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65
65화 다시 아메리카 대륙으로
“우리 오라버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새언니.”
“응.”
“새아가. 우리 현식이 사고 안 치게 잘 감시하고. 알겠지?”
“네. 어머님.”
“어머님? 새아가? 새언니? 아니, 다들 왜 이러는 거지?”
“현식 오빠는 제가 책임질게요.”
“우리 며느리가 든든~ 하구만.”
“아빠까지?”
이젠 시아가 우리 집에 시집온다는 게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도대체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가족이 친해졌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한국에서의 밤을 우리 본가에서 같이 지내기로 하고 우리집에 오긴 했었는데.
시아는 당연히 지아와 같은 방에서 자고 그날 밤에는 아버지와 술을 한잔하면서 가족이 단란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취기에 젖어 잠들었을 뿐인데.
아마도 내가 잠들고 난 뒤에 시아가 우리 가족을 구워삶은 듯했다.
보통 시아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서 살갑게 대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근데 또 우리 가족이라고 챙기는 모습을 보니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시아가 생전에 오빠라는 말을 안 쓰는데 가족 앞에서 꼬박꼬박 오빠라고 하니 또 기분은 좋았다.
“우리 현식이가 젊어서 혹시 실수라도 하면… 그땐 미안해. 내가 먼저 사과할게.”
“아니에요, 어머님. 어차피 실수하면 제가 고자 만들어버릴 거니까.”
“호호호. 그래. 그럼 부탁할게.”
어머니는 시아가 그저 농담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 광인의 눈빛을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진짜 고자로 만들어 버릴지도.
혹시라도 결혼하게 되면 바람은 고사하고 여자한테 눈도 안 돌려야지.
“현식아. 사업한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항상 적당한 게 중요한 거야. 알겠지?”
“네. 엄마.”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돈보다 중요한 게 행복이다, 아들.”
“네. 아빠.”
“오라버니. 만수무강하시고. 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소저… 그저 감읍할 뿐입니다.”
지아는 고삼이라 고생한다고 용돈을 두둑이 챙겨줬을 뿐만 아니라 최신형 핸드폰과 노트북까지 최고 사양으로 장만해 줬더니 저리 예의가 발라졌다.
항상 오빠놈이라면서 티격태격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역시 돈이 좋긴 좋다.
“어이구. 비행기 시간 늦겠다. 어여 가.”
“또 올게요. 그때는 더 좋은 거 해드릴게요.”
“아서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래. 우리는 괜찮으니….”
“아빠도 참! 오라버니. 다음엔 꼭 더 많이 벌어오시와요. 건강보단 돈이 더 중하답니다. 소녀. 망해도 오빠 덕에 호강 좀 해 봅시다.”
“지아 넌 한국대 합격 못 하면 용돈 없을 줄 알아.”
“윽. 그런 게 어딨어!”
“여기서 한국대까지 머니까… 차라도 한 대 뽑아 줘야 하나? 쓰읍~ 아닌가?”
“오라버니! 소저, 한국대에 꼭 합격하겠사옵니다. 혹… 하버드에 합격하면 전세기라도 사 주시나요?”
“나도 없는 전세기를 널 어떻게 사줘. 만약 하버드에 합격하면 일등석은 태워 줄게.”
지아의 눈빛은 정말 하버드라도 덜컥 합격할 거 같은 눈빛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교인 하버드에 합격하진 않겠지.
뭐 솔직히 하더라도 그렇게만 된다면 일등석이 뭔가?
집이라도 한 채 근사하게 마련해줄 용의도 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질 시간이었다.
회귀 전 비행기에서 추락하면서 내 인생도 같이 추락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생을 다시 한번 살 기회가 있으니 이 삶 자체가 나에게는 큰 축복처럼 느껴졌다.
돈을 많이 벌고 미국에서도 인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그저 부가적인 것일 뿐.
나에게 가장 큰 축복은 뭐니 뭐니 해도 머니… 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 갈게요.”
“아참! 현식아.”
“예?”
어머니는 나를 붙들고 품에서 소중히 무언가를 꺼내셨다.
그리고 그건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물건이었다.
“이거…?”
“너도 이제 가정을 꾸려야 하니까. 엄마가 평생을 연구하면서 만든 레시피다? 그러니까 소중히 다뤄.”
“엄마….”
탐나긴 했다.
나는 고작 10년의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일 뿐이지만,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이 책은 이때까지 적어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어온, 돈으로는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다.
이걸 참고해서 내 레시피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분명 그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완성형 불고기를 선사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아이고 주책맞게 눈물이 다 나네. 어여 가. 늦겠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어머니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예전에는 항상 어머니가 나를 안아 주었는데.
그때는 엄마의 품이 포근하고 넓기만 했는데.
지금은 나보다 훨씬 작아진 어머니를 품에 안으니 새삼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다.
“그럼 저 갈게요. 감사했습니다. 아! 그리고 건강검진 까먹지 말고 꼭꼭 챙기시고요. 아버지는 술은 좀 줄이시고. 운동도 좀 하시고. 지아 너는 공부한다고 너무 무리하진 말고.”
“그래. 조심히 가.”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더 했다간 오늘 안에 못 갈 거 같았다.
아무리 회포를 푼다고 한들 부족하겠지.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산 가족이니까.
짧은 방학 동안에 그리움을 풀어버리기에는 부족하지.
*
인천 공항.
이제 정말로 한국을 떠날 시간이었다.
그리고 미국 텍사스에 도착하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겠지.
정리할 건 정리하고 놓친 건 뒤에 접어두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시간.
지난 1년도 물론 기반을 다지느라 중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에게 닥칠 미래는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었다.
본격적인 K-푸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시간이니까.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위해서라도 기반을 다지려 노력했다.
회귀 전에는 돈에 쫓기면서 사업을 하다 보니 주변을 둘러볼 생각은커녕 프랜차이즈 이미지는 어떤지, 우리가 지금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망하지 않게 하려고 발버둥 쳤었다.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항상 우리의 선택은 돈을 위한 선택이었다.
기업 이미지, 더 나은 선택보다는 돈이 이끄는 대로 이끌려갈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서만큼은, 내가 스스로 만든 간판으로 시작하는 사업은 반드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돈이 아닌 로망을 쫓는 그런 낭만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행복을 위해 돈을 좇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 대부분은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좇는 경우가 많다.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이젠 즐길 땐 즐기고, 돈도 많이 벌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거다.”
“뭐래, 병신이.”
“아, 진짜. 지금 중요한 주인공 모먼트였는데.”
“지랄하네.”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응, 싫어.”
어쨌든 이제 미국으로 다시 출발이다.
“시아야, 출발할까?”
“너만 준비되면 다 준비됐어.”
“윽. 알겠어. 가자.”
*
우연일까?
댈러스 포트워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보며 반갑게 인사해주는 흑인 아주머니.
“Welcome to the Lone Star State.”
회귀한 첫날에도 이 말을 들으면서 텍사스로 돌아온 걸 실감했었다.
하여간 텍사스 사람들은 자기 ‘주’민의식이 투철하다니까.
오죽했으면 텍사스 프라이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가.
“끄아아~ 아무리 편한 비행이어도 피곤하긴 피곤하네.”
“집에 가서 잘래.”
“그래. 나도 오늘은 좀 피곤하네. 내일부터 달리려면 또 푹 쉬어야지.”
“우리… 합치자.”
“어?”
“합치자고.”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난데없는 시아의 훅- 들어옴에 깜짝 놀랐다.
물론 시아의 집이나 내 집이나 구분 없이 지내고 있긴 했지만, 또 직접적으로 이런 말을 들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어차피 같이 살다시피 하잖아. 그럴 바엔 그냥 합치자는 거지.”
“집… 정리하려고?”
“응.”
그녀의 집안 사정이야 그녀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그리고 딱히 내가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겠지.
보통 가족 일은 가족끼리 알아서 하는 법이다.
게다가 대부분 가족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 말을 하필이면 공항에서 하고 그러냐.”
“그냥… 생각나서.”
“그러든지. 난 상관없는데.”
“응.”
그렇게 결정하고 집으로 향했다.
여독을 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고.
최소 12시간 넘게 깨지 않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체육관으로 출근했다.
한동안 가지 않았으니 빵 형이 분명히 날 혼낼 게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요, 현식! 도대체 어디 갔다 오는 거냐?”
“난 현식이 무서워서 도망친 줄.”
“현식은 그럴 사람이 아니지.”
“믿고 있었다구.”
체육관 사람들은 나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그래도 한국 떠나기 전까지는 매일 같이 피곤하더라도 출근 도장을 찍었었으니까.
나름 친해지기도 했고.
특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거칠고 무섭다는 편견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순박하고 순수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진심으로 내가 나오지 않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듯했다.
“빵 형. 저 왔어요.”
“현식. 해이해졌구나.”
“윽.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흠. 좋다. 너의 각오를 보도록 하지.”
“예?”
빵 형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분명 공포의 그 ‘세트’를 하는 게 틀림없었다.
나도 딱 한 번 맛보기로 경험만 해봤을 뿐인 그 세트.
“다들 준비해라. 오늘 우로보로스 데쓰 서킷이다!”
저 작명 센스는 차치하고서라도 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완전히 조져놓는 운동 프로그램인 우로보로스 데쓰 서킷은 그야말로 지옥의 반복 운동이었다.
악명 높다고 알려진 버핏 테스트를 시작으로 군대에서나 하던 공포의 PT 체조 8번까지.
힘들다고 알려진 운동 종목을 모조리 한데 집어넣어 사람을 조진다.
그리고 종목당 휴식 10초.
세트당 휴식 30초라는 극악의 휴식 시간으로 채 회복도 되지 않은 몸으로 다음 세트를 이어가야 한다.
이건 솔직히 운동이라기보다는 고문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특히 이 운동이 왜 우로보로스로 불리냐 하면 바로 마지막 한 사람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쉬지 않고 세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세트, 아니 20세트, 가능만 하다면 100세트도 한다는 뜻이다.
“자, 시작한다. 모두 준비!”
그렇게 공포의 세트가 시작되었고.
체육관에 베테랑인 선배들조차 뻗어나가는 그 세트에서 나 또한 파도에 휩쓸리듯 흐느적대며 버텨나갔다.
“허억… 허억….”
이제 정말로 아무런 힘도 남지 않아 바닥에 뻗었다.
그리고 내 옆에 브레드가 옆에 다소곳이 앉아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명언을 남겼다.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건 다 허상일 뿐이다.”
“예?”
“정신력 또한.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발휘되는 것이다. 알겠나?”
“아. 빵 형. 알겠으니까 절로 좀 가요. 땀내 쩔어.”
“흥. 차현식. 내일부터 또 안 나오면 피터랑 같이 네 집을 찾아갈 거다.”
“알겠다고요. 내일부터 꼭 나올게요.”
“기대하지, 브로.”
*
녹초가 돼서 집에 돌아오니 시아가 모닝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굿모닝.”
“전혀. 힘들어 죽겠어.”
“커피 한 잔?”
“좋지.”
시아가 마시던 커피잔을 받아서 들고는 그대로 들이켰다.
“켁켁! 어우 써.”
“쓴 게 좋아. 짜릿해.”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아를 보자 피식- 웃음이 났다.
“도대체 샷을 몇 개 넣은 거야?”
“투 샷! 아니, 쓰리 샷!”
“미쳤네. 아주 정신이 번쩍 뜨인다.”
“그러려고 마신 건데.”
“그럼 인정.”
“오늘 일정은?”
“나 오늘 모건 아저씨 만나야 해.”
“영상?”
“오늘은 아니야.”
오늘은 모건 아저씨에게 제안할 게 있었다.
지금 모건 아저씨는 DMU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성실하고 지식이 많으며 두루두루 인맥을 갖춘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인데.
고작 DMU 청소부로 일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모건 아저씨께 작은 사업을 제안할 생각이다.
물론 모든 재정적 지원과 투자는 내가 전적으로 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사업 중 하나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하기에는 할 게 너무 많아지니까 관리자를 두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요즘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참이다.
10년 뒤에는 텍사스 땅의 주가가 훨씬 오를 테니까.
워낙 땅덩어리도 넓을 뿐만 아니라 살기 좋다고 알려진 LA, 플로리다, 뉴욕 같은 도시들이 포화 상태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로운 이상향을 찾게 된다.
그리고 떠오른 핫한 도시 중 하나가 바로 댈러스.
지금 사놓으면 족히 몇 배는 더 받을 수 있는 건물과 집이 수두룩했다.
특히 나는 전생에 사업을 하면서 프랜차이즈를 확장한다고 부동산 관련 지식이 빠삭했다.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부동산 사업을 이어가고 싶은데, 지금 집 몇 채와 한인 타운 근처에 건물 몇 개를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모건 아저씨를 스카우트해 내 전속 부동산 담당 직원으로 쓰고 싶었다.
아저씨 정도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테니까.
뭐 하는 일이라고는 건물이나 땅, 혹은 집을 임대 내주고 관리해주는 일을 할 거니까.
그쪽에서도 전문 크루를 만들어서 임대업과 함께 부동산을 함께 관리하는 회사를 차릴 생각이었다.
“시아야, 다녀올게.”
“응.”
*
“어? 아저씨. 나와계셨네요?”
안 그래도 옆집이라 바로 갈 생각이었는데.
모건 아저씨는 이미 집 정원을 가꾸는데 열을 올리고 계셨다.
“진짜 부지런하시네요.”
“짬짬이 하는 거지 뭐.”
“바쁘세요?”
“아니. 안 그래도 할 말이 있다고 연락했었지?”
“지금 괜찮으세요?”
“물론이지.”
모건 아저씨는 공구를 잠시 옆에 놓아두고는 땀을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항상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사람이 전부다.
좋은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사업을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쩐 일이냐?”
“청소 일은 마음에 드세요?”
혹시라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무시한다는 분위기를 풍길까 싶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 보람도 있고. 아직은 재미도 있단다.”
“그렇군요.”
직업에 대한 만족도까지 높다면 설득하는데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한정수 같은 단순한 사람이라면 돈을 더 주고 조건을 붙여서 스카우트한다면 덥석 물 테지만.
모건 아저씨 같은 경우는 의리나 Work ethic(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냐?”
“혹시… 전직을 생각해 보셨나… 해서요.”
“흐음. 글쎄.”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이 상하지 않게 제안을 할 수 있을까?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재라고 생각하니 더 조심스러워졌다.
“혹시… 그 전직을 제안하는 사람이 너니?”
“아… 예? 제, 제가요? 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현식아. 너랑 그리 오래 만난 건 아니지만… 내 평생에 걸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바로 너란다. 그래서 횟수와는 상관없이 네 표정과 말투에서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지.”
그래, 이런 사람에게는 돌려 말하기보다는 정공법이 오히려 먹힐 때가 있다.
그냥 솔직하게 내 사정을 다 말하고 모건 아저씨의 대답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집과 건물이 좀 있어요. 혼자 관리하려니 너무 어렵기도 하고. 또 부동산으로 더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데… 저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인 거 같아서요.”
“그래서?”
“그래서 모건 아저씨께서 부동산 사업 관리자가 되어주십사… 부탁하고 싶었어요.”
“흐음. 그렇구나. 현식이 너는 항상 나에게 놀라운 제안만 하는구나.”
“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고작 청소부한테 부탁하는 거냐?”
“예?”
“그렇지 않니? 나 같은 청소부가 뭘 안다고.”
“법률이나 전문 지식은 전문가가 따로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관리자가 필요할 뿐이니까요. 성실하고 정직한.”
“나를… 그렇게 평가해주는 거냐?”
모건 아저씨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나도 살짝 놀랐다.
“현식아. 너는 항상 나에게 축복 같은 사람이었다. 천사였지. 날개 없는 천사가 있다면 현식이 네가 아닐까 싶은 정도였단다.”
“아….”
“그래서 결심했단다. 네가 하는 부탁이라면 무엇이라도 들어주겠다고. 이번 부탁도 당연히 들어줄 생각이었어. 그런데… 이건 부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나한테 또 축복이구나.”
“아저씨가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쁘네요.”
“아니. 이건 내가 기뻐해야 할 일이지. 물론이다. 내가 그 일을 기꺼이 하마. 다만, 청소부 일을 당장 그만둘 수는 없는 법이지 않겠니? 시간을 조금 줄 수 있겠니?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도 해야 하고. 정리도 해야 하니까.”
이래도 내가 모건 아저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더 좋은 조건으로 청소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얘기한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당장에 때려치운다면서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저씨는 놀라운 직업정신으로 자기가 맡은 일에 차질이 생기는 걸 원치 않기에 인수인계가 다 되는대로 넘어오겠다지 않는가.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신뢰감이 들 뿐이었다.
“물론이죠.”
“아니면 내가 투잡을 뛰면 되지 않을까? 한가한 시간에 조금씩 관리를 시작하는 게지.”
“음. 그것도 나쁘진 않네요. 당장은 있는 건물이나 집이 관리 자체는 전부 다 된 상태거든요. 저도 아저씨께 업무 설명도 드려야 하고. 훈련도 받으셔야 하니. 겸사겸사하시면 될 듯요?”
“좋다. 네가 좋다면 나도 무조건 좋단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모건 아저씨를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할 필요 없이 돈이 생길 때마다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너튜브 관리는 부리기 쉬운 한정수가.
슝과 다중 화상 시스템은 천재적인 인재 김정연이.
부동산 사업은 성실하고 진실된 모건 아저씨가 하기로 했다.
이제 모든 건 내가 없이도 굴러갈 정도로 사업을 시스템화 시켰고.
나는 투자하고 지원하는 일만 지속하면 되는 것이다.
“아차. 아저씨. 그때 아시는 분 중에서… 푸드트럭 만드는 분이 계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아차.
이건 어디까지나 전생에서 대화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푸드트럭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모건 아저씨와 대화하다가 친구 중에 푸드트럭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였다.
“흐음. 기억은 안 나지만… 네가 알고 있는 걸 보니 맞는 거 같구나. 그래, 제임스라고. 내 친구 중에 푸드트럭을 전문으로 만드는 친구가 있지. 조금 괴짜스러운 기질이 있지만 실력은 확실하단다.”
“네! 그분이요. 딱 이름만 들어도 푸드트럭 너무 잘 만드실 거 같은 이름이잖아요. 제임스.”
“하하. 그러냐?”
“네. 그분 번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음. 물론이지. 그런데… 제임스가 말이야. 좀 특이해.”
“어떻게요?”
전생에 그냥 얼핏 들은 얘기라 제임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차피 믿고 맡길 사람에게 푸드트럭 제작을 부탁하고 싶었을 뿐이었으니까.
“허허. 이런 말 하긴 좀 뭐한데… 돈을 좀 밝혀. 그래도 돈만 주면 뭐든지 짜잔! 하고 만들어준단다.”
“아~ 그래요? 그럼 딱이네요. 저한테도.”
그래, 뭐 괴짜스럽다는 게 성격적으로 이상해서 비위를 맞춰야 한다면 더 골치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그저 돈쭐내 주면 될 뿐이니까.
오히려 나한테는 더 쉬운 일이지.
돈을 주는 만큼 값만 확실히 해 준다면 말이다.
“허허. 그래. 그럼 번호 찍어 줄 테니. 한번 만나 보렴.”
“감사합니다.”
이제 푸드트럭만 제작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거다.
K-푸드 프랜차이즈 사업.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