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5
115.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다
“네 사람 다 괜찮느냐!?”
“화, 화 대협!”
“너, 너무 늦었다구요!!”
“이제야 한시름 놓겠네요…….”
“……훌쩍.”
장백서에 이어 자리에 도착한 화목연을 보고 이제야 자신들이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을 실감한 네 사람이었다.
“형님, 네 사람을 부탁합니다.”
“그래, 맡겨 둬라.”
네 사람을 화목연에게 맡긴 장백서는 비척대며 몸을 일으키는 마두, 아니 진호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자, 잠깐 화 대협!? 장 대협을 저렇게 혼자 싸우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자신들과 화목연을 남겨 두고 홀로 진호윤을 향해 걸어가는 장백서의 모습에 여위하가 다급히 화목연에게 물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호소하는 여위하의 모습에 화목연은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우,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무,물론 장 대협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건 대단한 일입니다!”
사실 단순히 대단하다는 한 마디로 퉁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천에서 서안까지, 계속해서 장백서와 붙어 그를 상대하며 그의 대단함을 피부로 느낀 세 사람은 마음속에서 어렴풋이 의심은 하고 있었다.
사실 장백서가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장백서가 강기공.
그것도 강기공에서도 상위의 수법인 어기성강을 쓰는 것으로 스스로가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대단한 일이었다.
천하무림이 알면 희대의 천재라고 추켜세워 줄 일이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호윤을 상대로 혼자 싸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천라지망 속에서도 무수한 무림의 고수들을 죽인 괴물입니다! 하물며 거력쌍부 대협과 총공격대의 공격에서도 살아서 도망쳤다구요!? 저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화목연 대협이 훨씬 잘 알지 않으십니까!?”
필사적인 얼굴로 장백서를 도와 달라 말하는 여위하를 보고 화목연은……
“알아.”
“아, 안다면 어째서……!?”
“처음 봤거든, 저런 표정.”
“네?”
그렇게 말한 화목연은 마치 그리운 추억을 회상하는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마차 하나 지나갈 길 밖에 없는 첩첩 산중에서 초절정 고수를 동반한 악적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도, 건방진 사파의 도련님이 개짓거리를 벌이는 걸 봤을 때도, 수수께끼의 초고수와 도망갈 길 없는 배 위에서 싸우려는 순간에도, 산에 발이 묶여 결코 도망칠 수 없는 싸움을 했을 때도, 그리고 모든 걸 다 쏟아내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몇이나 되는 사파의 초절정 고수들에 둘러싸였을 때도…….”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여위하가 당황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목연은 말을 이어 갔다.
“동생의 저렇게 화난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화, 화난 모습이라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뭐, 보고 있으라구, 적어도 난 말이다, 저 녀석이 지는 모습 따위는 옛날은 물론 지금도 상상조차 할 수가 없거든?”
“네?”
“지금 저 앞에 있는 사내가 정말 말도 안되게 강하다는 말이다.”
유유히 걸어가는 장백서를 보며 말하는 화목연의 눈길을 따라, 여위하는 물론 자리에 있는 모두가 눈으로 쫓았다.
그 남자의 등을.
비틀
속이 울렁거린다, 머리는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멍하고 팔 다리는 미친 듯이 후들거린다.
하지만 몸을 일으켰다.
괜찮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충격이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아직 힘도 얼마든지 남아 있다.
그러니까……
“호오? 회복이 빠르군, 과연, 절세의 금공은 다르군.”
진호윤은 자신을 마치 ‘품평’ 하듯 그렇게 밀하는 장백서를 보고 속에서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둡고 끈적끈적한 추악한 부의 감정이 폭발해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주……. 죽, 주…… 죽여…… 주겨!!!!”
분노를 디딤돌 삼아 허리를 세우고 자신을 노려보는 진호윤의 모습을 보고 장백서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으……
“아니, 네놈 같은 버러지를 상대로는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지.”
명백히 조소의 의미를 담아 혼잣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이미 정신이 반쯤 맛이 가 있음에도 그가 자신을 모욕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
악귀의 단말마 같은 기분 나쁜 표효성과 함께 진호윤은 장백서에게 달려들었다.
그 도약의 기세가 얼마나 강했는지 아무래도 그가 처박혀 뒤집어 엎어져 있던 땅거죽이 다시 한 번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자신을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뛰어드는 진호윤의 모습을 보면서도 장배서는 손은커녕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방해도 없이 진호윤의 공격이 장백서에게 닿을 것 같은 순간!
쉬이이이이이이이이잉!!!
키이이이이이이이잉!
처음 그를 바닥에 처박아 버렸던 어기성강이 어디선가 쏜살같이 날아와 그에게 꽃혔다.
장백서가 만든 어기성강, 천추진마검강[天追眞魔劍罡]은 허공에 떠 주인을 지킬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날아와 정확히 진호윤에게 작렬한 어기성강.
하지만 진호윤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어기성강이 날아드는 순간 양손을 합장하듯이 모아 어기성강이 자신의 몸에 박히는 것을 막은 것이다.
물론.
콰지지지지지지지직!
그렇다고 해서 어기성강의 기세를 죽이지는 못해서 양 손으로 어기성강을 막아 낸 자세 그대로 다시 땅에 처박혀 수십장을 바닥을 갈아엎으며 밀려갔지만 말이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옥!!!’
필사적으로 막아 낸 어기성강를 위로 쳐 날린 진호윤은 그대로 다시 장백서에게 달려들었다.
수십장이나 떨어진 거리였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두 사람.
장백서와 진호윤에게 있어 수십장의 거리는 한 두 발자국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뛰어들어 장백서에게 흑자창기공의 기운을 박아 넣는 것 보다 그가 쳐 날린 어기성강이 다시 그를 쫓는 속도가 월등히 더 빨랐다.
벌려진 거리의 반을 채 좁히기 전에 뛰어오른 진호윤의 몸이 다시 한 번 어기성강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카캉!!
그리고 어기성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묵색의 어기성강은 허공을 종횡무진하며 연신 진호윤을 공격했고 몇 번이나 빠져나가려 한 그였지만 결국에는 땅에 처박혀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어기성강의 공격은 빠르고 동시에 강했다.
끊임없이 어기성강의 연타에 두들겨 맞은 흑자창기공의 기운은 이제껏 모아 왔던 것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빠르게 소진되어 갔다.
하지만 그것이 역설적이게도 진호윤에게 한 줄기 생로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흑자창기공을 익힌 자는 끊임없이 타인과 정력과 생기를 갈구하게 된다.
애초에 흑자창기공의 그 기운 자체가 타인의 생기와 정력을 끊임없이 탐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는 힘이었고 생기와 정력이 부족하면 할수록 광기와 식욕은 강해져 간다.
그렇다고 정력과 생기를 잔뜩 취하면 또 그건 그것대로 흑자창기공의 기운이 너무 강해져 정신이 침식되어 버린다.
진호윤 역시 현재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백서의 어쩔 도리 없는 압도적인 맹공이 그의 흑자창기공을 빠르게 깎아내 갔고 그러는 와중 흑자창기공의 광기와 진호윤의 이성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순간이 온 것이다.
즉, 이전까지의 짐승 같은 사고가 아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추격의 맥을 끊어야 한다!’
답은 명확해고 그를 위한 행동 역시 빨랐다.
진호윤은 어기성강이 자신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상황을 유도했다.
그리고 그것을 피하고 다음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하아아앗!”
어기성강의 공격으로 일 차로 뒤집어 엎어진 땅을 전력으로 후려갈겨 장백서 쪽으로 날렸다.
연속된 충격에 굉음과 흙먼지를 동반한 분류가 장백서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바라는 것이었다.
보기에는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은 어기성강이지만 그래 봤자 그 정체는 결국 강기공이었다.
즉,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장백서라는 것!
아무리 뛰어난 기감을 가졌다 해도 이렇게 떨어진 거리에서 한 순간 눈이 가려진다면 분명 그 추격에 틈이 생길 터였다.
콰쾅!!
‘역시!’
과연,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은 것인지 한 순간 어기성강의 공격이 주춤했고 진호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튀어 나갔다.
장백서를 향해 뿜어진 흙먼지 속을 전속력으로 뛰어나가는 그의 뒤로 묵색 어기성강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왔다.
흙먼지의 분류 너머, 그 속을 일직선으로 내달려 자신에게 오고 있는 진호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장백서는……
“재밌군, 좀 더 해 봐라.”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그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푸화아아아아아아악!!!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
분류를 뚫고 나온 진호윤이 장백서의 코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푸확!
“케흑!?”
‘두 자루’ 째의 어기성강이 대형육식 동물처럼 뛰어들던 진호윤의 등을 꿰뚫어 버리고 그대로 땅에 박혀 들어갔다.
“으겍!? 커헉!? 어어억!!”
“어기성강이 한 자루뿐이라고는 말 한 적 없었을 텐데?”
“으아아아아아아악!”
박제된 벌레마냥 어기성강에 꿰뚫려 바닥에 고정된 자신을 정말 더러운 벌레라도 내려다보듯이 보는 장백서의 모습에 진호윤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무한정 치솟아 올랐다.
그렇기에 고통을 도외시하고 흑자창기공의 힘을 모아 왼팔을 휘둘렀으나……
서걱!
“어어어……!?”
어느새 나타난 첫 번째 어기성강이 휘둘러지던 진호윤의 팔을 깔끔하게 잘라 버렸다.
갓 잡은 활어마냥 허공으로 튀어오르는 자신의 왼팔을 보면서 멍해진 진호윤이었지만…… 그에게는 그럴 틈이 없었다.
왼팔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그를 바닥에 박아넣은 어기성강이 그를 꿰뚫고 바닥에 박힌 그 상태 그대로 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쿠에에에에엑!?”
몸이 양단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어기성강을 남은 손으로 꽉 잡은 진호윤이었지만 어기성강이 움직이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그렇게 진호윤은 두 조각 나는 사태만은 막기위해 어기성강을 잡은 어정쩡한 자세로 뒤로 날려갔다.
촤아아아악!
처음 그를 처박은 그곳으로 진호윤을 날려 버린 어기성강은 어느새 그의 몸에서 뽑혀나와 자신의 주인이 있는 장소로 되돌아간 뒤였다.
“우웩! 커어어어억 끄윽!?”
일각도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사 일간 천라지망에서 입은 상처보다 더 막대한 부상을 입은 진호윤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몸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흑자창기공의 재생은 진짜 재생이라기 보다는 흑자창기공의 기운이 상처단면에 스며들어 잘린 환부를 강제로 접착 고정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장백서의 연속되는 맹공에 진호윤의 육체는 내외부로 이미 걸레짝이 된 지 오래였다.
특히 어기성강이 배에 박혀들어간 게 치명적이었다.
박히는 순간 어기성강에서 터져나온 경력이 그의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발겼고 오히려 이런 공격을 했음에도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아니 흑자철이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모든 것이 장백서의 의도대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런 놓고 간 물건이 있군?”
등 뒤로 두 자루의 어기성강을 도열시킨 장백서는 그렇게 말하며 잘려 떨어진 진호윤의 왼팔을 발끝으로 차 올려 잡아챘다.
그리고.
“가져가라.”
그것을 그대로 집어던졌다.
무슨 특별한 수도 쓰지 않고, 어떠한 협상을 할 생각도 없다는 듯이, 농가의 아낙이 지나가는 마을사람에게 수확한 야채라도 던져 주듯이 가볍게 말이다.
털썩!
던져진 진호윤의 왼팔은 허공을 날아 바닥에 머리를 박고 괴로워하는 진호윤의 왼편에 떨어진 뒤 쓰레기처럼 뒹굴었다.
“으…… 으으으!!!!”
몇일 굶은 거지마냥 황급히 자신의 왼팔을 주워든 진호윤은 급히 그것을 다시 자신의 팔에 붙였다.
치이이이익!
“으으…… 으으으으…… 으으으으으윽!!!”
왼팔이 붙자 진호윤은 이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부모에게 혼난 아이같이, 혹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죄인과 같이.
“내가…… 내가 이 힘을 어떻게 얻었는데…… 내가 이 힘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데……!!!”
물론, 그가 처음에 원한 것은 이런 저주받은 힘이 아니었다, 최강의 신공, 도저히 이길 수 없었던 장백서를 쓰러트리기 위한 힘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리되었고 끝내 이 힘을 가지고 이렇게 장백서와 싸우게 되었다, 흑자창기공의 광기에 잠식된 상황에서도 진호윤은 내심 자신이 있었다.
몇이나 되는 초절정 고수들을 죽이고 그 힘을 빼앗은 자신이었다.
섬서 십대 고수와 무수한 초절정 고수들에게 둘러싸이고도 분전한, 끝에 살아남은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장백서를 이길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결과는 어떠한가?
무수한 사람을 죽이고 그 생기와 정력을 갈취하고 종남의 이름을 더럽히고 끝내 인간의 길마저 벗어나 손에 넣은 힘임에도……
그럼에도 장백서에게는 닿지 않았다.
“억울해…… 어째서!!!? 이딴 건 너무 불합리하다고!!!”
진호윤의 추악한 불평불만에 평원의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공감하지도 또한 동정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호윤의 모습에 가장 분노한 것은 바로……
“네가 행한 악행과, 죽여 온 사람들의 목숨이 어째서 네 녀석 강함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 거지?”
장백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