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의외의 결정
2주간의 휴식을 하사받았다.
2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면서 한 달 동안 힘들게 1라운드를 이어 갔던 우리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휴가이기도 했다.
제작진 측에서는 간헐적으로 스케줄이 잡혀 인터뷰하거나 추가 장면을 촬영할 수도 있다고는 했다.
하지만 되도록 다음 촬영 때까지는 자유롭게 둘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텍사스로 돌아갔다.
“시아야!”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아니, 그럴 거로 생각했다.
아니, 그러리라 착각했다.
김정연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아에게 달려갔다.
시아는 나를 보자마자 감격의 눈물을 머금은 채 내 품에 꼬옥- 안길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개새끼 넌 뒤졌다!”
시아의 주먹이었다.
가까스로 피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건대 주먹이 왜 두 개일 거라곤 생각지 못한 걸까?
다음 주먹이 내 명치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옛날부터 든 생각이지만, 시아는 격투기를 했어도 잘했을 거 같다.
“커헙.”
“감히 연락도 안 해?”
“한 번씩 했잖아.”
“안 되겠다. 넌 진짜 죽어야겠다.”
“어딜! 남편이 바깥일 하고 왔는데! 쓰읍!”
“지랄은.”
퍼억.
시아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처맞은 뒤에야 간신히 기분이 풀렸다.
“누나. 고마워요. 우리 시아 봐 주셔서.”
“빚진 거다.”
“물론이죠.”
김정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시아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시아는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너 오늘 김치찌개 먹었냐?”
“어? 어떻게 알았지?”
“입에.”
입을 쓱- 닦자 붉은 양념이 묻어 나왔다.
“그나저나 배는 좀 나왔어?”
나는 보조석에 앉은 시아의 배를 어루만졌다.
살짝 부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귀엽게 볼록 튀어나온 배를 보자 웃음이 났다.
저기에 두 소중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니.
“과식해서 그래.”
“어?”
“배 나온 거. 과식해서 그렇다고.”
“아.”
든든하다는 듯이 배를 두드리는 시아를 보자 웃음이 났다.
우리 시아가 맞네.
“힘들진 않았어?”
혹시 벌써 입덧을 시작하거나 거동이 불편하진 않을까 걱정되었다.
가능하면 시아와 함께 임신 기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의사를 물었었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괜찮겠냐고.
그 당시의 시아는 괜찮다며 쿨하게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때의 선택을 조금 후회하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사실 시아가 원한다면 모든 걸 포기할 준비는 되어있었다.
“시아야. 혹시… 너무 힘들면 다음 라운드부터는 가지 말까?”
“미쳤어?”
“어?”
“그거 제일 중요한 거잖아.”
“그렇긴… 하지.”
“그때 나한테 질질 짜면서 제임스 황을 이긴다니 뭐니 했던 건 구라였어?”
“아니지.”
“그럼 닥치고 최선을 다해. 애가 도중에 나오더라도 나 혼자 낳을 테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
“놉. 넌 그냥 그 프로그램에 집중해.”
“오늘 보니까 엄청 서운했더만.”
“아닌데? 그냥 화풀이 한 건데?”
“그러니까. 화가 났다는 거잖아.”
“아닌데? 화 다 풀렸는데?”
“하여간.”
시아가 이렇게까지 나를 밀어준다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 힘을 낼 수밖에 없다.
1라운드처럼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조차도 극복했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리숙하고 순진했던 거 같다.
법적으로 우리를 정말 철수시키는 게 옳았던 걸까?
제작진들도 그저 귀찮고 시끄러운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수긍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다음부턴 순순히 넘어가지 않겠다.
탈락 위기를 겪어 보니 지금 내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난 많은 걸 걸고 이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심지어 쌍둥이를 임신한 아내조차도 나를 지지해 주고 있는 상황인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
다음부터는 이를 악물고 버텨 낼 거다.
* * *
레베카 초이와 제작진들은 다시금 회의실로 모였다.
1라운드 정산이 모두 끝났고, 이제 2라운드가 곧 시작되는 셈이었다.
2라운드에서는 1라운드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재밌는 요소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2라운드 준비는?”
“대충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대충? 너 방금 대충이라고 했어?”
레베카 초이의 날카로운 음성이 비수가 되어 꽂히듯 회의실을 잠재웠다.
안 그래도 예민하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지금은 더더욱 날이 서 있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스튜디오에서 하는 촬영이라….”
“뭐? 너 뭐라고 했어? 스튜디오에서 하는 촬영이나 대충~ 해도 된다?”
“아닙니다.”
“또 그따위 말 뱉으면 진짜 죽여 버린다.”
“넵.”
“스튜디오 촬영 준비는?”
“세트장은 이미 90% 이상 만들어진 상태고요.”
“그리고?”
“라이브 촬영 또한 준비 중입니다.”
모호한 말이었다.
레베카 초이가 원했던 대답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100% 촬영 준비가 끝났기에 지금이라도 당장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답은 하나도 없었다.
“하아… 다들 진짜. 이따위로 할래?”
“…….”
“…….”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레베카 초이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칫 불똥이 자기에게로 튀면 뼈도 못 추릴 거란 걸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촬영 일주일 남았어. 알아? 근데 아직도 준비가 덜 됐다고?”
보통 방송가에서는 촬영 당일에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상대는 완벽주의자 레베카 초이였다.
1라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들지 않은 라운드였다.
좀 더 잘 준비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1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제작진들을 모두 앉혀 놓고 몇 시간이고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정신들 차려.”
“다들… 힘냅시다. 이번 라운드도 지난 라운드처럼 하면… 아시죠? 다들 지옥의 피드백 시간이 있다는 거. 하하. 서, 선배도 그쯤 하세요.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흥.”
다들 그 피드백 시간이 힘들었었다.
레베카 초이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가슴에 꽂히면 다들 내상을 입고 피라도 토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그걸 또 한다고 하니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근데 뭐? 지옥의 피드백?”
“아, 아니.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하하.”
“쯧. 아무튼. 다들 정신 차리고 촬영 3일 전에 마무리해 놓도록.”
“예? 3일 전이요?”
“아. 너무 빠듯한데….”
“아직 다들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안 되겠다. 내가 직접 현장에….”
레베카 초이가 직접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제작진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 까탈스러운 그녀가 현장에 직접 온다면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며칠이나 더 걸리게 될 테니까.
완벽함을 끝없이 추구하는 그녀의 성격상 먼지 한톨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게 뻔했다.
“아닙니다! 3일 전에 끝내 놓겠습니다.”
“네. 충분하네요.”
“그렇네. 아직 시간도 좀 있고. 충분할 듯.”
다들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로 최종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제작진들이 하나둘 떠나간 뒤에 레베카 초이와 보조 PD만이 남았다.
“어때?”
“뭐가요?”
“이번 2라운드.”
“음.”
보조 PD는 레베카 초이가 의도한 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진정으로 평가를 원하는 건지.
아니면 공감을 바라는 건지.
그가 채 선택하기도 전에 레베카는 정답을 얘기했다.
“솔직하게 말해 봐. 1라운드에 비해서 괜찮은 거 같아?”
“아. 저는 좋은 거 같은데요?”
“그래? 어떤 점이?”
그녀의 추궁에 보조 PD는 자신의 스탠스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공감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진심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혹시라도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2라운드는 일단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잖아요?”
“그렇지.”
“야외에서 찍는 것보다 저희 쪽에서 컨트롤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고. 경쟁 프로그램 특성상 막 부닥치고 싸우고 이런 그림이 좋은 거잖아요. 트래쉬 토크도 좀 하고.”
“그럼 그럼.”
“그런 의미에서는 2라운드가 박 터지게 싸우고 치열할 거 같아서 저는 더 좋은 거 같아요.”
보조 PD의 말에 흡족한 듯 레베카 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진은 지난번이랑 똑같이 하면 식상하잖아.”
“어? 그럼 바꿀 생각이세요?”
“응.”
“어떻게요?”
“지목하는 거지.”
“와.”
원래 예능, 서바이벌 같은 프로그램은 좀 더 자극적이고 짜릿한 진행을 원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보는 시청자로서도 손에 땀을 쥐게 될 테니까.
그 긴장감을 마지막 화까지 이어 가는 게 곧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거다.
“어떤 식으로 지목할 생각이세요?”
“1등 팀이 지목하는 거야.”
“오.”
“어차피 1등 팀이 지목한 팀을 제외하면 자연스럽게 대진이 완성되니까.”
“1등의 특혜? 뭐 그런 건가요?”
“그렇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은 안 미치지만. 어쨌든 1등의 혜택이 있는 거처럼 보이는 거지.”
“그럼… 대결에서 이긴 팀은 자동으로 3라운드 진출이고. 진 두 팀은… 마지막으로 최종전을 벌이는 거죠?”
보조 PD는 2라운드에 벌어질 일을 술술 풀어냈다.
그 모습에 레베카 초이가 오늘 처음으로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나저나 더 붓이 어느 팀을 지목할지 궁금한데요?”
“아마. 제임스 황 성격으로는 2등 팀이지 않을까?”
“왜요? 쉽게 올라가려면 4등 팀이 좋지 않아요?”
“한식이 겹치기도 하고. 쉽게 올라가는 거보다 가장 센 상대로 올라가는 걸 더 선호할 거야. 기선제압. 다음 라운드부터는 우승권이니까.”
레베카 초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보조 PD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임스 황의 호전적인 성격상 쉬운 상대를 고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럼. 그런 호전적인 성격 덕분에 쉬운 상대를 선택하게 되겠네요.”
“뭐. 그런 셈인가?”
“더 붓은 불프가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는 걸 모르고 있을 테니까요.”
“그랬다면 제임스 황 성격상 무조건 불프를 골랐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한식도 겹치고 추구하는 바도 너무 달라서 리스크가 크지 않을까요?”
“하긴. 그런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불프를 고르진 않을 거 같긴 하네.”
* * *
“오늘은 사전 녹화입니다.”
제작진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나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2라운드는 녹화도 하겠지만, 라이브로도 진행되기에 준비할 것이 많은 듯했다.
“차현식 대표님? 일단 무대로 올라가시고요. 사회자가 알아서 진행할 겁니다.”
“네.”
제작진은 오늘 대진을 정하는 날이라고 했다.
지난번처럼 뽑기로 할까?
솔직히 또 뽑기를 하면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레베카 초이라면 뭔가 다른 구도를 만들 거 같기도 해서.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운에 맡기는 진행의 피해자지 않은가.
뽑기로 뽑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난이도가 높은 유럽에서 1라운드를 진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고.
“자, 대표분들은 일렬로 서 주세요.”
“촬영 곧 시작합니다. 스탠바이.”
그렇게 시작된 사전 녹화.
내 예상은 적중했다.
레베카 초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진을 결정하기로 한 듯했다.
1등이 대결을 펼칠 상대를 정하는 것.
흥미로운 방법이었다.
1등이라는 혜택을 줌과 동시에 긴장감을 유발하는 방식.
뭔가 레베카 초이다운 결정이랄까.
“자, 그럼 더 붓의 대표이신 황인욱 대표님께서 2라운드에 대결할 상대를 지목해 주시겠습니다.”
제임스 황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당당한 걸음걸이로 무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다음 상대자를 지목했다.
그리고 그 상대자는….
“네! 더 붓과 2라운드에서 격돌할 프랜차이즈는 바로~ 불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