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4
114. 죽지 않을 정도로만 죽여 주마
공공단과 신력부, 거기에 강력한 항마와 파사의 기운을 가진 항룡복호권과 금혼복마공.
생명을 깎고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넣고 거기에 천운에 가까운 행운적 요소가 겹친 끝에 완성된 여위하의 연격.
그 연격이 끝끝내 진호윤의 팔을 덮고 있던 흑자창기공을 날려 버렸고, 한 순간이지만 그의 팔뚝이 멘 살을 드러났다.
절독을 하독할 이 절호의 기회를 당악소는 놓치지 않았다.
당악소의 손에서 비수가 날아가려는 순간!
스윽!
찰나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너무나도 짧은 틈에 진호윤이 반의 반보 가량 움직였다.
“!?”
움직임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작게 몸을 떠는 것에 가까운 움직임이었지만 그 움직임의 결과.
맨 살이 드러난 진호윤의 팔이 팔사적인 공격으로 그의 흑자창기공을 벗겨 낸 여위하의 몸에 가려졌다.
이제껏 그에게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기에 자신을 무시하고 있을 거라는 당악소의 무른 생각과 달리.
진호윤은 이 싸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당악소와 그녀가 숨기고 있는 절독이 발린 비수를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찰나라 부르기에도 너무 짧고 순간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그 시간속에서 마치 세상이 멈춘 듯 당악소의 의식은 가속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끝이 없을 것 같은 상념의 끝에 떠오르는 것은 어느 한 기억이었다.
장백서와 특훈을 하던 중의 일이었다.
“당소저는 추혼비를 사용할 줄 아십니까?”
추혼비[追魂首]
당가의 상승암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터득해야 하는 수법이자 당가의 암기술을 천하 일절이라 불리게 만든 원동력이 바로 추혼비였다.
“아직 못하는 거예요, 애초에 추혼비는 절정의 경지에는 올라야 쓸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암기를 포함한 원거리 무기들의 기술은 크게 나누어 직사와 곡사로 나뉘게 된다.
직사는 이름 그대로 직선으로 던지는 기술로 보통 가까운 거리의 적을 노릴 때 쓴다.
당연히 곡사는 그 반대로 위를 향해 던져 중력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고 떨어지게 하는 기술로 멀리 있는 적을 노릴 때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추혼비는 이 두 가지를 한 수에 담은, 그리고 동시에 뛰어넘은 기술이었다.
직선이나 곡선이 아닌 비정형적인 난선운동을 하는 투척술이 바로 추혼비의 정체였다.
추혼비를 익히게 되면 설령 표적을 방해물이 가리고 있어도 직사로 던진 비수가 방해물의 앞에서 반월을 돌게 해 표적에 적중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직사와 곡사를 오가며 시전자가 원하는 궤도를 따라 투척하는 추혼비는 당가의 사람들 중에서도 최소 절정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이 익힐 수 있는 당가의 비기였다.
하지만.
“반대입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르면 추혼비를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추혼비를 쓸 수 있어야 절정에 오를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당가의 비기이자 동시에 상승 암기법의 기초가 되는 추혼비의 비결은 시간차로 발출하는 경을 암기에 다중으로 담는 것에 있었다.
던져진 암기에 시간차의 다중 경을 담아 날리는 것으로 비수는 날아가는 도중 터지는 경력으로 직선에서 곡선으로 자유 자재로 그 궤도를 바꾸는 것이었다.
“하나의 비수에 서로 다른 방향성의, 그것도 시간차로 터지는 경을 담는 건 확실히 힘든 일이죠, 하지만…….”
그렇게 말한 장백서는 예시로 보여 주고 있던 암기에 묵색의 검기를 피워 올려 보였다.
“그 정도도 못하면 검기를 다루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죠.”
그 뒤로 당악소는 매일같이 추혼비의 훈련을 해 왔다.
지금까지 추혼비의 성공율은 겨우 이 할 정도.
하지만.
‘지금 여기서, 지금 이 순간 해내지 않으면 이제껏 쌓아 온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생에 다시없을 절체절명의 위기.
칼날의 끝보다 예리하게 벼려진 당악소의 사고는 끝없이 늘어지는 사고의 가속안에서 이제껏 없었던, 그리고 이후로 다시 없을지도 모를 집중력으로 비수를 날렸다.
손끝을 떠나 허공을 나르는 비수의 뒷모습이 마치 멈춘 듯이 보였다.
비수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날아 여위하의 몸을 지나 마두의 머리위를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팟!
마치 흐르던 강줄기가 절벽을 만나 폭포가 되듯이.
혹은 나르는 매가 먹이를 발견하고 땅으로 내리 꽂히듯이.
마두의 머리위를 지나던 비수는 급격히 그 궤도를 틀어 아래로 내리꽂혔다.
“!?”
그리고 이 말도 안되는 궤도 변화에 진호윤 역시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먹이를 노리는 매같이 떨어지는 비수는 정확하게 피부를 드러낸 그의 팔을 향해 내리꽃히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진호윤은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피했다!’
직선 궤도로 그대로 그의 팔을 노렸다면 분명 피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혼비를 이용해 날린 한수는 여위하의 몸을 피해 살짝 위를 향해 곡선으로 투척되었고 그렇게 생긴 지극히 짧은 시간이 진호윤이 비수를 피할 틈을 만든 것이었다.
진호윤은 웃었다.
이들이 감춰둔 마지막 어금니가 이렇게 허사가 되었으니 그들에게 남은 수는 없을 터, 이제 자신은 그들을 천천히 가지고 놀다 죽이면 그만이었다.
팅!
촥!
“……!?”
하지만 진호윤이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당악소가 시간차로 던진 또 하나의 비수가 진호윤이 피한 절독의 비수를 쳐냈다.
그렇게 튕겨나온 비수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그리고 또 허무하게 진호윤의 팔을 긁고 지나갔다.
‘이겼다!’
당악소는 희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로 지금 진호윤의 팔을 스치고 지나간 비수의 독은 치명적인 절독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꽃힐 필요도 없이 지금처럼 살짝 스치기만 해도 눈꺼풀 다섯 번 깜빡일 즘에는 죽는다 해서 그 이름도 살선오약독[殺䁡五掠毒]이었다.
그렇게 당악소는 물론 이 기적적인 광경을 목격한 모두가 찰나의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퍼억!
“……뭐?”
“무슨…….”
“자기 팔을……!?”
믿을 수 없게도 진호윤은 자신의 팔에 비수가 스친 바로 다음순간 흑자창기공의 기운을 이용해 비수가 스친 곳과 그 근처의 살을 통째로 뭉게서 뜯어내 버린 것이었다.
푸슉!
살점이 뭉텅이로 뜯겨져 날아간 부위로 심각한 출혈이 발생했으나 곧 흑자창기공의 기운이 환부를 둘러싸더니 마치 상처부위를 불로 지지기라고 한 듯 그대로 환부가 오그라 들어 들러붙었다.
그렇게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진호윤의 팔뚝살은 고작 눈 몇 번 깜빡일 시간에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그럴 수가…….”
당악소의 기술에는 흠도 실수도 없었다.
추혼비를 완벽히 성공시켰으며 동시에 그가 피할 것을 대비해 두 번째 공격을 깔아 끝내 하독에 성공했다.
다만 그녀가 간과한 것은.
눈 앞의 시커먼 진흙 같은 호신기를 둘러싼 저 존재가 그들의 상식을 벗어난 괴물이라는 것이었다.
“아직……!!”
“안 끝났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당악소가 주저앉은 그 순간.
정궁과 여위하는 곧바로 진호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두 사람이 마두와 싸우기 시작한 후로 꽤 시간이 지났고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어!?”
“억!?”
그나마 그들이 진호윤과 싸울 수 있게 만들어 준 공공단의 약효가 끊겨 버린 것이다.
약효가 끝나는 순간 마치 등 뒤에 날개가 돋힌 듯 가벼웠던 몸은 수천근의 무게추가 달린 듯 급격히 무거워졌고 속에서부터 끊임없이 솓아나던 기운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남은 것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탈력감뿐이었다.
퍼억!
그렇게 삽시간에 힘을 잃은 두 사람은 진호윤이 귀찮은 듯 휘두른 손짓 한 방에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못하고 튕겨져 나가 뒹굴었다.
“몸이…… 안 움직여…….”
“빌어먹을……!”
특히 상태가 심각한 것은 여위하였다.
정궁은 몸이 생각대로 안 움직이는 정도였지만 여위하는 신력부와 공공단을 동시에 사용한 부작용으로 손끝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자신을 귀찮게 하던 두 사람이 완전히 무력화됐음을 확인한 지호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유한을 향해 걸어갔다.
애초에 그가 용무가 있는 건 장유한 단 하나뿐이었고 이들처럼 먹을 것도 별로 없는 이들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렇게.
아무 거칠 것 없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진호윤의 모습에, 절망해 주저앉아 있던 당악소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도망가세요 장 소협.”
“저, 저는…….”
장유한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세 사람이 사력을 다해 싸우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있으면서도 그는 공포에 몸이 굳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죄책감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장유한을 보고 당악소는 상냥하게 미소 지어 주었다.
“괜찮아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러니 도망치세요, 도망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더 강해지는 거예요, 만약 여기서 당신이 죽으면…… 저희들이 장 대협을 볼 낮이 없지 않겠어요?”
상냥한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한 당악소는 고개를 돌리고 한점 미련도 망설임도 없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진호윤과 마주섰다.
슥
창!
허리춤에서 암기수법을 위한 것이 아닌 근접전을 위한 두 자루 단검을 꺼내든 당악소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진호윤에게 겨누었다.
“사천당가의 종가, 가주 직계의 삼녀 당악소, 절 죽이기 전에는 여기를 지나가지 못할 거예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결사항전을 선언하는 당악소의 앞으로 비척거리는 정궁과 거의 기다시피 해서 움직인 여위하가 걸어왔다.
“쯧, 암기나 쓰는 녀석이 폼잡기는……!”
“후…… 최후에 함께 하는 사람이 당신들 둘이라니……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각각 시답지 않은 말을 지껄인 두 사람은 당악소와 함께 진호윤과 마주섰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 진호윤의 몸을 덮은 흑자창기공의 기운들이 불쾌하다는 듯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담긴 감정은 분노였고 짜증이었으며 동시에 귀찮음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흑자창기공의 기운을 두른 진호윤이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세 사람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처한 그 순간.
쒜에에에에에에에엥!
무언가 굉장히 빠른 무언가가 대기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평원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던 진호윤이 굉음과 함께 옆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뭐……!?”
“저건……!?”
진호윤을 날려 버린 것은 새까만 검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검의 형태를 하고 있는 강기, 묵색의 어기성강이었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이 어기성강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기성강으로 이루어진 검의 그 독특한 형태와 먹과 같은 묵색의 기운을 알고 있었다!
“진호윤, 넌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그리고 이 어기성강을 날린 장본인이 곧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필사적으로 평원을 달려온 것인지 밤 새도록 세 사람과 비무를 펼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그 이마에는 땅방울이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얼굴은 길지는 않지만 동시에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함께한 그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 사형!”
절체절명의 순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형 장백서의 등장에 유한이 닭똥 같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
장백서는 눈물 흘리고 있는 유한이와 엉망이 된 세 세사람을 살폈다.
다행히 상처가 없는 당악소와 유한이와 달리 정궁과 여위하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당장 한 쪽 팔에 심각한 관통상을 입은 정궁과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여위하는 단순히 육체만이 아니라 기운도 심각하게 쇠해 있었다.
그들을 안심이라도 시켜주듯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고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인 장백서는 이내 고개를 돌려 백팔십도 변한 수라와 같은 얼굴로 진호윤을 노려보았다.
“돌아오고나서 약 사 년…… 사 년의 시간을 통틀어서 날 이렇게 화가 나게 만든 건 네놈이 처음이다, 정말 대단해, 비꼬는 게 아니야. 어떤 의미에서는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회귀하고 지금까지 사 년, 수 없이 많은 위기, 그리고 적들을 상대하면서도 그를 이렇게 화가 나게 만든 건 진호윤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건 화풀이다, 알겠나? 방금 그 일격으로 네놈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는 내 분이 풀리지 않아, 그러니까…….”
장백서는 어기성강에 튕겨져 나간 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진호윤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 분이 풀릴 때까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죽여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