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일단 좀 맞자 (1)
이건은 단번에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 목소리는 12놈 중 하나이자, 돌팔이 점쟁이.
하나밖에 없는 제 친구였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을 그리워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만에 듣는 목소리는 제법 반가웠다.
그래서 꽤 반가워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
이건의 표정이 썩어갔다.
“너, 살아 있으면 바로 찾아와야지! 돌아오자마자 이게 무슨 짓이야!”
꽤 먼 거리. 휴고는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신과 비슷한 마스크를 쓴 사내였다.
아마도 자신과 함께 있던 그 이건 무리들 중 하나일 것이었다. 박물관에서 부리나케 나오던 사람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성역에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기나 하고!”
그 외침에 이건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해갔다.
저 새끼가.
착각을 해도 정도껏 착각을 해야지.
실제로 휴고에게 붙잡힌 노년 사내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휴고는 사내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무튼 이쪽으로 와! 가서 이야기를… 커헉!”
얼굴을 걷어차인 휴고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쿵!
난데없이 날아온 드롭킥.
졸지에 얼굴을 걷어차인 휴고가 바닥에 쓰러졌다.
쿵!
그리고 무려 12성인이 쓰러지는 광경에 붙잡혀 있던 노년 사내가 놀라 입을 벌리고.
“??”
얻어맞은 휴고도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새끼야. 뒤질래?”
발차기를 날리며 나타난 이건이 무릎을 털었다.
“새끼가 착각할 게 따로 있지.”
이건은 험악한 얼굴로 쓰러진 휴고를 노려보았다.
반면 휴고는 굉장히 어리둥절해했다. 그는 마치 물음표를 백만 개 정도는 찍었을 듯한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이건을 바라보았다.
얜 또 누구냐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휴고의 눈이 이건이 들고 있는 무언가에 향했다.
그건 바로 목재나 돌을 깎을 때 쓰는 끌.
그 낯익은 물건에 휴고가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제 도구를 허공에 던지자 휴고도 잘 아는 모습으로 변했다.
‘!’
이번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붉은 슬라임.
생명체는 이건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이건을 철썩 철썩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는 이건의 형태변환 성물.
수많은 이건의 제작품 중에서, 오직 주인인 이건의 명령에만 따르는 살아있는 성물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챈 휴고의 얼굴이 경악스럽게 물들어 갈 때, 이건이 웃었다.
“오택수 이 등신아, 넌 친구 얼굴도 못 알아보냐?”
마침내 휴고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건!’
동시에 당황한 휴고는 자신이 붙잡은 사람을 보았다.
“그, 그럼 이 사람… 아니, 이분은? 얼굴이….”
이건과 아주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였다. 입은 옷도, 마스크도, 심지어 일그러진 얼굴까지도 똑같은데.
그러자 휴고에게 붙잡혔던 사내가 볼을 긁적이며 웃었다.
“아, 죄송합니다. 이 얼굴은 특수분장인데….”
“?!”
그는 사인 좀 부탁한다며 휴고를 붙잡았다. 아무래도 이건과 신궁좌의 극성팬인 것 같았다.
동시에 이건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자식이, 다른 사람한테 민폐나 끼치고 말이야.”
휴고는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뭐? 민폐?
결국 휴고는 계속 사인 좀 부탁한다는 광팬의 옷에 사인을 바쁘게 해주고 돌려보낸 뒤. 황당해하며 이건을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휴고는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눈 앞에 있는 건 180이 넘어가는 장신에 반듯한 얼굴. 비웃는 미소가 유독 잘 어울리는 날카로운 눈매.
나이도 전혀 달랐다. 심지어 마력의 기운까지도.
그리고 그게 어찌나 충격이었는지 그가 모시는 신인 의 성신.
작열사자리의 주인조차도 굉장히 동요하며 언짢아하고 있을 정도였다.
[의 성신, 작열사자리의 주인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의 성신, 작열사자리의 주인이 완전한 타인이라고 거만하게 주장합니다] [이건만 한 인간이 세상에 또 있을 리 없다고 합니다] [의 성신, 작열사자리의 주인이 정체를 밝히게 콱 한번 태워 죽여보라고 지시합니다]그 알림에 이건은 비뚤어지게 웃었다.
이 엿 같은 성신 놈을 콱.
아무래도 12성신 중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것이 이 신궁좌의 성신이었다.
그리고 놈은 워낙 나태하고 나르시즘 성향이 심했던 신.
덕분에 휴고가 대가 치르기를 힘들어해서 자신이 종종 도와주곤 했었다.
휴고의 성신은 자신이 만들어낸 물건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며 자신을 아껴주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자신을 못 알아볼 리도 없을 텐데. 하물며 서열도 상당히 높고 강한 신이라 더더욱 착각할 리도 없고.
‘의외군. 똥털들은 그냥 병신이라서 날 못 알아본 거라 생각 했는데.’
성신을 상대로 한 없이 박한 평가를 하는 이건은 흥미로워했다.
‘어쨌거나 성신들까지도 날 구분 못한다 이거지?’
원래의 얼굴을 되찾은 건 맞지만, 아무래도 그냥 회춘하고 몸이 재생되기만 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들은 얼굴로 인간을 구분하지 않으니 더 확실했다. 생각보다 몸에 더 큰 변화가 생긴 것이리라.
“아무튼 우리 택수, 그 사이에 폭삭 늙었구나?”
휴고는 어이가 없었다.
이놈은 도대체 흐른 세월만 몇 년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무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 정말 건이 맞아? 목소리도 좀 다르고….”
이건은 웃었다.
“이러면 똑같지?”
“!”
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납게 굵어졌다. 그리고 그건 휴고한테도 낯익은 음성.
“그땐 목도 안 좋아서 살짝 낮게 말하고 다녔거든.”
“……!”
하지만 초재생 덕분에 안 좋았던 목도 좋아졌으니, 이제는 그럴 이유도 없다.
그리고 그쯤 되자 휴고는 허허 실없이 웃었다.
아무래도 이건이 돌아온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탓이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자신도 나중에 그 탑에 들어가 봐서 잘 알았다. 도저히 사람이 살아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러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거기서 도대체 어떻게…아니, 됐어. 살아있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아니. 난 전혀 안 됐는데?”
네?
순간 휴고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은 주먹을 우득 거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분명히 이야기 했잖아.”
“…뭐, 뭘?”
“찾아서 죽일 테니, 잘해보라고.”
“?!”
휴고는 그제야 자신에게 남겨진 음성메시지를 떠올렸다.
“아, 아니 저기.”
이건은 나긋하게 웃으며 휴고에게 다가왔다.
“탑에서 살아온 건 좋은데 이상하더라고. 내 집은 팔아 넘겨지고, 심지어 내 새끼는 박물관 유리관에 갇혀 돈벌이로 이용당하고. 나머지 새끼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아, 아니 건아.”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유언장대로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특히 내 새끼들 관리는 잘해달라고 고기도 엄청 사줬던 거 같은데, 이상하다. 유언장이 나도 모르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네?”
휴고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뒷걸음질은 본능이었다.
그러나 그도 할 말은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도 유언장까지 바뀌어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그렇게 됐….”
“야.”
“!”
나긋했던 이건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시끄럽고, 일단 너도 좀 맞자.”
* * *
빠각!
백양좌의 성역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침입자를 쫓던 백양좌의 성도들은 깜짝 놀라서 술렁거렸다.
“뭐야, 무슨 소리지?”
“마력이 충돌하는 소리 아니었어?”
“뭐? 마력? 뭘 어떻게 하면 이런 소리가 나는데?”
“저쪽이야!”
성도들은 떨면서 우르르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이건에게 얻어맞은 휴고는 비명소리도 내지 못했다.
“…#&*!”
아니, 사실 눈으로 이놈을 봤어도 그가 돌아왔다고는 믿을 수 없었는데.
‘정말 본인이 맞긴 맞구나.’
휴고는 죽겠다는 듯 자신의 명치를 움켜쥐었다. 하필 이런 걸로 그의 귀환을 체감하다니,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나마 성신의 보호 스킬이 있기에 이 정도로 끝났지, 괴수였으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도둑을 찾았습니다!”
“이쪽입니다!”
“성주님의 보물들을 훔쳐간 사람입니다!”
백양좌의 성도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휴고는 어리둥절해했다.
아니 잠깐, 성주님의 보물이라니?
“네 물건들이라면 몰라도,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러자 이건이 낄낄 웃으며 뭔가를 가리켰다.
“저거 찾나보지 뭐.”
무심결에 고개를 돌린 휴고는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이건이 가리킨 공원 쪽엔 값비싼 황금 재물들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끄는 건 금 궤짝!
‘저건 백양좌의 대표 성물 중 하나잖아!’
결국 휴고는 비명을 질렀다.
“너 도대체 뭘 들고 온 거야! 하필 가져와도 SS급 보물을!”
“아 왜! 훔쳐 간 것도 많은데 이 정도는 상관없잖아!”
“야!”
성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은 건가!
하지만 이때 몰려온 백양좌 성도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쿵! 쿵!
지면이 크게 흔들리면서 성역을 지키는 신수들이 튀어나왔다.
얼핏 용의 모습을 한 거대한 짐승이었다. 그리고 그건 성신이 기르는 권속신들 중 하나.
‘피슈!’
중국 신화에서 나오는 재물의 신수였다.
그리고 피슈는 용의 9번째 아들로 돈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짐승인데, 옥황상제에게 맞고 항문이 막힌 이후로는 돈을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못한다는 짐승이었다.
그리고 그 특성은 포식.
[주의. 가진 성물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주의. 가진 재물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그러자 이건은 굉장히 귀찮다는 듯 휴고를 봤다.
“택수야. 쟤 처리 좀.”
쓰러져 있는 휴고는 기가 막혔다.
“너 그렇게 사람을 패놓고 양심은 있니?”
아파서 움직일 기운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자 이건은 쯧쯧 혀를 찼다. 겨우 그거 맞고 뻗었냐는 것이다.
“비실한 놈. 전투 신좌주제에 더럽게 약해가지고.”
휴고는 정말 억울했다.
“네가 너무 센 거야! 생산 계열 주제에!”
“아. 그래?”
이건은 귀를 후볐다. 하지만 휴고는 탄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친구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건도 겉으로 보기엔 일단 멀쩡해보였다.
하지만 이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휴고였다.
‘건이의 전투는 리스크가 너무 커.’
이건은 제 몸을 깎아먹으면서 능력을 사용하는 타입이었다. 성신도 없기 때문에 남들에게 반푼이라고 불렸고 말이다.
게다가 그 몸으로 20년이나 흘렀는데, 제대로 싸울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전성기의 능력은커녕, 피하며 움직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여긴 일단 내가… 커헉!”
그러나 마력을 쓰려던 휴고는 또 걷어 차였다.
휴고는 이게 무슨 짓이냐며 바라보았지만, 이건은 혀를 찼다.
“야야. 그렇게 무식하게 마력을 쓰면 여기 다 파괴되잖아. 신좌주제에 민폐도 적당히 끼쳐야지.”
휴고는 속이 터졌다.
지금 저게 뭐라는 거야?
‘지금껏 여기 다 때려 부순 게 누군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시큰둥하게 제 슬라임을 칼 모양으로 바꾸었다.
물론 평범한 칼은 아니었다. 그 형태는 공예를 할 때나 쓰는 작은 조각칼.
이 슬라임은 엄연히 공구(제작) 성물이라, 무기로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도 연장 같은 도구로 변할 때만 제 본래 능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사실 상대가 권속신이나 괴수면 쓸모가 없었다.
‘뭐, 그래도 일단 이정도로도 충분하겠지.’
그런데 그때였다.
‘!’
마력을 불어넣은 순간 제 성물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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