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8
068. 계림과 수잔방
“흔적을 찾았습니다!”
악산에서 사라진 장백서, 장유란, 그리고 화목연과 표적이 된 마 부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유현문의 현검대와 청성의 청하검대, 그리고 유현문의 요청으로 아미의 혜검대가 파견되었다.
그들의 추적은 일행의 행적이 끊긴 악산의 습격지점에서 흔적을 찾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이걸 보니 백서와 일행은 절벽 아래로 도망친 것 같군.”
현장에 남아 있는 흔적, 그리고 검상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한 광하진인이 그렇게 말하자 방금 절벽 밑까지 내려갔다 온 청무도 고개를 끄덕였다.
“흔적을 보면, 아마 백서와 일행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눈을 신경 쓰는 것인지 청무는 주변을 살피고 광하진인에게 조용히 말했다.
“검기를 사용해서 추락의 속도를 줄이고 절벽을 타고 상류 쪽으로 도망간 것 같습니다.”
검기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광하진인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하하, 내가 준 청하신단이 꽤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오.”
청무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사천 악산에서부터 시작된 추적은 귀주로 이어졌다.
사인가의 장남 사인표의 죽음으로 귀주의 분위기는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사인련에 공식적인 협조 요청까지 보냈다고 하니 앞으로 한동안은 분위기가 안 좋을 것이라 짐작하는 청무였다.
조사 중 청무는 사인표가 살해당하기 직전 그가 불법 사채로 묘족을 핍박했고 그 결과 신원불명의 사인조와 시비가 붙었다는 사실과 그로인해 사인조 중 한 사람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중 임산부, 표행 습격의 원인이 된 것으로 짐작되는, 마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끼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그 사인조가 자신들이 찾고 있는 장백서와 그 일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허, 장백서 그 녀석 성격 한 번 화끈하구먼~ 귀주에서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사인가의 장남을 그렇게 망설임 없이 두들겨 패주다니!”
“광하진인은 사인가의 장남을 죽인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뻔하지, 표행을 습격했던 그놈들이겠지…….”
“저와 생각이 같군요.”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청무와 광하진인의 대화에 혜검대를 이끄는 아미의 여 고수이자 저번 금조상단 가주의 환갑잔치에도 왔었던 복마청검 연호사태가 끼어들었다.
“무엇이 말이오 연호사태?”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사인표, 사인가의 장남에게는 끔찍한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사인가에서는 최대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았지만, 당시 사건 현장이 귀양에서 유명한 고급 객잔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거기다 당시 귀양을 주름잡는 인간 말종 사인표의 죽음에 객잔 내의 손님들의 상당수가 죽은 사인표를 보려고 올라갔고,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진 덕분에 사인표의 사망 당시의 모습은 삽시간에 귀주 전체에 퍼졌다.
“그런데…… 이건 제 괴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고문 흔적이라는 것이 너무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이다? 그 말은…….”
“다들 예상하다시피 사인가의 장남을 고문하고 살해한 자는 분명 표행을 습격하고 지금도 장 공자를 쫓고 있는 정체불명의 집단일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어떤 정규적인 훈련과 행동강령이 있는 정규부대의 일원이 아닐까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연호사태는 청무와 광하진인과 한명 한명 눈을 마주치고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도심 한가운데에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사인표를 고문해서 정보를 뽑아내고 그리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정규부대? 허 초절정과 절정의 무인으로 이루어진 잘 훈련된 정규부대를 가진 집단이라…… 천하무림이 아무리 넓어도 그런 집단은 별로 많지 않지…….”
“구파일방, 혹은 칠대세가…… 그도 아니라면.”
“정천맹이나 협의련…… 연호사태 자네는 그들이 흑막이라 말하고 싶은 것인가?”
“……공교롭게도 최근 이 근방에 정천맹의 정예부대인 정검대와 강검대가 파견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그들 정도라면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 않겠습니까?”
“!?”
“……정천맹…….”
장내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긴 역사를 가진 명문거파이자 구파일방의 일원인 무당파와 종남파, 그리고 칠대세가에서도 수좌를 차지하는 남궁세가와 광동진가, 거기에 새로이 그 세력을 늘리고 있는 신진십이세의 문파들과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중소문파들의 집합체가 정천맹이었다.
사천 전체가 손을 잡는다고 해도 정천맹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서방 무림도 더는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겠군.”
서방무림의 규합!
그에 대해 다시 한번 결심을 다지는 광하진인이었다.
***
합산에서부터 탈출한 장백서 일행은 계림으로 향했다.
호남이 현재 적들의 수비 범위 밖이라는 정보를 장판교로부터 얻었기에 호남을 거쳐 강서, 안휘를 넘어 하남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장판교와의 만남으로 추적자들의 현재 대략적인 위치와 더는 추격자가 증원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은 장백서 일행은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태껏 큰 관도를 피하고 산자락을 타고 이동했던 것과 달리 마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애초에 마 부인의 배가 너무 불러서 이제 더는 도보여행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장백서 일행은 아예 발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이건가?”
“네, 저들은 저희를 사 인조, 임신한 여성이 섞인 일행, 이라는 조건으로 찾고 있으니까요, 아예 거기에 혼동을 주는 거죠.”
이두 마차의 마부석에 앉은 장백서는 마차를 몰면서 그렇게 말했다.
“흠, 확실히 이렇게 당당히 관도로 가는 건 예상하지 못할 수도 있겠군.”
현재 장백서가 몰고 있는 차는 표행용 짐마차였다, 게다가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안에는 이런 저런 물건들이 실제로 실려 있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봐도 소형 상단의 상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보일 훌륭한 위장이었다.
그 증거로……
“좋은 상행하시게.”
“많이 버세요.”
우연히 관도에서 지나쳐간 상단이 꾸벅 고개를 숙였고 장백서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동생 이대로 마차로 호남까지 갈 생각인가?”
“아니요, 마차로 이동하면 위장은 되지만 저들의 추격을 완전히 끊을 수 없죠, 수로를 사용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 계림으로 가는 것이었다.
이전에 귀주에서 광서로 가는 중에 수귀들에게 습격당한 이유를 장백서는 인적이 너무 드문 곳에서 포구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이야기다.
배가 정박하는 포구에 사람이 많으면 한 명 한 명 누가 타는지 신경 쓰지 않고 딱히 인상이 남지도 않지만, 인적이 적은 포구에서 소수의 사람이 타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장백서는 그를 위해 일부러 인파가 몰리는 계림에서 배를 타고 떠날 생각이었다.
계림!
한때 광서성의 성도이기도 했던 도시!
과거부터 계수나무가 많은 지역으로 계수나무가 만개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계림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뛰어난 풍채로 뭇 시인과 화가들의 소재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명물은 이 지역만의 독특한 낚시법인 가마우지 낚시였다.
“……새가 먹고 토한 생선 먹는 건 너무 찜찜하지 않아?”
“그렇게 따지면 미끼로 쓴 구더기 먹은 생선 먹는 건 안 찜찜한가?”
“어? 그것도 그렇네”
영양가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화목연과 장유란을 뒤로 하고 장백서는 호남으로 향하는 배의 도착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앞으로 사흘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이야기를 듣자 하니 원래라면 하루 한 번씩 배편이 있었으나 최근 동정호를 근거지로 한 수적 때들에 공격당해 배 몇 척이 운행을 못 하게 되었다 한다.
그 덕분에 운행할 수 있는 배도 줄고 또 그렇게 줄어든 배들도 호위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출항하지 못하니 현재 배편에 차질이 많은 상황이었다.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장판교가 아무리 내부에서 정보를 혼동시킨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상행으로 위장한 걸로 잠시는 눈을 피할 수 있었지만, 추격의 선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을 테니까.
이러면 기껏 번 시간이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에 장백서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그럼 일단 거기로 가 보는 건 어떨까?”
“거기요?”
“왜 저번에 귀주에서 백서 네가 구해 준 묘족 분이 계림에 가면 수잔방에 들르라고 말했잖니?”
“아!”
“수잔방, 이름을 들어보니 대충 뱃사람들이 만든 조합인 것 같은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명안이십니다.”
마 부인의 제안에 장백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직도 강가에서 가마우지 낚시를 보며 쓸데없는 소리나 하는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수잔방은 포구로부터 살짝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건물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배가 튀어나온 중년의 남성이 장백서 일행을 반겨 주었다.
“어서오십쇼! 뱃놀이, 낚시, 상행까지! 저희 수잔방은 고객만족도 십 할을 자랑하는 계림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우수 수로방입니다!”
중년 남자의 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유란은 품에서 묘족이 준 나뭇조각을 꺼냈다.
“이게 뭔지 알아보겠어요?”
“네? 이게 무슨…… 아!! 강양! 이건 강양 놈의 물건인데!? 소, 손님들, 강양이랑 무슨 관계인 것입니까?”
장유란은 조금의 거짓을 붙여 묘족, 아니 강양이 사기 사채에 당해 폭행을 당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그것을 도와줬다는 것을 설명했다.
“……쯧, 강양 놈, 내가 그러니까 뱃일이나 열심히 하라니까…… 어디서 헛바람이 들어서…….”
무언가 뒷사정이 있는 듯 보였지만 장백서 일행에게는 그것을 듣고 있어 줄 여유가 없었다.
“강양이 수잔방에서 이 나뭇조각을 보여 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했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후, 강양의 은인인데 홀대할 수는 없지, 그래 뭘 도와주면 되겠나 말해 보게.”
“저희를 호남까지 선박으로 태워 주십시오.”
“……하필이면 호남인가…….”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없으면 좋겠지만 있다네, 정규 배편을 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요즘 호남에서 수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네, 원래는 걸려도 돈 몇 푼만 주면 보내 주는 놈들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맛이 가서는 닥치는 대로 배를 습격하고 침몰시키고 있다네, 덕분에 우리같이 뱃일 하는 사람들은 무서워서라도 호남에는 발도 못 붙이고 있지…….”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중년인에게 화목연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절정 고수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말과 함께 뽑아 든 화목연의 검에 자색의 검기가 솟아올랐다.
“오, 오오! 이게 무림들의 검기라는 건가? 대단하구먼, 생에 처음 봐!”
중년인의 열렬한 반응에 화목연의 콧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휘청~!
“아, 아니! 절정고수가 있는데 수적이 뭐가 무섭다고 부족하다는 것이오!?”
“상대도 그냥 수적이 아니어서 그러는 거지…… 자네들도 장강수로채 정도는 들어봤겠지?”
장강수로채!
장강을 근거지로 수적질을 하는 수적들의 연합체를 이르는 말이었다.
다만 평범한 수적들과 다른 점은 이들의 무공이 보통의 수적들과 달리 매우 고강하다는 것이었다.
“설마 절정고수가 있는 것입니까?”
“생존자의 증언으로는 자네가 방금 보여 준 것처럼 검이 푸른색으로 지글지글 타올랐다고 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