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
014. 금현아라는 아이
야심한 새벽, 금조상단 안가의 깊숙한 곳 비처에서 한 명의 소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몽롱한 눈으로 그저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괴로워…….’
소녀의 이름은 금현아, 사천에서 제일가는 상단인 금조상단의 주인 금가동의 금지옥엽 외동딸이었다.
몇 년 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병에 시달리던 소녀는 이제는 자기 삶에 대해서 체념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정도로 애쓰고 있는지 오늘은 사천에 이름있는 무림인이란 무림인들은 싹 불러와서 자신을 낫게 할 방도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무의미했다.
소녀는 딱히 그것에 실망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대로 그녀는 이미 자기 삶을 체념해 버렸으니까……. 그저 죽기 전까지 이 괴로움이라도 조금 덜어 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숨은 가쁘고 몸은 뜨겁다, 마치 무거운 물속에 빠진 듯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렇기에 머릿속은 한없이 몽롱하다.
어린 나이에 삶을 체념한 소녀에게도 이 육체적인 고통은 너무나도 괴로운 것이었다.
고통이 조금이라도 잦아들면 잠이 들고 심해지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끙끙댄다.
원래라면 이렇게 밤중에 깰 정도로 몸이 아프다면 종을 울려 시비들과 수발을 들 사람들을 불러 도움을 받아야 했으나 금현아는 그냥 그조차도 포기해 버렸다.
그들이 온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부를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제 시야가 아지랑이같이 울렁이기까지 하자 금현아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고통과 어둠만이 가득한 세계 속에서 금현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어째서인지 오늘, 아니 이제는 어제가 되어 버린, 무림 고수들이 모인 자리에 끼어 있던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 소년의 모습이었다.
평범한 모습의 소년이었다, 앳된 얼굴에 비해 덩치가 조금 크기는 했지만 크게 특별한 요소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 소년이 그리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첫 번째는 자신을 보던 눈 때문이었다.
‘따뜻한 눈이었어…….’
이렇게 중병에 시달리고 나서부터 많은 사람이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왔고 그들은 각자 다른 감정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가엾어 했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했다, 십인십색의 다양한 감정이 담긴 눈동자 중에서 그녀를 안심시켜 주는 눈동자는 오직 하나, 자신의 아버지 금가동의 눈뿐이었다.
아니, 뿐이었었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말고 그리도 자신을 안심시켜 주는 눈을 가진 사람은.
그저 가엾어 하는 것도, 그렇다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아닌 마치 자신의 아버지 와도 같은 따뜻한 눈동자 그것이 그녀가 그 소년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진맥 때문이었다.
어제 여러 고수가 모여서 그녀의 용태를 살피기 위해 진맥을 했었다, 각자 자신들이 가진 기운을 그녀의 몸으로 흘려 보내서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물론 그것을 한 이들은 모두 초절정의 고수들이었고 또한 금현아가 아픈 것을 알았기에 결코 금현아에게 충격이나 타격이 없도록 조심스레 진맥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약간의 이물감과 불편함조차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니었어…….’
다만 유일하게 그 소년의 진맥만이 달랐다.
그 소년의 기운은 조금 서늘했다, 마치 손목을 잡고 있는 약간 차가운 그 소년의 손과 같은 기분 좋은 서늘함, 그리고 그 기운은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 안을 내돌았고 그에 금현아는 일말의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했다.
도리어 진맥이 끝난 후에는 병이 생기고 몇 년 만에 개운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기분 좋았지 그건…….’
기분이 좋았던 것이 그 진맥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소년의 손길이었는지는 금현아 본인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소녀가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작은 행복한 기억을 빛 삼아 싸우는 사이 무언가 기분 좋은 서늘함이 이마에 느껴졌다.
‘이건…….’
그리고 소녀, 금현아가 눈을 뜬 앞에는 검은 천을 얼굴에 두른 남자가 그녀의 머리맡에 서 있었다.
“쉿! 큰 소리 내지 말거라, 미리 말해 두는데 결단코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널 도와주러 온 사람이지.”
검은 천을 둘러쓴 남자, 아니 장백서가 입가에 손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손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우라질…… 밤 중에 몰래 들어와서 얼굴에 검은 천을 두른 놈이 퍽도 나쁜 사람이 아니겠다…….’
당장 자신이었으면 문답 무용으로 칼부터 휘두를 거다.
하지만 그런 장백서의 걱정과는 달리 침대에 누워 있던 금현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옳지 착한 아이구나…… 큼!”
어째 이어지는 말도 그, 말이 좀 그렇다, 뭔가 좀 안 수상해 보이는 대사가 없나 장백서가 혼자 골똘하고 있으려니…….
“절…… 도와주신다고요?”
금현아가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약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래, 내 금조상단과 좋은 인연이 있는 사람인지라 너의 이야기를 들으니 도무지 가만있을 수가 없더구나. 그래서 이리 친히 도와주러 왔단다.”
정풍을 두들겨 패러 갔을 때와 같이 신체를 바꾸지는 않았으나 축골공으로 기관지를 조금 조절해서 쇠 긁는 것 같은 기괴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소녀에게는 놀란 기색도, 그렇다고 무서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참 겁이 없고 담이 큰아이라고 장백서가 그리 생각하고 있으려니 금현아가 말을 이었다.
“그럼 절 죽여 주시는 건가요?”
“!?”
순간
장백서는 머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저…… 저 진짜 괴로웠거든요…… 그래도, 그래도 자식 된 도리로 자살할 수는 없으니까…… 여기에 이렇게 있으니 누군가에게 죽여 달라 부탁할 사람도 없고…….”
말을 하는 금현아는 말의 내용과는 달리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이 절 죽여 주러 오신 거죠……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저 진짜……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뭐가 겁이 없고 담이 큰애인가, 회귀 전을 포함하면 이제 사십 년도 넘게 살아온 주제에 무슨 이런 멍청한 착각을 했단 말인가!!
금현아는 겁이 없는 것도 담이 큰 것도 아니다, 그냥…… 그냥 이미 사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니 겁내지 않는다, 그러니 겁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죽여 주러 왔냐고 기쁘게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장백서의 머릿속에는 정말 오만가지 말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어린 놈이 그딴 말 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거냐 같은 꾸중부터 네 아비를 생각해서라도 힘내라는 말이나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훈계까지 그것은 어쩌면 금현아가 아닌 장백서가 소현이에게 하고 싶었던, 혹은 했던 말일지도 모른다.
그 오만가지 말 중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르고 고르던 장백서였지만 이내 전부 버렸다.
자신이 이 아이에게 해 주어야 하는 말은 그딴 것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장백서는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해 주었다.
“넌 살 수 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도, 저도 다 알고 있어요. 제가 얼마 남지 않은 거…….”
“넌 살 수 있다”
“윽! 그딴……! 그딴 말은 이미 몇 명이나 되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한테 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건…….”
“넌 살 수 있다”
“이……!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도대체 몇 명이나! 몇 명이나 몇 명이나! 나에게…… 나에게 무책임하게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아? 내가 그때 마다 몇 번이나 절망했는지 아냐고!? 아무것도……아무것도 모르면 서 내가 어떤 심정으로 죽음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르면서 그딴 말 하지 마!”
“넌 살 수 있다!”
아직 지학(15세)도 되지 못한 나이에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장백서는 알지 못했다, 아니 아마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분노도 슬픔도 장백서는 이해할 수도, 이해한다 어설프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장백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사실만을 말하기로 했다.
그녀는 부정했다, 그리고 말을 돌렸고 이내 분노했다.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자신의 마음이라는 대지에 희망이라는 헛된 씨앗을 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부정하고 말을 돌렸고 분노했다.
그런데도 장백서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건넸다.
사실, 구태여 이런 긴 입씨름을 이어 갈 필요는 없었다, 그냥 반항하면 점혈 짚고 치료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장백서가 이러는 것은 아마도 그녀의 마음을 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회귀 전 끝내 장백서는 어린 사매를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새로운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구한다는 것은 그냥 병을 고친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 마음을 고쳐야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넌 살 수 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말을 다시 한번 전했다.
장백서는 금현아의 마음을 구하고 싶었다, 금현아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희망을 버린 그 마음에 다시 한번 희망이 싹트는 광경을 보고 싶었다.
“제발…… 제발 그만 해요, 이제 더는 그런 헛된 희망을 품고 싶지 않아요…… 너무 괴로워요. 힘들다고요…… 이제 싫어, 아픈 거 싫어, 왜, 흑, 으윽, 왜 나만 이렇게 아픈 거야, 이제 더는…….”
처음으로, 이제서야 처음으로 금현아의 본심에 닿은 기분이 들었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처럼 불합리한 상황에서 투정을 부리고 화를 내면서 불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거면 된 거다.
그것이야말로 아이의 특권이고 누구나가 지나가야 하는 길이니까, 체념이나 죽음을 바라는 것 따위는 결코 본심일 리가 없었다.
눈물로 얼룩진 자기 얼굴을 가리려는 것인지 이불을 끌어 올리고 몸을 애벌레처럼 말고 오열하는 금현아의 머리를 장백서는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살 수 있단다,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하마, 그러니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 주겠니?”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작게, 아주 작게지만 말없이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
한참을 눈물을 흘리던 금현아가 진정하기를 기다리다 진정될 때쯤 되자 장백서는 의자를 하나 가져와 그녀의 침대 맞은편에 두고 앉았다.
금현아는 몸이 편치 않을 것인데도 어떻게든 침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장백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아마 그 힘의 원동력은 그녀의 마음에 다시 싹을 피운 희망일 것이다.
장백서는 그녀가 완전히 진정된 걸로 보이자 말을 꺼냈다.
“너는…… 너는 왜 네 몸이 아픈지 알고 있느냐?”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여러 의원들이 한 가지 말하기를 제가 특이한 체질을 가진 탓이라고 했습니다…….”
금현아의 대답에 잠시 음미하듯이 생각을 하던 장백서가 말을 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로구나.”
“네? 그게 무슨 뜻이죠?”
“확실히 네 병의 원인이 네 체질에 있는 것은 맞으나 그 병의 발병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뜻이란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너와 같은 체질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보통이라면 너처럼 아픈 일 없이 잘 살아간다는 것이지”
“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그럼 그럼 저는 도대체 왜 아픈 건가요? 무엇이 원인으로 저만 이런 병에 시달리는 것인가요!?”
자신의 병이 피할 수 없는 천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탓일까? 금현아의 반응은 격했다.
“후…… 그것을 말하기 전에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원인을 말해 줬다 해도 결코 그 사람을 원망하지 않겠다는 약속!”
“!?”
순간 장백서의 말을 듣고 금현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장백서의 말을 곧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자신이 이런 고통을 겪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