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2
172. 편강의 비밀
“그딴 개수작이 진짜 통할 거라 생각하나?”
미간을 찌푸린 장백서의 물음에 연파월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안 통하면 안 통하는 대로…… 나는 별 상관없어,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하는 애송이들을 일방적으로 찢어발기는 것도 뭐…… 퍽 유쾌할 것 같으니까~”
무슨 즐거운 일이라도 상상하는 듯 미소 짓는 연파월의 모습은 눈가에 아른거리는 귀기가 더해져 더욱 괴이하게 보였다.
장백서는 그런 그의 말이 협박도 농담도 아닌 십할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회귀 전 정마대전[正魔大戰]에서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저런 인간들, 사람 죽이는 게 즐거워서 어쩔 수 없는 살인귀들을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파월 역시 그런 종류의 인간임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일단 내 목적을 위해서라도 놈이 후기지수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장백서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연파월로부터 백천회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그를 확실히 무력화시키고 심문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가 물불 안 가리고 후기지수들이 있는 곳으로 내달린다면 어쩔 수 없이 그런 목적을 포기하고 다른 진행위워들을 불러서라도 최대한 빨리 그를 죽여야 했다.
그리 되면 생기는 피해도 피해지만 결정적으로 심문할 시간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다.
생각을 마친 장백서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했다.
“좋아, 어울려주지.”
“오오…… 뭐야? 생각보다 제법 배포가 큰 놈인걸~?”
다분히 비꼬는 기미가 가득한 연파월의 말을 무시하고 장백서는 이어서 말했다.
“단……!”
“단?”
“네놈도 이 원에서 도망치지 마라, 하긴 니놈도 꼴에 사내자식이라면 본인이 제안한 규칙을 무시하지는 않겠지?”
오만하기까지도 한 장백서의 도발에 연파월이 비틀린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하, 하하! 그래 좋다, 나도 이 원에서 나가지 않으마, 너나 나,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이 안에서 싸우는 거다.”
꽤나 쉽게 대답하는 연파월이었지만…… 장백서는 당연하게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궁지에 몰리면 아마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겠지.’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당당하게 대답한다는 것은 최소 이 원 범위 안에서 싸운다면 자신이 이길 거라는 확고한 자신이 있기 때문일 터였다.
스윽
지익
장백서와 연파월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원을 그리면서 서로를 주시하며 같은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귀신 같은 발걸음으로 연파월을 경계하며 걷던 장백서는 지금까지 얻은 연파월의 정보를 하나 하나 머릿속으로 정리해갔다.
‘아무리 놈이 외도의 방법으로 공력을 늘렸다 해도…… 그런 무지막지한 편강을 사정없이 휘둘러댔음에도 지치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편강의 그 크기나 움직임을 봤을 때 단순히 막대한 공력으로 크기를 불린 것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강기의 밀도를 줄여서 그 크기를 부풀렸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위력이 줄었어야 할 것인데…… 어째서 저만 한 위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강기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강기공 중에서는 꽤나 흔한 수법이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형태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크기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 역시 그다지 드문 수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같은 양의 공력을 담은 강기를 줄이거나 늘리면 그 밀도 역시 변하기 마련이었다.
크기를 줄이면 당연 밀도는 올라가고 위력 역시 상승한다, 반대로 크기를 늘리면 밀도는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위력은 떨어지게 된다, 어느 쪽이든 일장일단이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연파월의 편강은 명백히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놈의 편강을 어기성강으로 쳐 냈을 때 무언가 닿는 느낌이 기묘했다……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건데…….’
주의해야 할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연파월은 이제껏 오른손 박도로만 편강을 사용하고 있었다.
왼손에 쥔 박도는 그저 축 늘어트린 자연체로 일관하는 것이 척 보기에도 ‘나 무언가 숨겨놓은 수가 있소!’ 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단순히 쌍도, 아니 이 경우에는 쌍편을 휘두르다 서로 얽힐 경우를 염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백서가 보기에는 십할 무언가 숨긴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일부러 원을 그리고 걸으며 노골적으로 품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 너무 수상해.’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연파월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했다.
‘품으로 파고들면 왼손 박도로 맞받아치겠다는 거냐?’
“하…… 이거 걸려 줘야 돼 말아야 돼? ……흡!”
그 말과 동시에 장백서는 쾌속한 경신법으로 연파월을 향해 달려나갔다.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은, 실로 궁신탄영[弓身彈影]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그 쾌속함에도 불구하고 연파월은 당황하지 않고 편강을 휘둘렀다.
채찍과 뱀, 그 어느 사이에 있는 움직임으로 편강은 장백서를 요격했고 장백서 역시 지지 않고 때로는 공격을 피하고 때로는 교묘하게 쳐내거나 조원의 검보로 흘리면서 파고들어갔다.
둘 사이의 거리는 대략 이십여 장 가량, 원래라면 찰나지간에 주파할 거리를 총 스물 하고도 일곱 번, 편강이 그리는 기기묘묘한 궤적의 공격들을 모두 대응하며 장백서는 달려나갔다.
이제 둘 사이에 남은 거리는 고작 일 장.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휘두르면 충분히 닿을 거리였다.
스릉!!
장백서는 십이로삼식의 가장 빠른 검보인 비익의 검보를 사용했고 섬전처럼 휘둘러진 칼날이 한치 어긋남 없이 연파월의 목을 노렸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장백서는 연파월의 왼손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익의 검에 반응해 움직인 것은 연파월이 왼손이 아니었다.
쩌억!
“뭐!?”
찰나의 순간 연파월의 입이 기괴할 정도로 크게 벌려졌다, 마치 악다구니를 쓰듯 목에 핏대가 섰고 목 울대가 울렁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악!!!”
“윽!?”
형체 없는 벽이 전신을 두들기는 것 같은 충격이 장백서를 덮쳤고 동시에 찢어질 듯한 인간의 포효가 전신에 울려퍼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에 찰나지간 장백서의 동작이 정지했고 바로 그 순간, 그가 끝까지 경계하고 있던 연파월의 왼손이 움직였다.
무심하게 쭉 뻗어진 박도에서 도강이 마치 쏘아진 화살처럼 장백서의 가슴팍을 노리고 찔러왔다.
일촉즉발의 순간!
“크윽!!!”
음공의 충격을 체 해소하지 못한 장백서의 몸이 꺾이지 않는 굳은 의지에 힘입어 억지로 움직였다.
뻗었던 검의 궤도를 미세하게 수정해 연파월이 찔러오던 왼손 박도의 경로에 어떻게든 쑤셔넣은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크윽!!”
그 충격에 도강과 검강이 맞부딪혔고 장백서가 뒤로 멀리 퉁겨져 나갔다.
“어떻게……!?”
하지만 막상 방금의 합에서 압도적으로 이득을 본 연파월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 장백서는 날아가는 채로 자세를 수습해 꼴사납게 바닥을 뒹구는 것만은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지이이이이이익!
그러고도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뒤로 주욱 밀려난 장백서였지만 다행히 원 밖에 나가기 전 아슬아슬하게 멈춰 설 수 있었다.
“우웩 퉤!”
자리에 멈춘 장백서가 한 움큼 피덩어리를 뱉어냈다.
그리고 직후……
쨍!
장백서의 검이 충격을 견디다 못해 반으로 뚝 부러져 버렸다.
“쳇!”
장백서는 입가의 피를 훔치고는 심드렁한 눈으로 두 조각난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가까스로 검을 움직여 연파월의 공격을 막았지만 음공을 근거리에서 직격당한 직후였기에 공력의 운용이 원활하지 않았고 그렇게 불완전한 상태의 검강으로 연파월의 공격을 받아낸 결과가 이거였다.
“그륵…… 퉤!”
중상…… 이라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내부가 상했으며……
탱강!
몇 년간 사용했던 검은 두 동강, 아니 이제는 세 동강이 나서 너덜너덜한 쇳조각이 되어버렸다.
단 한 번 무모한 돌격을 감행한 대가치고는 퍽이나 비싸게 치룬 셈이었다.
‘이럴 때 연단술과 외공이 빛을 발하는 법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백서가 이렇게 사지 성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건 평소 무던히 단련해온 연단술과 외공의 덕분이었다.
극한까지 연마된 육체는 지근거리에서 무방비로 음공을 얻어맞는 상황에서도 그 충격을 분산 경감시켜 주었고, 찰나의 짧은 시간 만에 충격을 일부 해소해서 최소한의 발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만약 그럴 틈도 없었다면 사이에 억지로 어기성강을 전개해서라도 충격을 줄여야 했겠지…….’
다만 그렇게 했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짧은 시간만에 자신이 입은 피해의 파악이 끝난 장백서와 달리 연파월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연격수법을 막아낸 거지!?’
방금 그 연격수법이야 말로 지금의 귀곡쌍도[鬼谷雙刀]를 있게 한 연파월의 필살의 수이자 동시에 끝내기 수였다.
일 대 일, 상황에서 이 수법에 당하고 살아남은 이는 이제껏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 한 명이 생겨나 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퉤!
“혼자 뭐라 중얼거리냐 별호에 귀자 들어가더니 귀신이라도 들렸어?”
그런 연파월의 당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피가래를 뱉어낸 장백서는 한 차례 몸을 풀고는 말했다.
“너, 무음사신의 후인이었던 거냐?”
“!?”
무음사신
지금으로부터 십 하고도 몇 년 전 이름을 날린 살수로 특이하게도 음공을 그 암살수단으로 삼았던 이가 바로 무음사신이었다.
야심한 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 없이 현을 튕기는 악사를 보거든 겸허히 지어온 죄를 참회하고 그 대가를 치루어라…… 무음사신의 전성기 때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리 없는 현이라는 부분인데 그의 음공은 다른 여타의 음공들과 달리 소리, 정확히는 진동을 면이 아닌 선에 응축시켜 상대를 베었다.
그 탓에 소리의 파장이 외부로 퍼지지 못하고 응축되어 현을 튕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기괴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는 그 수법을 그 편강에 응용하고 있었던 거고.”
멀리서는 강기에 감싸인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연파월의 지근거리에 접근한 순간 장백서는 보았다,
편강의 심이 되어주던 박도가 무서울 정도로 강하게 진동하여 희뿌옇게 보이는 광경을, 더욱이 그렇게 강하게 진동하고 있으면서도 주변으로는 미세한 검명도 들리지 않는 그 기이한 모습을!
강기가 기이할 정도로 덩치를 불렸음에도 파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저것이었다.
연파월은 강하게 진동시킨 박도에서부터 생겨난 검명을 무음사신의 음공으로 편강에 둘러서 위력을 높여왔던 것이다.
“……무공의 이름도 모르는 주제에 편강이니 뭐니 투박한 이름 붙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이 수법에는 귀곡편[鬼哭鞭]이라는 훌륭한 이름이 있으니까”
“……무음사신이 이런 식으로 음공을 사용했단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 아류의 변주인가? 그렇다면 내가 지근거리에 접근한 순간 사용한 것도 선이 아닌 면으로 변화시킨 변주겠군?”
“더럽게 예리한 녀석이군…….”
단 한 합.
그 한 합에 필살의 연격이 깨졌음은 물론 그의 밑천까지 모조리 드러나 버렸다.
주고받은 피해만 따져봤을 때 이번 합에서 이득을 본 것은 연파월이었지만 전체적인 판으로 보았을 때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본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게 뭐 어쨌는데? 아니, 오히려 내 내력을 알았으니 더더욱 네놈을 여기서 살려 보낼 수는 없겠구나!!”
무음사신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적이 많은 사람이었다, 무림에서 은원이란 피를 따라, 또는 사제 관계를 따라 자연스레 이어지는 법!
본인만으로도 많은 은원을 쌓은 연파월에게 스승인 무음사신의 은원까지 더해져서 좋을 것이 없었다.
“내 무공 내력을 밝혀내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래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단 말이다!!”
궁지에 몰린 개처럼 짖는 연파월을 바라보던 장백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빈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어기성강 한 자루가 그의 손에 들어와 부러진 검을 대신했다, 다만 장백서의 손에 들리면서 어기성강은 그 모습을 바꿨는데 원래 장백서가 애용하던 박수타도의 모습이 아닌 훨씬 짧고 가는 한검의 형태로 그 모습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입방정 떠드는 건 이쯤하고 마저 결판을 내자, 밑천도 다 확인했으니 이제 네놈을 죽일 준비는 다 끝났거든?”
“건방진 놈…!!!”
장백서의 도발에 연파월은 이미 그 밑천이 까발려진 편강, 아니 귀곡편을 휘둘렀다.
설령 그 밑천이 까발려 졌다 한들 귀곡편의 위력과 기이한 움직임이 줄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강맹한 기세 그대로 장백서에게 쏘아져 갔다.
그러나……!
후웅!
그보다 한 박자, 아니 두 박자는 빨리 장백서의 손에 들린 어기성강이 휘둘러졌고 밤의 어둠과 닮은 반월 모양 검강이 연파월을 향해 쏘아졌다.
“이까짓거!!”
그 공격을 가볍게 요격하려 한 연파월이었지만……
“뭐!?”
검강의 속도는 괴이할 정도로 빨랐고 연파월은 귀곡편으로 쳐내기는커녕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검강에 급히 바닥을 굴렀다.
“이게… 뭔…….”
그런 연파월의 나려타곤을 보며 장백서는 속으로 뇌까렸다.
‘구천검마공의 가장 빠른 검, 비천[飛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