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6
116. 이제 그만 끝내자
“마…… 말도 안 돼……!”
“압도적이군요…….”
“저게 장 공자의 진짜 실력인가요?”
진호윤과 장백서의 싸움을, 아니 그 일방적인 폭력의 현장을 목도한 세 사람은 그런 상투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두 사람 사이의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었고, 무수히 많은 협사들을 도륙낸 진호윤이 손도발도 못 내밀 정도로 장백서는 강했다.
“하하! 말했잖아, 저 녀석은 강하다고!”
입으로는 태연하게 그리 말한 화목연이었지만……
‘끙~ 백서 녀석 강해져도 너무 강해졌잖아!? 분발하지 않으면 앞으로 형님 취급은 꿈도 못 꾸게 되겠군…….’
그렇게 네 사람이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는 동안, 유한이는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형…….”
앞서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도 아플 정도로……
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먼 곳에 있을지는 몰랐다.
새삼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그것이 유한이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확신이 있었다.
언젠가 자신이 장백서의 옆에 서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는.
그렇게 각자의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진호윤의 ‘투정’이 시작된 것이다.
모두가 숨죽이고 집중하고 있던 일기당천의 혈투에서 갑자기 시작된 진호윤의 추잡하고 노골적인 투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운데서 보고 있던 장백서는 눈살을 찌푸리는 걸 넘어 정색하고는 말했다.
그딴 것들이 어째서 네 강함의 근거가 되어야 하냐고.
“유한이와 네 녀석이 비무를 봤을 때…… 솔직한 말로 난 감탄했다, 그 정도로 네 녀석의 사일검법은 뛰어났으니까.”
고작 열 여덟의 나이.
명문정파의 제자도 일류에 도달하면 훌륭하다 칭찬받을 나이에 일류를 넘어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것도 모자라 상승검법인 사일검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모습은 장백서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천하무림은 넓고 그만큼 재능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다시 실감하게 해 준 것이 진호윤이었다.
“네 녀석이 이룬 그 경지, 결코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경지였을 거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단련하고 수없이 연마한 끝에야 도달한 절정의 경지.
그리고 그렇게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진호윤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네놈이 강함이라는 것이, 무[武]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지…….”
굳세다는 의미에서 무[武] 바른 형태라는 의미에서 무[武]였다.
“그걸 아는 놈이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거냐!?”
사자의 그것과 같은 거친 노호성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 있는 평원을 뒤흔들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대지가 떨리고 모래먼지가 절로 튀어 오를 정도였다.
예상치 못한 장백서의 노호성에 진호윤조차 놀랐는지 당장이라도 튀어오를 것 같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를 보고 있었다.
“죽이는 건 간단하다, 하지만 이대로는 내 성이 풀리지를 않아!”
그렇게 말한 장백서는 등 뒤에 도열한 두 자루의 어기성강을 무산시켰다.
그렇다고 검을 뽑지도 않은 채 완벽한 적수공권으로 말했다.
“덤벼라, 진짜 무[武]가 뭔지, 격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 주마.”
그리고 그렇게 빈 손을 보여 주고 이내 덤비라는 듯이 까딱거렸다.
“아…… 으, 으으으윽!!! 아아아아악!!!”
그 더할나위 없는 도발에 괴성을 지르면서도 진호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루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굴욕적인 순간이었지만 어찌되었던 그 결과 장백서는 저렇게 어기성강을 해재하지 않았는가?
어기성강의 무시무시한 힘 앞에서는 손도 발도 내밀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유린당한 진호윤이었지만 직접 맞붙는 거라면, 그것도 적수공권으로 맞붙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뭐니뭐니 해도 그의 흑자창기공은 단 일격이라도 제대로 맞추면 한번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무공이었으니까!
“캬아아아아아아악!!!”
그런 속내를 목안으로 삼키며 진호윤은 지체없이 뛰어들었다.
짐승의 움직임과 무인의 경공의 그 중간에 있는 그 기이한 움직임에 보통 무림인들이라면 당황할 법도 하건만……
“흥!”
장백서의 눈에는 동요는커녕 자그마한 감정의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쾅!
유성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진호윤의 공격을 피한 장백서에게 튀어오른 흙먼지를 연막삼은 흑자창기공의 후속타가 한치 틈도 없이 쏘아졌다.
하지만……
스윽!
피할 길 없는 완벽한 기습으로 보였던 진호윤의 공격을 장백서는 너무나도 가볍게, 그리고 절묘하게 피해 냈다.
실로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자신의 공격을 피해 내는 장백서의 모습에 당황한 진호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세를 늦추지는 않았다.
콰콰콰!!
땅거죽을 뒤집어 엎고 그대로 박혀들어간 다리를 차올려 다시 한 번 흙먼지의 분류를 일으키고 차올리는 다리에서 뻗어 낸 흑자창기공의 기운으로 장백서를 노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장백서는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 공격을 피해 냈다.
“이이이익!!!”
마치 스쳐 지나가는 나비를 스윽 비켜서 피하는 것 같은 장백서의 움직임에 진호윤은 이가 갈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한 번 잡은 공격의 기세를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콰콰콰콰쾅!!
쿠웅!!
콰지지지지직!
때리고 차고 후려치고 꿰뚫는다!
이제껏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몸에 익힌 흑자창기공의 진수를 모두 펼쳐 낸 진호윤이었으나……
“이게 단가? 흥, 네놈 인간성만큼이나 얄팍한 실력이군.”
“끄아아아아아악!!!”
그 어떤 공격도 장백서의 털끝 하나 스치지 못했다.
괴성을 지르는 와중에 진호윤의 머릿속에는 사실 지금 눈앞에 있는 장백서가 허깨비나 유령이 아닐까 하는 터무니없는 의문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장백서의 움직임은 진호윤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내 직접적인 공격을 막아 내는 건 그렇다고 쳐, 하, 하지만 흑자창기공의 기운의 공격은, 움직임에 동반되지 않는 독자적인 공격은 도대체 어떻게 피하는 거란 말이야!?’
이번 천라지망에서 몇 명이나 되는 초절정 고수를 상대한 진호윤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진호윤의 짐승과 같은 직접적인 공격은 막고 피해 냈지만 대부분이 이 기습적인 흑자창기공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해 그 명을 달리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도대체 장백서는 어떻게 이 모든 공격들을 다 피해 낼 수 있는 것인가!?
풀리지 않는 의문속에 낑낑대는 진호윤이었지만 아마 그가 그 해답을 아는 날을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백서가 회귀하기 전 세상에서 흑자창기공을 익힌 이들을 몇 명이나 장사지내 줬다는 사실을 그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고작 몇 주 정도 흑자창기공을 익힌 것이 아닌 훨씬 긴 세월동안 흑자창기공으로 살육을 자행한 이들을 말이다.
당연 그들이 쓰는 흑자창기공의 수법은 진호윤의 그것보다 몇 수는 앞서 있었고 그 모든 걸 이겨 내고 그들의 목을 친 장백서에게.
진호윤이 나름 회심의 수랍시고 사용하는 모든 공격들이 시시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결정적으로 진호윤 본인은 흑자창기공의 피상공격이 움직임을 동반하지 않기에 전조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게 또 그렇지가 않았다.
아무리 움직임을 동반하지 않는다 해도 강한 힘의 작용에는 그 반동을 버티고 상쇄시켜 줄 포대가 필요한 법이었다,
이 경우에는 진호윤의 몸이 그 포대역할을 해 주었다.
당연 흑자창기공의 공력만을 이용한 공격이라 해도 그 힘이 몸을 축 삼고 있는 한 공격의 하중은 진호윤의 몸에 걸릴 수밖에 없고 바보같이 바닥을 구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호윤은 본능적으로 몸에 걸린 하중과 체중의 배분을 위한 작음 움직임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발이었다.
흑자창기공의 공력만을 이용한 공격의 부위와 위력, 그리고 그 정확한 순간과 궤도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속된 말로 진호윤의 발을 읽는 것으로 팔 할 이상은 파훼되는 것이었다.
장백서는 이러한 일련의 기술을 속된 말로 ‘발을 읽는다’고 해서 독보[讀步]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진호윤의 모든 공격을 독보로 너무나도 간단히 피해 낸 장백서는 이내……
“보여 줄 수 있는 재주는 슬슬 다 보여 준 것 같으니 이제 내가 공격하겠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쉬익!
스걱!
“억!?”
부지불식간에 장백서의 손날이 휘둘러졌고 그 공격은 진호윤의 가슴팍을 크게 베어 버렸다.
“분위기상 주먹으로 흠신 두들겨 패는 게 맞겠지만 아쉽게도 권법이나 장법이 검법보다는 못해서 말이야, 자신의 강한 것으로 적의 약한 것을 제압한다, 무의 기본이잖아?”
말안듣는 어린애를 타이르는 듯이 말한 장백서의 손날이 계속해서 진호윤의 몸을 베어 갔다.
촤촤촤촤촥!
“끄아아아아아아악!!!”
이제껏 수많은 고수들의 공격에서 그를 지켜 주었던 흑자창기공이 고작 손날에 찢기고 그 아래 피륙까지 난도질당하는 상황에 진호윤은 그저 비명을 지르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든 공격을 피하고 역공을 가해 보려고도 했으나……
콰아아아아앙!!
“커헉!?”
스쳤을 뿐인 상처에서 갑작스레 벽력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굉음이 들리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충격에 튕겨져 날아갔다.
“조금 얕았군, 강혼의 기운이 제대로 들어갔으면 피륙이 통째로 증발했을 터인데…….”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자신의 손끝을 보고 그리 중얼거리는 장백서의 모습에.
처음에는 분노와 증오로 들끓던 진호윤의 마음속에 점차 하나의 감정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포.
압도적인 존재에 대한 순수하고 저항할 수 없는 공포였다.
장유한과의 대련에서 경험했던 그것과 꼭 빼 닮은 공포에 진호윤의 몸이 달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꼴사납기는, 그토록 많이 죽여 왔으면서 이제 자신이 죽을 때가 되니 두렵기라도 한 건가?”
자신을 경멸하는 장백서의 눈을 보면서도 진호윤은 공포에 삼켜져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쯧! 이제 됐다, 네놈에게 무니 격이니 화풀이니 쓰잘대기 없이 열을 올렸던 내가 다 한심해지는군, 이제 그만 끝내자.”
그리 말한 장백서는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진호윤에게 걸어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촛불에 녹아내리는 촛농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신의 모습에 공포에 잠겨 있던 진호윤의 생존본능이 고개를 짓쳐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마지막 발악으로 자신에게 남은 모든 흑자창기공의 기운을 모아 다가오는 장백서를 향해 쏟아부었다.
콰콰콰콰콰쾅!!!
들판에 굉음이 울려퍼졌고 치솟은 흙먼지가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
“해, 해치웠나!?”
하늘 끝까지 터져 올라간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그것을 헤치고 나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광경에 희열에 젖은 얼굴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진호윤이었으나……
“어딜 보고 있는거냐?”
“어?”
목소리는 진호윤의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진호윤은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뒤로 돌아와 있는 장백서와 그의 손에 들린 새까만 금속조각을.
그것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복부에 상처가 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진호윤은, 그럼에도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는 장백서의 초절한 수에 놀랄 틈도 없이 그의 손에 들린 금속 조각을 보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건…… 아아……!”
파캉!
금속 조각, 흑자철을 보고 진호윤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장백서는 막대한 공력을 집중시켜 흑자철을 그대로 분쇄해 버렸다.
막대한 공력에 의해 부서지고 증발해 버린 흑자철은 그렇게 쇳가루 한줌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완성되었던 흑자창기공의 기운 역시 눈 녹듯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진호윤이 눈 녹아내리듯이 허물어져 무릎을 꿇었다.
파사사사삭!
금공에게 자신이 평생동안 키워 온 공력의 대부분과 생명력에 정력까지 빨린 진호윤의 말로는 비참한 것이었다.
젊은 청년의 그것이었던 진호윤의 피부 위로는 마치 곧 부숴질 얼음장처럼 무수한 실금이 퍼져 나가 있었고 생명의 등불은 그 심지를 잃고 위태롭게 꺼질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빈 거죽만 남기고 주저앉아 있는 진호윤에게 다가간 장백서가 물었다.
“네놈에게 흑자창기공의 위치와 흑자철을 넘긴 이가 누구냐?”
그가 숨을 거두기 전, 이 모든 일을 꾸민 흑막을 캐낼 생각이었지만……
“친구가…… 친구가 가르쳐 줬어…… 흑자철도 그 녀석이…… 그런데 글쎄…… 나는 친구……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어땠을까? 분명 함께 한 기억은 나는데…… 얼굴은커녕 이름도 어디 소속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그 녀석에 대한 기억만 검은 먹으로 덕지덕지 칠해 놓은 것처럼…….”
주저앉아 있는 진호윤은 모든 걸 체념한듯 장백서를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곧 다가올 죽음의 앞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진호윤의 모습에 그가 이제와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느낀 장백서는 작게 혀를 찼다.
‘사술이나 환술을 사용한 건가? 성가신 짓을…….’
마음 같아서는 환술이나 사술을 푸는 전문가에게 진호윤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시진은커녕 일각이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는 진호윤을 데리고 어디 있을지도 모르는 전문가를 찾아가는 건 현실성이 없었다.
그렇게 장백서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진호윤은 그저 멍하니 땅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자신을 속인 친구에 대한 증오도, 자신의 생을 끝낸 장백서에 대한 분노도, 그렇다고 자신의 손에 희생된 불쌍한 이들에 대한 죄의식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저 공허하게 비어 버린 눈으로 그 무엇도 보고 있지 않은 진호윤, 그에게 그나마 하나 남은 망념이 있다면 끝나는 순간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함 뿐이었다.
‘이제 그만…… 자자.’
아직 조금, 아주 조금 생명의 불꽃이 남아 있었지만 어차피 순간이었다 모든 걸 체념한 진호윤이 눈을 감고 자신의 죽음을 조금 앞당기려는 순간……
“진호윤!!!!!!!!!”
체념과 회의만이 가득 찬 들판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허하게 비어 버려 아무것도 보지 않던 진호윤의 눈이 급히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쫓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형?”
그의 사형, 진호풍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