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제임스 황을 대신할 투자자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내가 그래?”
제임스 황은 차현식과 최기명이 떠나고 김 비서를 불렀다.
그리고 김 비서는 제임스 황의 모습을 보며 의아했다.
분명 계약이 어그러졌다는 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항상 완벽주의자로 무언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기분이 상했던 사람인데.
“네. 해맑은 어린아이처럼요.”
“틀린 말은 아니겠네. 너무 즐거워. 삶의 활력소를 찾았달까?”
“네. 그러시군요.”
“김 비서. 우리 사귈까?”
“거절하겠습니다.”
“왜지?”
“재벌가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요.”
“역시. 그렇지?”
“근데 왜 그러십니까?”
뜬금없는 소리였다.
갑자기 사귀자니.
이상한 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김 비서는 언제나 그렇듯 침착하게 대처했다.
“몰라.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참에 김 비서랑 결혼이나 할까 싶어서.”
“그런 이유라면 더더욱 그럴 수 없겠네요.”
“어쩔 수 없지 뭐. 하아~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아주 좋네.”
“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요?”
“그러니까 말이야. 꾸물꾸물한 게 너무 좋지 않아?”
“음. 그렇네요.”
“김 비서. 차현식과 최기명에게 사람을 좀 붙여 줘. 무얼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한 거부터 사소한 거까지.”
“예. 알겠습니다.”
제임스 황은 어린 시절부터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원한다면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돈이라면, 권력이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그가 나이가 들고 사람 마음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돈이 아닌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가장 먼저 김 비서가 그랬다.
트렌디한 오피스 룩에 그 누구보다 일 처리에 능숙하며 프로 정신이 투철한 김 비서는 제임스 황이 보기에도 꽤 매력적인 여자였다.
하지만 김 비서는 언제나 사무적으로 그에게 대할 뿐.
남녀의 관계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방금도 똑같았다.
사귀자는 말에 단칼에 거절하지 않았던가.
“내 이름은 황인욱.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네. 그러시군요.”
“에이~ 만화 명대산데… 김 비서는 안 읽어 봤어?”
“네. 그럴 시간이 없어서요.”
“그렇구나. 어쨌든 김 비서도 그렇고 차현식과 최기명도 그렇고. 내가 다 손에 넣을 거야.”
“그럼 왜 계약하지 않으셨나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녀석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꼴이니까.”
“날개… 요?”
“그럼 훨훨~ 날아가 버릴 거 아니야.”
다른 쉬운 여자들과는 다르게 자기 가치를 올릴 줄 아는 여자기에 김 비서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차현식과 최기명 또한 마찬가지.
그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쉽게 자기 가치를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제임스 황은 더 안달 나는 것이다.
김 비서와 어떻게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차현식과 최기명 또한 그런 마음이었다.
얻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옆에 두고 싶다고.
하지만 당장 억지로 돈이나 권력으로 무릎 꿇린다고 마음까지 얻을 수 있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제임스 황.
그는 진정으로 그들이 자기를 섬기기를 바랐다.
자기들의 수준을 인정하고 제임스 황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인정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여 주기로 한 것이다.
지금 제임스 황이 김 비서에게 그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김 비서를 내 전속 비서로 두는 것과 비슷한 거지.”
“예?”
“날개를 달아 주면 날아가 버리니까. 적당히. 날지 못하게 조련시키는 거야.”
“정말 솔직하시네요.”
“굳이… 숨길 필요는 없잖아.”
어쩌면 제임스 황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솔직함이었다.
아까도 계약서에 대한 정체를 알아챈 차현식의 말에 변명하거나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지 않았다.
그저 인정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뿐.
김 비서에게도 똑같았다.
그의 열렬한 마음을 매 순간 김 비서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매번 김 비서는 그런 마음을 거절하고.
“그러니까 평생 내 김 비서로 남아 줘.”
“끔찍하네요.”
“하하.”
* * *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쓰읍~ 하아… 그냥 죽죠?”
서로를 바라보며 허망하게 웃었다.
이게 맞는 건가?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가.
이해가 잘되지 않는 지경이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 대표 소리 좀 빼요.”
“제가 어떻게든 수습해 보겠습니다.”
“아니요. 이미 틀린 거 같아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윽. 최기명 변호사님은 그러시면 안 되죠. 당신은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되지!”
“면목 없습니다.”
사실 오늘까지만 하더라도 최기명 변호사의 계획은 완벽할 뿐만 아니라 꽤 좋은 계획이라 생각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거라곤 나 또한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제임스 황을 너무 쉽게 본 것 같다.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황인욱 본부장님은 재벌 3세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워낙 뛰어난 사람인데 재벌 3세니까 더 성공한 거죠.”
“미다스의 손, 황금 투자자, 차기 재계의 왕… 같은 별명처럼요?”
“그렇죠. 저는 제임스 황이 저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네요. 우리가 제임스 황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요.”
맞는 말이었다.
제임스 황은 내가 상대했던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호탕하고 판단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재치까지 넘쳤다.
우리는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를 몰아붙이면 그가 항복하고 타협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전개로 우리를 당황하게 했다.
그가 진심으로 우리를 라이벌로 생각하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재벌 3세, 그리고 바바고 푸드의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여유로움을 우리는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더 절실한 쪽은 제임스 황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계획을 확신했다.
불프를 그가 반드시 손에 넣고 싶어 할 줄 알았기에.
하지만 진정한 재벌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불프와의 계약이 어그러지면 그에게 타격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우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번 붙어 보자고.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급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그는 급이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한 성공한 사람과도 급이 달랐다.
불프와의 계약이 어그러지는 건 그에게는 그저 해프닝일 뿐인 것이다.
그저 조금 아쉬운 정도로 끝나는.
사고 싶었던 컴퓨터가 매진되어 살 수 없지만, 집에는 이미 풀스펙의 컴퓨터만 세 대가 있는 그런 사람의 심정이랄까?
“어쨌든… 제임스 황이 아니라도 더 나은 투자자가 있지 않을까요?”
“그걸 위로라고 하는 말은 아니죠? 아니야. 그냥 농담시구나? 우리 최 변호사님? 하하하하하.”
“죄, 죄송합니다.”
항상 자신감에 넘치고 당당하던 최기명 변호사.
하지만 오늘만큼은 진정으로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자신 있게 이 계획을 추진했으니까.
뭐 나도 동조하긴 했으나.
“뭐 어쩌겠어요. 제임스 황에게 투자를 받으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불프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요.”
“맞습니다! 대표님은 부동산도 하시고, 로펌 대표시기도 하고, 너튜버에 슝 최대 지분 보유자이자 주식 계의 큰손이시니까요!”
“손을 비비다 못해 파리가 되시겠네.”
“윽. 제가 잘못한 거니까요.”
“이런 모습은 새롭고 좋네요. 오히려 좋은데?”
“놀리시는 거죠?”
“당연하죠. 제가 언제 최기명 변호사님을 놀려 보겠습니까?”
어그러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계약이 실패했다고 내 인생도 실패한 건 아니니까.
그냥 조금 돌아가면 될 뿐이지.
“돌아가십니까?”
“오늘은 상처받은 마음을 맛있는 음식으로 달래고 싶은데… 최기명 변호사님도 콜?”
“사 주십니까?”
“돈도 잘 버는 양반이.”
“대표님보다야 하겠습니까?”
“저 몰래 부업도 하시면서.”
“윽. 제가 사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펍에 도착해 맥주 한 잔을 시키고 버팔로윙을 시켰다.
“크으. 역시 맥주는 라거죠.”
“최기명 변호사님은 술을 좋아하시나 봐요?”
“없어서 못 먹죠.”
“그래요?”
“대표님은요?”
“저는 그냥저냥.”
그렇게 맥주 다섯 잔을 마시고서 펍에서 나왔다.
“2차 갈까요?”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에이~ 대표님. 술이 약하시구나?”
“예?”
“약하네~ 약해.”
“하! 참. 도발도 너무 싸구려 도발인데?”
“하하하. 약하네, 약해.”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저 말술입니다. 말술!”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 * *
“끄으.”
기억도 잘 안 난다.
대충 다른 술집 가서 술을 엄청나게 퍼마시고.
호텔로 가서도 계속 마셨던 거 같은데.
일어나 보니 내 침대 옆에 최기명 변호사가 누워서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같은 침대에서 남자끼리 자는 거.
극혐.
소름 끼쳐.
“최 변호사님.”
“으음.”
“기명이 형!”
흐릿하긴 하지만 어제 우리는 말을 놓기로 했다.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기로 하고.
공석에서만 대표와 변호사란 호칭을 사용하기로.
“어우. 토 쏠려.”
“그러니까 왜 까불어.”
“네가 그렇게 잘 마실지 내가 알았나. 우웁!”
최기명은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토하는 소리에 나도 속이 매스꺼울 지경.
“허억… 허억. 형 간다. 나오지 마.”
“씻고 가.”
“괜찮아. 오늘 일도 없어.”
“돌아가게?”
“어. 일해야지.”
“그치. 형이 망쳐 놓은 일은 수습해야지.”
“윽. 그래. 알고 있어. 투자자는 내가 잘 찾아볼게. 분명 제임스 황이 아니라도 우리한테 투자해 줄 사람은 있을 거야.”
“그 투자자. 이미 알고 있으니까 힘 빼지 마.”
“어?”
“요즘 뜨는 투자자를 알고 있거든.”
“뜨는 투자자? 그게 누군데? 벌써 접촉했어? 투자하겠대?”
“어.”
최기명은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사람처럼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길래 머쓱하긴 했다.
사실 그 투자자라는 게…
“나야.”
“어?”
“나라고. 그 투자자.”
“에이. 뭐야.”
“근데 진짜 그렇게 마음먹었어. 차근차근해 보려고. 다른 사람 돈으로 말고. 내 돈으로 직접.”
“야. 프랜차이즈가 말이 쉽지 자칫 잘못하면 진짜 망해.”
“알아. 그래도 해 보려고. 어차피 한 5년 뒤에는 주식이 엄청 난리가 날 거거든.”
“어? 그걸 어떻게 알아?”
이미 알고 있지.
미래를 보고 왔으니까.
내가 투자한 주식은 코로나 특수로 반짝하는 거뿐만 아니라 장기 투자로 최소 100% 수익을 보장하는 우량주들뿐이니까.
5년 뒤에는 지금 자산의 적어도 3배.
아니, 부동산과 슝, 그리고 화상 프로그램만 완성된다면 수십 배에서 수천 배까지 불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열쇠를 지닌 종목이 바로 ‘화상 프로그램.’
특히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까지 기반을 다져 놔야 한다.
모든 대학교와 공공 기관에 무료로 배포하고 코로나가 터지고 유료로 전환한다.
그럼 대박 나는 거지.
그러려면 김정연이 좀 더 분발해야 할 텐데.
“다 아는 법이 있지.”
“그래? 흐음. 뭐 어쨌든… 넌 언제까지 LA에 있으려고?”
“나? 글쎄.”
정시아를 기다린다는 명목으로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으리란 것을.
왜인진 나도 모른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처음 전화 받았을 때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기다리고 있었을 뿐.
그리고 시아가 없는 푸드 트럭 투어가 과연 지금에서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소기의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앞으로는 시아와 단둘이 재밌는 푸드 트럭 여행을 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그렇다면 그냥 돌아갈까?
시아가 돌아오면 다시 가면 되니까.
시간은 아직 내 편이니까.
돌아온 시아와 남은 푸드 트럭 여행의 끝을 맺는 게 더 의미 있을 거 같다.
진정한 의미의 투어의 끝을 의미하는 거니까.
“나도 돌아가야겠다.”
“돌아간다고?”
“어. 곧 텍사스로 돌아가려고.”
“흠. 그래. 나는 일단 그럼 돌아간다.”
“어. 댈러스에서 봐.”
그렇게 최기명은 텍사스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LA에서 한 달을 더 보냈다.
그리고 여전히 시아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LA를 마지막으로 투어를 마치고 텍사스로 돌아갔다.
그리고 난 며칠 뒤.
DMU에 온 나는 한정수와 만났다.
“야! 현식아! 차현식!”
“형. 왜 이렇게 호들갑이에요?”
“너 그 얘기 들었어? 어? 아 진짜 내가 다 열받는다니까?”
“예? 무슨 얘기요?”
“못 들었어? 와아~ 씨. 너 화내지 말고 들어.”
“알겠으니까 숨 좀 돌리고 말해요, 형.”
“어? 어어. 그게 말이야. 엄동식 말이야!”
“동식이가 왜요?”
“아니 글쎄 그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