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3
083. 협행검[俠行劍]
외마[外魔]
죄를 짓거나, 혹은 자의에 의해, 또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교를 떠나 중원에서 살다가 결국 동화된 이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외마라…… 외마 되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가?”
장백서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저의 할아버지 되시는 분이 외마라는 이야기와 무공 이외에는, 이름은 물론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아마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흠, 그런가…….”
물론 거짓말이다.
그런데도 한마에게 자신이 외마의 후손이라 자칭한 것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마공을 익힌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마대전의 계기가 되는 천마암살!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교 내부의 협력자가 필요하다!’
회귀 전 세상에서 천마암살의 결정적인 부분이 된 마 부인의 납치를 막기는 했으나 백천회가 그 정도로 천마암살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 신교와의 선을 만들어 놓는 것은 필수였다.
그런 장백서의 생각을 알 리 없는 마정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등을 돌렸다.
자리를 떠나려 하는 마정후의 등에 대고 장백서가 물었다.
“따님을 만나지 않으시는 겁니까?”
장백서의 물음에 마정후가 코웃음 치고는 말했다.
“헛소리를! 신교의 율법을 어기고 적대조직에 몸을 의탁한 수치스러운 딸에게는 더는 아무런 용무도 없다!”
‘되지도 않는 거짓말은…….’
회귀 전의 세계에서 한마와 꽤 친분이 깊었던 장백서는 지금 마정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현, 그걸 저 아이에게 주어라.”
“알겠습니다.”
마정후의 부름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여인이 한 명 걸어 나왔다.
“받으시지요. 공자.”
“이건…….”
“설마지패[雪魔知佩]라는 겁니다. 후에 이것을 가지고 신교로 오시면 한마의 중요한 손님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설마지패를 대번에 알아본 장백서였지만 그냥 모른척하며 현이라는 여인의 설명을 경청했다.
“훗날 네가 이 패를 가지고 온다면 이번 일에 대한 마땅한 상을 내리도록 하마, 원한다면 너를 교인으로 받아 줄 수도 있다.”
생각보다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한마를 보며 장백서는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할망구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장백서는 한마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따님을 납치하려 했던 이들…… 백천회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회귀 전의 세계에서는 진작에 마 부인을 납치했기에 자신들의 흔적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백천회였지만, 회귀 후의 세상에서는 장백서 일행의 방해로 거하게 자신들의 흔적을 노출해 버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딸의 뒤를 쫓던 마정후도 그들의 존재와 신교에 숨어든 정체불명의 집단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 말로 이번 표행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행위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라야 하지.”
교의 집법을 담당하는 한마의 한 마디, 그 한 마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련히 잘 처리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장백서는 마지막으로 포권을 취해 보였고 그것을 뒤로하고 한마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후우, 예나 지금이나 살벌한 분위기의 할망구야…….’
***
그 후 협의련은 며칠에 걸쳐서 마 부인의 거취에 대한 논의를 했다.
혹시라도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면 판을 엎을 준비를 했던 장백서였지만 다행히 신승현공과 천하도 한백호의 주도로 마 부인은 임무 중에 순직한 협의련의 유족으로서 취급하되 그녀의 특별한 입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마 부인의 거취가 안정되고 장백서와 장유란 그리고 화목연은 마 부인과 마진서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협의련의 무인들의 호위 속에서 집으로 향하는 여로에 올랐다.
“하하하!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말게 동생!”
“아니요 슬픈 얼굴 안 했는데…….”
“그런 슬픈 얼굴 하면 이별이 슬퍼지지 않는가! 섬서와 사천이 바로 옆이니 얼마든지 다시 만날 수 있네!”
“아니 슬픈 얼굴 안 했는…… 에휴 됐수다.”
사람 말을 안 들어 처먹는 화목연의 모습에 그래도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무언가 아쉬움을 느낀 장백서는 그냥 받아 주기로 했다.
“함께해서 즐거웠고 꼭 다시 만납시다.”
“도, 동생!!”
“사내 새끼가 고작 이런 거로 눈물이나 글썽거리기는…….”
눈물을 글썽거리는 화목연을 나무라는 장유란이었지만 정작 그런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찔끔 맺혀 있었다.
“그럼! 다시 만나야지! 꼭 다시 만나서 마 부인과 진서를 다시 만나러 가야지!”
그렇게 섬서에서 화목연과 눈물겨운 이별을 한 장백서는 반년 만에 사천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장 공자 같은 협사를 호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강정현까지 장백서 일행을 호위해 준 협의련의 무인들과 이별한 장백서는 장유란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쩌긴 뭐, 다시 열심히 표국을 살려 봐야지…….”
표행을 성공하고 마 부인으로부터 남은 잔금을 받은 호현표국이었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당장 두 번의 습격에서 표사들과 보표들이 많이 죽은 데다 마부인의 의뢰는 성공했지만 다른 표물들의 표행은 실패한 탓에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저랑 일 하나 함께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뭐?”
장백서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장유란이 머리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제가 하나 생각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안정적으로 함께 해 줄 사람들이 좀 필요해서 말이죠?”
“아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큰일을 생각했다니 도대체 언제?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표행을 다녔던 장유란과 장백서였다.
그런데 도대체 그런 사업을 언제 생각했다는 말인가?
“……하,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자”
장유란의 대답에 씨익 웃어 보인 장백서는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니까 ……어, 그, 그 30년 전 천하 무림을 뒤흔든 패왕성의 비고가 어디 있는지 네가 알고 있다고?”
“네”
“……거짓말이면 빨리 말해. 죽빵 한방 갈기는 거로 봐줄 테니까”
“십 할 진실입니다.”
“……하, 이거 십팔 할 구라가 확실한데 ……네가 말하니까 왜 설득력이 있냐?”
그렇게 잠시간 고민하던 장유란은 결국 장백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니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장유란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장백서는 곧장 그녀를 이끌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문제는 그 방향이 유현문은 물론 호현표국이 있는 곳도 아니라는 것이다.
“가 보시면 압니다.”
그렇게 말하고 향한 장백서가 도착한 곳은……
금조상단[金朝商團]
금현아의 아버지인 금가동이 단주로 있는 사천 제일의 상단이었다!
“여, 여기를 왜 갑자기……?”
무인으로서 보다는 상계의 사람으로서 살아온 장유란에게 금조상단이 가지는 의미는 장백서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컸다.
그런 장유란의 당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백서는 금조상단의 대문을 지키는 문지기에게 무언가 말을 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문지기는 의아해하기는 했으나 이내 이야기를 내부로 전했다.
그리고,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소협! 어서 안쪽으로 드시지요.”
후다닥 달려 나온 시비의 안내에 장백서와 아직도 얼떨떨한 장유란이 함께 금조상단의 내부로 들어갔다.
금조상단의 내부 깊숙한 곳에 있는 전각으로 안내된 장백서와 장유란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하하하! 오랜만에 보는구려 장 공자, 아니 이제는 협행검[俠行劍]이라 불러야겠군?”
“……제발 그것만은 참아 주십시오. 금 대인…….”
금조상단의 주인이자 금현아의 아버지 금가동이 그들을 환영해 주었다.
협행검!
협의지행의 주인공이 된 장백서, 장유란, 그리고 화목연에게는 각각 별호가 하나씩 붙었는데 장백서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협행검이었다.
“흐흐흐, 왜 멋지지 않아 협행검?”
“하하! 그리고 옆에 있는 소저는 냉소협봉[冷笑俠鳳] 장유란 소저가 아닌가?”
“……그냥 장유란이라 불러 주세요…….”
냉소협봉. 이것이 장유란에게 붙은 별호였다.
“크,크큭 냉소협봉…… 좋네, 응 죽인다.”
“……닥쳐…….”
자신의 별호가 어지간히 창피한지 장유란이 금가동 앞이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색하고 욕지거리부터 하는 장유란이었다.
“허허 마지막으로 매화검룡[梅花劍龍]도 함께 만났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을……!”
“……왜 화공자만 저런 멋진 별호를…….”
“그러니까 말이야…….”
장백서와 장유란이 화목연의 멋들어진 별호를 질투하는 것도 잠시, 금가동이 본론을 꺼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는지 알려 주겠나? 그것도 사문을 뒤로하고 말이야.”
과연 사천 제일의 거부답게 이미 장백서가 사문에도 들르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온 사실을 알고 있는 금가동이었다.
“사문에 돌아가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말이죠.”
“호오?”
장백서의 말에 흥미를 보인 금가동은 말을 마저 해보라는 눈으로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금 대인께서는…….”
한 번 뜸을 들인 장백서가 말을 이었다.
“언제까지 사천에서 만족하실 생각이십니까?”
장백서의 그 말에 금가동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려 주겠나?”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언제까지 사천에서 만족하실 것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장백서의 말을 음미하듯 잠시 뜸을 들인 금가동이 말을 이었다.
“만족하는 게 아니라네, 그저 지금은 힘이 부족해서 때를 기다릴 뿐.”
사천 제일의 거부, 사천 제일 가는 상단, 말은 좋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사천에 안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특히 서방무림은 어떻게 한다 쳐도 동방무림에 세력을 뻗치기에는 무력이든 금력이든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지.”
무력은 그렇다 쳐도 사천제일의 상단인 금조상단에 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원래 그곳에 뿌리내리고는 있는 기존 상단의 상권을 빼앗아 올 필요가 있었고 그러는 데 필요한 것이 금력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기존 상권의 자리를 빼앗는 만큼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문제는 그렇게 보게 되는 손해가 사천제일의 상단조차 쉬이 볼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무력에 대한 것은 훨씬 노골적인 것이었다.
서방무림도 그렇지만 동방무림은 특히 상가와 무가의 관계가 끈끈한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동방무림의 이름 높은 상단들은 대두분이 무림문파를 뒤에 낀, 혹은 아예 무림문파에서 운영하는 상단들이었다.
물론 금조상단도 나름의 무력집단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태생이 상가인 만큼 그 수준이 별로 높지는 않았다.
“제가 그 두 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드린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백서의 질문에 금가동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무슨 뜻이냐?”
“별거 아닙니다, 그저 저에게 아~주 좋은 사업거리가 있고 이 일이 잘된다면 금 대인께서는 금력과 무력을 동시에 손에 넣으실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에 금가동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금가동의 질문에 미소 지은 장백서는 말했다.
“일단 첫 번째로 원하는 것은…… 그렇네요. 신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