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73
273. 검성도래
장백서는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창!
진룡일성검이 뿜어내는 검명이 나홀로 선 연무장에 길게 울려 퍼졌다.
“후우~”
숨을 고른 장백서는 적소흑마 독고선과의 혈투에서 완성된 성류검법을 전개했다.
스릉!
칼날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허공에서 별빛을 닮은 빛무리가 검의 궤적을 따라 흩날렸다.
이 빛무리의 정체는 성류검법의 검로에 따라 분리 응축된 자연지기[自然之氣]의 결정이었다.
조원을 기둥삼아 정의 검보를 집대성한 성류검법은 단순히 상대의 기운에 간섭 조절하는 걸 넘어 허공에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엮어 내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성류검법이 빛무리로 바꿀 수 있는 건 비단 자연의 기운뿐만이 아니었다.
적의 기운 역시 이 같은 빛의 결정으로 분해 응축시킬 수 있고 그렇게 완성된 빛무리는 모두 장백서의 힘으로 치환되었다.
검로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장백서의 검로를 뒤따르는 빛무리의 수는 늘어만 갔다.
후우우우웅!
검무가 극에 달했을 즈음해서는 장백서의 검은 이미 완전히 빛무리에 감싸여 그 형태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장백서는 빛으로 휩싸인 검을 강하게 내리그었다.
파아아아아앗!
모여든 빛무리가 흩어지며 거대한 돌개바람이 휘몰아쳤다.
단순한 검풍이 아니라 자연의 기로 이루어진 빛무리가 다시 자연의 기운으로 환원되며 일어나는 돌풍이었다.
“후우…… 나쁘지 않아.”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백서는 성류검법이 새로운 경지로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정[精]의 검보들을 엮어 낼 수 있었으니 동[動]의 검보들도 이러한 합일이 가능할 터, 정동의 검법을 완성한다면 더 높은 경지로 오르기 위한 탄탄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사형!”
기세를 갈무리하고 개인 수련을 정리하고 있을 때쯤, 유한이가 연무장에 찾아왔다.
“슬슬 시간인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유한이가 탐탁치 않은 듯 뾰로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련 사건 이후 과거의 짐을 던 덕인지 훨씬 표정이 풍부해진 유한이였다.
비록 지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장백서는 그런 식으로라도 유한이의 다양한 표정을 보는 게 꽤나 즐거웠다.
“뭘 그렇게 골이 난 것이냐?”
함께 걷는 내내 유한이는 인상을 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귀엽게만 느껴졌지만 이렇게까지 되면 좀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치만…… 전 지금도 사형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납득이 안 갑니다.”
“유한아…….”
오늘은 장백서의 청문회가 있는 날이었다.
사인련과 남궁세가에서 벌인 개인행동이 그 이유였다.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너도 이게 다 보여주기 식인 건 알고 있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말마따나 이번 청문회는 어디까지나 짜고 치는 보여주기 식 청문회였다.
장백서는 이미 청문회 후 내려질 벌의 수위까지 다 알고 있었는데 그 벌의 내용이란 유현문 뒷산에 있는 낡은 참회동에서 보름간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심마를 해소하기 위해 폐관수련을 생각하고 있던 장백서에게는 이건 벌이 아니라 오히려 상에 가까웠다.
유현문에서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의 벌을 주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사천 연합에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만들어지기 전에는 이것저것 기대했는데 막상 만들어지고 나니 여러모로 번거롭기만 하군…….’
두 사람은 청문회가 열릴 장소인 장문전에 도착했다.
“들어가보거라.”
“사형…….”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라, 원래 사람 사는 곳이 다 이런 법이란다.”
유한이의 머리를 헝클어준 장백서가 장문전으로 들어갔고 눈 가리고 아옹식의 청문회가 시작되었다.
애초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청문회였기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에 술 타듯 술에 물 타듯 진행된 청문회는 사전에 협의해둔 대로 현도산의 참회동에서 보름동안 반성한다는 처벌로 막을 내렸고 신상필벌이 공식적으로 나오자 말자 장백서는 참회동으로 향했다.
“후…… 아무리 보여주기 용이라지만 마음이 좋지 않구나.”
“유한이와 같은 말을 하십니다 스승님.”
참회동에 드는 제자를 배웅하러 온 청무가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스승을 오히려 벌을 받기 위해 온 제자가 달랬다.
“부족한 사문 때문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스승님, 무엇보다 이 제자가 사문이 조금 부족하다고 고생할 만한 사람입니까?”
“크큭, 그도 그렇구나, 내 제자가 어떤 제자인데, 암.”
장백서의 농에 청무도 드물게 웃음을 터뜨렸다.
“혹여라도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저를 불러 주시지요.”
“그러도록 하마.”
장백서는 스승의 배웅을 받으며 참회동에 들어섰다.
‘오히려 잘됐다, 여기서 심마를 최대한 해결하고 나가야겠군.’
***
장백서가 참회동에 들고 삼 일이 지났을 무렵, 유현문에는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소동의 시발점은 그날 아침 배달된 한 통의 배첩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배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검성 서난천이 소검성 장백서를 만나러 가겠다.
매우 짧은 내용이었지만 유현문을 뒤집어 놓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검성[劍星] 서난천
모래알처럼 많은 무림의 검객들 중 당대 제일의 검사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검성의 칭호였다.
그리고 당대 검성인 서난천은 전대 검성인 곤륜의 고검[高劍]을 꺾은 절대고수로 당시 고검을 꺽은 서난천의 나이는 겨우 스물 하고 일곱이었다.
이후 검성의 호를 손에 넣은 서난천은 무수한 고수들과 비무행을 벌였고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음으로 그 이름을 만방에 떨쳤다.
수많은 절세 고수들을 꺾은 서난천은 오 년 전부터는 대외 활동을 줄이고 암행하며 종종 선을 넘는 악인들을 징치하며 다녔다.
그런데 그런 은거고수가 갑자기 장백서를 만나러 유현문을 찾는다고 하니 유현문에 비상일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배첩이 전달된 직후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급히 대책회의에 들어간 유현문이었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 있었다.
배첩이 전달된 당일 정오, 검성과 그를 추종하는 검성회가 일제히 유현문에 들이닥친 것이었다.
뚜벅 뚜벅
여자임에도 어지간한 성인 남성보다 신장이 큰 서난천은 삼십대 중반이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십대 중반의 여인같이 성숙하면서도 풋풋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곱게 땋아 가슴깨로 내린 댕기가 발걸음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더더욱 그녀로부터 풋풋한 젊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다만.
진짜 고수들의 눈에는 그 이상의 것이 보였다.
‘어찌… 어찌 이런 고수가… 어쩌면 스승님 보다도……!’
‘압도적이다, 이제껏 이런 고수를 본적이 있었던가?’
‘강해… 당추영 숙부보다 더……!’
주율곡과 청무와 함께 검성을 맞이한 사천 삼파의 감시역들은 제각기 알고 있는 최고의 고수들과 검성을 비교해보았다.
혜성 윤형사태와 독성 당추영, 이 두 절세고수와 비교해도 검성은 최소 한 수 이상 윗줄의 고수였다.
“유현문의 문주인 주율곡이라 하오,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검성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 또 영광이오.”
주율곡은 최대한 정중히 인사하며 포권을 취해 보였다.
하지만 검성은 주율곡의 예에도 불구하고 뻣뻣한 자세로 자신의 용건을 꺼냈다.
“최근 유현문의 제자가 소검성이라 불리며 새로운 검성으로 추앙받고 있더군요, 당대의 검성으로서 호기심을 참지 못한 바 직접 소검성과 자웅을 겨루기 위해 왔습니다.”
말은 정중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터무니없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검성씩이나 되는 자가 신참 죽이기라도 할 셈인가?’
‘허허, 검성은 도전을 기다리는 자리이지 결코 도전자를 짓밟는 자리가 아닐 터인데…….’
‘이상하군 서난천이 이런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닐 텐데…….’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양각색의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다만 이들 중 몇은 이 상황의 대략적인 진상을 유추해 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이 너무 부자연스럽다, 설마 검제의 수작질인가?’
내막을 유추한 청무가 장문인을 힐끗 보았고 장문인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의 제자가 소검성이라 불리고 있는 것은 본인 역시 알고 있는 일이오, 다만 그것이 검성의 격에 맞는 상대라는 뜻은 아니지 않겠소?”
말인 즉슨 애꿎은 애 잡을 생각 말고 급에 맞게 놀라는 뜻이었다.
“흐음~? 그건 어떨까요? 듣기로는 소검성이 쓰러트린 이들만 해도 검제의 숨겨둔 칼인 암검과 검곡의 곡주, 무당파의 장문인, 사인련의 련주까지 화려하기 그지없지 않습니까? 그들 모두를 쓰러트린 고수라면 급이야 얼마든지 맞지요.”
“으음……!”
남궁세가를 압박하기 위해 푼 정보들이 지금은 장백서의 등을 찌르는 칼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꼭 어린 무림의 후배를 짓밟아야 속이 쉬원하시겠습니까?”
이를 악문 주율곡이 씹어뱉듯이 항의의 말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장문, 뭘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군요, 나는 어디까지나 검성의 자리를 놓고 다툴 만한 맞수를 찾아온 것뿐이요, 그러니 장문은 어서 소검성을 불러 주시지요.”
“…….”
씨알도 안 먹힐 개소리였지만 그 말을 하는 주체가 검성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남궁제천의 사주를 받았다는 건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 입증할 수단이 없는 이상 그녀를 막을 만한 명분이 없었다.
아니, 만약 있다고 해도 멈출 것 같지도 않았다.
“……백서는 현재 문에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와 주시지요.”
청무는 최후의 수단으로 장백서의 부재를 밝히고 돌아가달라 부탁했다.
장백서가 없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 검성이 접객당을 나섰다.
“잠깐……!”
“어딜……!?”
그녀와 함께 접객당에 있던 이들이 모두 그 뒤를 쫓아 나섰다.
밖으로 나온 서난천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 서난천은 유현문 뒤에 있는 현도산을 가리켰다.
“저기 있군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정확히 참회동이 있는 위치였다.
“어떻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무공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무인의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또 더 넓은 범위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정교하게 벼려내는 기술이 공역이었다.
하지만 지금 검성이 보여준 것은 그러한 영역을 한 층 넘어서는 수준의 것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못쓰지요.”
청무를 보며 검성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였다.
“……!!”
절체절명의 순간.
“사형께서는 현재 참회동에서 벌을 받고 계십니다.”
“벌?”
자리에 끼어든 것은 접객당 근처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금현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