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작년에 왔던 엄동식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진짜 개 열받지 않냐?”
“흐음.”
솔직히 엄동식이 그렇게까지 하리라곤 상상치 못했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말이 사실이었네.
내가 회귀해서 만난 엄동식은 회귀 전의 엄동식과도 달랐지만, 그 녀석은 더 이상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하찮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악연으로 점철된 우리 연이 아직은 끊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떡할 거야?”
“어떡하다뇨?”
“엄동식 말이야!”
“뭐 어쩌긴 어째요. 그냥 두면 되죠.”
“그냥 둔다고? 그 자식을?”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않나요?”
“어후. 진짜 개짱나네.”
“형이 참아요. 그리고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요.”
“그, 그래? 뭐. 하여튼. 근데 시아는?”
“아.”
시아 얘기에 표정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갔다.
웃으려고 해도 웃어지지 않았다.
대충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한정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 진짜?”
“네. 뭐 그렇게 됐어요.”
“그렇구나. 뭐 어쨌든 그래서 일찍 온 거지?”
“그렇죠. 뭐.”
“학기는?”
“어차피 학기 중간이잖아요. 쉬어야죠. 푸드 트럭이나 하면서.”
“흐음.”
한정수는 팔짱을 끼고 상념에 빠진 듯이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나 졸업이잖아. 이제.”
“그쵸.”
“나도 불프에 취직이나 할까?”
“형은 편집자나 하세요.”
“그럴까?”
“형이야 당연히 도와주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편집자가 더 어울려요.”
“글치?”
“왜요? 돈이 모자라요?”
“아, 아니! 그런 거 아냐. 야, 동종업계 편집자 중에서 내 연봉이 탑급이야.”
한정수가 편집 실력이 월등히 높아서 그에게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는 게 아니었다.
그가 내 채널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관리까지 해서 노동의 가치를 산정해서 연봉을 높여 준 거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그 정도의 연봉을 줄 생각도 없었거니와 실제로 한정수가 맡은 뒤로 나는 그저 그가 시키는 대로 영상을 찍으면 될 뿐이었다.
여전히 채널은 고공 행진 중이었고, 가만히만 있어도 구독자가 오르는 신기한 구조가 되었다.
“그럼 정연이랑 다른 애들 다 볼 거지?”
“그래야죠. 다들 잘 지내고 있어요?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좀 그렇네.”
“그러게. 너 송별회까지 했었잖아. 애들 다 놀라 자빠지겠다.”
* * *
부우웅-
스포츠카 소리가 DMU 캠퍼스 내에 울렸다.
그리고 화려한 드리프트로 요란하게 주차하는 차량.
그 안에서는 정근원과 엄동식이 함께 내렸다.
“날씨 좋~ 고. 그치? 근원아?”
“네. 형.”
둘은 어느새 꽤 친해 보였다.
이 둘이 친해진 계기는 차현식과 정시아가 푸드 트럭 투어를 떠난 직후로 돌아간다.
차현식의 빚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엄동식.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정근원과 만나게 되었는데.
엄동식은 전생에서도 인맥 관리와 사람을 홀리는 말재간으로 사업 밑천을 마련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현식에 밀려 알파 메일이 되지 못한 정근원의 갈증을 정확하게 포착한 엄동식이 묘안을 낸 것이다.
“같이 사업 한번 해 볼래?”
“사업이요?”
엄동식의 첫 제안이었다.
“그래. 차현식이란 놈이 하는 불프가 엄청 인기였던 거 알지?”
“그렇죠.”
“우리라고 못 할 게 뭐 있어?”
“흐음. 근데 그건 현식이 형이 꽉 잡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야야. 너 스타 좋아하냐?”
“스타크래프트요?”
“그래.”
“그거 너무 구식 아니에요?”
“아. 뭐. 어쨌든! 스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전술이 뭔지 아냐?”
“뭔데요?”
“빈집 털이.”
엄동식은 씩- 웃었다.
그는 애초에 이걸 계획하고 있었다.
차현식이 푸드 트럭으로 1년간 DMU를 비운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이 계획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이 계획이 빚을 갚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돈이 없었다.
갚을 돈도 궁한데 사업할 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엄동식의 식스 센스급 감각은 그를 정근원에게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정근원의 자본력으로 충분히 불프에 버금가는 푸드 트럭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중고로 푸드 트럭 하나 사서. 그걸로 불고기 팔자.”
“불고기요? 그거 너무 따라 하는 거 아니에요?”
“뭐 어때? 불고기 자체를 특허 낸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네요.”
이미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불프를 상대로는 정면승부가 가망이 없다는 걸 엄동식과 정근원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빈틈을 노리려는 것이었다.
불프를 애용하던 단골들은 갑작스럽게 1년간 부재중인 불프를 대신할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니까.
그 심리를 노려 비슷한 불고기 푸드 트럭을 연다면 대박이 날 거로 확신한 것이다.
“형… 좀 하네요?”
“그치? 어때? 콜?”
“저야 당연하죠.”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사업.
바로 지체하지 않고 푸드 트럭을 중고로 사서 개조했다.
그리고 곧장 장사를 시작했는데, 아직 한인 타운에 영향력이 조금은 있던 엄동식의 아버지 덕분인지 가게들의 지원을 받아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엄청난 인파가 엄동식과 정근원의 푸드 트럭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장사하는 빈도조차 더 잦았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더 싸게 했다.
그러니 비슷한 불고기 맛이 나는 대체제에 신이 난 고객들은 엄동식의 푸드 트럭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엄동식은 막대한 빚을 다 갚았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카를 타고 다녀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정근원의 지원으로 가능한 얘기였지만.
빚은 정근원이 당장 갚아 주었다.
그리고 이자 없이 정근원에게 조금씩 갚아 나가면 되는 계약을 맺은 엄동식.
그렇게 빚에서 벗어난 엄동식은 날개를 뻗은 독수리처럼 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원아. 학생회 잠깐 들릴까?”
“그럴까요?”
“오빠!”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정유미.
그녀는 김정연에게 참교육을 당한 뒤로 추종자들이 모두 떠나 버린 계륵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받아 준 사람이 정근원과 엄동식이었다.
이렇게 딱 셋을 놓고 보면 버림받은 세 명의 어벤져스급 어셈블인 셈이었다.
하나보단 둘이 낫고 둘보단 셋이 낫다는 말처럼.
셋이 모이니 혼자 있을 때보단 영향력이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어디 가요?”
“유미 왔네?”
“네, 오빠.”
셋은 당당하게 캠퍼스를 거닐었다.
각자 놓고 보면 현재 어정쩡한 포지션이었지만 셋이 함께 모이자 시너지가 넘쳤다.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엄동식.
아버지 능력으로 준재벌 2세로 돈이 많은 정근원.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그녀의 외모와 핫한 트렌디함은 어디 가지 않은 정유미까지.
차현식이 없는 사이.
이 셋은 한인 학생회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김정연과 한정수는 이미 졸업반이라 한인 학생회를 돌볼 여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들의 천하도 곧 끝날 상황이었다.
“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
정유미는 소셜 미디어와 세간의 이슈를 좋아하는 터라 소식이 빠른 편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 중 가장 충격적인 게 차현식이 돌아왔다는 거였다.
“현식 오빠. 돌아왔어요.”
정근원과 엄동식은 동시에 얼어붙어 버렸다.
이렇게 빨리 돌아오리라곤 상상치 못했으니까.
적어도 여름 방학 때나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 그래?”
애써 침착하게 묻는 엄동식.
그는 차현식만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그가 없는 몇 개월은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였는데.
“어제 왔대요. 1년은 없을 거라고 하던데.”
“왜 돌아온 거래? 우리 얘기를 들었나?”
“그렇지 않을까요?”
정유미와 정근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동안 엄동식은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차현식은 돌아올 터였다.
그게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고.
그리고 그의 사업가 기질이 발동했다.
상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일단 불프를 따라 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불프처럼 완벽하게 따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한식 푸드 트럭이고 불고기를 메인으로 판다는 것 정도만 같을 뿐.
거기다 그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 불고기뿐만 아니라 자기 아버지가 파는 분식 메뉴도 추가했다.
결국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
그들이 발뺌하며 따라 한 게 아니라고 한다면 차현식의 입장으로서는 걸고넘어질 게 없는 셈이었다.
그리고 고객도 그들 편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 파는 불프보단 매일 일정 시간을 파는 그들의 푸드 트럭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메뉴도 다양하고 가격도 쌌다.
경쟁력으로는 불프보다 자기들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 확신이 생기자 엄동식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가 쫄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니까.
“동식이 형.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우리가 뭘 잘못했어?”
“네?”
“우리가 뭐 잘못했냐고? 우린 그냥 우리 아이디어를 내서 벤치마킹한 거뿐이야. 표절? 그딴 게 뭔데? 불고기가 무슨 지가 특허 낸 것도 아니잖아.”
“음. 그러면 저희는…?”
“그냥 당당하게 있어! 정유미. 넌 계속 차현식 동향 좀 살펴.”
“네, 오빠.”
정유미는 이 둘과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일단 콩고물이 떨어졌다.
씀씀이가 좋은 정근원 옆에 있으면 가끔 기분이 내킬 때 명품을 선물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와 조금 어울리고 그의 기를 살려 주는 건 꽤 쉬운 일이었다.
“유미야.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어휴! 오빠! 누가 듣겠어! 진짜.”
“씨발. 차현식 새끼는 항상 내 앞길을 막네.”
“형,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안 써. 씨발 그 새끼 신경을 내가 왜 써. 빚진 것도 없어 이젠. 나도 돈 많이 번다고.”
“그러니까요. 저희가 있으니까 기 펴고 살아요. 우리는 꿀릴 거 없으니까.”
* * *
북적이는 인파.
진짜 한인 타운에 시작한 푸드 트럭은 꽤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익숙한 불고기 냄새와 분식 냄새가 진동한다.
“어서 오세… 요….”
엄동식의 밝은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동식이는 나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애써 숨기려고 하는 듯했지만, 꽤 불쾌한 모양이었다.
“동식아.”
“아, 형!”
“오랜만이네.”
“그러니까요.”
“장사 시작했다며?”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움찔대며 반응한다.
혹시라도 내가 깽판을 치지나 않을까 싶어서겠지.
그런데 내가 왜 그러겠는가.
같은 동종 업계끼리.
“하하. 운이 좋아서요.”
“이야. 불고기도 팔고. 한국말 하면 할인해 주는 것까지 있다며?”
“아… 네.”
“형도 그럼 할인해 주겠네?”
“그, 그럼요. 주문하시게요?”
“어. 불고기랑 떡볶이 1번 세트 좀 줄래?”
“예~”
엄동식은 얼른 자리를 피했다.
꽤 껄끄러웠겠지.
“형, 여기 불고기랑 1번 세트요!”
“그래, 동식아. 지금 많이 바쁘니?”
바빠 보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피하면 진짜 피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녀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럼 형 밥 먹는 동안 잠깐만 좀 보자.”
근처 간이 테이블로 향했다.
엄동식과 함께.
“빚 다 갚았다며. 후룩.”
불고기덮밥을 흡입했다.
내가 파는 불고기덮밥과 흡사하게 토핑까지 올려서 꽤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이걸 단돈 6불에 팔고 있다.
“아~ 사업도 꽤 번창하고. 근원이가 좀 도와줬어요.”
“잘됐다. 진짜. 형은 걱정 많이 했어.”
내 말에 엄동식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그도 그렇겠지.
녀석도 빚에 허덕일 때는 내가 녀석을 도와준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빚을 다 갚고 나서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내 계략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입증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혼자서 끙끙대고 있겠지.
“넌 진짜 오뚜기네 오뚜기야. 넘어져도 자꾸만 일어서니까.”
“하하. 칭찬이죠?”
“당연하지.”
솔직히 진심으로 놀랐다.
녀석이 밟으면 밟을수록 자꾸만 일어나는 오뚜기 같아서.
이 부분만큼은 정녕 대단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야. 불고기도 그럴싸하니 맛있네. 1번 세트도 푸짐한데 이걸 10불에 판다고? 남는 게 있어?”
“그만큼 많이 파는 거죠, 뭐.”
“그렇구나~ 잘되는 이유가 있었네. 대박이다, 야.”
“가, 감사합니다.”
“맛있네. 그래. 수고하고. 다음에 학교에서 보자.”
“예?”
“어? 뭐가?”
“그… 아니에요. 혹시…?”
“혹시?”
“할 말… 은 없고요?”
“내가? 무슨 말?”
“어….”
녀석은 내가 무언가 딴지를 걸어 주길 바라는 듯했다.
그런데 내가 그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녀석도 나름대로 사업 구상해서 푸드 트럭을 런칭한 건데.
내걸 조금 따라 했다고 해서 내가 딴지를 걸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아니에요. 학교에서 봐요.”
“그래.”
* * *
“개열받아.”
“누나도 열받아요?”
김정연과 회의를 했다.
최근 들어 슝과 화상 프로그램에 관련해서 이야기가 뜸했었으니까.
하지만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김정연은 엄동식이 차린 푸드 트럭 얘기뿐이었다.
“넌 속도 없냐?”
“속이 왜 없어요?”
“근데 속상하지도 않아? 짜증 나지도 않냐고. 이 둔팅아!”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넌 그래서 안 돼. 그놈들이 네 사업 다 훔쳐 갔잖아. 이건 절도야 절도!”
“아니에요.”
“뭐?”
“훔쳐 가려고 했겠죠. 근데… 저놈들은 제대로 훔쳐 간 게 아니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김정연이 물었다.
궁금하겠지.
요식업을 해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나는 진심으로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엄동식 녀석의 푸드 트럭으로 가서 불고기와 떡볶이 세트를 먹고 난 뒤에 더더욱 그랬다.
“결국 스스로 무너질 거예요.”
“어?”
“시간이 걸릴 뿐이지.”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