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3
043. 청하신단
“그리고…… 너에게도 정말로 고맙구나.”
“네? 왜, 왜 저한테…….”
“그야 네가 아니었으면 끝까지 명광과 명료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을 것 아니냐?”
“아, 아아 그렇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너는 배신자들을 잡기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날렸고 이렇게 상처 입기까지 했지.”
“……뭐, 그렇죠.”
“그러니 이걸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한 광하진인은 품 속에서 작은 목함 하나를 꺼내 장백서에게 건넸다.
“이…… 건?”
“고맙구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말과 달리 슬픈 표정을 하고 있던 광하진인은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아무런 소리도 전조도 없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얼떨떨하게 지켜보던 장백서는 ‘설마’ 하는 마음을 품고 광하진인이 건네 준 목함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설마……!’
목함을 여는 순간 그 안에서 청아한 향기가 퍼져 나와 의약당을 가득 채웠다.
“끼…….”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연 푸른 빛이 도는 작은 단약이었다.
광하진인은 이것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에 대해서 일체 설명해 주지 않고 사라졌다.
하지만 회귀 전 소현이를 구하기 위해 영약을 찾아 천하를 누볐던 장백서는 이 연 푸른 단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청하신단.
청성 최고의 영약이었다.
“끼얏호우우우우우우우!!!”
***
“……백천회…… 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는 것이오.”
청성의 가장 높은 사람.
장문인이 기거하는 장문전에는 지금 현재 청성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광자배의 중진들이 모두 모여들어 있었다.
“…….”
“…….”
그 누구도 말이 없자 장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백천회.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이 단체의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는 그들에게 따끔한 피의 보복을 결심한 장문인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백천회라는 곳을 아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비밀스러운 집단이라고 해도 구파일방의 한 축인 청성에서 이런 짓거리를 벌였으면 어딘가에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건만 사소한 흔적 하나 없으니 도대체 이 백천회라는 곳이 뭐하는 곳인지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장문인,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아마 동방무림에 적을 둔 집단이 아닐까 싶소.”
“어찌 그렇게 생각하시는 지 이유를 말해 줄 수 있겠소?”
광자배의 사형제 중 한 명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명료 그 아이와 광하사형이 이야기를 나눌 때 동방무림의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기억하오?”
“기억한다오.”
“명료와 명광, 두 아이를 어떻게 홀렸는지 그 방법은 모르나 그때 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그 중심에는 동방무림에 대한 불안과 열등감이 존재했을 것이오.”
“그렇군…….”
“그렇게 두 아이의 불안감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를 실제 동방 무림에 적을 두지 않은 이들이 어찌 할 수 있겠소? 아니 애초에 동방 무림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 말이 무게를 가질 수 없겠지.”
나름 일리가 있는 말에 장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정천맹, 아니면 협의련 둘 중 한 곳의 하부조직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해 보는 바이오.”
그들은 장백서처럼 미래의 정보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정된 정보를 조합해서 어떻게든 진실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정천맹 ……협의련.”
하나 같이 청성이 혼자 어떻게 해 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단체였다.
“더욱 걱정되는 건 이런 수작을 부린 곳이 청성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장문인은 그 말에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
동방 무림과 서방무림의 경계가 바로 옆에 있는 사천이었다.
그런 만큼 동방무림의 마수가 가장 먼저 뻗친 곳일 것이고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하나의 굴만 팔 이유가 없었다.
즉,
“이미 아미와 당가에도 어떠한 마수를 뻗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구려…….”
평소라면 경쟁관계인 아미와 당가가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하면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청성이었지만 이번 일은 그 성격이 좀 달랐다.
사천 내에서는 그들이 경쟁 관계였지만 동방무림과 서방무림이라는 커다란 힘의 역학구도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우군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두는 게 좋겠군.”
더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군.”
장문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
돌아가는 길 장백서 일행은 갈 때와 달리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장백서의 상처가 워낙 심하다 보니 걸어서 가는 것은 물론 말을 타고 가는 것도 몸에 무리가 많이 갔기 때문이다.
그런 장백서를 배려해 청성은 마차를 준비해 줬고 그 덕분에 그들은 꽤나 쾌적하게 사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고 나서도 장백서는 한동안 유현문의 약당에서 살다시피 해야만 했다.
청성의 상황이 어수선해 급히 돌아와야 했지만 장백서가 입은 부상의 정도가 심하다 보니 아직도 긴 시간 정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장백서는 정말 빠른 속도로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빠른 회복 속도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장백서 자신이 쌓아 온 노력이었다.
회귀 하고부터 선천진기를 강하게 만드는 단심결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연마해 온 장백서였다.
그 덕분에 상처회복 능력도 보통 사람보다 빨랐고 또한 공력을 다루는 능력 자체가 이미 탈인의 경지에 오른 만큼 내공으로 상처를 달래고 회복시키는 실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필연적으로 회복속도가 보통사람들 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금현아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장백서 일행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기쁨에 달떠 달려온 금현아와 장백서의 사제들은 붕대를 칭칭 감은 장백서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유한이와 소현이는 경악하고 걱정하고 분노하는 것 외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금현아는 달랐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서신을 보내 사천 최고의 명의를 초청하였고 거금을 투자해 몸에 좋다는 약재들을 끌어 모았다.
요 며칠 사이에 장백서의 입 안으로 사라진 약재들만 모아도 커다란 광주리 몇 개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장백서는 이런 금현아의 태도가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빠르게 병세를 회복하는 중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상처가 완치되지 않아 수련을 금지당해 방에 틀어박혀 있던 장백서는 자신의 손에 들린 목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리 간단히 얻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물론 진짜 간단히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백서가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회귀 전 장백서는 소현이를 살리기 위해서 천하를 뛰어다니며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당연히 청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장백서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무릇 양민을 돕고 욕심이 없으며 수도에 몰두해야 할 도사들이었지만 장백서가 만난 그들은 그냥 도사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무인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장백서는 그들, 청성과 정파무림을 믿었고 도움을 청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럼에도 손에 넣지 못했던 영약이 이제는 장백서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물론 지금의 장백서는 잘 알고 있었다.
‘회귀 전의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을 했고 그들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지…….’
물론 그러한 사실이 과거의 그 비참하고 끔찍한 기분과 배신감을 상쇄시켜 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뭐, 회귀 전의 일이야 어찌됐든 결국 장백서는 영약을 손에 넣었다.
게다가 장백서는 이것만이 아니라 영약을 손에 넣을 다른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것을 위해서 무공의 증진에 그렇게 힘쓰지 않았던가?
그렇게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지금 장백서의 머릿속은 한 가지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일단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영약을 하나 더 손에 넣는 건 결정 사항이지만…….”
그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절정의 무위가 필요했다.
원래라면 대략 일 년 정도 시간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절정의 경지에 오를 자신이 있었던 장백서였다.
하지만 이번 싸움을 거치면서 외부의 상처만이 아닌 내부에도 꽤 타격을 입게 된 장백서였다.
단심결의 공능과 금현아의 지극정성 덕분에 회복이 빠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정에 오르는 시간이 늦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귀찮은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청하신단이었다.
만약 장백서가 지금 이것을 복용하게 된다면 지금 바로 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뜻 청하신단을 입 안에 털어 넣을 수 없는 것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어서 또 다른 방법을 통해 영약을 손에 넣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명광과의 싸움은 위험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먹혔기에 망정이지 만약 명광이 그런 도발을 무시하고 착실하게 공격을 이어 왔다면 그때 죽는 것은 명광이 아닌 장백서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를 일이지.’
만약 장백서가 이대로 문파에 틀어박혀 외부 사정에서 눈을 돌리고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련만 한다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회귀한 장백서에게는 소현이를 구하는 것 외에도 문파를 키우고 정마대전을 막는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움직이다 보면 이번 청성에서의 일보다 훨씬 위험한 일에도 얼마든지 휘말려들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위험에 몸을 던질 생각은 없는 장백서였지만 그렇게 몸을 사린다 해도 이번 청성행처럼 예상밖의 크나큰 위험이 닥치는 것까지는 완전히 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청하신단을 먹고 이후 어떠한 일이 생겨 죽는다면…….’
만약의 이야기였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할 생각이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절대로 없었다.
만약 장백서가 청하신단을 먹지 않는다면 설령 장백서가 무언가의 일로 죽는 일이 있어도 원래의 역사대로 일이 진행되어 유현문은 소현이의 치료를 위해 귀의를 모셔올 터였다.
그리고 그곳에 청하신단이 있다면…….
설령 장백서가 죽는다 해도 소현이만은 살릴 수 있을 터였다.
‘후…… 머릿속이 복잡하군…… ‘그’ 방법 외에도 좀 더 당장 영약을 구할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아야 하나?’
장백서가 계속해서 말하는 그 방법이란 바로 패왕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패왕성!
삼십 년 전 천하무림을 강타했던 폭력과 죽음, 그리고 피의 화신들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천하를 뒤집어 엎었고 그 와중에 여러 보물들이 유실되거나 또는 패왕성에게 빼앗겼다.
패왕성의 난이 끝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무림에 이상한 소문이 하나 퍼져 나갔다.
말인 즉 패왕성의 천하행진 중에 유실되거나 빼앗긴 보물들이 모여 있는 패왕성의 비고가 존재한다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은 강호에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이내 천하의 모든 무림인들이 보물 찾기에 혈안이 된 시기가 있었다.
말 그대로 천하가 패왕성의 비고를 혈안이 되어 찾아나섰다.
하지만 결국 그들 중 누구도 패왕성의 비고를 찾지 못했고 이내 이 이야기는 그냥 헛소문 취급당하고 잊혀져 가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헛소문이 아니었지!’
그렇다 모두가 헛소문 취급했지만 패왕성의 비고는 결코 헛소문이 아니었다.
회귀 전의 세계에서는 어떤 무림 고수가 패왕성의 비고를 찾아냈고 거기서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과 영약, 그리고 패왕성의 무공까지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 무림 고수는 혹시라도 이 이야기가 새어 나갈 까봐 아예 그 비고에 은신한 채로 영약을 먹고 비급을 익혔다.
이후 무림에 나온 그는 한 동안은 패왕성의 무공과 영약으로 얻은 내공으로 승승장구했으나…… 이내 패왕성의 무공을 익혔다는 이유로 무림공적이되서 끝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패왕성 비고가 있는 위치를 장백서는 알고 있었다.
무림공적이 된 남자는 마지막 까지도 그 저항이 너무 극심했던 탓에 생포할 수 없었고 끝내 현장에서 사살되었다.
그렇다 보니 그에게서 비고의 위치를 알아낸 사람은 없었지만 훗날 정마대전이 터지고 검마로서 여러 양질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던 장백서는 신교의 정보단체를 통해 뒤늦게 한 무림고수를 무림공적이 되게 만든 패왕성 비고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놀랐던가?
그 소문만이 자자했던 패왕성의 비고가 그런 장소에 있을 거라고는…….
그렇게 장백서가 패왕성과 관련된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똑 똑
오랜만에 귀여운 손님이 찾아왔다.
철컥
“잠이 안 왔니 소현아?”
문을 연 곳에는 언제나와 같이 소현이가 있었다.
잠이 안 오거나 나쁜 꿈을 꾸면 항상 장백서의 방을 찾아오는 아이였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유현각이 생겼을 때도 장백서의 방과 가까운 구 유현각에 머무르기를 선택한 소현이었다.
“아니, 오늘은 사형이 외로울 것 같아서 왔어!”
“내가 외로워?”
생각 외의 말을 하는 소현이의 모습에 장백서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려니…….
도도도
평소에는 장백서가 허락해야 방으로 들어오던 소현이가 오늘은 장백서가 허락하기도 전에 방으로 들어와서 장백서의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
소현이의 손에 이끌린 장백서가 침대에 눕자 소현이도 그 옆에 폭하고 들어와 누웠다.
“아플 때는 외로우니까…… 소현이도 저번에 감기 걸렸을 때 혼자서 자니까 엄~청 외로웠어, 근데 감기 때문에 몸에 힘이 없어서 사형한테도 못 가고…… 그래서 사형도 외로울 테니까 소현이가 미리 왔어!”
그렇게 당돌하게 방문의 이유를 밝히는 소현이를 보며 장백서는 그저 작게 웃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