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59)
제258화. 여기 있었니 (2)
“연우야, 사실 오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래? 우연이네. 나도 할 말이 있었는데.”
24년 전.
연우는 그날의 일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사실 성신들과 군주가 연우를 쫓아온 것이니까.
이건이야 연우가 자신을 그날 그곳으로 불러냈기에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행히 그날 죽은 사람은 연우 하나뿐이었지만, 그래도 이건을 끌어들이고 말았다.
“그래서 건이는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어…? 어… 그건….”
“내가 한번 맞춰볼까? 나 알 것 같은데.”
“어? 어어어??? 아니…! 아악! 아니 잠깐!”
“우리 월세 값 엄청 밀렸지? 아주머니한테 들었어. 그래서 그럴 줄 알고 쨘, 여기 가져왔어.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
“어? 왜 그래? 이거 아냐? 아주머니가 급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밀렸던 건 맞는데, 그런 이야기를 보통 이런 레스토랑에서 해?”
“…아, 아냐?”
“아니거든? 그리고 월세는 아까 집 나오면서 다 내고 왔거든? 아 됐어.”
“어? 미, 미안해, 기분 상했어? 어디가?”
“바보야 걱정 마, 화장실 가는 거야. 갔다 와서 바로 말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결국 말은 듣지 못했다.
오히려 그게 서로가 서로를 본 마지막.
이건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놈들은 쳐들어왔고, 연우는 혼자 온 척하며 서울 자체를 떠나려고 했지만 글쎄.
[이 남자, 네 일행 맞지?]그래서 연우는 후회했던 것이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됐다.
그냥 그날 바로 사라졌어야 이건에게 해를 끼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권좌만 넘겨주고 조용히 고문계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콰직!
이건이 쇠사슬을 거칠게 붙잡았다.
‘!’
동시에 지옥으로 돌아가려는 두꺼운 쇠사슬이 우뚝 멈췄다.
그 광경에 모두가 놀랐다.
쇠사슬도 놀란 듯 했다.
그도 그럴게 고문계의 연행에 손을 대는 신은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쇠사슬을 거칠게 붙잡은 이건이 빡친 듯 눈을 번득였다.
“지금 내 앞에서 누구한테 손대는 거냐.”
그 목소리에 연우의 몸이 떨렸다. 휴고는 기겁하듯 입을 떡 벌렸다.
쟤가 저런 말도 할 수 있었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쇠사슬 쪽은 굉장히 열 받은 기색이었다.
[이름 모를 성신이여,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목소리엔 살의가 어려 있었다.
[지금 성신 나부랭이가 감히 신계의 집행을 막은 것이냐?]동시에 끌려가던 연우는 아차 싶어 이건을 말리려고 했다.
성신은 고문계, 즉 하계의 일에 관여할 수도, 해서도 안됐으니까.
각 세계에는 지배자와 책임자들이 있는데,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겠다는 불가침 조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르타로스의 노비는 고문계의 관할. 최고 상급신들조차도 그들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그게 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룰을 어긴 놈들은 신계의 법칙에 따라 엄하게 다스려진다.
그래서 연우는 다급해졌다.
[뱀주인이시여! 안 됩니다!]그녀가 뭔가 의지를 가지려 하자 그녀의 목에 그간 보이지 않았던 목줄이 떠올랐다.
비록 신격을 잃었어도 성신급이라는 걸까. 목줄이 일찌감치 경계 모드로 들어간 것 같았다.
마치 노비가 입을 여는 것조차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연우는 손발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외쳤다.
[뱀주인이시여! 쇠사슬은 신계의 몸입니다. 이 이상 하시면 뱀주인께서도 반역죄로 노비가…!]하지만 이건은 무시했다.
“당장 안 풀어?”
철컹!!
그는 두꺼운 쇠사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엄청난 힘에 몸이 부러질 것 같았던 쇠사슬이 비명을 질렀다.
[이 시건방진 놈이! 어디 새끼 성신 주제에 하계의 일에 관여하는가! 이러면 네놈도 강등…!]“꺼져.”
그 살벌한 읊조림과 함께 지면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쩡!
그가 우악스럽게 쇠사슬을 비틀자 거대한 금이 생긴 것이다.
콰직!
[아악! 그만!]하지만 빡친 이건은 그걸로 끝내지 않았다.
“놓으라고 했지!”
이건의 마력이 쇠사슬에 깃들자, 쇠사슬이 박살이 나버렸다.
콰직!
동시에 쇠사슬이 비명을 지르고, 묶여 있던 연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
하지만.
턱!
바로 그 밑으로 이건이 나타나 떨어지는 연우를 받아 안았다.
그리고 그 비명소리를 들은 것일까.
쿠구궁!
하얀 바닥에서 기이한 문양이 생겨나면서 낯선 이들이 나타났다.
머리가 짐승인 반인반수들이었다.
그리고 권속신처럼 보이나, 권속신은 아니었다.
[주의. 신계에 속한 권속신들, 신계의 대리인들입니다, 마찰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계의 대리인들은 룰을 위반할 시 성신을 처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고문계의 간수들이었다.
이건은 그들이 나타나자 연우를 내려놓고 단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놀란 그들이 바로 처형도구를 꺼내려 했지만, 곧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게 정식 신으로 각성한 이상, 이건도 신계의 일원.
심지어 황도12궁은 격이 높은 신좌.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건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공손하게 말했다.
[황도13궁의 13번째 성신이시여,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 이상 신계의 집행을 방해, 하계의 물건을 훼손하시면 뱀주인께서도 곤란하실 겁니다.]물론 그들도 진심으로 이건을 말리는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저 쇠사슬은 고문계의 간부 생물. 저래보여도 고문계 소속의 상급신격이다.
‘타르타로스의 노비를 관할하는 관리인.’
‘노비 농장의 지주 같은 거지.’
즉, 성신이라도 어차피 저걸 박살내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쪽도 성신을 건들면 골치 아파진다.’
그래서 그들은 이건이 쇠사슬을 놓도록 유도했다.
[그 노비는 상층부에 이야기를 해보겠나이다. 목줄은 결코 풀어줄 수 없으나, 협상 조건에 다라 처우만큼은 좋게….]하지만 쇠사슬이 개소리 말라는 듯 눈을 번득였다.
[협상은 무슨 협상! 농장의 노비들에겐 그럴 가치도 없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땅이 뒤흔들렸다.
이건의 등 뒤 쪽에서 쇠사슬이 또 차르륵 올라왔다.
이건에게 박살났었던 쇠사슬의 본체가 찾아온 것일까.
아까보다 훨씬 굵은 놈들이 나타났다.
하물며 숫자도 아까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엔 이건도 붙잡으려는 것이다.
[저놈과 저놈의 일행 모두 고문계로 끌고 가 고문해주마!]그러나 굵은 쇠사슬은 말을 잇지 못했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이건의 눈앞에서 튕겨져 나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배리어가 이건의 앞에 터져 나온 듯했다.
동시에 이건의 왼쪽 눈에서 기이한 문양이 떠오르면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쩌엉!
달려들던 작은 쇠사슬이 이건의 눈앞에서 전부 재가 되었다.
덕분에 간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만한 힘을 내는 게 놀라운 게 아니었다.
[잠깐! 이 마력은 그들의 기운이 아니더냐!] [맞습니다! 권좌를 만든 원주인들의 기운입니다!]간수들이 술렁거렸다.
[권좌의 원주인이라니. 설마 그 희대의 영웅?] [하지만 결국 미쳐서 권속에게 처형됐던 비운의 창조일족 말이냐?] [맞습니다! 특히 저분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13번째 권좌의…!] [뭐? 13번째라면 뱀을 다스리던 그자가 아닌가!] [미치지만 않았어도 지금도 최고 소리를 들었을 거라는 전설의 자리의….]때문에 그들은 당황스럽게 연우를 보았다.
그들이 말하는 13번째 권좌의 원주인은 연우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경악했다.
[설마, 저 노비가 그 원주인을 부활시킨 것인가?]하지만 정작 연우도 당황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신으로 각성한 이건의 힘이 자신의 주인과 몹시 닮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주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님이랑 닮았다.’
자신이 하찮은 애기 뱀일 때 주워서 의 신으로 길러줬던 13번째 권좌의 원주인 말이다.
비록 자신이 원주인들의 약을 구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들이 찬탈을 벌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살해당한 주인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권좌에 올랐다.
뭐, 그 결과 알게 된 건 미친 적이 없던 주인들과 동료들의 배신이었지만.
그래서 이건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그녀는 이건의 등 뒤에서 열리는 검은 게이트에 화들짝 놀랐다.
‘고문계의 처형 스킬…!’
그리고 지금 떠오르는 숱한 의문들보다도, 눈앞에 있는 이건이 더 중요한 그녀였다.
‘또 얽히게 할 순 없어.’
결국 그녀가 남은 생명을 갉아 마력을 짜냈다. 그리고 고문계의 스킬을 막아내려는 순간.
“컥!”
“연우 씨!”
이건이 깜짝 놀랐다.
연우의 목에 감겨있던 목줄이 기어이 그녀의 목을 거칠게 졸랐다.
그녀를 고문계로 끌고 가려 했던 굵은 쇠사슬의 짓이었다.
이건의 힘에 박살났던 쇠사슬은 굉장히 치욕스러운 모양이었다.
자신이야 신계로 되돌아가면 회복할 수 있지만, 노비에게 겪은 이 치욕만큼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감히, 저딴 걸 부활시켜놓고 끝까지 방해를 하려고 해?]목줄에 목이 졸린 연우는 몹시 괴로워했다.
평소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엄연히 그녀는 노비신분이었다.
당연히 목줄에 억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있는 이상, 결코 고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곧 쇠사슬이 외쳤다.
쇠사슬의 조각을 우악스럽게 잡은 이건이 눈이 살벌하게 번득였다.
“소멸하는 건 니들 쪽이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뱀주인좌의 권좌가 빛을 냈다.
그 순간이었다.
쾅!!
손에 담긴 마력과 함께 섬광이 일어나고, 그와 함께 쇠사슬의 신격이 완전히 소멸했다.
고문계의 신들을 죽여 버린 것이다.
[신격이 올라갑니다] [경험치를 대폭 얻었습니다]덕분에 그 광경을 보는 간수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성신께서 기어이 규율을 박살 내버리셨다…!]그래서 그들은 납득 할 수 없는 듯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뱀주인이시여, 뱀주인께서도 이미 눈치채지 않으셨습니까. 저 노비는 어차피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비입니다!] [계약도 끝나서 곧 소멸할 존재이온데. 고문계를 적으로 삼으면서까지 이렇게까지 하실 것은 없으셨을 텐데요…!]그러나 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뱉은 말은 한마디뿐.
“됐으니까 당장 꺼져.”
그 빡친 듯한 뒷모습에 신계의 대리인들은 움찔했다.
뭐, 쇠사슬이야 타르타로스 소속의 신이라 쳐도 자신들은 공무원.
신계 소속이 될 성신을 건드려서 좋을 건 없었다.
하물며 저 힘.
그래서일까.
[노비는 뱀주인께서 수거하신 것으로 판단하여, 따로 탈주 노비 추격자를 보내진 않겠나이다.] [노비여, 너도 뱀주인 덕분에 죽을 땐 노비로서 죽지 않게 된 걸 감사히 알거라.]마침내 그들이 공손하게 사라졌다.
동시에 관리인이었던 쇠사슬이 소멸한 탓일까.
연우의 목에 걸려 있던 목줄도 완전히 끊어졌다.
“아.”
고문계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움직임의 제한도 사라졌다. 수십 년간 몸을 제한하고 있던 힘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연우가 제 손을 까닥거리며 멍하게 있을 때였다.
등 뒤로 기척이 느껴졌다.
이건이었다.
그래서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
연우도, 휴고도, 양웨이도 깜짝 놀랐다.
이건이 연우의 머리를 소중하게 감싸며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연우의 존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체온을 느끼려는 듯 얼굴을 파묻었다.
“연우야.”
그리고 그 광경에 휴고는 충격을 받았다.
저 자식이 저런 것도 할 줄 알았다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절대 연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손에 힘을 주었다.
“미안해, 너만 그런 곳에 혼자 냅두게 해서.”
“……!”
“같이 돌아가자.”
그 잠긴 목소리에 연우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도 이건을 끌어안고 싶었지만.
우뚝.
손이 이건의 등 위에서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계와의 계약이 끝난 것이 아니다.’
목줄은 풀렸지만, 이것은 임시일 뿐.
자신이 옆에 있으면 이건이 위험해진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존재 때문에 이건이 앞길을 가지 못하는 게 싫었다.
그리고.
‘어차피 권좌를 넘긴 시점에서 나는 곧 사라진다.’
그런 계약이었으니까.
권좌를 지킬 힘을 얻는 대신, 계약 종료 후엔 태고의 힘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목줄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위대한 뱀주인좌의 주인이시여. 저는 원주인의 의지만 남았을 뿐인 영령입니다. 겉모습만 같을 뿐 기억도 없으며 찾으시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니….”
그 말에 이건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 하나도 못 알아 볼 것 같냐.”
“……!”
연우는 울컥했다.
“저기, 저는… 아니….”
이건은 연우를 달래듯이 쓰다듬었다.
어차피 이건도 연우를 본 시점에서 그녀가 곧 사라질 걸 눈치채고 있었다.
생명과 죽음의 힘이 성장하면서 영혼의 형태와 수명도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몰라서 고문계를 건들면서까지 그녀를 구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뭔가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알림창이 말했다.
[노비가 자유 영령의 신분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권속신으로 데려올 수 없습니다] [사념체에게는 신격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원본 영혼이 있어야 합니다]오히려 사념체이면서 지금까지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게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이 그걸 가능하게 했고, 때문에 대가도 타르타로스의 노비였던 것이겠지만.
그리고 원본 영혼이 있을 곳은 대충 짐작이 갔다.
연우를 먹어치웠던 망각이나, 그 힘을 탐냈던 시간. 둘 중 하나겠지.
그래서일까.
“금방 데리러 갈게. 기다리고 있어.”
“……!”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번쩍!
이건의 품 안에서 울고 있던 연우가 애써 웃으면서 머리부터 사라져 갔다.
그건 마치 모래알처럼, 연기처럼 흩어지는 광경이었다.
이건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연우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난 바로 그 순간.
“!”
이건의 손에 뭔가가 잡혀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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