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4
084. 패왕성의 비고
욕심!
장백서는 결코 금가동의 인품을 낮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은 실로 무서운 것이라 때로는 부모가 자식의 머리를 자르고 자식이 부모의 가슴에 칼을 박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기에 장백서는 확답을 들으려는 것이었다.
내가 당신을 믿어도 되겠는가? 동시에 당신은 나를 믿는가에 대한 확답!
물론 이런 언약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장백서가 보기에 금가동은 입 밖으로 낸 약조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신뢰라…….”
장백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금가동 역시 장백서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찌 지학{15살}의 소년이 저런 기개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자기 딸 금현아도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아이라 생각했지만 장백서의 그것은 그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금가동은 이전에 집으로 찾아온 금현아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유현문에서의 생활은 괜찮느냐?”
“매일 침대에서만 살았을 때 비하면 천국과 같습니다.”
“허허허! 그렇구나! 암 그래야지!”
“그런데 아버지.”
“응? 왜 그러느냐?”
“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쉬이 가질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음? 원하는데 쉬이 가질 수 없는 것이라…… 그렇다면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 봄이 어떠냐?”
“음, 제 말이 좀 부족했네요, 그러니까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허허…… 사람의 마음이라, 그렇지 세상 무엇보다 가볍고 동시에 무거운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엽전 하나로 마음을 얻을 때가 있는가 하면 천금으로도 얻지 못할 때가 있지…….”
“저랑 또래의 분이십니다…… 그런데 하시는 행동이나 그 심계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 마치 노강호를 대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 분이십니다, 거기다 재물에 관심이 없으시고 가진 능력 또한 출중하신 분이라 그분의 원하는 것을 주려고 해도 제가 딱히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흠, 현아야, 너는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너무 물질적인 무언가를 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구나?”
“네? 그 말씀은…….”
“때로는 천만금의 재물보다 한 줌의 마음의 평온이 더 가치가 있을 때가 있단다, 네가 그 사람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면 된단다, 상대가 너를 원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과연……! 아버지 뛰어난 통찰력이십니다!”
“그런데…… 현아야?”
“네?”
“혹시 그 사람이 남자니?”
“……그럼 저는 이만 사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제들이 기다리고 있겠네요.”
“현아야! 그 사람이 남자인 거냐!!”
‘바로 이 아이였구나!’
금현아가 그렇게 호감을 보이던 상대의 정체를 눈치챈 금가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걸 확 조져 말아!?’
이미 제안이니 신뢰니 하는 일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고 감히 자신의 금쪽같은 딸의 마음을 빼앗은 놈팡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에만 정신이 팔린 금가동이었다.
‘끙! 내 딸을 데려가려면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품성도 훌륭하고 배경도 뛰어나고 결정적으로 본인이 가진 능력도 뛰어나야지!’
근데 막상 생각해 보니 장백서는 그 대부분을 만족하고 있었다.
당장 키가 훤칠한 걸 넘어 지학의 나이에 어지간한 성인만 한 키와 체격을 가졌다, 품성과 능력은 어떠한가?
당금 무림을 떠들썩하게 만든 협의지행[俠義志行]! 협의라는 한 단어에 목숨을 걸고 곤경에 처한 모녀의 목숨을 구했으니 그 품성과 실력은 더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배경도 유현문의 대제자라는 자리는 백 점 만점 까지는 아니어도 능히 칠십이나 팔십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
‘얼굴은 뭐…… 그냥 평범하지만…… 그래도 선이 굵고 호남이니 나쁘지는 않군.’
객관적으로 제법 훌륭한 신랑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금가동이 고민에 빠져 있으려니……
“……금대인?”
기껏 무게 잡고 신뢰니, 뭐니 떠들어 댔는데 상대가 답이 없자 초조해진 장백서가 말을 걸었다.
“응? 아, 아! 그래 신뢰라, 신뢰 중요하지, 금조상단의 단주 금가동의 이름을 걸고 자네와의 신의를 저버리는 것은 없을 것을 약속하겠네.”
중간에 이상하게 고민이 길기는 했지만 어쨌든 확답을 받아 낸 장백서가 곧 패왕성의 비고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없이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금가동은 이내 이야기가 끝나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패왕성…… 그 저주스러운 이름을 이렇게 다시 듣게 될 거라고는…….”
“네? 금대인 그게 무슨…….”
“아아, 미안하군 설명해 주자면 길지만 뭐, 간단히 말하자면 패왕성의 천하행진[天下行進]…… 그때 우리 금조상단도 꽤 큰 손해를 입었다…… 그렇게만 알아주게.”
“네…….”
말 그대로 천하를 휩쓸었던 천하행진인 만큼 금조상단이 손해를 입었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확실히…… 소문의 패왕성 비고가 있다면 동방무림으로 진출할 금력은 한순간에 충당되겠지, 하지만 무력은…… 자네 설마 패왕성의 무공을 본 상단의 무인들에게 익히게 할 생각인가?”
패왕성은 무림공적이 되어 멸망했다.
당연하지만 그런 패왕성의 무공을 익힌 자 또한 무림공적으로 지명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그렇게 말하며 장백서는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순간 천장에서 두 개의 검은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진정들 하십시오. 그저 보여드릴 것이 있어서 뽑은 것일 뿐.”
장백서는 태연하게 그렇게 말했고 곧 금가동이 호위들을 물렸다.
호위들이 다시 천장으로 사라지고 장백서는 검에 공력을 집중했다.
그와 동시에 검에 묵색의 검기가 생겨났다.
그에 금가동의 눈이 크게 뜨였다, 협의지행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표행을 성공시킨 만큼 그 경지가 일천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으나 설마 절정의 경지라니!?
지학의 나이에 절정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기나긴 무림 역사를 따져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당황한 것은 금가동만이 아닌지 천장 위에서도 당황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장백서는 그렇게 검기를 두른 검을 휘둘렀다.
금가동의 방이 넓으므로 검을 휘두를 자리는 충분했고 장백서의 검무가 잠깐 이어졌다.
“어떠신지?”
장백서의 물음에 금가동은 잠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누군가를 불렀다.
“이선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부름과 함께 금가동의 그림자 속에서 솟구친 이선이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매우 뛰어난 검술입니다, 가벼우면서도 빠른, 하지만 그렇다고 난잡하지 않은 상승의 검법입니다.
다만…….”
“다만?”
“유현문에 저런 검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금가동의 의문에 장백서는 친절히 답해 주었다.
“네, 제가 유현문의 무공을 독자적으로 변화시켜 만들어 낸 무공입니다, 그리고 저는 패왕성의 무공도 이런 식으로 변화시켜 볼 생각입니다.”
장백서가 하고자 하는 말을 금가동은 대번에 알아들었다.
즉 익히는 것만으로 무림공적으로 지정될 패왕성의 무공을 장백서 본인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뜯어 고쳐주겠다는 뜻이었다.
“직접 무공을 뜯어고쳤다니…….”
금가동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선이라 불린 검은 복면의 사내는 장백서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무공이라는 게 저렇게 간단히 뜯어고칠 수 있는 거라면 왜 무림인들이 무공비급 하나에 목숨을 걸겠는가?
방금 장백서가 시전해 보인 검술은 십이로삼식의 비익검보였다.
‘뭐, 내가 직접 만든 것도 맞고 유현문의 무공을 참고한 것도 맡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이렇게 패왕성의 무공에 대한 대책까지 전해 들은 금가동은 그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장백서는 금가동에게 사람들을 구해 달라 부탁했다.
보물을 비밀리에 운반할 입이 무겁고 신상이 확실하며 가능하면 약점, 혹은 인질이 될 인물을 금조상단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들, 그리고 절정 이상의 경지를 가진 금가동 휘하의 무사들까지.
금가동은 과연 사천 제일의 거부라는 것을 증명하듯 장백서가 내건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모았고, 그렇게 장백서와 장유란, 그리고 비고 발굴단이 사천의 구채구현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서 사매가 여기 있는 거야?”
그렇게 구채구현에 도착한 장백서는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제가 오면 안 되는 곳에 온 건가요?”
“……금대인 한테는 입단속을 부탁드렸는데…….”
“아버지가 먼저 말한 것이 아니랍니다, 제가 스스로 찾아가 부탁드린 것이지.”
“……도대체 어떻게 알고……?”
“후훗, 여자의 감이랍니다.”
말을 저렇게 하지만 대충 어떻게 알게 되었을지는 예상됐다.
아마……
‘이선 저자로부터 퍼졌겠지…….’
이선, 초절정경지의 고수이자 금가동의 전속 호위인 남자, 그리고 아마……
‘금현아의 호위와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겠지.’
그림자 속에서 솟아나는 은밀한 은신술도 그렇고 아마 같은 곳에서 무공을 익혔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발굴단에 금조상단이 동원할 수 있는 고수들이 상당수 동원되었고 그런 사실은 금현아의 호위에게도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눈치 빠른 현아가 거기서 뭔가를 읽고 조사해 봤겠지…….’
장백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금현아가 장백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러느냐?”
금현아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장백서의 품에 와락 안겼다.
“사, 사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금현아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스며 있었다.
그리고 금현아가 안긴 가슴팍도 조금씩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하지만 장백서는 내색하지 않고 자신에게 안긴 금현아의 등을 말없이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고맙구나, 네가 준 ‘부적’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단다.”
그렇게 둘은 잠깐 해후의 기쁨을 나누었다.
금현아와의 해후를 마친 장백서 일행은 곧 구채구현의 어느 화전민 터에 도착했다.
“……여긴?”
장유란이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장백서를 쳐다보았다.
“이런 곳에 패왕성의 비고가 있다고?”
당연히 어디 절벽이나 숨겨진 동굴 같은 장소를 예상한 장유란은 예상외의 장소에 당황했다.
“뭐, 일단 잠자코 따라오라고.”
장백서는 짐을 옮기는 짐꾼들에게 야영 준비를 시키고 장유란과 금현아, 그리고 금가동이 대동시킨 금조상단의 비밀 무력부대 금조대와 함께 화전민 터를 돌아보았다.
“……그냥 화전민 터자나?”
터를 한 번 다 둘러본 뒤에도 뭐가 뭔지 알아채지 못한 장유란이 의문부호를 띄었고 그런 반응은 금조상단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흥! 단주님께서 믿고 보내셔서 입 다물고 왔는데 이거 순 사기꾼 새끼잖아?”
장백서가 들으라는 듯이 욕을 지껄인 것은 금조대의 대원이었다.
이십 대 중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남자의 반응에 장백서는 눈을 모로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쪽 분은 제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군요?”
“방호! 장공자에게 그 무슨 무례한 언사냐! 당장 장 공자에게 사과드려라!”
이번 일의 성공을 위해 특별히 파견된 금가동의 전속 호위이자 금조대의 단주 이선이 방호라는 남자를 나무랐다.
장백서는 그런 이선을 막고 앞으로 나섰다.
“뭐, 길게 끌지 맙시다, 그쪽 같은 사람이야 결국 뻔하지 않습니까? 결국은 자신보다 어리고 실력도 없는 녀석이 앞에 나서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그게 본심이죠?”
“뭐, 뭐!? 이 애송이가……!”
정곡을 찔린 것인지 말을 더듬는 방호를 보고 장백서는 웃으면서 손을 까딱거렸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을 모르니, 아니 상대가 범이란 것도 알아보지 못하니 알려드려야겠군요, 힘의 차이를.”
당황하던 방호가 장백서의 명백한 도발해 발끈해 주먹을 휘두르려던 순간!
우득!
장백서의 후발선제의 정권이 방호의 안면을 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