를 혼합해 그 맛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찐맛집 음식들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생각나고 물리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것도 없는 맛이라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정성과 레시피의 수준에 따라서 재방문율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엄동식표 불고기와 내가 만든 불고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단맛의 차이다.
내가 10년 동안 연구하면서 개발한 불고기는 여러 단맛으로 맛을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엄동식표 불고기는 첫입만 먹어 봐도 단맛을 설탕으로만 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엔 엇비슷하니 여기서만 먹어도 될 거로 생각할 거다.
하지만 그 단맛에 슬슬 질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단맛이 함유된 내 불고기를 찾게 될 거다.
돈이 궁할 땐 엄동식표 불고기를 먹을 것이고.
여유가 있고 더 맛있는 불고기를 먹고 싶을 땐 내 불고기를 찾게 되겠지.
그럼 여기서 문제.
누가 먼저 망하겠는가.
마진율이 안정권인 30~35%인 내 불고기겠는가?
아니면 마진율이 10%도 되지 않는 엄동식표 불고기겠는가?
물론 나야 손해를 보더라도 유지할 정도로 재력이 있으니 논외겠지만.
똑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망하는 쪽은 엄동식이 될 것이다.
“와.”
이 모든 걸 한숨 챌린지 하듯이 쏟아 냈다.
그리고 그걸 들은 김정연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너 나이가 몇 개냐? 솔직히 불어.”
“예?”
“너 20대 아니지? 너 사실은 30대지? 아니… 40댄가?”
“뭔 소리예요.”
“아님 뱀파이어나 불로불사 뭐 그런 거야? 말이 안 되잖아. 나 방금 네 얘기 듣고 요식업 사업 구상 뚝딱했어. 당장이라도 불고기 백반집 차릴 수 있을 거 같다니까?”
그렇네?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지금 20대 초반이고 이 노하우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에 압축된 경험으로 인해서 생긴 거니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아니 사실은 아직 대학생이니 이제야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아… 우리 엄마가 식당 오랫동안 했거든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저 회귀했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저 적당히 둘러댈 뿐.
“뭐. 어쨌든 네가 하는 말 들어 보니까 일리가 있어.”
“이제 안심이 좀 돼요?”
“그래도 괘씸한 건 똑같잖아. 표절이잖아. 네가 고생해서 만든 순수 창작 브랜드를 베낀 거잖아.”
“제대로 베낄 줄도 모르는 놈들이 한 짓을 가지고 귀찮게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아서요.”
“오올. 너… 뭔가 좀 여유로워졌달까? 더 큰 세상을 보고 오더니 눈이 뜨였어?”
“네. 실제로요.”
실제로 그랬다.
더 큰 세상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억울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 황의 그 그릇을.
나랑은 차원이 다른 그릇이었다.
그는 이런 작고 소소한 계약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그릇이 큰 남자였다.
아니, 그는 그때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그는 나에게 라이벌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기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과연 이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태생부터 다른데?
돈만 많고, 성공한다고 재벌이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보기 좋게 그에게 선전 포고를 해 버렸으니까.
그 또한 최선을 다해서 나와 경쟁하겠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나 또한 그를 넘어 요식업계의 대부가 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엄동식이 하는 저런 하찮은 일은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 나였다면 분개하며 어떻게든 엿 먹이려고 노력했겠지.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통달해 버렸다.
아니, 초월했다는 게 맞겠지.
어차피 가만 놔둬도 자연스럽게 망할 사업이다.
엄동식은 결국 내가 있는 곳까지 절대로 오르지 못할 놈인 거지.
그런 놈을 상대하느라 힘을 빼고 시간을 빼앗기기보다는 더 높은 곳인 제임스 황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할 필요가 있다.
그래, 내 목표는 엄동식이 차린 푸드 트럭을 망하게 하는 것 따위가 아니다.
내 목표는 불프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기업 바바고 푸드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게 내 지금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