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내 거 찾으러 왔는데?
서울 남부.
이건은 눈앞에 펼쳐진 부지에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거 무식하게 크네.’
이곳은 한국 내 있는 백양좌의 신궁.
혹시 다른 12명이 뭔가를 눈치채고 몰려올까 봐 조금 서둘러 오긴 했지만.
‘무슨 어린이 대공원도 아니고.’
미아가 되기 딱 좋은 장소였다.
그러나 더 웃긴 건 이 곳이 성스러운 땅인 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은 헛웃음이 나왔다.
‘성역은 개뿔이.’
은 과거에도 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었듯, 각 성신들과 성인을 모시는 곳이었다.
세상은 그곳을 신궁이라고 불렀고, 보통은 성도들이 그곳을 지켰다.
물론 놈들이 어디에 둥지를 틀든, 무엇을 하든 크게 관심 가질 일도 아니었지만.
‘새끼들. 이쪽으로는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게 경고했거늘.’
놈들이 정말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서 들어왔다면 또 모른다. 그럼 순수하게 고마워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멀쩡하게 잘 있는 제 보호 성물들을 싹 뽑고, 그 위에 자신들의 성역을 쳐놓았다면 그 의도는 뻔했다.
‘성역이 넓어질수록 성신의 힘과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는 것 같으니.’
어디 그뿐인가.
이건은 호수 앞에 세워진 화려한 양 동상을 보고 혐오스러워 했다.
쓸데없이 금은보석만 닥치는 대로 때려 박았을 뿐, 예술미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도 않는 동상.
이건은 동상을 퍽퍽 걷어차 양머리를 날려버렸다.
‘원래는 여기에 내가 만든 성물이 있었는데.’
괴수를 쫓아내주는 보호 성물이었다. 놈들의 핀트 나간 기도 따위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그런데 자신의 성물도 어설프게 뽑아내서 오히려 전보다 괴수들이 들어오기 좋은 환경이 되어버렸다.
‘어설프게 뽑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리 뽑은 건지.’
이건은 싸늘하게 웃었다. 물론 양웨이 놈이 뽑은 건 아니었다.
‘그 정도의 능력은 없는 놈이고.’
뽑아낸 건 아마 성인 중 다른 놈일터.
물론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누가 그걸 뽑았느냐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 새끼는 어디에 숨겼냐.’
그는 주변을 살피며 마력을 탐지했다.
사실 그는 이곳에 자신의 물건을 물건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안 그래도 마지막 고유스킬, 스킬을 사용하려면 S급 이상 제작 성물이 필요했으니까.
‘어차피 제대로 된 무기도 필요하고.’
민성훈한테서 되찾아온 물건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래봐야 보조용 도구.
반지들이라 전투에 직접 도움이 되는 놈은 아니었다.
‘내가 쓰던 무기만 찾아내면 딱인데 말이지.’
물론 워낙 이건의 전투 능력이 전설로 남아서 그렇지, 그는 엄연히 전투직이 아닌 생산계의 제작사였다.
무기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만….
‘전설급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제작도구 쪽은 더해서, 손에 익은 도구가 아니면 움직이기 상당히 불편했다.
때문에 이건은 이곳에 온 것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자신의 물건이 가장 많은 곳은 이곳이라 들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건은 눈을 번득이며 어딘가를 노려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다름 아닌 일반인도 많은 관광지.
“아빠, 정말 이 안에 12성인이 잡은 붉은 눈이 있어?”
“그래. 이건의 무기도 볼 수 있다더라.”
“정말? 그럼 난 이건 무기 보러 갈래!”
“뭐? 넌 양자리의 황금의자를 보고 싶다고 했잖아.”
“아냐! 그 배 나온 아저씨 거 싫어, 이건 무기가 더 멋있어!”
그랬다.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백양좌의 박물관이었다.
그리고 여긴 이미 유명한 관광지로, 양웨이는 세계 곳곳에 있는 제 성역에 거대 테마 박물관을 세운 것이었다.
물론 재물을 모으고 뽐내는 걸 좋아하는 그 새끼들이 할 만한 짓이긴 하지만…
‘아니 누구 멋대로 내 새끼를 지들 돈벌이로 삼는 건데?’
이건은 눈에서 불꽃을 튀기며 박물관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애초에 그는 자신이 만든 물건에 애착이 꽤 강했다.
어디 그뿐인가.
이 안에 어떤 물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때 마침 찾아온 기회.
만약 이곳에 있는 게 자신의 무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였고, 설령 다른 물건이어도 분해를 하면 재료로 사용할 수 있을 터.
어느 쪽이든 이득이다.
그렇게 이건이 박물관 입구 안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주의. 타 신좌의 성역이라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제한됩니다] [경고. 성역의 신좌특성, 이 발동 중입니다.] [신좌의 힘을 가진 자들은 정해진 기부금을 내야 합니다] [주의. 가진 것들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서둘러 해당 성역에서 나가야 합니다]그러나 이건은 피식 웃으며 뭔가를 얼굴에 썼다.
그건 박물관 앞에 우르르 있던 관광객 무리에서 슬쩍 해온 양가면. 박물관 옆에 있는 경매장에 참가하는 거부들이었다.
그리고 이건은 훔쳐 쓴 가면을 쓰고 당당하게 박물관 입구를 지나갔다.
통행권을 구매해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VIP 카드입니다.] [환영합니다. 사이먼 님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동시에 이건은 백양좌의 부하들한테 인사를 받았다. 심지어 수고하라며 뻔뻔하게 손까지 흔들었다.
역시 양웨이의 지갑에서 프리패스 ID 카드를 훔쳐온 보람이 있었다. 사이먼이라는 건 필시 양웨이의 유흥용 가명이리라.
‘촌스러운 새끼.’
이건은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양 가면을 휙 던져버렸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이건의 검은 마스크.
그는 입구를 지나 박물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곳은 백양좌의 성역이라곤 하나, 방문자를 가리지 않는 박물관.
다른 신좌들도 숨어들어와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만큼 귀찮아지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주의. 타 신좌의 성역이라 힘이 제한됩니다]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뱀주인자리의 힘이 약간 둔화되었다.
‘!’
뭐 이런 이유였던 건지. 옛날부터 돌팔이 친구 놈은 ‘성신들의 성역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알게 뭐람.’
쾅!
이건은 제 물건의 기운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3층 대전시실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기운이 끊겼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였다.
[주의. 백양좌의 기운입니다]“!”
강한 힘.
이건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하물며 그 힘은 순간적으로 이건조차도 경계할 정도.
아니나 다를까, 뒤에는 강한 힘을 가진 성도가 있었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직원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꽂힌 걸 깨달은 이건은 미간을 좁혔다.
어차피 CCTV에 찍힐 걸 알기에 겸사겸사 선전포고용으로 쓴 이건 마스크였지만, 역시 좀 튄 것일까.
결국 이건이 혀를 차면서 손을 움직이려는 순간.
“일행분은 저쪽이십니다.”
“……?”
이건은 백양좌 성도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안내받은 특별 전시실에 들어간 순간, 이건은 흠칫 놀랐다.
“정말 이게 진짜 이건 님이 입으셨던 옷이라고?”
“이것보세요! 이건이 쓰던 세공도구도 있어요!”
“와, 이건이 씹다버린 껌도 있다.”
자신과 똑같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르르 있었던 것이다.
해외 관광객들이었다. 심지어 일반인뿐만 아니라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진 성도들까지 있었다.
“세상에, 이게 이건이 쓰던 무기란 말이야?”
“안되겠다, 이거 경매에서 살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어요.”
“꿈깨요. 이건이 썼던 모나미 볼펜이라는 것도 10만 달러에 팔렸어요. 무기는 상상을 초월할 걸요. 거부들이 그런 거에 얼마나 환장하는데.”
“100만 달러면 될까?”
“한참 부족하죠! 애초에 무기는 계속 프리미엄이 붙는 물건이라, 백양좌가 팔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전문 큐레이터와 수집가까지 등판한 모습에 이건은 앓는 소리를 냈다.
하여간 커뮤니티의 글과 천성재를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어야 했는데.
‘똥털, 이 장사치를 콱!’
사람들은 이건의 등장에 반가워했다.
“늦게 합류하신 분이신가요? 성함이….”
아무래야 좋았다.
‘이 주변이다.’
이건은 자신의 물건을 찾았다.
이건의 무기라며 사람들이 가장 몰려 있는 곳이 있었지만, 이건은 관심도 주지 않았다.
왜?
‘전부 짝퉁이야.’
뭐, 숟가락이나 옷 같은 건 자신의 집을 털어서 진품을 전시했을지 몰라도, 무기류는 전부 가짜다.
신기한 건, 짝퉁임에도 묘하게 제 마력의 기운이 남아 있어 희한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
뭔가를 본 이건이 씨익 웃었다.
* * *
이건이 바라본 곳은 다름 아닌 구석에 있는 전시 공간.
자신이 쓰던 식기며 책이며, 여러 잡동사니가 전시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건….
‘이쑤시개.’
잇새를 쑤시는 물건이 보란 듯이 전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관람객 대부분의 관심사는 이건이 입었다는 갑옷이며, 칼과 같은 무기. 이쑤시개 따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설마 이게 진짜 이건이 쓰던 물건이겠어요.”
옆에 있던 이건 동호회 사람이 다가오며 킥킥 웃었다. 척 봐도 강한 마력을 가진 게, 어느 성단인지는 몰라도 상당한 각성자이리라.
“전 이번에 이건의 저 무기가 경매에 나오면 꼭 살 거예요.”
“그래?”
“네. 저 무기를 들고 러시아 토벌을 하던 그 전설의 영상은 정말 죽여줬는데.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저런 무기 옆에 이런 이쑤시개는 좀… 진짜 이건 님이 쓴 건지 알 수도 없고.”
“왜. 이건의 물건이 아닐 것 같아?”
“당연하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라, 그냥 구색 맞추기 일 수도….”
“그럼 그냥 가져가도 되겠다. 그치.”
“네?”
동시에 이건은 환히 웃었다.
그리고 내리치는 주먹.
쨍그랑!
“?!”
곧 전시장의 유리가 깨지자 경보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삐익- 삐익-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뭐, 뭐야. 이거?”
“어디서!”
이건의 바로 옆에 있던 각성자는 기겁했다.
“아, 아니 잠깐…!”
그러나 태연하게 전시유리를 깬 이건은 이쑤시개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외부에서 백양좌의 경비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꼼짝 마라!”
그들은 황급히 출입구를 막아섰다.
그러나 이건은 환히 웃으면서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민성훈이 가지고 있던 성물 중 하나였다.
푸슈슉!
그가 물건을 발동하자, 순식간에 전시실에 연기가 차올랐다. 동시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꺄악! 뭐야, 불이라도 난거야?”
“몰라! 일단 나가!”
관람객들이 뛰쳐나가고, 백양좌의 성도들이 이건을 포위했다.
“강도입니다!”
“서둘러 성도들을 보내주세요!”
순식간에 이건을 포위한 성도들은 이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건이 하필 털어낸 것이 이쑤시개라는 점에서 황당해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주변에는 갑옷류나 무기류도 많은데.
‘왜 하필 털어도 저런 걸.’
‘관심종자인가?’
성도들은 이건을 보았다.
“일단 가진 무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물건을 내려놓고 얌전히 투항….”
그러나 이건은 씨익 웃으면서, 물고 있던 이쑤시개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커헉!”
“컥!”
눈 깜짝할 사이에 이건을 포위하고 있던 성도 넷이 쓰러졌다.
그리고 성도를 쓰러트린 이건은 여유롭게 뭔가를 던지고 받았다.
그건 다름 아닌 조각을 할 때 사용하는 송곳 모양의 끌.
흔히 거대한 석상을 조각할 때, 망치로 내리치게 되는 그 도구였다.
신기한 점이 있다면 그 크기와 길이가 굉장히 커서, 이건의 키보다도 컸다.
그리고 이건의 손에 쥐어진 끌은 낑낑거리며 이건을 반겼다. 주인을 알아본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은 그걸 보며 웃었다.
‘아무래도 20년 전. 내가 마지막으로 썼던 모양이 이쑤시개였나 보군.’
이 물건은 이건의 의지에 반응해 형태변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성물.
– 제작 성물 (S급)
– 특징: 형태변환 (S급)
이건이 만든 물건 중엔 드물게 자아가 깃든 돌연변이가 태어났는데, 이 물건은 그중 하나였다.
물론 자체 등급은 그리 높지 않아 전투에 써먹긴 힘들지만, 제작과 형태변환 스킬만큼은 S급 이상 성능.
성물을 만들 때 필수로 쓰던 제작도구였다.
그리고 사실 전설급 무기야 아까워도 정말 운이 좋다면 다시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으니, 못 찾아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장인에게 손에 익은 제작 도구만큼 귀중한 건 없었다. 하물며 제법 아끼는 밥벌이 도구.
그리고 그때였다.
[창조공방 개방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이제부터 제작스킬 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 평짜리 생산공방이 생성되었습니다] [창조공방의 기본 영역들이 개방됩니다] [] [각인 스킬을 생성해 에 귀속 특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이건은 몹시 흡족해했다.
이것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스킬은 개방했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예전과는 다른 기능도 생겨난 것 같고 말이다.
‘그럼 슬슬 나가볼까.’
이건은 밖에서 몰려오는 백양좌의 성도들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때였다.
문득 이건의 발길을 잡는 구역이 있었다.
‘창고?’
거긴 다름 아닌 구역.
[ 황금양털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집니다]잠시 고민하던 이건의 눈썹 근육이 씰룩였다.
그래. 그냥 빈손으로 나가면 섭섭하지.
척 봐도 귀중품이 있을 것 같은 금고라 이건은 음흉한 입꼬리를 올렸다.
* * *
한편 그 무렵.
“헉, 헉…!”
급하게 백양좌의 성역으로 달려온 휴고는 기겁할 광경을 보게 되었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서둘러 박물관 쪽으로!”
“이 혼란을 틈타서 백양좌의 성물들도 도둑맞고 있다고 합니다!”
백양좌의 성역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 똥털의 집에 다녀오겠다는 메시지를 보고 이 상황을 예측한 휴고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건아, 제발!’
틀림없었다.
이 사태의 원흉은 전부 이건일터!
그리고 그렇게 위험하니, 다른 놈들의 성역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말했건만!
‘아주 태연하게 남의 성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고!’
아무래야 좋았다.
쾅!
침입자를 잡기 위해서일까. 백양좌의 신궁에서 거대한 재물 두꺼비들이 나타났다.
쿠궁!
“!!”
덕분에 휴고는 놀랐다.
그리고 저것들은 백양좌 성신이 키우는 권속신 종류들 중 하나!
경비신들이 나타나자 휴고가 급히 움직였다.
‘젠장!’
그런데 이때, 쇠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꺼비들이 쓰러졌다.
쾅! 쾅!
이건이었다.
이건은 태연하게 쓰러트린 두꺼비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아, 슬슬 배고픈데.”
그리고 그때였다.
이건은 실로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건아!”
절규하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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