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7
227. 여기서 하지
후루룹!
쩝쩝
암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장백서는 도삭면으로 향하는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듯이 식사를 즐기는 그 모습에 암검이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음식 씹는 소리만이 건조하게 흐르고 있으려니…
“뭐 해 와서 안 앉고? 나 찾아 온 거 아냐?”
“…….”
마치 친구에게 자리를 권하는 듯 장백서의 태연한 태도에 암검은 무뚝뚝한 얼굴로 걸어와 반대편에 앉았다.
직후.
“이 큰 객잔에 우리 밖에 없군….”
“어 내가 전세 냈어, 중요한 자리잖아?”
중요한 자리?
확실히 묏자리도 중요한 자리긴 했다.
“…….”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구시나 눈에 힘 좀 풀지?”
장백서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암검은 여전히 굳은 눈으로 그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거 참 인생 피곤하게 사네.”
후루룹
그러거나 말거나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하나 하나 즐기고 있으려니…
“나에 대한 건 앵화에게 들었나?”
“……우물우물.”
암검의 질문에 급히 도삭면을 씹어 삼킨 장백서가 피식 웃어보이고는 말했다.
“옛 조직을 배신하고 그에 적대하는 세력으로 이적하려면 그에 걸맞은 선물이 필요한 법 아니겠나?”
“세력?”
암검은 장백서의 말 중 특히 세력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피식
“그럼 내가 너희 같은 놈들이랑 달랑 혼자 싸우고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물론 사실상 혼자 싸우고 있는 장백서였다, 하지만 이런 때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얼마나 그럴듯하게 보이는가 하는 설득력!
“협의련인가?”
생각대로 암검은 미끼를 물었다.
“아니”
“그럼 이번에 새로 세워지는 사천 연합?”
“얼씨구, 연합이 네놈들 수작질 덕분에 만들어진 건 맞는데 아직 정식으로 발족도 안 한 단체가 뭔 힘이 있겠나?”
‘협의련도 사천 연합도 아니라고?’
장백서의 뒷배로 가장 유력한 두 단체를 모두 부정하니 심히 당황스러운 암검이었다, 물론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묘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의천회.”
고민하고 있는 암검에게 장백서는 더 재지 않고 알려주었다.
“의천회?”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단체의 이름에 암검이 당황스러워했다.
‘암 모르는 게 당연하지, 생긴 지 한 달 도 안된 신생 단체니까.’
천하용봉지회의 진행위원들과 대충 흥에 취해 만든 단체인 만큼 전무림에서 그 이름을 아는 이는 당시에 자리에 있던 이들과 흑점주 정도 밖에는 없었다.
“백천이라는 가당치 않은 이름을 달고 강호를 어지럽히는 무뢰배들이 있다면 의천이라는 이름을 달고 그를 막는 협사들도 있는 게 하늘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장백서가 가슴을 펴고 저잣거리 이야기꾼 마냥 그리 말하자 암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암검의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장백서가 물었다.
“내가 이리 성심성의껏 답해 주었으니 이제 네놈이 좀 떠들어 보거라, 백천회, 아니 남궁세가는 지금 어쩌고 있는 중이냐? 검제는 나를 죽이고 싶어 막 몸이 달아 있고 그렇더냐?”
“…….”
남궁세가와 검제.
그 두 이름을 노골적으로 언급한 만큼 반응 하나라도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곧 죽을 사람의 질문이라 대답을 필요성을 못 느끼겠군.”
암검은 담담한 얼굴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야박한 놈.”
이에 장백서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그리 말했다.
“상대가 성심성의 것 대답해주었으면 네놈도 그리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더냐?”
숫제 훈계조로 자신에게 따지고 드는 장백서의 모습에 암검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 안 되겠군, 원래 이렇게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는 댁처럼 말을 얼버무리면 술을 한잔 마시는 것이 술자리의 도리! 여기 점소이 죽엽청 한 병 가져오시게!!”
암검이 뭐라 하기도 전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 장백서가 소리쳤고 밑에 층에서 급히 사람이 뛰어올라왔다.
“……히익!”
건물 밖에서 기다리다 장백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급히 튀어온 인물의 정체는 앵화였다.
새하얗게 질려 꼭대기 층까지 튀어올라온 앵화는 자신을 노려보는 암검의 눈길에 자리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점소이 안 오시고 뭐 하시나?”
장백서의 한 마디에 주춤거리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터억!
가져온 죽엽청을 내려놓은 앵화는 안절부절못해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때.
“명예와 신의를 지키고 죽어간 동료들을 버리고 추하게 목숨을 구걸해 살아남은 건가?”
암검이 그리 물었다.
“…….”
앵화는 이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네놈은…….”
“아아, 그쯤 하지 술 맛 떨어지게.”
장백서가 암검의 말을 끊었다.
퐁!
죽엽청의 뚜껑을 연 장백서는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명예니 신의니 개뿔은.”
꼴꼴꼴
잔에 술이 채워지는 걸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며 장백서는 말을 이어갔다.
“무림의 뒤편에서 더럽고 추잡한 수작질이나 부리는 것의 어디에 명예와 신의가 있다는 거냐? 그런 조직을 나와 제 살길을 찾겠다는 건 또 뭐가 그리 부끄러운 일이고?”
“주, 주군!”
앵화는 백천회를 배신하기로 한 뒤로 장백서를 주군이라 부르고 있었다.
자신을 비호해준 장백서를 감동한 눈으로 우러러보는 앵화와 그런 모습을 불만 가득한 눈으로 보는 암검.
퍽 온도차가 심한 두 눈길에 장백서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정도 경지에 이르렀으면서 어찌 그리 얄팍한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지?”
아직 검을 섞어 보지 않았지만 그저 마주 앉은 것 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이제 막 약관이 됐음직해 보이는 청년이 결코 자신에게 꿀리지 않는 경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는 품위나 대의는 찾아볼 수 없으니 암검은 그게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도 지껄이는군.”
암검의 말을 비웃은 장백서는 다른 한 잔에 죽엽청을 채우고는 그 잔을 암검의 앞 자리로 튕겼다.
스윽!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잔은 놀랍게도 넘치기는커녕 술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정확히 암검의 앞에서 멈추었다.
“일단 한 잔 드시지.”
그 순간.
촤학!!
섬전과 같이 전개된 암검의 일검이 앵화의 목을 노렸다.
“히익!?”
암검의 칼끝이 앵화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스윽!
어느새 뽑힌 진룡일성검이 암검의 검을 흘려 그 궤도를 구부렸다.
촤아아아아악!
궤도가 뒤들린 암검의 검 끝, 그 검 끝이 가리킨 객잔의 벽이 회오리 모양으로 썰려 나갔다.
“히이이이익!”
털썩
목숨은 건졌지만 한 순간에 고깃조각이 될 뻔한 앵화가 겁에 질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뺐으면 술을 마셔야지 이게 뭔 행패인가?”
암검의 공격을 흘린 장백서가 그를 노려보았다.
“…….”
암검은 이에 대답하지 않고 검을 회수했다.
“내려가라.”
장백서는 앵화에게 물러나라 지시했고 앵화는 풀린 다리로 어떻게든 움직여 계단 쪽으로 도망갔다.
팍!
암검은 성질이라도 부리듯 뽑아 든 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리고 장백서가 건넨 술을 한 점 망설이 없이 입안에 털어넣었다.
‘독이 있는지 걱정도 안 되나?’
순간 그런 생각을 한 장백서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탈인의 경지에 오른 시점에서 어지간한 독은 의미가 없었다.
통하는 독을 구했다 해도 저자가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술을 마셨을 리는 없었다.
스윽
생각을 마친 장백서는 본인도 죽엽청을 잔에 따르고 단숨에 입에 털어넣었다.
“크으….”
인상을 찌푸린 장백서는 죽엽청의 병을 들고 살펴보았다.
“얼마 전에 서안에서도 죽엽청을 마신 적이 있지.”
그렇게 운을 땐 장백서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먹은 죽엽청은 그리 달고 깊은 향이 느껴졌건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향취가 없군.”
“…성도와 비교하면 술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절레절레.
암검의 말에 장백서는 고개를 다시 내저었다.
“아니, 병에 찍힌 상표를 보건데 주조를 한 곳은 같아, 같은 곳에서 만든 술이란 거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윽
장백서는 술병을 보던 눈을 돌려 암검을 바라보았다.
“같이 마시는 사람이겠지.”
“…….”
“서안에서는 내 소중한, 선녀 같은 여인과 함께 술을 즐겼으니 설령 그것이 싸구려 화주였다고 해도 별 빛을 따른 듯 그윽했겠지, 하지만 네놈을 앞에 두고 마시려니 오물이 섞인 흙탕물을 마시는 것 마냥 불쾌한 느낌 밖에 없구나.”
피식-!
“이제껏 무엇 하나 네놈과 맞는 게 없었는데 그것 하나만은 동감한다, 네 녀석을 앞에 두고 마시는 술 맛은 실로 최악이야.”
처음으로 마음이 맞았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만면에 미소를 짓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직후 그들이 앉아 있던 의자와 식탁, 아니 꼭대기 층의 모든 식탁이 덜덜 떨러기 시작했다.
기실 떨리는 건 식탁과 의자만이 아니었다, 꼭대기 층의 바닥과 창과 벽, 그 모든 것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퍼어어어어어엉!!
장백서와 암검,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빈 잔을 날렸다.
허공에서 격돌한 두 잔에서 귀가 터질 것 같은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또 한 번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두 사람의 검이 휘둘러졌고 두 검이 충돌하는 순간 객잔의 꼭대기 층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