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33
233. 밑준비
“하앗! 하앗!”
석양이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유시[오후 다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
붉게 물든 하늘이 밤의 마중을 나간 시간 유현문의 낡은 연무장에서 소현이가 열심히 검무를 펼치고 있었다.
소현이가 펼치고 있는 것은 유현문의 기본공인 유유검.
처음 회귀했을 때는 검을 가지고 놀던 것에 불구했던 아이가 지금은 어엿한 검술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아이의 성장이란 이 얼마나 감동적인 것인가.’
소현이의 검무를 보며 장백서는 묘한 감흥에 젖어 있었다.
“사형 나 검술 하는 거 어때!? 잘 했어?”
검무를 끝마친 소현이가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물어왔다.
짝짝짝!
“최고야 멋져! 이런 성장 속도면 곧 강호에 새로운 여협이 탄생하겠는데?”
박수를 치며 한 것 자신을 치켜세워 주는 장백서의 말에 소현이는 배시시 웃으며 달려왔다.
포옥!
그리고 그대로 장백서의 품에 안겨들었다.
“사형 품 따뜻해!”
“그러니?”
부비부비.
장백서는 대답 대신 자신의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는 소현이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스윽스윽.
그리고 소현이의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장백서는 그러면서도 조금 전 귀의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장백서가 대환단급의 영약을 마련하는 것으로 소현이를 치료의 가장 큰 난관은 해결되었다.
청무는 장백서의 확언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자신의 제자를 믿어주었다.
귀의가 제시한 치료법은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치료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역천혼체대법을 촉진시켜 귀의 본인의 관리 하에서 대법을 완성시킨다.
이것이 귀의가 제시한 치료방법이었다.
장백서는 구태여 대법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나 의문을 제시했지만 이대로 두면 대법이 언제 활성화 될지 모르고 행여 눈이 미치지 않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설명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귀의는 영약이 도착되는 대로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밑준비에 들어갔다.
장백서 역시 금현아의 호위인 이연을 통해 금조상단에 연통을 넣었고 못해도 이 삼일 내로 영약이 전달될 터였다.
장백서가 선택한 영약의 이름은 화생단[化生丹].
패왕성의 비고에서 손에 넣은 영약중 가장 검증되어 있고 동시에 효과는 대환단의 그것을 넘어선다 일컬어지는 천고의 영약이었다.
비고에서 발견된 영약 중 최고의 물건이었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귀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솔직히 결과가 어떻게 될지 나도 확신할 수가 없다, 앞서 말했듯 나는 그들의 제의를 거절했기에 직접 역천혼체대법을 시행해 보지 못했고 더욱이 뒤늦게 발현되는 경우는 들어보지조차 못했으니까…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운을 영약에서 충당한다 해도 전신의 체질이 바뀌는 과정에서 올 고통과 피로를 아이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꽈악-
“사형?”
“아, 미안해 소현아….”
장백서는 귀의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더니 자기도 모르게 소현이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영약을 구한 다음의 이야기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군….’
장백서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젖어있으려니 아래에서 빤히 그를 올려다보고 있던 소현이가 손을 뻗었다.
터업
“우읍, 소현아?”
소현이의 작은 두 손에 뺨을 잡힌 장백서가 조금 이상한 발음으로 아이를 불렀다.
“사형, 혹시 무슨 고민 있어?”
“…….”
“고민 있으면 소현이한테 말해! 사형이 언제나 내 고민 들어줬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사형의 고민을 들어줄 차례야!”
가슴을 펴며 말하는 소현이의 모습에 장백서는 잠시 멍해져버렸다,
‘나도 이제 열 두살인걸! 그리고 조금만 더 있으면 열 세살이야!’ 소현이는 멍해 있는 장백서를 보며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그 조그맣고 귀여운 모습에 장백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그래 그러자꾸나… 그럼 소현이 오랜만에 이 사형이랑 같이 잘까?”
“응! 헤헤, 사형이 먼저 나랑 같이 자자고 한 건 처음이야 나 기뻐!”
소현이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장백서에게는 그 미소가 너무 눈이 부시고 또 불안해서 어쩔 도리 없이 다시 아이를 끌어안았다.
부디 이 미소가 다시 흩어져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빌며…
***
밤이 깊도록 수다를 떨다 잠든 아이를 두고 장백서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스윽.
정백서는 혹여나 소현이가 깰까 탈인의 경지에 오른 절세고수의 몸놀림으로 옷자락 스치는 소리조차 없이 침상을 빠져나갔다.
끼익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좀 걷겠느냐?”
찾아온 방문자는 그의 스승인 청무였다.
청무는 다른 말없이 그리 물었고 장백서 역시 다른 말 없이 ‘그러겠습니다’ 라 짧게 답하고 뒤를 따랐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먼저 장백서를 찾아온 청무였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장백서 역시 말없이 그의 뒤를 따를 뿐이었고 그렇게 두 사제는 묵묵히 사문을 거닐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청무는 자신의 한 걸음 뒤 대각선상에 선 장백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죠.”
청무가 말하는 것은 장백서가 회귀하고 이틀이 지난 밤의 이야기였다.
그날 역시 청무는 기별 없이 밤중에 장백서를 찾아왔었다.
“그 때는 하루 아침에 달라진 널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하하, 성장기니까요.”
적당한 말로 얼버무린 장백서도 그날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된 것 같단 생각을 종종 한단다.”
“…….”
것 같다가 아니다.
정말로 그 때부터 모든 게 시작되었으니까.
그 날 그 순간부터 검마 장백서는 대사형 장백서로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내가 했던 말을 오늘 다시 해주고 싶구나… 백서야 네 뒤에는 내가, 아니 유현문이 있단다…그걸 잊지 말거라.”
“……네, 언제나 불민한 제자라 죄스런 마음뿐입니다….”
청무의 말을 이해한 장백서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절레절레.
이에 고개를 저은 청무가 물었다.
“무섭느냐?”
모든 게 시작된 그 날 이후 장백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마치 수십년의 세월을 한 번에 겪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변해버린 장백서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고 또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사 년 하고 이백 몇십일이 지난 오늘, 처음으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이유가 소현이의 생명이라는 것에서 결국 장백서라는 아이의 근본은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렵습니다, 두렵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네요, 손발은 저도 모르게 떨리고 식은땀에 옷자락이 젖어 듭니다, 순간순간 두려움을 떨치고자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입니다.”
스승의 물음에 장백서는 초탈한 듯 미소 짓고는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
끄덕
“그래, 나도 그렇더구나.”
태연히 답하는 스승의 모습에 장백서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저게 청무 나름의 위로와 격려였던 것이다.
“…백서야, 너에게만은 말해둬야 할 것 같구나… 소현이가 어떻게 유현문에 오게 되었는지….”
“제자 귀 기울이고 듣겠습니다.”
끄덕-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제자의 모습에 청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낮에 설명했듯이 소현이를 청무에게 맡긴 것은 검곡의 관계자였다.
그리고 그 관계자의 정체는 바로…
“곡주와 그 일가를 모시는 급사장…입니까?”
“그래.”
과거 사문의 일로 섬서에 들른 청무에게 급사장은 어떤 기별도 없이 소현이를 데리고 찾아왔다.
그리고 어떤 설명도 없이 소현이를 맡아달라 부탁했다.
더해서 소현이를 자신이 맡겼다는 사실 역시 비밀에 부쳐달라 부탁하기까지 했다.
“…실례가 안된다면 그 급사장이란 분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별거 아니다, 내가 사문의 바깥일을 도맡기 시작했을 무렵 우연히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단다, 당시에는 그의 신분을 몰랐고 뒤늦게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
간략히 말하는 청무였지만 아마 그 때 받은 도움이 작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찾아와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그리 쉽게 받아 주지는 않았을 테니까.
“정말 그에게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신 겁니까?”
절레절레
“소현이를 맡긴 직후 그는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급히 자리를 떠났단다, 그렇기에 아이에 대한 걸 물어볼 시간도 없었지.”
스승의 대답에 실망하는 것도 잠시 유현문에 왔을 당시 소현이의 나이를 떠올린 장백서는 좋은 생각이라도 났다는 듯 물었다.
“그 정도 나이면 소현이도 뭔가 아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괜히 아이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 한 번도 과거의 일을 캐물은 적 없는 장백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어 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절레절레
“소현이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 이미 확인해 보았단다, 소현이의 말에 따르면 떠오르는 기억의 첫 부분부터 섬서에서 급사장과 함께 지냈다 하니 별 성과는 없었단다.”
“결국 소현이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완전히 오리무중인 거군요….”
다만…
“상황을 보건데 결코 좋게 떠난 게 아니란 것만은 분명하지만요.”
끄덕
장백서의 의견에 청무 역시 동의했다.
“…일이 마무리되면 검곡에도 한 번 들러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자칫 섣불리 벌집을 쑤셨다가는 화를 입을 수 있단다.”
평소 사리분별이 확실하고 계산이 빠른 장백서였지만 지금의 그는 절대 평소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제자가 무모한 짓을 할까 주의를 주는 청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되었다.”
겉으로는 수긍하는 장백서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청무는 장백서가 하려는 행동을 벌집을 쑤시는 행위로 보았다.
하지만 장백서의 목적은 고작 벌집을 쑤시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검곡에 들리겠다 한 말은 벌집을 쑤시는 게 아니라 벌집을 태우겠다는 의미였다.
후환을 남겨 좋을 것이 없으니까.
그렇게 동상이몽 하는 사제의 밤은 깊어갔고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밤의 산책으로부터 이틀 뒤.
귀의의 준비가 끝났고 영약이 유현문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