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77
277. 검마 장백서
심마의 근원을 쫓아 도달한 곳은 심상의 가장 깊은 곳 그 어딘가였다.
그리고 거기서 장백서를 기다리는 것은 이전 세토와 싸웠을 때 보았던 불타사라져 아무것도 남지 않은 유현문의 터였다.
“여전히 내 마음은 이 곳을 헤매고 있는 건가?”
회귀 전 보았던 마지막 풍경.
장백서의 마음은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한 채였다.
쓴웃음을 지은 장백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건.”
그러다 곧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자는 유현문의 터 한 켠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만드는 중이었다.
뒷모습만 보이는 그 누군가를 향해 장백서가 다가갔다.
아직 뒷모습만 보일 뿐이지만 장백서는 확신하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던 심마 그 자체라는 것을.
“뭘 하고 있나?”
장백서는 심마를 향해 물었다.
이에 심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드러난 심마는 회귀 전 검마 장백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 뒷모습을 봤을 때부터 이럴 것이라 예상했기에 담담하게 자신의 얼굴을 한 심마를 마주보았다.
심마가 뒤집어쓴 모습은 장백서가 검성 당유하와 싸운 직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신 여기저기에 자신의 것과 당유하의 피를 잔뜩 뒤집어쓴 심마의 모습은 실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덤을 만드는 중이다.”
살벌한 모습과 달리 심마는 담담하게 답했다.
심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켜서자 몇 개의 봉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봉분에는 너덜너덜한 나무토막이 명패대신 꽂혀 있었는데 거기에 적힌 이름이 장백서로 하여금 눈을 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주율곡.
청무.
장유한.
장문과 스승 그리고 사제의 이름이 명패에 삐뚤빼뜰 새겨져 있었다.
“……후우우우.”
장백서는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았다.
저 봉분을 만드는 건 장백서의 역할이었다.
당유하와 싸운 그날 살아남았다면 말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뱃속을 뭉그러뜨리며 입밖으로 토해지려 했다.
장백서는 눈을 감고 이 마음의 작용을 가라앉히는데 애썼다.
그때.
“나를 부정하기 위해 온 것인가?”
심마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 그래야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큭큭큭……!”
대답의 어디가 우스운 것인지 심마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부정하는 거지”
불길한 비웃음을 흘리며 심마는 그렇게 선언했다.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것 같으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장백서는 자기 내면의 비틀림을 향해 물었다.
너는 무엇이냐고, 무엇이기에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사라질 줄 모르고 이리 끈질기게 버티냐고.
“전부다!!”
심마의 사자후가 불타 사라진 유현문의 터에 울려퍼졌다.
“회귀 이후 네놈이 해온 일 전부다!! 고작 회귀를 했다고 네놈이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되었다 생각하는 거냐!? 선택받은 영웅의 흉내라도 내고 싶어진 거냔 말이다!!”
심마는 회귀 이후 장백서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장백서는 그 모습을 통해 심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것은 회귀 전 장백서가 걸어온 검마의 삶의 방식 그 자체였다.
살기 위해 정도를 버리고 무수한 사람을 그 손으로 베어 넘기고 실리를 위해 사질과 과거 사랑을 속삭였던 여인조차 죽인 검마의 삶 그 자체였다.
회귀 후 장백서는 검마 장백서의 삶을 그림자에 묻어 두었다.
열 네 살의 대사형 장백서로 살아가려면 그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림자에 묻어둔 검마 장백서는 필요한 순간에만 뽑아 쓰는 칼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간직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일 리가 없었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장백서의 심상에 커다란 뒤틀림을 낳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뒤틀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곪아 갔고 그 결과 심마의 형태로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것이었다.
장백서는 자신의 회귀와 함께 태어난 곪은 상처의 편린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목 끝까지 올라오는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그것들은 모두 자기 변명밖에 되지 못할 테니까.
대신……
스릉
검을 뽑아들었다.
무인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단 하나뿐이었으니까.
심마 역시 이를 긍정하듯 말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차앙
대사형 장백서와 검마 장백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했다.
***
천하각지에서 강정현으로 몰려든 무림인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하나 둘 현도산으로 모여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모여든 이들 중에는 장문의 서신을 받고 장백서를 돕기 위해 온 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사천연합, 협의련, 정천맹, 그리고 남궁세가와 사인련, 흑점에 적랑대까지.
이름이 붙은 이래 인구밀도의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현도산에서.
장백서를 돕기 위해 온 화목연은 그리운 사람들과 해후를 나누고 있었다.
“유란아! 이게 얼마 만이냐!?”
“삼년 하고 백 칠십 일일 하고 네 시진 만이지.”
“그,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던 거냐!? 대단하구나…….”
“당연히 구라지 너는 이걸 또 믿냐?”
“뭐? 하하하하! 너도 꽤나 입담이 늘었구나.”
장유란과 말장난을 주고받은 화목연은 그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미소 지었다.
“마부인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우리 진서는 오라버니 기억하니?”
마주화와 마진서, 협의지행에서 함께 한 두 모녀가 화목연을 보며 미소 지었다.
원래라면 협의련의 본단에서 지내야 할 모녀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전적으로 신승 현공의 배려에 의한 것이었다.
“백서는 괜찮은 거겠죠.”
간만의 해후를 즐기는 와중 마 부인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걱정 마십쇼, 화산이, 아니 협의련이 백서와 함께 할 것입니다.”
그 때 화목연과 일행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가 한 명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의 이름은 정풍, 종남청룡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정풍, 오랜만이군, 정천맹 쪽의 지원 세력도 도착한 건가?”
“그래, 사부님께서 직접 선봉을 자처하셨다.”
정풍의 사부님이란 무정정검 성요진인을 뜻하는 것이었다.
“든든하군.”
화목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두 검룡이 있는 자리로 하나 둘 사람이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군요 화 대협, 정 대협.”
“간만에 뵙습니다.”
천뇌미봉 제갈서후를 위시한 협의련의 후기지수들.
“하하, 설마 이런 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몇몇이 빠지기는 했으나 남궁표를 위시로 한 정천맹의 후기지수들.
“다들 모이셨군요, 가까이 사는 저희가 가장 늦었다니 부끄럽습니다.”
여위하를 포함한 사천연합의 후기지수들까지.
천하용봉지회에서 장백서에게 목숨을 빚진 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비단 장백서를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장문의 서신을 받고 달려온 협의련 정천맨 사천연합의 정예병력과 본인들의 처신을 위해 달려온 남궁세가와 사인련.
장백서와 한 배를 탄 흑점은 마찬가지로 장백서에게 구원받은 천면객들을 이끌고 산의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차하는 사태가 생기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유격전을 벌일 심산이었다.
하남에서 만난 정무선과 정금호는 금룡장의 최고 정예인 은룡대와 금룡대를 이끌고 왔고 검곡은 남궁세가와의 공조 혐의로 조사받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정예검수를 모두 이끌고 찾아왔다.
동서와 정사를 넘어 이제껏 장백서와 교분을 나눈, 그에게 도움을 받은 모든 이들이 현도산에 모여들고 있었다.
“검성……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여위하의 질문에 화목연이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답했다.
“올라오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장백서의 벌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진.
소검성을 맞이하기 위해 검성이 직접 행차하고 계셨다.
현도산으로 오르는 초입, 검성 서난천은 말없이 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아니요, 그냥 가슴이 뛰어서 말이지요.”
검성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답했다.
검성의 안내를 맡은 금현아와 당유하, 그리고 유한이가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서난천이 무슨 이유로 뜸을 들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그 잠시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이득이었다.
“…….”
서난천은 무림전역에서 모여든 이들이 이번 대결을 취소하라 압박할 때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들이 최악의 상황을 언급할 때도 개의치 않던 그녀가 갑자기 발을 멈추니 시간을 버는 것도 버는 것이지만 묘한 꺼림칙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가지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시간을 끌고 싶은 입장에서 검성의 제안은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태도는 영 찜찜한 것이었다.
저벅저벅
네 사람이 말없이 산길을 타고 올랐고 그 뒤로 수십에 달하는 검성회의 회원들이 뒤따랐다.
수십 외에도 백을 넘는 검성회 사람들이 이미 참회동 앞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들, 조금만 더 거리를 벌리시지요.”
대인원을 이끌고 산을 오르던 와중 서난천은 검성회 회원들에게 거리를 벌려달라 부탁했다.
끄덕
검성에게 절대 복종하는 검성회는 어떤 질문이나 이견 없이 거리를 벌렸고 그렇게 자리에는 네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소검성, 아니 장백서는 어떤 사람인가요?”
사람들을 물린 서난천이 세 사람을 보고 장백서에 대해 물었다.
“설마 까마득한 후배와 싸우는 것도 모자라 그 무공까지 미리 캐내려는 거야?”
당유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
금현아와 유한이도 말만 하지 않을 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난천을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절레절레
“그럴 리가요.”
“……그럼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가요?”
금현아가 되묻자 서난천은 밝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앞으로 내가 죽일지도 모르는, 어쩌면 내가 죽임당할지도 모르는 남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
서난천의 태연한 대답에 세 사람은 침묵했다.
그러나 곧 ‘이걸로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이라 생각하며 서난천에게 장백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