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78)
제177화. 간만에 모여서 회포는 개뿔이 (6)
검은빛이 신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건 마치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힘이었다.
물론 물리적인 멸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
그건 단순한 안식 같은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파괴는 물론, 신들의 존재, 신격. 그들에 대한 정의와 기억까지 지워버릴 것 같은 죽음의 힘이었다.
그래서 신들은 움찔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신에 대한 기억까지 없앨 수 있는 힘.’
신들은 절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신들은 인간들이 염원에서 태어난 존재들.
인간들은 공포와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없이 믿을 대상을 필요로 한다. 괴수가 쳐들어오고 있는 지금 환경에서라면 더더욱.
그리고 그 인간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을 염원하고 기억하는 이상, 신은 언제든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때문에 영생불멸(永生不滅).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건의 힘은 달랐다.
저 재앙신의 힘은 그 부활까지 애들 장난으로 만드는 완전한 죽음.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신들에게도 공포였다.
13번째 성신.
세상은 물론, 유일하게 신들의 존재까지 죽일 수 있는 신이었으니까.
자신들뿐이 아니었다.
‘신들 모두가 저놈에게 죽을 수 있도다.’
그야말로 신계의 멸망.
그 증거로 이건의 검은빛을 본 성신들이 경기를 일으켰다.
아직 재앙신이라고 할 만한 힘도 아니었지만, 그 냄새를 맡은 것으로도 성신들에게는 질겁할 일이었다.
다가가기도 싫어했다.
그래서일까.
[경기를 일으키는 주인들이 급히 어둠의 별을 찾습니다] [서둘러 저 햇병아리를 없애라며 항의합니다]“!”
어둠의 별은 유일하게 성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더러운 별.
더럽기 짝이 없는 이건을 상대하기엔 최적의 대상이라는 것일까.
결국 신들의 항의와 함께 이건의 앞에 검은 빛이 떨어졌다. 다홍색의 빛이 섞여 있는 검은 빛이었다.
쾅!
금수주인과 같은 짐승의 형태는 아니었다.
마치 빅뱅이 일어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을 폭발과 함께 함께 하늘이 열렸다.
쿠구궁!
그 형태는 마치 블랙홀.
태풍처럼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검은 구멍에서 소름 돋는 빛줄기가 떨어졌다.
쾅!
빛줄기가 지면을 때리면서 성도들이 비명을 질렀다.
“크윽!!”
동물, 나무, 잔해, 건물.
주변의 모든 것들이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어둠의 별이 성인들의 힘을 갈취해 갑니다]성도들의 마력까지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성신의 힘을 탐하는 거해좌 성신다운 권능이었지만 글쎄.
[주인들이 어둠의 별의 행패에 극대노합니다] [자신들의 성도들은 건들지 말라고 항의합니다] [그대의 적은 재앙신 하나로 족하다고 합니다] [어둠의 별이 닥치라며 눈을 부릅뜹니다]동시에 검은 구멍에서 떨어지는 빛줄기가 이건을 향해 다가왔다.
애초에 성신들의 항의와 무관하게 이건을 노리고 있는 거해좌의 성신이었다.
성도들의 힘을 무의식중에 갈취해갈 만큼 분노한 것이리라.
그 증거로 지면에서 거친 소용돌이가 돌았다. 그 소용돌이는 거대한 허리케인이 되어 이건을 노리고 있었다.
[어둠의 별이 뱀주인좌의 주인에게 살의를 드러냅니다] [어둠의 별이 그런 식으로 제 성인을 괴롭힐 거면 내놓으라며 눈을 번득입니다]이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식?
그는 자신이 붙잡고 있는 장루이를 보았다.
머리는 이미 휴고의 불길에 타들어가 피부가 녹고 있었다.
밤이 되지 않으면 꺼지지 않는 태양의 불길은 장루이의 머리카락을 태우고, 그 눈까지 녹이려 했다.
“크윽…!!”
뭐, 성인인 탓인지 그걸로 죽진 않았지만.
‘아니, 인간이 아니라서 인가.’
그 증거로 불길에 타오르는 눈동자의 형태가 바뀌었다.
인간의 동공이 아닌 파충류와 같은 짐승의 동공으로 바뀌었다.
그 피부도 다른 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뭐, 상관없었다.
이건은 자신의 성인을 돌려달라는 거해좌를 향해 악랄하게 웃었다.
그리고.
콱!
“아악!”
되려 가져가볼 수 있으면 가져가보라는 듯, 장루이의 얼굴을 짓이겼다.
이에 거해좌의 빛이 크게 들썩였다.
물론 다른 성신들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제 성인을 걱정해서라기 보단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느낌.
그리고 장루이를 통해서 새어나가면 안 되는 뭔가 있는 느낌.
그 증거로 소용돌이에서 거대한 손이 뻗어 나왔다.
소용돌이로 만들어진 손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만 한 손이 장루이를 데려가려는 것이었다.
이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투신본능 종료까지 3분 남았습니다] [레벨조건(20) 만족. 성인 지정 만족. 신좌가 완전해져, 신좌 에너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좌 에너지를 소비하여 투신본능을 1초씩 늘릴 수 있습니다]동시에 그는 하늘로 손을 들어올렸다. 이건의 손에 쥐어진 천공의 단죄가 형태를 변형했다.
번쩍!
1단계였던 장작 도끼가 순식간에 3단계, 최고 공격형으로 바뀌었다.
그 높이만 대략 3m!
날 역시 거대해진 천공의 단죄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필시 이건이 만든 물건인 만큼, 주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이리라.
[천공의 단죄가 분노합니다] [제 몸을 바쳐 주인을 괴롭게 하는 자를 용서하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집니다]이에 소용돌이로 만들어진 손이 크게 들썩였다. 비웃음이었다.
이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내 새끼 무시하기는!”
무려 미지문명 측의 4대 재앙이라는 붉은 눈까지 잡은 제 새끼였다.
천공의 단죄에서 검은 빛이 치솟았다. 그 빛을 머금은 천공의 단죄는 더욱더 날이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맞붙는 거해좌와 뱀주인좌의 힘!
거대한 손이 이건을 삼키려는 그 순간이었다.
텅!
이건이 스윙한 천공의 단죄가 소용돌이 손과 부딪치고.
쾅!
천공의 단죄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빛이 거대한 손을 3등분으로 갈라버렸다.
마치 하늘을 뻗어나가는 일방통행의 도로처럼, 검은 빛이 소용돌이를 집어 삼켰다.
콰지직!
순식간에 소용돌이가 흩어졌다.
[어둠의 별이 눈을 부릅뜹니다] [어떻게 필멸자가 신들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느냐고 합니다.]그 광경에 강림했던 성신들도 몹시 당황한 기색이었다.
[주인들이 경악합니다] [얼굴을 가린 주인 중 하나가 공포에 몸을 떱니다]필시 이건에게서 느껴지는 검은 힘 때문이리라.
아직 재앙신으로서 각성하지 않았지만, 저 힘.
지금은 그저 파괴의 힘에 불과했지만 글쎄.
‘이미 성신의 힘을 와해시킬 수 있을 정도인가.’
권속신들 역시 기겁했다.
[역시 저게 깨어나면 곤란하도다.]그리고 그 생각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결국 지켜보고만 있던 화신들까지 나섰다.
어둠의 별이 있으니 자신들은 그저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건만.
[저놈은 살아 있으면 안 된다]저놈은 자신들의 비밀과 연관이 있었다.
[열 받은 주인들이 자신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빨리 저 더러운 재앙신을 눈앞에서 치워버리자고 합니다] [재앙신이 눈을 뜨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합니다] [괜히 성인들을 부려 이건을 죽이려한 게 아니라고 합니다] [어둠의 별에게도 힘을 주자고 합니다]화신체로 강신했던 동물 형태의 번개들이 힘을 뿜어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컥!”
공격해오는 권속신들을 처리하고 있던 케빈이 움찔했다.
등을 향해서 화살이 꽂히는 느낌.
그 느낌이 뭘 의미하는지 그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니, 잠ㄲ… 아씨!! 멋대로 들어오면 피규어에 넣어버릴 거라니깐!!]기다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케빈의 몸에서 은색의 빛이 치솟았다.
쾅!
[만월의 주인이 자신의 성인을 통해 현신합니다] [뱀주인좌 산하의 주인, 만월의 주인이 강림했습니다]유니콘의 모습이 머리가 긴 미인의 모습이 되었다.
여신의 강림이었다.
필시 다른 성신들이 꼴불견이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케빈의 몸을 통해 강신한 만월의 주인이 눈을 번득였다.
[걱정 말아라.]강력한 힘을 뿜는 여신이 이건의 앞에 착지했다.
[내가 새로운 뱀의 주인을 전폭 돕겠노라, 그러니 너는 걱정 말고….]그러나 그때였다.
빠각!!
[허억!]케빈, 아니 강신한 만월의 주인이 이건에게 뻥 걷어차여 날아갔다.
한순간에 날아간 만월의 주인이 분노했다.
졸지에 얻어맞은 처녀좌 성신은 굉장히 억울해 보였지만, 이건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아군인척 해. 너도 나한테 저주 걸었잖아.]“?!”
그 말에 휴고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저주?
처녀좌 성신이?
케빈조차도 당황해서 강제로 성신화를 풀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코웃음을 쳤다.
[너 나한테 감시 저주 걸었잖아. 아주 24시간, 목욕하는 것까지 살펴본 것 같더만.]“?!”
휴고가 경악하고, 케빈은 아차 싶었고, 만월의 주인은 당황한 듯했다.
뱀주인좌로 각성한 이건을 살펴보려 한 것이지, 저주는 결코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당황한 만월의 주인이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저기 그것이 아니ㄹ…!]이건은 변명은 됐다는 듯 만월의 주인의 멱살을 잡아 내던졌다.
화신강림한 성신들 쪽이었다.
쾅!
[넌 그 새끼들이나 맡아라.]만월의 주인을 내던진 이건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다시 소용돌이로 돌아오는 거해좌 성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를 맞춰 다른 화신들이 이건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쾅!
“!”
거해좌 성신이 방해하지 말라는 듯 힘을 뿜어냈다.
거해좌는 다른 성신들과 다른 길을 걷는 신좌.
[이 뱀주인좌를 짓밟아버리고 그 능력을 갈취하겠다고 선포합니다] [이 뱀주인좌의 재생 능력은 미지문명에 비싸게 팔릴 것이라며 흡족해 합니다]이건이 꺼지라는 듯 천공의 단죄를 들었다.
어차피 놈의 핵을 통해 거해좌의 힘에 대한 내성은 어느 정도 키운 상태였다.
그리고 신좌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만, 투신본능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
‘저놈부터 없앤다.’
다른 신들도 잡아서 왜 자신을 죽이려 한 건지 알아내리라.
아니 목적에 따라서는 이 지구에서 몰아낼 것이었다.
그리고 스킬은 아직 쿨타임이 남았지만 상관없었다.
[성인을 들여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죽음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습니다]쾅!
소용돌이와 이건의 힘이 다시 맞부딪쳤다.
쾅!
“큭!”
힘이 부딪치고, 소용돌이를 막은 천공의 단죄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역시 성인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쾅!
‘!’
모든 성도들과 권속신들의 몸에서 수상한 빛이 솟아올랐다.
성도들이 놀랐다.
“이거는…!”
마치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각자 다른 색깔의 선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그건 바로 각자의 성신과 연결된 마력. 성신의 가호였다.
그리고 그 힘이 강제로 몸 밖으로 끌어내지고,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서걱! 서걱! 서걱!
“아악!”
몸 밖으로 나온 선들이 잘려나가고.
[꺄아악!]“아아악!”
“꺄악!”
선들이 잘린 권속들과 성도들이 하늘로 납치되어갔다.
[어둠의 별이 성신의 가호를 잘랐습니다] [가호의 힘이 잘린 권속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됩니다] [어둠의 별이 무방비 상태가 된 권속들을 납치해갑니다] [어둠의 별이 힘을 키웁니다]맞부딪친 소용돌이의 모습이 변했다.
이번엔 손이 아니었다.
소용돌이가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100층 건물 크기의 반인반마.
다리는 거미와 같은 형태의 갑각류였고, 상체는 얼굴이 없는 남자였다.
팔은 집게발과 같았다.
성신보다는 괴수에 가까운 모습.
[경고. 상대의 육신이 너무 단단합니다] [힘이 통하지 않습니다] [껍데기부터 깨부숴야 합니다]그리고 남자가 힘을 뿜어냈다.
“큭!”
천지가 울리자 성도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 공포 앞에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권속신들 역시 겁에 질려 숨거나 무릎을 꿇는 이들이 많았다.
화신으로 나타난 성신들도 가까이 가기 싫어했다. 휴고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경고. 어둠의 별이 힘을 뿜어냅니다] [경고. 버티기엔 너무 강한 힘입니다]경고가 날아왔지만 이건은 개의치 않았다.
송장이긴 했지만, 악마의 탑 지하에서 이미 군주급과 싸워봤기 때문일까.
그 기세에 새삼 눌릴 리도 없다.
‘이 까짓 경고….’
하지만 그 순간, 이건은 움찔했다.
콰직!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거해좌의 공격을 막고 있던 천공의 단죄가 쩍 갈라진 것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무기에게 있어서는 무시무시한 고통일 것이었다.
그 증거로 천공의 단죄가 괴로워했다.
[천공의 단죄가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낍니다] [천공의 단죄가 무척 괴로워합니다]그러나 천공의 단죄는 개의치 않았다.
[천공의 단죄가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천공의 단죄는 주인이 울지 않을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합니다]천공의 단죄는 다른 성물 중에서도 이건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무기.
그렇기에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이건이 천공의 단죄를 거두려는 때였다.
주인을 위해 마지막으로 울부짖던 천공의 단죄가 거해좌 성신의 육신을 갈랐다.
콰직!!!
번쩍!
엄청난 섬광이 솟았다.
그리고 그 순간, 힘을 다한 천공의 단죄가 산산조각이 났다.
필시 지난 번, 장군급을 상대할 때 금이 갔던 영향이리라.
그 때 바로 수리를 해두긴 했지만, 천공의 단죄는 소재가 유일무이해 수리할 수 있는 재료가 없었다.
‘그 영향인가.’
하지만 거해좌 성신이 웃었다.
[무기는 거의 완벽했다고 합니다] [단지 필멸자의 재료로 만든 무기로는 불멸자의 몸을 뚫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둠의 별이 그만 포기하라고 합니다]마치 너 따위는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된다는 웃음이었다.
그래봐야 인간이 신격이 된 하위종이라는 느낌.
하지만 그 비웃음 아래서 이건이 날카롭게 웃었다.
“그래? 그럼 재료가 필멸자가 아니기만 하면 되는 거네.”
[……!]인벤토리 책을 불러낸 이건이 책 안에서 뭔가를 끄집어냈다.
그건 거대한 송곳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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