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2
072. 진퇴양난
호남으로의 여정은 순조로웠다.
애초에 일행의 목적은 호남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디까지나 한 번 배편을 이용함으로 추적의 선을 끊는 것이 이 수로행의 진짜 목적이었다.
호남성에 발만 들여준다면 그걸로 충분했고 애초에 장강수로채도 구태여 호남의 변두리까지 약탈을 하러 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장백서 일행은 광서성과 호남의 길목에 있는 선녕에서 하선했다.
선녕에 내린 장백서 일행은 곧장 강서성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호남에서 다시 마차를 구한 일행은 배편을 통해 번 시간을 최대한 유효 활용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머지않아 문제가 생겼다.
마 부인의 출산일이 다가온 것이다.
마 부인이 신교의 영역에서 사천까지 오는 대 약 오 개월, 그리고 장백서 일행과 함께 이동한 것이 이제 사 개월을 좀 넘기고 있었다.
조금 조산이기는 했지만 적절한 시기였다.
일행은 기양에 있는 한 뒷산에 들어가 마부인의 출산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운 좋게도 산에서 사람들과 떨어져 사는 모녀를 만날 수 있었기에 그들에게 염치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흔쾌히 그 요청을 수락했다.
산속에 자리한 조그마한 오두막.
그곳에서 장백서 일행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동생.”
“왜 그러십니까? 화 공자?”
“형님이라 부르라니까…… 뭐 일단 그건 됐고 동생이 보기엔 아이가 남자아이일 것 같나 아니면 여자아이일 것 같나?”
“글쎄요…….”
장백서가 마음만 먹는다면 뱃속 아이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확인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백서는 구태여 성별을 확인하는 그런 멋없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즐거움으로 남겨 둔 것이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저번에 뱃속에서 그렇게 힘차게 발길질하는 것을 보니 남자아이가 틀림이 없을 거다!”
“에이, 그건 모르죠, 여자 중에도 각법이랑 퇴법의 고수가 얼마나 많은데요?”
장백서의 반박에 화목연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태어나면 이름을 뭐라고 짓지?”
“그건 아기의 엄마인 마 부인이 결정해야지, 그걸 왜 화 공자가 걱정합니까?”
“동생! 뭘 그렇게 정 없는 소리를 하나!”
그런 장백서와 화목연의 대화를 지켜보며 미소 짓던 마 부인이 말했다.
“후후, 사실 아직 마땅한 이름을 정해 두지 못했거든”
마 부인의 남편은 부지불식간에 암살을 당한 탓에 아이의 이름을 지어 줄 시간이 없었고 물론 마 부인도 계속된 추격에 아이의 이름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 덕분에 마 부인 배 속의 아이에게는 이름은 커녕 그 흔한 태명 하나조차 없는 상태였다.
“너희가 생각해 준다면 정말 고맙겠구나.”
마 부인의 말에 화목연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장백서를 쳐다보았다.
“거봐라! 마 부인도 저렇게 말씀하시잖아! 음, 어디 보자…… 마, 마…… 마.”
그렇게 골똘히 이름에 대해 생각하던 화목연은 좋은 이름이라도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딱!’ 튕기고는 말했다.
“마덕순!”
짝!
“미친놈인가……?”
화롯불에 앉아 자신의 창을 닦던 장유란이 화목연이 제안한 이름을 듣고 창대로 그의 머리를 갈겼다.
“아프잖아!! 뭐하는 거냐 유란아!!”
“아니, 미친 덕순이라고 이름 짓는 댁이 할 소리야!?”
둘이 그렇게 왈가왈부하며 입씨름을 하고 있으려니……
“그런데 이름은 그렇다 치고 성은 남편분 성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장백서 일행이 머무는 오두막 주인의 열다섯 살 딸, 황미나가 궁금하다는 눈으로 마 부인에게 물었다.
마부인은 그런 황미나와 눈을 맞추고 웃는 낯으로 설명해 주었다.
“응, 보통은 그렇겠지만 한…… 아니 우리 집안 전통이라고 해야 하나? 딸이 결혼할 때는 항상 남편이 데릴사위로 들어오게 되거든.”
뭐 말하자면 한마가의 전통 같은 것이었다.
한마의 핏줄들은 대대로 ‘마’ 씨를 성씨로 써야 했다, 그렇기에 한마가의 여식이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남자의 성이 아니라 여자의 ‘마’ 씨 성을 따라가게 된다.
그것을 설명하기가 조금 복잡하기에 마 부인은 그냥 데릴사위라고 설명했다.
“우와! 신기해! 저 그런 거 처음 봐요!”
황미나는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눈을 번쩍이며 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었다.
사람과의 교류를 끊고 산속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아온 탓에 영양 상태가 썩 좋지 못한지 황미나는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체격이 상당히 작았다.
동갑인 장백서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했다.
물론 이는 장백서가 또래와 비교하면 이상할 정도로 큰 탓도 있었지만……
“미나야~ 마 부인 피곤하시게 그러지 마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들어오는 것은 황미나의 어머니이자 장백서 일행의 체류를 허락해 준 이 오두막의 주인인 한서림이었다.
“한 부인, 다시 한 번 저희를 받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원, 별말씀을 사람이 살다 보면 도울 때도 있고 도움받을 때도 있는 법이지,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코앞에 있는 기양시를 놔두고 인적도 없는 산속에 들어와서는 대뜸 산모의 출산을 도와 달라 한 장백서 일행을 한서림은 싫은 기색 없이 받아 주었다.
하물며 한 부인은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고 무슨 이유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이런 산에 들어왔는지도 묻지 않았다.
‘동병상련이라는 건가…….’
사연이 있는 것은 그들 모녀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앞에 기양시를 두고 구태여 산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모녀에게 사연 하나가 없을 리가 없으니까…….
그러는 사이……
“그럼…… 마용소 이건 어때?”
“어감이 별로야 마신해, 이게 훨씬 좋지 않아?”
화목연의 이름 짓는 감각을 꾸짖던 장유란도 어느새 아이 이름 짓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장백서는……
“아니 두 사람…….”
“응?”
“뭐?”
“남자앤지 여자앤지 모르니까 남자일 때 이름 여자일 때 이름 둘 다 지어 둬야죠!”
“오호라, 그건 그렇구먼, 좋았어! 나에게 맡겨 둬라! 문화의 도시 섬서에서 살아온 저력을 보여 주마!”
“웃겨! 언제부터 섬서가 문화의 도시였는데!”
그렇게 장백서, 화목연, 장유란, 거기다 어느새 끼어든 황미나와 한서림까지, 작은 오두막 안에서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 이름 정하기에 몰두했다.
그리고.
“남자애면 마진호! 여자애면 마진서! 이걸로 인정!?”
끝없는 설전에 눈에 기미가 가득한 장유란이 소리 높여 외쳤고 마찬가지로 긴 설전에 지친 장백서와 화목연이 ‘인정’이라고 말했다.
장유란이 마 부인을 바라보자……
“응, 둘 다 좋은 이름이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으아…… 장유란! 네가 까다롭게 굴어서 더 길어졌잖아!?”
“덕순, 덕배, 덕화, 덕춘…… 이딴 거 제안한 인간은 입 다물고 있자?”
“제가 봐도 덕 연작은 선을 좀 많이 넘었습니다. 화 공자…….”
“덕이 뭐가 어때서…….”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한 부인이 말을 꺼냈다.
“잠깐…… 이렇게 되면 아이의 이름을 정해 준 세 명이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대부와 대모가 되는 건가?”
그 말에 장백서와 화목연, 그리고 장유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부라…… 하하! 그거 나쁘지 않구먼!”
화목연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장유란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지 ‘대모라…….’ 라고 말하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장백서는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회귀 전, 마 부인은 분명 정천맹에게 생포 당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의 천마암살이 그리 간단히 성공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뱃속이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그리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바뀌었다.
진작에 잡혔어야 할 마 부인은 잡히지 않았고 마인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은 백천회의 손아귀에서 태어났을 아이는 지금 조금 외지기는 하나 사람의 온기로 따스한 오두막에서 그 출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장백서, 그로 인해 바뀐 것이었다.
***
마 부인의 출산이 정말 코앞까지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한 부인에게 전해 들은 장백서는 물건을 사기 위해 기양 시내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내 기양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고수들의 존재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 딴에는 기척을 숨기고 있었지만 장백서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주의하며 거리에 녹아들어 있었지만 쉴 새 없이 눈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닌 척하며 주변 상인들에게 어떤 인물들의 용모파기와 인물 구성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었다.
‘벌써 여기까지 따라붙었나……!’
장판교와 운소소의 도움에 배편까지 사용해서 그들의 추격을 늦춘 장백서였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마 부인의 출산을 위해 기양에 머무른 지도 벌써 일주일을 넘기고 있었다.
아무리 정천맹 내부에서 견제가 있고 정검대에서 장판교가 정보를 교란하고 운소소로 인해 전력이 이분되었다 해도 그들은 정천맹의 정예 부대였다.
오히려 여기까지 추적을 늦춘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장백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건들을 구매하고 산에 있는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현재 추격자들이 기양시에 당도했으며 머지않아 추격이 여기까지 미칠 것을 전했다.
“젠장…… 하필이면 이런 때…….”
화목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 부인을 보았다.
말 그대로 출산을 목전에 둔 마 부인이었다, 추격자들이 따라붙었다고 출산준비가 다 된 이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장백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여기서 요격해야 합니다.”
지금 현재 장백서 일행이 저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지형의 묘를 살릴 수 있다는 점 밖에 없었다.
추격자들은 한정된 인원으로 산을 뒤져야 할 것이고 장백서 일행은 이를 알고 있는 만큼 함정이나 요격이 쉬운 장소에서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우선 자리를 옮기죠, 저잣거리 삼류 흑도패가 상대라면 모를까 저들을 상대로 평범한 나무 오두막은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할 겁니다.”
장백서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부지런히 산을 뒤졌고 몸을 숨길 만한 동굴이나 토굴 등을 미리 몇 군데 점 찍어 두었다.
사정을 설명한 장백서는 한 부인과 황미나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죄송합니다, 쫓기는 처지임에도 한 부인과 미나의 환대에 기대서 민폐를 끼쳤습니다, 혹시 모르니 잠깐은 기양 시내로 몸을 피해 있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장백서는 이전에 사인표에게 삥 뜯었던 돈이 담긴 돈주머니를 한 부인에게 건넸다.
그러나……
“됐어요. 장 공자, 장공자와 일행을 집에 들일 때부터 무슨 사정이 있을 거란 건 알고 있었어요, 인제 와서 도망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말한 한 부인은 마 부인의 산만큼 부풀어 오른 배와 뒤이어 장유란을 바라보았다.
“장 공자는 모르겠지만, 출산이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고요? 제가 없으면 누가 마 부인의 출산을 돕겠어요. 장소저 혼자서요? 장 소저, 혹시 아기 받아 보신 적은 있나요?”
한부인의 질문에 장유란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헤헤……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에 한부인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말했다.
“지금은 이렇게 사람들과 떨어져 살지만 이래 봬도 제가 받은 아이만 두 자릿수랍니다.”
호언장담하며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한 부인을 보고 장백서는 더는 무어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담아 한 부인에게 포권을 취해 보였다.
“한 부인, 당신의 그 용기와 협의(俠義)에 감사드립니다.”
“어머, 어머, 협의는 무슨…… 곤란한 사람을 돕는다, 당연한 거잖아요?”
“네…….”
협의(俠義), 천하무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자 동시에 가장 많이 져버리게 되는 말, 그것을 지금 호남 기양의 한 산중에 사는 아낙이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